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블랙홀이 엔트로피를 가진다면, 동시에 블랙홀은 온도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특정한 온도를 가지는 물체는 일정한 비율로 복사를 방출해야 한다. 게다가 낮은 온도 물체도 복사를 방출하는데 일반적으로 그 양이 아주 적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열역학 제2법칙을 따르려면 이러한 복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블랙홀은 복사를 방출해야 한다.

 

 

사건의 지평선에서는 아무것도 빠져나올 수 없다고 알려져 있는 데,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주는 답은 입자들이 블랙홀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바로 바깥쪽에 있는 ‘빈’ 공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비어 있다고 생각하는 곳도 완전히 비어 있을 수는 없다. 완전히 비어 있다는 말은 중력장이나 전자기장과 같은 모든 장들이 정확히 0이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장의 값 그리고 시간에 따른 변화율은 입자 위치 및 속도와 흡사하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우리가 이러한 양 중 어느 하나를 더 정확하게 알수록 다른 양은 덜 정확해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따라서 빈 공간에서, 그 장은 정확히 0으로 고정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정확한 값(0)과 정확한 변화율(역시 0)을 동시에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의 값에는 불확정성의 특정한 최소의 양 즉, 양자요동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요동을, 어느 때에 하나로 나타났다가 서로 떨어지고 그런 다음 다시 하나로 합쳐져서 쌍소멸하는 광자나 중력장 쌍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입자들은 실제 입자와는 달리 입자검출기를 통해서 직접 관측될 수 없다. 하지만 원자 내 전자 궤도의 에너지에 나타나는 작은 변화로 간접적 측정이 가능하며, 이론적인 예측과 놀랄 만큼 정확하게 일치한다. 또한 불확정성 원리는 전자나 쿼크와 같은 물질입자에도 그와 유사한 쌍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 경우 입자쌍 중 하나는 입자이고 다른 하나는 반입자(빛과 중력의 반입자는 입자와 같다)일 것이다.

 

 

에너지는 무에서 창조될 수 없기에 입자/반입자 쌍 둘 중 하나는 양의 에너지를 갖고 다른 하나는 음의 에너지를 가질 것이다. 음의 에너지를 갖는 쪽은 짧은 수명의 가상입자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입자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항상 양의 에너지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상입자는 상대를 찾아서 함께 소멸해야 한다. 하지만 질량이 큰 물체 가까이 있는 실제 입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보다 적은 에너지를 가질 것이다. 그 입자를 천체 인력에서 멀리 벗어나게 하는 데에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태에서 그 입자 에너지는 여전히 양이지만, 블랙홀 내부 중력장이 워낙 강하기에 실제 입자조차도 그곳에서는 음의 에너지를 가진다.

 

 

따라서 음의 에너지를 가진 가상입자가 블랙홀 속으로 떨어져서 실제 입자나 반입자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럴 경우 그 입자는 더 이상 짝을 찾아 소멸할 필요가 없다. 이때 버림받은 짝 역시 블랙홀 속으로 떨어질 수 있다. 또는 양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면, 실제 입자나 반입자로 블랙홀 가까운 곳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이때 멀리 떨어진 관찰자에게는 마치 블랙홀에서 입자가 방출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블랙홀이 작을수록 음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실제 입자가 되기 전에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짧아지고, 따라서 블랙홀 방출속도와 걷보기 온도는 높아진다.

 

 

밖으로 방출되는 복사의 양(+)의 에너지는 블랙홀 속으로 유입되는 음(-)의 에너지 입자 흐름과 균형을 이룰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 E=mc^2에 따르면 에너지는 질량에 비례한다. 따라서 음의 에너지가 블랙홀 속으로 유입되면 그 질량은 감소한다. 블랙홀이 질량을 상실함에 따라서, 사건의 지평선 넓이는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블랙홀의 엔트로피 감소는 방출된 복사의 엔트로피에 의해서 보상되고도 남는다. 따라서 열역학 제2법칙은 결코 위배되지 않는다.

 

 

게다가 블랙홀 질량이 작아질수록 그 온도는 높아진다. 따라서 블랙홀이 질량을 잃을수록 그 온도와 방출속도는 높아진다. 그렇기에 질량은 더욱 빠른 속도로 상실된다. 블랙홀 질량이 마침내 극도로 작아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리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가장 그럴듯한 추측은 수백만 개의 수소폭탄 폭발과 맞먹는 엄청난 복사를 최후로 방출하면서 블랙홀이 완전히 사라지리라는 것이다.

 

 

태양 질량의 몇 배에 해당하는 블랙홀은 절대온도 1,000만 분의 1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 온도는 우주를 채우고 있는 극초단파 복사의 온도(절대온도 약 2.7도)보다도 훨씬 낮다. 따라서 이러한 블랙홀은 흡수하는 양보다 훨씬 적은 복사를 방출할 것이다. 만약 우주가 영원히 팽창을 계속하도록 운명지어져 있다면, 극초단파 복사 온도는 결국 이러한 블랙홀보다도 낮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블랙홀은 질량을 상실하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도 블랙홀 온도는 너무 낮아져, 블랙홀이 완전히 증발하기까지는 약 10^66년이 걸릴 것이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우주 나이보다도 더 길다.

 

 

반면 우주의 극히 초기 단계에 불규칙성 붕괴로 이루어진 훨씬 더 작은 질량의 원시 블랙홀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블랙홀은 훨씬 온도가 높고, 보다 큰 비율로 복사를 방출할 것이다. 수십억 톤의 초기 질량을 가진 원시 블랙홀은 대략 우주 나이와 같은 수명을 가질 것이다. 이 숫자보다 작은 초기 질량을 가진 원시 블랙홀은 이미 완전히 증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약간이라도 더 큰 질량을 가진 블랙홀은 지금까지도 엑스 선과 감마 선 형태로 복사를 방출하고 있을 것이다. 엑스 선과 감마 선은 광파와 비슷하지만 파장이 훨씬 더 짧다. 이런 블랙홀에는 블랙이라는 형용사를 붙이기 적절치 않다. 실제로 이들은 백열하고 있으며, 약 1만 메가와트 비율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이러한 원시 블랙홀을 관측할 가능성은 과연 있는가? 우리는 원시 블랙홀 생애의 대부분 기간 동안 방출하는 감마 선을 찾을 수 있다. 그 블랙홀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에 대부분 원시 블랙홀에서 방출하는 복사가 아주 약하기는 하지만, 전체 블랙홀에서 나오는 복사의 총합은 검출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이러한 배경 감마 선을 관측하고 있다."

 

 

 

 

 

 


우주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입자는 두 그룹으로 나뉠 수 있다. 우주 속 물질을 구성하는 스핀 1/2 입자 그리고 물질입자 사이의 힘을 발생시키는 스핀 0, 1, 2 입자(중력자, 글루온 등)가 그것이다. 물질입자들은 파울리의 배타원리(Pauli’s exclusion principle)라는 법칙에 따른다. 파울리의 배타원리란 두 개의 비슷한 입자가 같은 상태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입자는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서 주어지는 한계 내에서, 같은 위치와 같은 속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배타원리는 왜 물질입자들이 스핀 0, 1, 2 입자들에 의해서 생성되는 힘의 영향 아래에서 매우 높은 밀도 상태로 붕괴하지 않는지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만약 물질입자들이 거의 비슷한 위치를 점한다면, 그 입자들은 서로 다른 속도를 가져야 한다. 그 말은 입자들이 오랫동안 같은 위치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 만약 세계가 베타원리 없이 창조되었다면 쿼크들은 독립적인, 명확하게 정의된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전자들과 더불어서 독립적인, 명확하게 정의된 원자를 형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쿼크들은 모두 붕괴해서 거의 균일한 밀도 높은 ‘수프’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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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0-01-22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흑흑ㅠ 절반쯤 읽다가 두뇌정지가 와서 다음에 읽어야겠습니다. 오늘은 많이 피곤해서 다음에 컨디션 좋을 때 다시 도전하겠습니다ㅎ

저도 <시간의 역사> 읽어보겠습니다^^

-> 뒷부분 읽어봤는데 역시 어렵네요. 그래도 대략적인 느낌만 가져갑니다ㅎㅎ

북다이제스터 2020-01-22 16:34   좋아요 1 | URL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ㅋㅋ
양자역학은 이해하는 것이 아닌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해서 글 남겨 보았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