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 당쟁사 - 사림의 등장에서 세도정치까지, 선비들의 권력투쟁사로 다시 읽는 조선 역사
이덕일 지음 / 인문서원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조선의 당쟁사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의회와 언론을 무력화시키고 정쟁은 악으로 몬 일본 제국주의의 군부의 영향을 받아 조선총독부나 그에 예속된 사관들을 중심으로 조선은 당쟁으로 스스로 자멸한 나라라는 인식을 주었고 그 영향과 우리의 군부독재 시절의 일제식 교육으로 우리도 당쟁에 대해서 매우 나쁜 인상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당제 사회에서 정쟁은 있을 수 있고 조선시대의 당쟁도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조선 초기 정권을 쥐고 있던 훈구파에 의한 수차례의 사화를 통해 사림파의 많은 선비들이 화를 당하였지만 사실 훈구와 사림의 뿌리는 모두 고려 후기의 사대부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고려 왕조의 개혁방안을 놓고 두 파로 갈렸는데 고려 왕실 자체를 타도하고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자고 주장하는 역성 혁명파가 훈구파인데 이들은 조선 건국 후 개국 공신으로 고위 관직과 공신전을 수여 받고 새로운 지배층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와 대립해서 조선 왕조 개창에 반대했던 온건개혁파들은 조선 개국 후 자신들의 기반이 있는 고향에 돌아가 학문을 연마하며 향촌 사회를 장악해 왔습니다. 이들은 정권을 장악하고 고려 말 권문세족과 같은 위세를 부리고 있는 훈구파의 부패를 비판하면서 성종 무렵부터 과거를 통해서 조정에 등장했습니다. 사화는 이러한 사림의 공격에 대한 반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0여 년에 걸친 훈구파와 사림파 간의 사화를 비롯한 정권 쟁탈전이 벌어진 이후 명종 말 이후 사림파가 정권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훈구파와 싸울 때는 하나로 뭉쳤던 사림파가 인사권을 지닌 요직인 이조전랑의 자리를 놓고 대립하여 서인과 동인으로 나누어집니다. 이후 소위 본격적인 당쟁이 시작되었고 당파간의 경쟁이 격화되어 왔습니다. 이는 숙종의 잦은 변덕스러운 정권교체와 맞물려 점점 그 정쟁이 격화되었고 노론이 점점 주도권을 잡아 가는 가운데 결국 정조 사망이후에는 노론의 일부 가문이 집권하는 세도정치로 이어집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2』는 아직도 제게 인생 최고의 책 중 하나입니다. 정약용 집안의 형제들의 업적과 고난은 그대로 조선후기 및 한국 근대사의 영광과 아쉬움으로 이어지는데 정말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이덕일 박사님의 역사책들은 정말 재미도 있으면서도 역사에 대해 우리가 잘 몰랐던 일들을 알려주는 즐거운 독서 경험을 주고 있어서 거의 빠지지 않고 찾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21년 전에 출간된 베스트셀러 작가 ‘이덕일 신화’를 탄생시킨 바로 그 책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저자를 있게 해 주었다는 저자의 스테디셀러를 아쉽게도 못 읽어보았었는데 이제 드디어 읽게 되었습니다. 기대대로 조선시대 당쟁에 대해 사료를 중심으로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조선판 진보 VS 보수’로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재미난 역사서였습니다.

 

특히 조선의 붕당에 대한 평가가 분분합니다. 저자는 예나 지금이나 정치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상대성이 무시되고 절대성이 강요되는 정치체제는 극복의 대상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초기 당쟁은 그래도 그 상대성이 인정되는 정쟁이었지만 이후 점점 그 싸움이 격화되어 결국 세도정치로 이어지고 그 가문의 이익만이 절대시되어 정치 구조 자체 및 사회구조 자체의 발전을 가로막게 되어 이후 서양과 일본의 침략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일본에 합병이 되고 맙니다. 합병 시 큰 기여를 했다고 해서 귀족 직위를 수여 받은 76명 가운데 왕실 인사를 제외한 64명 중 56명이 집권 노론의 가문이었다는 것은 결국 그들의 정쟁의 목표가 무엇이었는 지를 다시 돌아보도록 만드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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