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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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억을 조금 더하면 기적이 될 수 있을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가 없다. 그것은 조금씩 성장한다는 믿음에서 오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이, 아직은 어린 나이에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어떨 때는 지겹다는 생각에 뒤처지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각도에 따라 보이는 면적도 작아 보이는 아이인 정훈은 세상에 자신 혼자 남아 있음을 인식한다.


모든 것이 새롭고 또 만나고 있는 사람조차 낯설게 느껴진다. 혼자 남겨진 것은 이처럼 죽음과 같이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외로움은 극에 달하게 된다.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은 그렇게 마음에 상처로 극복하기 어렵고 혼란에 빠지기 쉬운 벽처럼 자신의 앞에 서 있다.
현실과 세계가 경계를 이루고 있고 극복하기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원더보이>의 정훈을 눈으로 따라 읽어가면서 그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옆에서 지켜보았다. 일주일 만에 깨어났을 때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때도 그 아이에겐 세계로 가는 틈이 없었다. 매일처럼 외로웠던 마음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새롭게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만 여전히 예전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도 어렸을 때 나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나를 중심으로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을 했었다. 지나고 보면 그 시절이 그립고, 좋은 추억이 되겠지만 정훈의 눈에는 그저 다른 사람이라는 경계가 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세상은 조금씩 변하게 되어 있고 그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도 다른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다. 어느 순간에는 자신에게 있었던 마음의 상처가 아물어 있고 이제는 기쁨이 조금씩 그 안을 번갈아 가며 덮고 있다. 전혀 다른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정훈을 성장 시켰고 위로를 받던 정훈도 이제는 슬픔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되어 있다.

 

시간은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공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고 정훈이 느끼는 감정조차 이제는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무런 생각도 가지지 않으려 했던 정훈에게 이 세상이 자기 자신 때문에 바뀌는 것을 보게 된다.

 

선재형은 정훈에게 그러한 존재였고 일상이 전혀 다른 시간에서 공간으로, 이제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만나게 된다. 작가의 의도일 수 있지만 그렇게 하나의 공간에 있다보니 이제는 그 안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일들을 하면서 조금씩 경험에 대한 서로 다른 방식의 하나로 여기게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이 축척이 되면 시간이 흐른 후 정훈은 자신을 과거가 아닌 미래에서 찾고 있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을 보면서 우리는 저마다 믿는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정훈이처럼 어느 순간 자신에게 없는 초자연적인 힘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될 것이다.
나를 찾아가는 길은 그렇게 내 안에 존재하는 것 같다. 열다섯 살 소년 정훈은 사람들 속에서 상처를 치유했고 아문 상처를 바라보며 또 다른 미래를 꿈꿀 것이다.
우리가 한번쯤 꿈꿨던 기적은 그렇게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신비로우면서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틈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원더보이>를 읽는 동안 내가 주목을 했던 것은 텅 빈 세상에 홀로 남겨진 소년의 마음과 그 마음이 가 닿는 세상이란 다리였다. 자연히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곳에 그 다리가 닿겠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기적이라 부르고 싶다.

 

기억은 최고의 방식으로 하나의 공간에 가두어 놓는다. 꿈을 꾸는 것은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지만 지금껏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또 다른 방식으로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원더보이>의 정훈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생각을 해보면 성장하고 아파하고 뒤돌아서서 울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여행의 끈을 놓지 못하는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이것을 나는 하나의 통과의례라고 이름붙여 보았다. 정훈이가 이제는 아픈 만큼 그 슬픔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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