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위대한 소설`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크건 작건 영향을 여전히 주고 있는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는 1950년대 후반 부터 미국에 큰 사회 현상의 하나인 `비트 제너레이션`의 탄생과 관련이 있거나 최소한 영향을 주지 읺았을까하는 점이다. 그 근거로는 작가인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격인 잭 케루악과 앨런 긴즈버그가 다녔던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를 선배격으로 1년간 다닌 이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샐린저는 보다 넉넉한 중산층 유대인 가정의 자녀였다는 점이 이들과 다른 이질적인 요소가 될 수 있겠다. 분명 `비트세대`의 주자들이 영향을 받았을 법한 젊은이들의 문화 내지는 분위기는 샐린저나 케루악 및 긴즈버그도 이미 공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 현대사진과 관련하여
20세기 들어 현대 사진에 큰 영향을 미친 스위스 취리히 태생의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사진집<The Americans>이 미국에서 출판된 1958년은 잭 케루악을 비롯한 비트세대 주자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관심을 받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 `호밀밭의 파수꾼`이 대중 문화에 끼친 영향력
— 우선 이 소설이 뉴욕 맨하탄을 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샌트럴파크 남쪽의 호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겨울에 오리가 어디로 가는지 아냐고 맨하탄의 두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는 대목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센트럴파크 호수에서 대형 `Rubber Duck`이 둥둥 뜨개되는 모습을 보면 매우 흥미를 가지게 될 것 같다.
— (189면) ˝어쨋든, 원자폭탄이 발명된 건 기쁘게 생각한다.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난 원자폭탄 꼭대기에 매달려 갈 거다. 그 일에 자원할 것이다.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 이 장면으로 생각될 수 있는 영상을 본 기억이 있다. 바로 스탠리 큐브릭 영화감독이 만든 <Dr. Strangelove>(1964)이다. 이 영화에서 적지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쓴 한 군인이 탄두 위에 앉아 카우보이 소리를 내며 원자폭탄과 함께 사라지는 대목이다. 영화가 분명 1964년 이전에 이미 고급 문학교양지 <The New Yorker>에 발표를 한 소설이기 때문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게 어느 정도 교양있는 교양층이 등장한 것은 매우 특이한 사례이다.
— 최근 본 영화 <데몰리션>에서 주인공 남자는 소중한 자신의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고 자신이 지나쳤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변화의 과정을 겪는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회전목마 신(scene)은 <호밀밭의 파수꾼> 말미에 주인공 콜필드가 동생 피비를 데리고 샌트럴파크 내에 있던 회전목마를 태워주고 밖에서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연상하게 해준다. 아이를 바라보는 흐믓한 시선도 영화의 이 장면에서 다름없이 느낄 수 있다. 물론 회전목마가 설취되어 있는 장소는 브루클린의 코니아일란이긴 하지만 뉴욕 시민들에게 특히 브루클린에 사는 이들에게 코니아일랜드라는 장소가 갖는 상징성은 샐린저의 회전목마 그 자체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오히려 회전목마와 코니아일랜드는 그런면에서 더욱 적절한 조합이자 <호밀밭의 파수꾼>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 장면은 마치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오마주는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