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미래에 훨씬 나쁜 상황은 ‘우리가 이미 아는 정말 겁나는 일들’이 아닌 ‘우리가 아직 모르는 더 겁나는 일들’이다.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이상화(global weirding)’이다. 기후변화는 비선형적이다.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고 극히 정신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길항작용을 하기에 모델로 정립할 수 없다. 환경이 갑작스레 되돌릴 수 없게 변화하는 임계점이 존재할 테지만 우리는 임계점이 어디인지,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가장 겁나는 일은 인간이 어떻게 반응할지다. 과거 기후변화의 모든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기후변화 자체가 직접으로 붕괴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짜 우려스러운 사인은 기후 자체가 아니라 2100년이 되기 훨씬 전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이 묵시록의 다른 기수들을 풀어놓으리라는 점이다.

 

 

가장 분명한 것은 기근이다. 2000년에는 독재자와 군벌의 사악함과 어리석음을 억제할 수만 있다면 기아가 사라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런 일은 요원한 것 같다. 발전의 역설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부가 증대하면서 농부들은 우리가 비싼 고기를 사먹도록 가축에 갈수록 다량의 저렴한 곡물을 먹이거나, 우리가 기름을 태우지 않고 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땅을 바이오연료 재배로 전환하고 있다. 그 결과 기초 식량 가격이 2006년과 2008년 사이 2~3배 뛰었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곳곳의 배고픈 군중은 폭동을 일으켰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달하는 2050년에 이르면 식량 가격과 식량 부족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2008년과 2025년 사이 식량과 물 부족에 직면할 인구수가 6억 명에서 14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는데, 2050년이 되면 기근과 가뭄 때문에 ‘기후 이민’ 2억 명을 촉발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2008년 전 세계 난민 숫자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수치다. 세계에서 가장 굶주리고 절박한 성난 사람들 수천만 명이 무슬림 세계를 떠나 유럽으로, 라틴아메리카를 떠나 미국으로 올 수 있다. 그러한 인구 이동은 역사상 어느 이주도 압도하면서 초원길이 야기하는 여러 문제를 부활시킬 것이다.

 

 

질병이 그러한 문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2세기와 14세기 스텝 지대를 가로지르는 이주는 역병을 퍼뜨렸고 20세기 미국과 유럽 사이 젊은 군인들의 이동 물결로 스페인 독감이 전파되었다. 당시 1년 사이에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계는 그때보다 유행병에 맞설 준비가 더 잘 되어 있지만, 그러한 수준의 10분의 1의 사망자조차도 2007~2009년 금융 위기는 시시해 보일 정도로 경제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기후변화와 기근, 이주, 질병은 서로에게 피드백으로 작용을 하면서 국가실패를 초래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소말리아처럼 여러 정권이 완전히 붕괴하여 주민들 고통을 증가시키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더 많은 근거지를 제공할 것이다. 이 지역 자원에 우리 경제가 철저하게 얽혀 있기에 그러한 불안정성에 휘말린다면 우리도 최악 중의 최악 시나리오로 미끄러져갈지 모른다.

 

 

자원에 대한 중국의 갈망(콩, 철, 구리, 코발트, 목재, 천연가스, 석유)은 2010년대 서양의 이해관계와 지속적인 충돌을 예정한다. 한 예로 2004년 중국이 필사적으로 철을 구하면서 언론들이 재빨리 ‘대하수구 강도(영화 <대열차 강도>의 패러디)’라고 이름 붙인 현상이 나타났는데, 세계 전역에서 녹여서 쓸 수 있게 도둑들이 맨홀 뚜껑을 훔쳐 중국에 보냈다. 시카고 한 군데에서만 한 달 새 맨홀 뚜껑 150개가 사라졌다. 서양인들은 물었다. 이 도둑질의 끝은 어디인가? 오늘은 맨홀 뚜껑이지만 내일은 세계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인의 54퍼센트는 중국 부상이 ‘세계 평화에 위협’이라는 데 동의했다. 미국인은 중국이 이라크 다음으로 세계 안정에 큰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더 이상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행스럽게도 전문가 집단의 다수 저술은 세계화된 세상에서 그러한 미친 짓이 불가능하다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유발 하라리도 '전쟁 없는 평화 시대의 도래’를 전망한다.

 

 

“드디어 오늘날 인류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진정한 평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 책은 2014년에 쓰였기에 현대사에 상대적으로 밝은 접근법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핵무기의 대량학살 위협은 평화주의를 육성한다. 평화주의가 퍼지면 전쟁이 물러가고 무역이 번창한다. 세월이 흐르면 이런 양의 되먹임은 국가들의 독립성을 서서히 약화시켜,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줄인다. 대부분 국가가 더는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이제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사피엔스>(김영사, 2015)

 

 

 

 

 

 

 

 

 

 

 

 

 

 

 

 

"‘어떠한 물리력도 신용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다른 권위자는 말한다. 또 다른 권위자의 말에 따르면 ‘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세계 평화의 가장 커다란 보증인이다.’ 또 다른 권위자 역시 전쟁은 ‘틀림없이 막대한 자금 소모와 크나큰 무역 혼선을 빚을 것이므로 전쟁이 일어나면 신용과 산업의 완전한 붕괴를 동반하거나 초래할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전쟁은 ‘완전한 고갈과 빈궁을 의미하고 산업과 무역이 망가지고 자본의 힘이 파괴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이런 말들은 위안이 된다. (유발 하라리를 제외하고) 이 전문가들이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사실 위 전문가 의견 모두 현대 세계의 복잡한 무역망과 금융망은 유럽에서 강대국 간 전쟁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주장하며 1910년과 1914년 사이에 피력된 의견들이다. 우리 모두 그러한 전망이 결국 어떤 결과로 드러났는지 알고 있다.

 

 

게다가 우리가 원자폭탄을 테러리스트와 불량국가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게 영원히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일까? 국가 이해에 상관없이, 모든 지도자들이 핵전쟁이 최상의 선택지라고 결단하지 않게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일까? 우리가 핵 확산을 현재 속도에 제한한다 하더라도 2060년이 되면 20개국 가까운 핵보유국이 생길 것이고 그 가운데 여러 나라는 불안정한 상태의 국가일 것이다.

 

 

자원에 대한 압력이 증대되고 새로운 질병이 진화하고 핵무기가 확산되고, 무엇보다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일어나지만 가장 위협적인 지구 이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우리가 이 모든 위험을 가지고 한없이 곡예를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우리는 곧(어쩌면 2050년 이전에) 산업혁명보다 더 심대한, 현재 우리 문제 대부분을 무의미하게 만들 변혁을 시작하든지 아니면 둘도 없는 붕괴로 휘청거리며 나아갈 것이다. 어떠한 중간결과도 예상하기 힘들다. 이는 다음 40년이 역사상 가장 중요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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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9-14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다이제스터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많은 부분에 있어 문제는 생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분배에 있다 여겨집니다. 현재 에너지 등 자원의 대부분을 선진국 몇 개국에서 소비하는 문제에서 보듯, 성장을 위한 생산이 아닌 꾸준한 지속을 위한 분배, 구조의 개혁이 중요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남은 연휴 잘 보내세요!^^:)

북다이제스터 2019-09-14 17:19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성장보다는 지속이 정말 중요한데, 자본주의가 지속가능경영 개념을 선점하고 호도하고 왜곡하고 있어 무척 걱정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