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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 세계은행 총재 김용의 마음 습관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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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된 한국계 미국인 김용 씨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접해 왔기에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 내용이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놀란 것이 바로 아버지가 서울대 치대 출신이고, 어머니가 퇴계 사상연구로 철학박사를 받았으며, 본인은 고등학교 전교회장, 수석졸업생, 풋볼팀 쿼터백 및 농구팀 포인트 가드로 활동했었다는 화려한 배경이다. 사실 그가 무엇이 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늘 생각했다는 말은 뜻은 매우 좋지만, 그의 배경만 보더라도 무엇이라도 될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그런 배경 때문에라도 스스로 무엇이 되는 것에 관심을 덜 두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이 책은 그의 이력사항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철학을 젊은 세대에게 알려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인터뷰를 행한 백지연 씨의 개인적인 생각도 무척 많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이 책 초반부에 김용 씨 자신은 세계은행 총재가 된 게 쇼크 상태이고, 이번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너무 희박한 그런 기회가 불쑥 찾아온 것이란 표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말이다. 또한 김용 씨의 아버지는 안정된 일자리와 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자격을 먼저 갖추고 나서 그 다음에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충고했었고, 실용적인 그 접근을 스스로 받아들여 성공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 교수시절부터 약 20년 동안 저개발국의 보건 발전 영역 전문가로 활동한 이력이라든지, 페루의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하버드 의대 실습병원 중에 하나인 브리검영병원에서 10만 달러어치 약값을 떼먹은 일화 역시 흥미로웠다. 이 책의 절반 정도는 자신이 총장을 역임했던 다트머스 대학 같은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해주는 조언들이었다. 이를테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훌륭한 고전 같은 문학작품을 깊이 읽으라고 한다.

 

우리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책으로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달라이 라마, 폴 파머의 책을 추천하고 있으며, 한국의 부모님들에게는 자녀들이 배움에 대한 열정과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도록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환기의 인재상은 융합과 링크를 이해하는, 적용할 줄 아는 스페셜리스트 겸 제너널리스트라면서, 이를 위해 어학능력은 기본이고, 끈질김, 대체능력, 충동관리 같은 마음의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통합적 글쓰기 능력과 예술교육이 중요한데, 이런 교육은 어떤 문제를 볼 때 두뇌의 여러 부분이 함께 움직이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비겁해지지 않고 낙관적이 되는 것은 도덕적 선택이라면서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한 냉소주의를 버리라고 조언한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어머니의 철학적 가르침과 아버지의 실용주의가 조화를 이룬 그의 가정을 그대로 모방할 수 있도록 조언을 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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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7 0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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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일의 미래 - 10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숙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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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희망을 가지며 책을 읽었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실망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적자원관리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라고 하는데, 향후 10여년 뒤의 일하는 방식이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맞이하게 될 시대는 일에서 근본적 변화를 겪을 것이라면서 이런 변화는 결국 모든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다섯 가지 힘으로 저탄소 경제의 활성화, 급속한 기술 발전, 세계화의 증가, 수명과 인구 통계의 근본적 변화, 중대한 사회적 변화를 꼽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기술발전에 따른 업무 혁신이 눈에 띄게 보이는데 아바타, 인지적 비서, 홀로그램, 로봇 등의 기술이 활성화된다고 예측한다. 게다가 2020년에는 동시통역 기술이 도입되어 전문적인 언어 학습이 필요 없을 것이라 말한다. 또한 지금 활성화되고 있는 클라우드컴퓨팅에 모든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한다.

 

이런 기술 예측을 바라보는 IT전문가로서의 시각은 좀 다르다. 안 그래도 이 책 주석에 2009년과 2010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텔레프레전스나 클라우드 컴퓨팅이 실제 기업에 사용되기까지 거쳐야 할 문제가 많았다고 공표하고 있다. 홀로그램 등을 설명하면서 주석에 달린 내용도 틀린 것 같다. 육감 기술의 선구자가 발명한 TED기술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MIT에서 식스센스라는 기술을 발표한 것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리라. 학습방식에 있어서 블렌디드 러닝, 비디오 게임과 시뮬레이션 도입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이미 한물간 기술에 대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는 IT 업계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여러 인물들의 2025년의 가상적인 경험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전개되는 일상의 일들인데, 대부분 그리 유쾌하지 않은 내용들이 펼쳐지고 있다. 어쩌면 다가올 미래는 탁월한 능력자가 아닌 이상 지금보다 업무환경이 더 나빠질 것 같다.

 

이를테면 2025년에는 어떤 활동도 3분 이상 이어지지 않으며 직장인은 누구나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끝없는 경쟁을 벌인다고 가정된다. 이른바 파편화 된 세상으로 글로벌 세상이 지나치게 연결되어 있어 밤낮도 주말도 없이 일한다고 가정된다. 이러한 파편화, 과도한 업무, 시간 압박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진정으로 관찰 및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게 문제라 한다. 미래의 일터를 더욱 분주하고 편협하며 기발함과 재미가 사라진 곳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라 예측한다. 또한 2025년이 되면 일상 업무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관계는 대부분 사라진다고 가정된다. 편안한 동료관계가 실종되며 가족들도 서로 떨어져 지내게 된다. 왜냐하면 부모들도 80대까지 계속 일해야 하기 때문에 수백 혹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게 되고, 특히 치솟는 에너지 가격, 탄소발자국 비용이 늘어나고 가상현실 기술이 향상되면서 통근이나 비행기를 타는 대신 집안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예측한다.

 

그리고 대다수는 프리에이전트로 일하게 되며, 은퇴시기가 되는 65세까지도 충분한 저축을 못하게 될 거라 예측한다. 더불어 차후 10년을 더 버티게 해줄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워진다고 가정된다. 물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분야일수록 고도로 숙련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한다. 이 책에서는 대개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좀 더 나은 미래도 예측하고 있는데, 그게 기술발전과 세계화의 결합을 통해 상호협력적인 세계가 될 것이라든지, 수억 명이 소기업가로 활동하며 이른바 인터넷 생태계에서 협력관계를 맺는다든지 하는 정도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향후 미래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지 몇 가지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고립을 줄이고 공동체 활동을 늘리기 위해 의지할 수 있고 오랫동안 상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온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아이디어 집단과의 네트워크,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평범한 제너럴리스트가 아니라 여러 영역을 깊이 있게 아는 유연한 전문가(Serial Master)가 되라고 조언한다. 전통적인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졌기에 그간 일했던 회사에 대한 일반 지식만 들고 새로운 구직시장에 뛰어들어 승부를 볼 수 없을 거라 말한다. 그리고 전문성을 쌓기 위해서는 여전히 1만 시간 이상의 수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이 책에서는 2025년 어떤 능력과 기술이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어떤 기술과 능력이 공급부족을 빚을지 예측하고 있다. 이른바 미래에 주목받을 경력과 기술로 풀뿌리 권익대변 운동, 사회적 기업 운영 경험, 소기업가 경험, 그리고 생명과학과 건강 영역, 에너지보존 영역, 창의성과 혁신 영역, 코칭 및 관리서비스 영역이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리고 여러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되므로 보다 유연하면서도 느슨한 방식으로 자신을 눈에 띄게 만들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평판관리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전문가 집단을 조직하고, 편종형 학습 곡선을 만들어 다채롭고 모자이크 같은 업무생활을 구축해 적극 참여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 편종형이라는 것의 예를 이 책에서 들고 있다. 20대에 대기업에 입사해 서른 살까지 열심히 일하며 해당 분야에서 깊은 전문능력과 지식을 갈고닦는다. 서른 살에는 1년 동안 일을 쉬면서 여행을 다니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서른한 살에는 다양한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경험을 넓힌다. 그리고 직장으로 돌아와 속도를 조절해 이후 3년 동안 업무 공유를 한다. 40대가 되면 1년 동안 학습에 매진해 전문 능력을 쌓고 두 번째 전문영역으로 변형을 한다. 40대초나 50대초가 되면 두 번째 전문능력에 쏟는 에너지를 늘리며 50대 중반에 다시 사회체험을 위해 1년 동안 여행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한다. 50대 후반 혹은 60대에는 지금까지 두 분야에서 쌓은 전문 능력을 바탕으로 소기업가로 변신한다. 덕분에 70대와 80대까지도 계속 사회에 공헌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우 이상적인 아이디어로 이 책이 가득하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친구 등이 대규모 아이디어 집단이 되어주며, 오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언제든 도와줄 네트워크를 만들라면서, 자신의 사례를 들어 친구가 MIT교수를 소개해주고, 자신은 런던경영대학원의 게리 해멀 교수를 소개시켜주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말 끼리끼리 노는가 싶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본문이 아니라 주석이었다. 특히 HSBC 보험사가 2005년 행한 글로벌 통계조사는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이 노년에도 일하고 싶어 하는 5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정신적으로 계속 자극받기 위해, 신체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단 간의 평균을 내면 5가지 이유를 고루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싶다. 청년실업, 고령화 등 수많은 사회문제 앞에서 이 책은 그런 문제는 배제한 채 기술발전과 세계화를 너무 강조하여 미래를 그리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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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정의로운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시장은 정의로운가 - 서울대 이정전 교수의 경제 정의론 강의
이정전 지음 / 김영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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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학자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그래도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경실련,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역임한 진보적인 학자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 책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정의의 관점에서 풀어쓴 경제학 원론이라 소개되고 있는데,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도 정의론 광풍을 몰아치게 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작에 비견할 만하겠다. 이 책이 꽤 괜찮다고 느껴지는 것은 비단 자본주의가 휘청거리고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는 시류 탓만은 아니다. 우선 내용이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다. 어려운 시장경제의 원리와 철학적인 정의론을 평이한 단어들로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공이 크다는 말이다. 또한 잘 모르는 외국 사례가 아니라 우리나라 실정에 잘 맞는 적절한 사례들을 들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력을 배가시킨다.

 

이 책은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은 공정하며, 시장에서 결정된 소득분배 역시 공정하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물자가 풍부해지고 사람들의 생활이 더 넉넉해지면 사회도 안정되고 평화로워질 것 같지만, 인류의 역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한 풍요의 시대에 나타난 사상가들, 즉, 애덤 스미스, 재러미 벤담, 카를 마르크스, 헨리 조지 등은 한결같이 분배에 대한 새로운 규범, 새로운 정의의 원칙이 그런 시대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수나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외치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노동문제의 경우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극히 제한되어 있고, 직장은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구직자가 진정 대등한 입장에서 고용자와 거래하지 못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토지세의 실효세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토지 소유자들이 토지세에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에 개탄한다. 토지 사유화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때는 불과 200년 내지 300년에 불과한데, 오늘날 토지의 사유화가 당연시되면서 토지세의 원래 목적이 망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본소득은 부익부 빈익빈의 주된 원인이며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의 온상이고, 돈으로 적절히 상과 벌을 주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양심이나 도덕심을 무디게 함으로서 장기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완전경쟁시장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진공시험관 속의 시장이라면서, 현실의 시장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한다.

 

일단 빈부격차가 벌어지면 막강한 구매력을 행사하는 고소득 계층은 저소득 계층에 비해서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시장의 결과가 고소득 계층에 더 유리하게 바뀌며, 이렇게 바뀐 시장의 결과는 다시 고소득 계층을 더욱더 부유하게 해준다고 설파한다. 이 책에서는 또한 사회 정의의 관점에서 현실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대판 정의론을 확립한 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부터 밀의 행복론, 칸트, 제러미 리프킨,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까지 다양한 정의론들이 언급되고 있다. 사실 정의에는 권위와 힘이 있어야 사회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권위와 힘을 가지기 위해서 정의는 우선 모든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불편부당하고 공평무사해야 한다고 이 책에서는 강조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정의는 시시비비만 가리는 정의가 아니라 눈물이 있는 정의라고 말한다.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이 대략 2만 달러에 이르면 그 다음부터는 경제성장이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지 못하는 현상이 있다면서, 이제 소득을 늘리기보다는 사고방식과 생황양식을 바꾸어야만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유방임을 기조로 하는 고전적 자본주의를 자본주의 1.0, 정부의 개입이 강조되던 수정자본주의를 자본주의 2.0, 1980년대부터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를 기조로 하는 자본주의를 자본주의 3.0이라고 한다면, 이제 낙오자들이나 무능력자들도 모두 끌어안고 함께 나아가는 온정적 자본주의가 자본주의 4.0이라 불릴 만 하다고 말한다. 또한 애덤 스미스로의 복귀도 강조하는데, 그의 경제학은 자본소득을 비판하면서 출범했고,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에 의한 독과점을 극히 경계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이루어진 자발적 합의는 거래 당사자들만의 합의일 뿐 이것이 곧 사회에서 인정받은 합의는 아니라면서, 소비자와 기업은 제각기 이기적인 마음만을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결정된 모든 것들은 이들의 이기적인 마음을 반영한 것이지 공적인 마음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정부가 국민의 2차적 선호 또는 공적인 마음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장에만 문제를 맡기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협동정신이나 노력이 증발해버린다고 말한다. 경제영역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결과 시장에서나 적합한 이기적인 인간관계가 사회화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버마스의 말을 인용하여 저자는 진솔한 의사소통에 입각한 합의가 모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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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니치 Niche -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
제임스 하킨 지음, 고동홍 옮김 / 더숲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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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제목인 "니치"는 "niche market"으로 "mainstream"에 대비되는 말이다. 이 책의 원제목 부제가 "Why the Market No Longer Favours the Mainstream"이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틈새시장은 더 이상 틈새 대접을 받는 시장이 아니라는 주장이 담겨있는 셈이다. 그 이유로 이 책에서 들고 있는 또 하나의 핵심어는 "missing middle"이다. 중산층, 또는 중간 계층이 소멸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지만 수많은 사회 트렌드와 현상들이 매우 정신없이 상세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저자의 내공이 엿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사회 트렌드와 문화에 대한 논평가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하는데, 유럽 태생으로 영국에서 공부했지만 미국에서도 관련 직종에 종사한 경험 때문인지 이 책에서 줄곧 이야기하고 있는 풍부한 예제들은 모두 미국 아니면 영국에 대한 것들이다.

 

이 책은 머리말부터 사라진 중간 계층과 그에 따른 의류업체 갭(GAP)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갭(GAP)과 비슷한 사례로 울워스, GM,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모토는 바로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란 말이다. 20세기 중반에는 거대 기업들이 고삐를 쥐고 중간 토대를 마련한 주류 문화를 지배해왔으나, 사라진 중간 계층으로 인해 주류 문화는 허물어졌고 거대 기업들 역시 허물어지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이와 대조적으로 애플, 스타벅스, 몰스킨, HBO, 선댄스 영화제, 아방가르드, 크로스오버, 언더그라운드의 부흥을 반대편 사례로 들고 있다. 그들은 중간계층이 사라진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독특한 특성에 집중하고 열광적인 청중들을 꾀어내는 일을 하여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간 계층의 성장, 그에 따르는 각 영역별 기업들과 문화의 흥망성쇠 과정을 매우 정밀하게 추적 조사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 역시 트렌드 헌터로서, 사회 과학자로서 많은 활동을 했기 때문에 그러한 상세한 이야기들을 전개해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 출판,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거대기업들이 대중에 대한 정의와 분석을 위해 사회과학자들을 고용하고, 갤럽 등 새로운 형태의 사회조사 기관들이 나타난 배경들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고, 1960년대 후반 거대 기업들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대중의 요구에 대한 거대기업들의 정의를 떨쳐내고자 젊은 세대들이 전력을 다해 시위를 벌인 사회적 격변이 일어난 이후 어떤 종류의 여론 조사 요원도 고객 충성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예측하기 힘들어진 현상이 계속 되어온 것도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특히 배지 엔지니어링, 밸류 엔지니어링 등 제품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제품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행위들을 거대 기업들이 행하면서 품질에 대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고, 결국 그 때문에 제품들을 서로를 구분하기가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와의 차별을 제공해주지도 못했다는 점이 결국 오늘날 그들을 휘청거리게 만든 이유라는 설명에 납득이 갔다. 또한 대중의 취향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동시에 더욱 폭넓은 종류의 것들을 소화하고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됨에 따라 인구통계학적인 특질이 아닌 자신들이 제공해야 하는 독특한 뭔가에 제품의 근본을 둔 업체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데이터 수집 분석가들의 업무나 마이크로 마케팅, 사커맘, 우스터 우먼, 몬데오 맨 등 정치계에서도 인구 특징에 따라 유권자들을 분류하는 행태들을 꼬집는다.

 

이 책은 신문 업계에서 강박적일 만큼 세부 내용에 집착하는 "폴리티코"의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정치 오타쿠"라는 말을 썼는데, 바로 그 오타쿠 문화가 현재 주류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제약 업계에서 절박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수의 집단을 대상으로 개발 및 판매하는 약이 엄청난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의미로 "니치버스터"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오늘날 주류를 대체하여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주는 니치버스터가 진정한 블록버스터라는 말이다. 이 책은 이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끝을 맺는다. 바로 나만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이의 마음에 들려고 하면 아무한데도 사랑받지 못하는 법이라면서 사라진 중간계층은 거대한 대중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즉, 누구나 니치버스터를 만들면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말이다. 오늘날 비즈니스 업계에 큰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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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정치경제학]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하버드 정치경제학 - 하버드 케네디스쿨 및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이재훈 옮김 / 에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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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버드대에서 아시아 연구과정으로 석사를 마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기자 생활도 하고 있는 중국인 저자가 하버드 케네디스쿨 및 경제학과에서 개설된 관련 수업내용들과 공개강연 내용 등을 이 책에 수록하였다. 원래 2010년에 전작인 "하버드 경제학"을 출간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 책을 좀 더 보완하고 증보한 것인 듯싶다. 이 책에 서문에서 저자는 대학에 개설된 강의들을 소개하면서도 문구 해석에 매달리지 않고 복잡한 수학공식도 서술하지 않았다며, 문체와 시각은 모두 기자로서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고 자평한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대학의 경제학 강의를 지상 중계하면서도 교수의 말을 글자 그대로 전하기보다는 객관화시켜 전달하고자 애쓴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내용이 대학 강의라기보다는 기자가 전달해주는 경제학 심층 보고서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첫 장부터 고급 거시경제학이라고 소개된 개방경제학 내용을 접하니까 전공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무척 어려웠다. 구축효과(Crowding act effect), 루카스 공급함수(Lucas supply relationship), 필립스 곡선(Philips curve), 동태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 같은 용어들을 이해할 수준이 되어야 그 내용을 알 수 있을 듯싶다. 그 외에 이 책에서는 미국의 의료 체계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 경제학의 역사, 문화 경제학, 에너지 정책이나 금융위기 같은 미국 사회의 화두 같은 것들을 강의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유명 경제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특히 경제 관련 새로운 지식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어, 세계 경제에서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삼각형이라는 것이 있는데, 경제의 세계화, 정치의 민주화, 주권 국가, 이렇게 세 개의 항목들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라 한다.

 

또한 이른바 "네덜란드 병"이라고 일컫는 것이 있는데, 대규모 천연가스 유전이 네덜란드에서 발견되어 정부가 대규모 민관 협력 개발 방식으로 개발했으나 전통 제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더니 더 이상 재기 못했던 현상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이것은 좋은 현상 때문에 가격 신호 체계가 단기적으로 과잉 반응하여 경제시스템 전체에서 노동력과 재화의 재배분이 잘못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한 국가의 금융시스템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존재하는데, 민간은행의 대출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퍼센트보다 클 때 해당 국가의 금융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여기에 대입해보면 한국은 대략 70퍼센트 수준으로 금융 산업이 매우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자본시장의 개방과 경제성장은 서로 필연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또한 민간보험 시장에서는 격한 경쟁의 결과로 보험료가 가장 싸고 보장 항목이 가장 적으며 건강한 사람에게만 유용한 보험 상품만 남는다고 한다. 그러면 보험이 가장 필요한 환자들은 기댈 곳이 없게 된다는 역선택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세계화를 위해 국익을 희생하는 국가는 있을 수 없으며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며, 세계화는 역사적 우연이라 주장하는 경제학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책은 하버드 대학의 교정 분위기나 수업 분위기 역시 짬짬이 전달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저명한 학자들의 강의를 접할 수 있었지만 요약 정리되어 전달되고 있기 때문에 생생한 느낌은 그다지 없었다. 단지 지금의 경제학 교수들이 어떤 강의들을 하고 있고, 어떤 내용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재미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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