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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
수잔 퀸 지음, 마리나 루이스 그림, 김지연 옮김 / 너와숲 / 2022년 12월
평점 :
아이가 아빠의 다리를 잡고 있는 표지가 보인다. 아빠의 손은 아이의 머리에 닿아있고 아이는 아빠의 한 쪽 다리를 안고 있다. 어릴 적 아이의 위치가 그림책에 표현될 때가 많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그림을 볼 때면 기분이 좋다. 아이가 존중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이의 시점에서 아빠가 소개된다. 아빠는 우주에 가본 우주비행사도 아니고 비밀 요원인 적도 없고 카레이서도 아니고 바쁜 회사원도 아니지만 아이에게는 완전 멋진 존재라고 소개된다. 어릴 적 아이에게 아빠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되게 대단한 것처럼 보이는 그런 존재. 아이에게 대단하게 느껴지는 아빠, 그리고 그런 아빠와 아이가 갖는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일 것이다. 그렇기에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아빠는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시고,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기도 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쇼핑도 한다. 그리고 아이와 자전거 타기, 연날리기, 축구 경기 응원, 바다에서의 시간 등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나온다. 과거의 그림책에서는 남녀의 역할에 고정관념을 갖도록 그려진 것을 볼 수 있었다면, 요즘 그림책은 남녀의 역할을 구분 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좋다.
가장 마음이 갔던 장면은 비가 오는 날 물웅덩이에 같이 들어가는 아빠와 아이의 모습이다. 언젠가 내가 아이와 비 오는 날이면 장화를 신고 빗물을 밟게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 글을 읽고 한 사람이 말했다. 아이와 비 오는 날이면 장화를 신고 빗물을 밟아 본다는 장면의 글이 자신의 눈에 들어왔다고, 자신은 어릴 적 엄마가 빗물을 못 밟게 했었다는 이야기였다. 아이에게 비 오는 날이란, 얼마나 즐거운 날인지!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은 더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을 이 그림책의 한 장면의 아이 표정에서 엿보았다.
아이와 목욕을 하며 해적선을 무찌르는 놀이를 하고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준 후 아이를 재우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오늘 아이와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 아빠와 기차놀이를 하며 책을 가지고 오면 나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 기차놀이를 하며 책을 가지고 오는 것이 재미있는지 계속 그림책을 더 보겠다고 한 권 더 가져오면 안 되냐고 묻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이의 말이 나온다. '나는 아빠와의 시간이 너무 좋아요.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아빠니까요. 아빠와 함께하면, 매 순간이 빛나는 특별한 선물이에요.' 얼마나 행복한 아빠이고,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우리 가족에게도 오늘 이런 시간을 가졌다는 생각을 하니 행복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