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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바다 내음이 바람을 타고 코끝으로 전해져온다. 나는 바다가 잔잔한 물결일 때에 가장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가고 바다의 품으로 빨려들게 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러한 바다는 많은 사람들의 사연처럼 그 곳을 다녀가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전해주고 지난날을 떠올리며 추억하게 만든다. 이처럼 바다는 우리에게 다양한 것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이 소설 속 바다도 다양한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예전에 읽으면서 느꼈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과연 우리에게 바다는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인지 그 실마리를 찾으며 노인과 바다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대학에 다닐 때 다른 출판사의 발행도서로 노인과 바다를 처음 만났었다. 그 당시에 느꼈던 마음은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바다는 여전이 바람과도 같고 또 다시 바다에 던져진 낚시 바늘과 같아서 던져진 낚시 바늘에 물고기가 한 마리가 걸려 올라올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좋은 작품은 여전히 책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우리는 바다를 통해 우리의 마음만을 내뱉어 놓았지 바다의 고민과 여러 가지 유혹에 쉽게 쓸려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소년의 마음이 되어 노인을 가만히 들여다보았고 곁눈질로 노인의 속마음까지 훔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면서 그 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여전히 알 수 없는 깊이로 노인은 소년을 바라보고 일깨워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인이 지켜온 사랑의 내력까지 자로 쉽게 잴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바다가 주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 중에서 나는 소년의 마음처럼 바다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다와 싸우는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싸움에서 이기는 자와 싸움에서 지는 자 사이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거대한 물고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욕망과 크고 작은 것들에서 부딪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감정들을 먼저 내세우는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힘겹게 싸웠지만 남겨진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담겨진 커다란 물고기이며 그 마음이 자신이 함께 살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의미를 지닌다면 그 누구도 외롭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노인과 바다는 내게 진정한 의미의 승자에 대해 잘 보여주었으며 노인을 바라보는 소년처럼 오래도록 바라보게 만드는 존재로 다른 어떤 어려움에도 슬기롭게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했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상황과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라기보다는 소설을 곱씹으면 씹을수록 그 속에 담겨진 의미가 또 다른 의미로 전해져 왔기 때문일 것이다.
소년을 통해 노인을 바라보려고 했던 마음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와 싸우는 노인을 바라보면서 인생도 그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되었다.
왜 이 작품이 오래도록 읽히는지. 읽을 때마다 또 다른 감흥을 전해주어 손에서 오래도록 놓지 못할 것 같다. 내가 경험했던 책 읽기를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