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단노 미유키 지음, 박제이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 이 책은 지금은 40대 중반인 저자가 사표를 내고 백수가 되기 시작한 39세인 2014년 81일부터 2017년 3월까지 써내려간 일기이자 에세이입니다여기에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회사에서 재계약이 되지 않아 구직 활동을 하는 과정과 다시 1년간의 회사 생활 후 퇴사 후 진정한 백수로서 삶을 맞이한 그녀의 모든 일상의 기록을 담담하게 담겨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저자의 상황은 청년층 실업률이 가장 낮다고 자랑하는 일본보다는 극심한 청년층 실업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더 가깝다고 하겠습니다최근 뉴스를 보면 일본의 주요 고용지표는 최근 5년간 꾸준히 호조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우리나라는 40대 이하 연령층의 취업자가 일제히 감소하면서 청년실업률은 10%로 치솟고실업자는 113만명으로 늘어나 고용지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악화되었습니다.

 

또 일본은 취업 희망자 1명당 1.59개의 일자리가 있지만 한국은 취업 희망자 100명이 60개의 일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이러한 현실을 놓고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청년일자리 정책을 펼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이미 초고령화에 달한 인구 구조에서 찾는 시각도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대단히 양호한 일본의 청년 고용 상황에서도 비정규직으로 재계약이 되지 않아 이리 저리 구직을 위해 다니는 것이 제 주위에 나이 많은 실업자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서 짠했습니다그런데 저자는 낙관적으로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로 즐겁게 시간을 보냅니다그리고 마침내 금방구직이 되어서 2015년 1월부터 첫 출근을 하게 됩니다역시 이 점에서 우리와는 다른 상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우리는 마흔이 된 여성 실직자가 이렇게 몇 달 놀면서 금방 취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담담하면서 긍정적이고 사실적으로 적어 내려간 저자에 동화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저자가 힘들어하면 안타깝고 저자가 잘 풀리면 같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경험 말입니다결국 저자는 1년을 근무하면서 다시 내 맘 같지 않은 상사와 부하직원이해할 수 없는 업무량과 야근에 치여 에 치이고 방전되어 스스로 퇴직을 하고 다시 백수의 길을 선택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3장의 마흔하나 백수 일기 ‘2016년 9월 1’ 기사의 그러고 보니 헬로워크나 친구와 약속이 없는 한 집 주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외출하면 돈이 드니까여름 햇볕은 별로 쬐지도 못했는데 가을이 왔다.’는 구절입니다진짜 흑수저 백수만이 느낄 수 있는 절절한 감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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