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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탈출 - 일본 경제에서 찾은 저성장의 돌파구
박상준 지음 / 알키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을 쓰기 전에 한일경제 전문가이자 와세다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쓴 최근 인터뷰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는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에 대서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에도 할 말이 있지만, 지금은 일본을 이기는데 무조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정부로서는 다른 선택이 어려웠고, 현 상황에서는 강경대응 밖에는 없으며, 여기서 정부 비판 등 다른 얘기가 나오면 일본이 역이용할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렇게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며 힘없이 물러나면 안되며, 최소한 5대5로 비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일본의 도발이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할 것이라고 하는데, 무역 규모측면에서 우리의 비중이 일본에게 더 크다는 점과 일본의 피해는 주로 중소·중견기업이 받는 반면 한국은 삼성·에스케이 같은 대기업이라는 점을 듭니다. 대기업은 어떻게 하든 대처할 것이고, 한국으로서는 과도한 일본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년 동안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한 와세다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가 일본 경제와 한국경제를 비교하며 자신의 경험과 성찰 그리고 학문적인 연구 성과를 쉽게 풀어 쓴 책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라고 하는 ‘부동산’에 대한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버블 정점인 1990년에 100억 원에 도쿄 땅을 샀다면 2005년엔 고작 15억 원 밖에 받지 못할 만큼 꾸준히 지가가 하락했었고, 2019년 초의 한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거래실종’ 현상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앞으로 한국의 집값이 일본이나 미국처럼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한국은 이미 불황을 겪고 있는 중이지만 부동산 가격은 ‘경기’와 무관한 투기 심리로 요동쳤을 뿐이며 폭등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거대한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어느 정도 하락은 있을지 몰라도 폭락까지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죠.
미국과 일본의 버블과 비교해보면 한국 부동산 버블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데, 미국과 일본의 버블은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이 금융감독의 부실과 공존하고 민간의 투기심리가 각종 도덕적 해이와 결합함으로써 광범위한 자산 영역에 걸쳐 전국적으로 발생한 반면, 2000년대 중반과 2018년 한국 부동산 버블은 모든 면에서 미국이나 일본의 버블보다 규모가 작았고 수도권에 한정되어 있었으며 일본과 미국에서는 외국 자본의 유입도 버블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은 외국 자본이 보기에 아직은 그리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럼 한국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인구가 감소할수록 부동산은 경기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최근의 도쿄 집값의 상승은 호황의 전조가 아니라 ‘호황의 결과’라는 사실이고, 경기가 나빠진다면 부동산 시작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즉 저자의 결론은 부동산은 경기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며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일수록 경기에 영향을 더 많이 받으며 도쿄의 부동산 시장이 나쁘지 않은 건 일본 경기가 좋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아베 정권의 무역도발도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버블이 일어났으나 버블의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처럼 부동산이 폭락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부동산 가격이 경기에 좌우된다고 하면 그 경기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가?라는 의문이 따라옵니다. 저자는 가장 좋은 기준으로 일자리의 증감을 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일자리가 없으면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이 시작한 경제전쟁에 우리 국민들이 최전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피지기라는말이 있듯이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일본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이 책은 일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고 있는 책입니다. 경제전쟁 최전선에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