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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국가들 - 누가 세계의 지도와 국경을 결정하는가
조슈아 키팅 지음, 오수원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고 그 의미가 궁금했습니다. 제목인 ‘보이지 않는 국가들’은 이 책에서 정부, 영토, 국민이라는 국가의 세 가지 구성 요소를 갖췄는데도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세계지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나라들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국가들에는 압하지야, 아크웨사스네, 소말릴란드, 이라크령 쿠르디스탄, 키리바시 등이 있습니다.
위 나라들 중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는 어엿한 유엔 회원국이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존속 자체가 위태롭고, 앞의 네 곳은 정부, 영토, 국민을 갖추고 엄연히 실존함에도 국제사회에서 주권국가로 공인받지 못하여 세계지도엔 국경선이 나오지 않습니다.
국제 문제를 다루는 매체 '슬레이트'의 편집인이자 국제 외교·정책 분석 전문가인 저자는 르포 형식으로 지구상에서 국가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지정학적 배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왜 일부 국가와 민족은 터전을 잡지 못하고 떠도는지를 이 책에서 살펴봅니다.
저자는 오늘날 세계지도를 뒷받침하는 규칙과 거기에 작용하는 압력을 이해하기 위해, 그 규칙이 적용되지 않거나, 체제가 붕괴했거나, 나라의 장소 자체가 문제가 되는 곳들을 직접 찾아다닙니다. 예를 들어서 ‘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한 소말릴란드는 국제법상 소말리아의 자치지역일 뿐이지만 상위체제 국가인 소말리아보다 더 국가다워 보입니다. 그래서 소말릴란드를 가본 사람은 ‘소말릴란드가 국가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곳이 국가라는 말인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합니다.
이처럼 오늘날 지구촌 모든 사람을 가장 강력하게 규정하는 정체성 중 하나인 특정 국가의 ‘국민’이라는 것은 인류 역사 전체를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즉 ‘국가’는 만들어지고 합의된 개념일 뿐 영원불변한 절댓값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렇게 저자는 보이지 않는 국가들을 통해서 국가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계지도 상에 존재하는 국경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한 국가의 존폐를 결정하는 보편적 권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며, 경제·문화·환경의 힘으로 현재의 세계지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요즘 경제도 불안하고 국제정세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미중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일본의 도발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세계정세 속에서 변화해 가는 국가 개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