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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에서 랭보까지, 길 위의 문장들』





얼마 전부터 하루 두 시간 걷기를 실천하던 참인데 이런 책이 나왔다니 반갑다. 걷기의 미학에 통달한 영미유럽권 대문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아르튀르 랭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등 12인의 에세이를 엮은 것이라 한다. 내가 걷기를 시작한 것은 건강이라는 다분히 실용적인 목적에서였지만, 나무가 열을 지어 이어지고 들꽃이 흐드러진 길을 걸으며 사색하는 일의 매력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으랴. 소로우에서 랭보까지, 그들의 걷기 예찬, 걷기에 대한 철학을 접하고 싶다. 마음껏 공감하고 싶다. 














『당신에게는 사막이 필요하다』





사막! 내게 있어 항상 동경의 대상이 되는 그 두 글자. 위협적이리만치 광대하고 황량한, 그럼에도 아찔할 정도로 매혹적인 곳. 세계 대부분의 사막을 가봤다는 독일의 유명 탐험가이자 여행가 아킬 모저가 자신의 경험담에 치유와 감동을 버무려 책으로 내어 놓았다. "단순히 사막을 여행한 탐험기나 에세이가 아니라, 한 여행자가 거대한 자연 앞에서 깨달은 영혼과의 대화를 기록한 이야기"라는 책 소개말이 나를 더욱 설레게 한다. 














『여름의 묘약』





제목이 다는 아니지만, 제목에서부터 참 예쁜 책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게는 여름에 대한 일종의 환상 같은 것이 있다. 지금 자판을 치며 느끼는 습한 공기, 후덥지근한 날씨 따위가 아닌, 시야를 뒤덮은 녹음이라거나 쨍한 햇빛 아래 선명한 풍경, 피서지에서의 낭만적인 하루 따위 말이다. 여기에 낯선 땅의 향기와 이국적인 색채가 한 스푼 더해지면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듯하다. 이 책이 그런 내 환상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매 순간의 여름빛은 영원한 현재가 되었다."는 저자 김화영의 한 마디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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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08-06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초님 안녕하세요?
같은 에세이 분야에서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게 되었네요.
모르는 분께 이렇게 불쑥 댓글을 남기는 건 저로서도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앞으로 자주 들르겠습니다.
 
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윤택한 우리의 삶은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인간의 조건』





지금 당장 당신이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더위를 날려 줄 오이냉채? 간편히 훌훌 넘길 수 있는 컵라면? 조금 사치를 부리자면 자가용을 타고 멀리 나가서 꽃게탕과 같은 별미를 맛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렇다면 질문 한 가지 더. 당신은 이러한 음식 재료의 생산 과정과 유통, 판매 구조에 대해서는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하거나, 밥맛 떨어지게 그런 얘기를 왜 꺼내느냐며 비난할 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흔히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깔끔하게 포장된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것만을 볼 뿐, 그 이면에서 처절하게 혹사되는 인간과 가축의 노동과 고초에 대해서는 눈을 가리고 입을 닫는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이런 경향이 당연한 것처럼 팽배해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 반기를 든 한 청년이 있다. 그는 “전국을 떠돌며 닥치는 대로” 1차, 2차, 그리고 3차에 이르는 각 산업 분야에서 몸소 일하고서, 경험담을 “누구라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법한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유를 들어 책으로 엮어냈다. 한승태의 르포르타주, 『인간의 조건』의 이야기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삼겹살, 컵라면 등은 사실 저자가 일했던 장소들과 제각각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법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얘기만 들어도 역한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은 '돼지 우리', 웬만큼 힘센 성인 남자들도 투덜거릴 만큼 힘겹고 궂은 일인 '뱃일'까지. 열악하고 처절한 삶의 현장을 저자는 특유의 냉소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재치있는 표현과 유쾌한 어투로 책 속에 녹여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던 독자는, 바야흐로 신자유주의 시대, 빈곤이 일상적인 것으로 자리잡아 심지어는 워킹푸어(working poor), 일을 하면서도 그 굴레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사회의 모순을 그 안에서 발견하고는 웃으면 좋을지 울어야 좋을지 모르게 된다. 말하자면 이런 사태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적극적인 무지와 무관심으로 이 문제에 일관하던 우리들이.



그렇다면 우리가 왜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런다고 무언가 달라지는 게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하려고 한다. 가장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존중이나 대접은커녕 멸시를 받고 여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는 것은 잘못된 일임을 알고, 그 실상을 접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자신의 저서 『노동의 배신』에서 그런 그들을 빗대어 박애주의자라는 표현을 쓴다. “그들은 남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방치하고, 남의 집을 쾌적하고 광이 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은 수준 이하의 집에서 산다”는 그녀의 표현은 저임금 노동자의 실상을 명료하게 포착해냈다. 우리의 삶이 윤택하게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깨끗하게 손질된 식재료나 상품만을 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이 사람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성실함을 다해서 이 비정상적이고 불균형적인 사회를 떠받쳐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이 상황의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머잖아 사회는 무너질 것임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사회의 밑바닥에서 저마다 가장 힘들게 일하는 그들에게 당장 부와 명예를 끼얹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급받고, 이로부터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열악한 여건에서 문자 그대로 무시無視당하면서, 노동을 제 값에 보상받기보다는 고용주에게 갈취당하고, 그러면서도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기를 요구받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문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회자되어 사회적 담론으로 자리잡을 때야, 그럼으로써 그들의 삶의 여건 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만 비로소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저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가 이 책을 통해 기대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독자 여러분께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때로는 실소를 터트리고, 때로는 분노를 터트리고, 그러다가 종래에는 『인간의 조건』에서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기를. 그로부터 사회를 변화시킬 작은 씨앗을 가슴속에 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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