"처음 주식거래가 등장한 이후 400년 동안, 금융 거품은 계속해서 존재했다. 주가가 지탱하기 힘들 만큼 상종가를 치다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영악한 내부 거래자가 순진한 초심자를 먹이 삼아 이윤을 취하는 사기 행각도 반복됐다. 이 익숙한 양상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1. 변위요인(變位要因): 경제 여건에 변화가 생기면서 특정 기업에게 새로운 이윤창출 기회가 열린다.

2. 지나친 낙관 혹은 과잉거래: 높은 기대수익이 피드백 과정을 거쳐 주가를 급등시킨다.

3. 열광 상태 혹은 거품: 자본소득을 손쉽게 얻으려는 초기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사기꾼들은 이들 돈을 사취하려 든다.

4. 불안감: 내부 거래자들이 기대이윤으로 터무니없이 높아진 주식가격을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고 주식을 팔아 이윤을 챙기기 시작한다.

5. 급변: 주식가격이 떨어지고 외부자들이 앞다투어 빠져나가면서, 거품도 모두 꺼져버린다.



또한 주식시장 거품에는 되풀이되는 세 가지 속성이 있다. 첫 번째, 보통 비대칭 정보라고 불리는 상황이다. 외부자보다 월등히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내부 거래자(거품 기업 경영에 관계하는 자들)는 외부자 돈을 노린다. 물론 이러한 비대칭 상황은 모든 사업에 잠재하기 마련이지만, 특히 거품 시기에 내부거래자들이 이를 부당하게 이용한다.



두 번째,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역할이다. 거품은 나라 사이 자본 이동이 자유로울 때 쉽게 생긴다. 주요 금융 중심지에 둥지를 튼 노련한 투기꾼은 내부자끼리 공유하는 정보는 사실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경험이 부족한 초기 투자자보다 시기(초반에 사서 거품이 터지기 전에 파는 시점)를 훨씬 잘 타는 경향이 있다. 바꿔 말해 거품 시기라고 모두가 이성을 잃지는 않는다. 열광자 무리 중 적어도 남들보다는 제정신인 사람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속성은, 은행 문턱이 높으면 거품이 실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당수 거품은 중앙은행이 태만했거나 직권을 남용한 탓에 생겨난다.“<금융의 지배>



















“다음과 같은 거품 현상이 불안의 원인이자 또 그 증상이다. 자본시장 일부 또는 모든 영역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다. 우량 등급의 차입자가 지불하는 금리에 비해 우량 등급 이하 차입자가 지불하는 차등금리가 상승한다. 외환시장에서 통화가치가 급락한다. 파산 건수가 증가한다. 상품과 부동산, 유가증권의 가격 상승이 멈춘다. 이런 상황들은 서로 관계를 맺고 전개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여자들의 여신이 이미 과도하게 확장된 상태여서, 대여자들이 위험의 노출, 특히 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자산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해 자산을 매수하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자산가격 상승 국면이 끝남과 동시에 불안 국면이 시작된다. 투자자들 가운데는 자산 매수를 위해 끌어 쓴 차입금 금리가 매수한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 소득을 상회하기에, ‘네거티브 캐리’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 당초 예상은 매수한 자산 가치 상승분을 추가 담보로 제공해 신규 대출을 받으면 대출잔고 이자 지불에 필요한 현금 일부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산가격 상승이 멈추면, 투자자들은 채무잔고의 이자 지불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할 만한 방법이 달리 없어, 이들 투자 입지는 불안 기조로 바뀐다.



‘훌륭한 상인들이 최적의 사업 추진에 실패하고는 궁지에 몰린 채 절망적인 분위기에 빠질 때 은행 관리자들이 항상 위험 신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시장에 감도는 일촉즉발 위험을 알고 있다. 신용은 엄청나게 확장됐고, 일반 대중의 흥분은 매우 팽팽한 긴장 상태에 접근해 있기에, ’큰 회사‘의 파산 단 한 건이면 이 ’거대한 거품‘이 터지기 충분한 상태다.’



금융 불안에 뒤따르는 붕괴나 패닉은 곧바로 일어날 수도 있고, 수주 혹은 수 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어떤 위기라도 그 원인(遠因)은 신용 팽창과 투기인 반면, 근원(近圓)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투자자들이 상품이나 주식, 부동산, 환어음, 또는 약속어음 등을 매도하고 현금 보유액을 확대하도록 유인하는 어떤 사건이다. 파산과 자살, 도주, 사기의 폭로, 특정 차입자에 대한 여신 거부, 혹은 거액의 포지션을 보유한 시장 참여자의 매도를 부추기는 모종의 관점 변화 등 근원은 사소한 것일 수 있다.



가격이 떨어진다. 기대가 반전된다. 가격 하락 움직임이 빨라진다. 투자자들이 주식과 부동산 매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 자금을 끌어다 쓴 만큼, 가격 하락은 추가 증거금이나 부족한 현금 청구를 유발하게 되고, 더 많은 주식과 부동산 처분을 야기하기 쉽다. 가격 하락이 더욱 진행되면, 은행 대출손실이 증가하고, 하나 또는 다수의 상사, 은행, 어음할인회사, 거래중개회사가 파산한다. 신용 시스템이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유동성 확보를 향한 경주가 벌어진다.



주식시장의 패닉은 큰돈을 움직이는 내부 투기세력이나 뮤추얼펀드, 연금기금, 보험회사 같은 기관투자자들 – 아마도 이들 가운데 여럿은 유사한 프로그램 매매 모델을 따를 것이다 – 의 매도로 유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87년 10월 19일 주식시장이 붕괴했을 때 보스톤 뮤추얼펀드 그룹인 피델리티는 뉴욕증권거래소가 개장하기 직전, 런던 주식시장에서 거액 주식을 매도했다. 이 매도 소식이 뉴욕에 전해지자 주식시장 개장을 앞두고 이미 산더미 갗은 매도주문이 쌓였다. 피델리티가 앞으로 닥칠 환매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주가가 더 하락하기 전에) 현금을 확보해 두려는 시도였을지라도 피델리티의 엄청난 매도주문은 자신의 자산운용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뮤추얼펀드 가입자들의 환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경제학은 오랫동안 균형이라는 잘못된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시장은 균형 상태 쪽으로 자연스럽게 가는 경향이 있다는 잘못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어떤 동요나 충격도 그 시스템이 균형을 잡도록 되돌려 놓는다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것이라 믿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정책적 조언을 위해 분석하는 것도 새로운 정책이 균형에 빨리 적응할지에 대한 것뿐이다. 예를 들면 정부가 세금을 올리면 예상되는 시장의 균형 상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분석할 따름이다. 하지만 균형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혼돈 상태로 시장이 변화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학자들이 흔하게 하는 모든 분석에는 그것을 설명할 방법이 전혀 없다. 균형 상태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믿음은 불안정성과 양의 되먹임을 소홀히 하고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자주 일어나는 예외적 현상의 원인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현대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복잡계 물리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복잡계 물리학은 물리적인 대상만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질서와 조직화,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학이다. 상호 작용하는 부분들이나 요소들이 전체 시스템에서 집단적 패턴이나 행동을 왜 초래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이다. 이런 학문적 특징 때문에 복잡계 물리학은 시장이 왜 그렇게 자주 위기에 빠지는지를 분석하고 위기를 예측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다. 물론 복잡계 물리학으로 경제 거품이 언제 붕괴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안정성과 극적인 변화를 이끄는 되먹임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 거품이 왜 예측하기 어려운지를 시장의 역동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다음 번 금융위기의 시발점은 어느 곳이 될까? 복잡계 물리학 개념으로 보면 다른 다수의 기관들과 서로 연결된 거대하고 복잡한 금융기관이 금융위기 촉발의 중심점이 될 것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아니라 바로 그 ‘대마’가 금융위기의 역할을 한다.“<내일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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