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는 최소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번째로 무질서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시간 방향을 가리키는 열역학적 시간이 있다. 두번째는 심리적 시간인데 이것은 우리가 시간은 흐른다고 느끼는 방향,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우주론적 시간이 있다. 이것은 우주가 수축하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는 시간 방향이다.

 

 

먼저 열역학적 시간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질서 있는 상태보다 무질서한 상태가 항상 더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만약 우주 극히 초기에 우주가 무질서한 상태였다면, 시간 흐름에 따라 무질서는 점차 감소할 것이다. 그러한 세상에서 여러분은 바닥에 깨어진 찻잔이 다시 합쳐져서 탁자 위로 올라앉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찻잔을 관찰하는 모든 사람이 시간 흐름에 따라서 무질서가 감소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즉 그러한 세상에서는 과거 사건이 아니라 미래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찻잔이 깨지면 찻잔이 탁자 위에 놓여질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찻잔이 탁자 위에 있을 때, 찻잔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사실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시간에 대한 우리 주관적인 느낌, 즉 심리적 시간은 열역학적 시간에 의해서 우리 뇌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음과 같은 의문이 남는다. 왜 우리는 열역학적 시간과 우주론적 시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관찰하게 되는가? 즉 왜 무질서는 우주가 팽창하는 시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증가하는가? 만약 무경계 제안이 암시하듯, 우주가 팽창한 다음 다시 수축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것은 왜 우리가 수축 국면이 아니라 팽창 국면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된다.

 

 

우리가 인류원리를 기반으로 이 의문에 답할 수 있다. 즉 수축 국면에서 조건들은 ‘왜 무질서가 우주 팽창과 같은 시간 방향으로 증가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 생존에 부적절하리라는 것이다. 무경계 제안이 예측하는 우주 초기 단계에서 인플레이션은 우주가 재수축을 간신히 모면할 수 있는 임계율에 아주 가까운 비율로 팽창하고 있어야 하며, 따라서 앞으로 아주 오랜 기간 재수축하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 그때가 되면 모든 별은 연료를 전부 태우고, 그 속에 들어있던 중성자와 양성자는 아마도 가벼운 입자와 복사로 붕괴할 것이다. 그리고 우주는 거의 완전한 무질서 상태가 될 것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강력한 열역학적 시간도 없을 것이다.

 

 

이미 우주가 거의 완전한 무질서 상태에 있기에 무질서는 더 늘어날 수 없다. 하지만 지적 생명체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강한 열역학적 시간이 필요하다. 생존하기 위해서 인간은 질서 있는 에너지 형태인 열로 전환시킨다. 따라서 지적 생명체는 우주의 수축 국면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이로써 우리가 열역학적 기간과 우주론적 시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관찰하는 이유는 설명된다. 우주 팽창이 무질서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경계 조건이 무질서를 증가시키고 이러한 팽창 국면에서만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1956년까지 물리법칙들은 C, P, T라고 하는 세 가지 대칭성 가운데 하나를 따른다고 믿어졌다. C 대칭성은 법칙들이 입자와 반입자에 대하여 모두 동일함을 뜻한다. P 대칭성은 법칙들이 모든 상황과 그 거울상(오른쪽으로 스핀하는 입자의 거울상은 왼쪽으로 스핀하는 입자이다)에 대해서 동일함을 뜻한다. T 대칭성은 모든 입자와 반입자 운동방향을 역전시키면, 그 체계의 초기 상태로 돌아가야 함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모든 법칙은 시간의 정방향과 그 역방향에 대해서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1956년 두 명의 중국 태생 미국 물리학자 리정다오와 양전닝이 약한 핵력은 실제로는 P 대칭성을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약한 핵력은 우주가 그 거울상이 전개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같은 해 동료인 우젠슝이 두 사람 예견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그녀는 자기장 속에 방사성 원자의 원자핵을 일렬로 늘어세워서 같은 방향으로 스핀하게 만든 다음, 전자들이 다른 방향보다 한쪽 방향으로 더 많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 다음 해 리정다오와 양전닝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또한 약한 핵력은 C 대칭성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반입자로 구성된 우주는 우리 우주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것임이 밝혀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 핵력은 결합된 CP 대칭성에 따르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해서, 만약 모든 입자가 그 반입자로 교환된다면, 우주는 그 거울상과 같은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1964년 또다른 두 명의 미국인 제임스 크로닌과 발 피키가 K-중간자라는 특정한 입자의 붕괴에서는 CP 대칭성조차도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크로닌과 피치는 이 발견으로 1980년 결국 노벨 상을 받았다(우주가 우리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입증한 공로로 무척이나 많은 노벨 상이 주어진 셈이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따르는 모든 이론은 CPT 대칭성을 항상 따라야 함을 기술하는 수학 정리가 있다. 만약 모든 입자가 반입자로 바뀌고 거울상을 취하며 시간 방향도 역전된다면 우주는 그 전과 똑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크로닌과 피티는 만약 입자가 반입자로 바뀌고 거울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시간 방향이 역전되지 않으면 우주는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따라서 시간 방향이 역전되면 물리법칙은 바뀔 수 밖에 없으며, T 대칭성을 따르지 않는다.

초기 우주가 T 대칭성을 따르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즉 시간이 앞으로 흐르면서 우주가 팽창한다. 만약 시간이 반대로 흐르면, 우주는 수축할 것이다. 그리고 T 대칭성에 따르지 않는 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서 이 힘들은 전자가 반쿼크로 바뀌는 것보다 더 많은 반전자들이 쿼크가 되게 만들었다. 그후 우주가 팽창하고 냉각되면서 반쿼크들은 쿼크와 함께 소멸을 일으켰고 반쿼크보다 쿼크의 수가 더 많았기 때문에 그 차이에 해당하는 만큼의 쿼크들이 살아남게 되었다. 그렇게 남은 쿼크들이 오늘날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물질이나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물질을 형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대통일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간주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