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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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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Paul Nurse)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생명을 다시 쓰는 시시포스의 과업


대학 시절에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What is Life?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물리학의 관점에서 생명의 본질적인 특성을 설명해보려는 시도였다물론 슈뢰딩거가 활용하는 다양한 물리학 개념을 따라가기엔 벅찼지만생명 또는 생명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어떤 법칙에 대한 슈뢰딩거의 신념이 인상적이었다그의 신념은 종교적 신념과는 달랐다그 대신 열역학법칙이나볼츠만의 통계적 관점에 토대를 두고 타당한 논리를 구성하여 설명해보고자 했다물론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도 많았지만한 물리학자의 대담한 제언이 얼마나 많은 자연과학도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떠올려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후 다양한 학자들이 동일한 제목을 걸고 생명현상을 이해하고자 했다후대의 우리는 많은 이들이 생명 현상에 대해 설명하려고 고심했던 흔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작업을 요구하는지는 지금까지 나온 책들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그런데 다시 한 생물학자가 이 커다란 주제를 건드린 셈이다이번에는 영국 유전학자 폴 너스가 집필한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현대 생물학이 바라보는 생명 현상을 살펴본다그는 세포 분열의 조절에 관한 주제를 오래 연구했고암치료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인물이다이 책에서 여러 번 등장하지만 그는 효모균을 주요 실험 대상으로 하여 세포 분열 주기에 관한 메커니즘을 연구했고여기에서 결실을 맺었다.

 

이 책을 읽은 후의 인상은저자가 슈뢰딩거가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과 시각을 반영했던 기획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점이다대신 저자가 생명 현상을 정의하는 여러 측면을 일관되고 통합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정리하고자 고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특히 부단히 발전하고 있는 최신 생물학의 이해에 바탕을 둔 설명이기에 새롭게 배운 부분은 상당하다이 책에서 저자는 복잡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 생명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상당한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다생명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밝혀진 세부 사항과 지식들을 포괄적이고 전체적으로 설명해보려는 시도를 했다.

 

이 책은 생물학 서적이지만 보통 등장하는 세포 혹은 유전자를 설명하는 그림은 단 한 점도 나오지 않는다저자는 물 흐르듯 다섯 가지 키워드를 따라 생명 현상을 설명하지만어떤 문장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마 몇 시간의 수업과 책을 읽어야 하는 밀도 있는 내용들이 나오기도 한다저자가 핵심적인 사항들만을 뽑아서 설명해 나가기 때문에 책이 빨리 읽히진 않는다는 말이다이런 책의 성격상 저자가 설명하고자 했던 생명 현상의 특징적인 다섯 가지 측면에 대해그리고 내가 이해한 범위 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간추려 각각 두 문장 정도로 요약해보았다.

 

(1) 세포세포는 모든 생물의 구조적/기능적 기본 단위로서이 세포의 분열은 생물이 성장 및 발달하는 토대가 된다우리는 엄청난 수의 신체 세포와 그 외의 세포가 모여 끊임없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변하는 존재다.

(2) 유전자유전자는 생명의 설계도로서생명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도록 하는 명령문이다이중 나선 구조로 이루어진 유전자는 생물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며오랜 시간을 견딘 안정성을 지니고 있다.

(3)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자연선택은 다윈이 제안한 모든 생물의 진화 메커니즘이다유전학적 관점에서 생명이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가 이루어지려면개체가 번식할 수 있어야 하고유전 체계를 지녀야 하며이 체계에 다양성이 존재하여 변이를 허용해야 한다.

(4) 화학으로서의 생명생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화학적 관점(특히 생명을 물리·화학적 기계로 바라봄)에서 설명한다선형 단백질 중합체 사슬이 3차원 구조를 갖추며 독특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갖게 되어생명활동에 토대가 되는 촉매 역할을 비롯한 모든 화학 반응을 수행하게 되었다.

(5) 정보로서의 생명전체로서 기능하는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정보의 이동과 저장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세포막으로 구분하는 생명 내부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생명은 외부 세계와 내부 상태의 정보를 끊임없이 모으고 활용하여 이에 대응한다.

 

저자는 이렇게 생명현상을 몇 가지 주요 키워드에 입각하여 설명했는데각각이 사실상 따로 떨어진 내용이 아니라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그는 단지 관점을 옮겨 생명의 다른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저자 폴 너스는 오랜 시간 (효모)균의 세포 분열을 기반으로그 중에서도 세포 주기를 제어하고 결정하는 유전자를 찾고 그 메커니즘을 연구했다그러므로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가 분열하는 현상 그리고 외부 세계와 분리하는 세포 막 내부의 모든 화학 반응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그가 발견한 연구 결과는 암세포에 대한 이해와치료에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었다책에서 줄곧 드러나듯이 그는 생명 현상에 대한 이해를 더할수록 우리가 생명 활동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 입장을 취한다.

 

자연선택’ 개념은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제시한 생명의 진화 기작이다이번 독서는 유전학의 발전 이후 세포 혹은 분자 수준에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적 측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자신과 동일한 대상으로 분열하는 원핵생물과 달리 대부분의 다세포 생물들은 진핵생물로서유성생식을 통해 유전 체계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곧 진화의 관점에서 어떤 생물 집단의 유전 체계에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것은변이의 가능성이 높고 이를 대물림할 수 있다면 그 집단이 살아남을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의미가 된다이는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가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저자가 언급한 사항 세 가지 중 마지막 항목에 해당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생물이 경쟁에 유리한 유전자 변이체를 지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생물이 죽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경쟁에 유리한 유전자 변이체를 지닐 가능성이 있는 다음 세대가 그들을 대체할 수 있게”(79)되기 때문이다모든 생물이 격어야만 하는 현상인 죽음이 내겐 새롭게 다가왔다다시 말해 자연은 각 개체가 소멸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매번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새로운 변이를 도입하거나 발현하여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물론 중요한 것은 자연이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생명체에게 요구했다는 의미가 아니라오랜 시간 동안 우연에 의한 자연선택의 결과가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다이전에는 죽음이란 현상을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생물학을 이해하게 되면 오히려 스토아 학파나 몽테뉴처럼 죽음에 초연해지는 인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생명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계(세포막밖의 세계에 대응하여 경계 안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생존해야 하는 입장에서생명의 소멸죽음 역시 생명 활동의 일부라는 점에 비로소 수긍이 간다.

 

저자는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 다섯 단계를 지나 생물학 연구의 의미와 역할을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바라본다전체적인 인상은 생명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과학자로서과학자가 적극적으로 세계에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생명의 화학적정보적 토대를 더 깊이 이해할수록 생명을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생명 활동에 개입하는 능력도 늘어난다.”(165) 그는 앞선 장에서 시도한 생명 현상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새로운 장에서 새로운 기술 가능성과 그 기대를 이야기하고이와 관련한 윤리적 문제들도 언급한다다만 유전학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인지황금벼와 같은 유전자 변형(GM)작물과 합성생물학에 대해 낙관으로 일관하는 인상을 받았다이 부분은 아직 보다 공정하고 지속적인 후속 연구를 통해 활용 가능성과 우려 사항가능한 부작용 등에 대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간에 의한 인위적 선택으로 품종을 개량해온 이야기로 시작하지만현대 생물학에서 유전자 편집 등을 통해 생물체에 변이를 도입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그 결과가 인간이 자연에 주고 있는 스트레스에 한 가지 더 추가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이 우려는 지금까지 과학이 밝혀 준 사례들을 고려할 때 타당하며그래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비전문가 모두가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하지 않을까유전자 변형 작물이나 새롭게 만들어낸 생명체가 인간과 함께 사는 모든 생물과 환경에 예기치 못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닐지는 분명히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이 부분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저자의 주장대로 이런 사항들은 사회 전체가 주도하여 공공의 논의와 다양한 관점에 대해 비판적 검토가 요구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본적으로 생명 현상에 대한 개별적이고 세세한 지식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을 넘어 생명을 포괄적이고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그래서 생명을 이해하는 다섯 단계의 개념 중에서도 정보의 관점에서 바라본 생명 현상을 보다 중요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본인이 언급한 바에 비추어 이해해보면생명은 복잡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계라는 시각에서 더 나아가 목적을 가지고 전체로서 작동하는 살아 있는 화학적/물리적 정보 기계이다곧 생명은 외부와 내부의 정보를 관리하고 조정하며 제어하는 존재로서 바라보고 있다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가능해진 유전자 발현 메커니즘은 유전자나 촉매 반응에 주로 의존하는 효소가 일종의 스위치로서 기능한다고 설명하는 것이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겠다그리고 이 스위치 제어는 생명이 존속하기 위해 일정한 조건을 유지하고자신의 유전자를 대물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화되어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은 다른 생물학 관련 서적과 달리 단 한 점의 그림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저자의 의도는 무엇보다 세세한 지식 보다는 생명 현상에 대한 맥을 하나의 호흡으로 설명해보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싶다다만 밀도 있고 핵심적인 내용을쉬지 않고 들려주는 것 같아 바로 이해가 가지 않는 지점이 군데군데 있었고 다소 지치는 지점이 있었다이런 부분은 저자의 설명이나 옮긴이의 주석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정리하면이 책은 아주 간결한 언어로 담백하게 생명 현상에 대한 특징들을 담아 낸 책이다물론 간결한 언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쉽거나 가벼운 것은 아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랜 질문에 유전학자이자 암 연구에 오래 매진해온 대가 나름의 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생명 현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맥을 짚어준다고도 정리할 수 있겠다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자들이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어쩌면 이 작업은 결코 도달하기 힘든 목표인지도 모르겠다그럼에도 생명 현상을 다시 쓰는 이러한 작업은 인류가 생명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깊게 하면서 끊임없이 다시 시도해야할 시시포스의 과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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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패트릭 스벤손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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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The Gospel of Eels: Sons, Fathers, and the World's Most Mysterious Fish)

패트릭 스벤손(Patrik Svensson) 지음 |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뱀장어와 인간의 근원을 탐색하는 여정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과학자로서 현대 생물학의 아버지라고 여겨진다. 그는 터키 연안의 큰 섬 레스보스에서 머무는 동안 동물과 자연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에 그는 자신이 저술한 동물의 역사17세기 까지 자연 과학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 상황을 다르게 보면, 인간의 자연과학 탐구 방법론이 2,000년 넘게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 특히 생물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뱀장어 연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뱀장어의 내부 장기 배치와 아가미 구조에 대한 글을 방대하게 기록했다고 한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연구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혁신했던 프로이트 역시 젊은 시절 뱀장어 연구로 연구 경력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청년 프로이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적 관찰 기법에 따라 아드리아해 뱀장어를 연구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프로이트 사이에는 2,000년의 시간 격차가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뱀장어를 매우 진지하게 연구했다.


스웨덴의 신문 기자 패트릭 스벤손은 자신의 책 ,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에서 줄곧 유럽 뱀장어의 생태에 초점을 맞추고, 이 뱀장어가 얼마나 신비에 싸인 존재인지 설명한다. 이 책의 뚜렷한 특징은 저자가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교대로 전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책의 홀수 장에서 뱀장어에 대한 연구와 역사적 자료를 소개한다. 이어서 짝수 장에서는 가족과 관련된 개인적인 기억들,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와 추억을 뱀장어를 매개로 회상하고 있다. 평생 도로포장 인부로 일했던 아버지와 보육원을 운영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는 노동자 계층의 자녀였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뱀장어 낚시를 했던 기억을 돌아보며 뱀장어가 자신과 아버지 사이를 이어준 연결고리였음을 깨닫는다. 나아가 뱀장어가 우리 인간의 삶을 반영하고 통찰하게 해주는 존재임을 이야기하며 두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여정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뱀장어는 우리에게 식당 메뉴에서 흔히 보는 존재이지만, 의외로 뱀장어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특히 이들은 비밀스럽고 독특한 본성 때문에 오랫동안 산란지가 알려지지 않았다.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비로소 소설 제목처럼 대서양에 위치한 광막한사르가소 바다가 유럽 뱀장어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정도다. 그렇다면 알에서 깨어난 조그만 뱀장어들은 저자의 고향까지 6,000 km가 넘는 대장정을 거쳐 왔다는 의미가 된다. 도대체 몇 센티미터 밖에 안 되는 뱀장어들이 대서양의 서쪽 한복판에서 어떻게 북유럽 해안까지 이동할 수 있었을까. 이 사실만으로도 신기하지만 뱀장어가 여러 번 변신을 하고, 바닷물과 민물 사이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알게 되면 뱀장어가 얼마나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동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뱀장어의 비밀스러운 기원과 생태를 알아내고자 했던 많은 사람들의 탐구와 그 여정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뱀장어는 알에서 부화한 후 네 번의 변태를 거쳐 다시 태어난 산란지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뱀장어의 엄청난 이동거리를 고려한다면 이 작고 평범해 보이는 뱀장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인간은 뱀장어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 긴 여정을 따라 이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저자는 아마도 인간이 이 질문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뱀장어는 멀리 떨어진 강과 웅덩이가 있는 민물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살아도 어느 시기에 알을 낳기로 결정하면 자신의 갈 길을 분명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뱀장어의 특성을 보고 사람도 뱀장어처럼 자신이 선택한 길에 그토록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49)라고 묻기도 한다. 인간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뱀장어의 관점에서 이 존재를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덴마크의 해양 생물학자 요하네스 슈미트의 집념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뱀장어에 대해 여전히 많은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슈미트는 뱀장어의 유생 상태를 찾아 그 산란지를 밝히기 위해 대서양에서 20년 가까이 뱀장어를 추적했던 인물이었다.


저자는 요하네스 슈미트의 경이로운 행적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모순과 혼란으로 가득한 세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넓어졌다면, 분명 슈미트와 같이 분명한 목표를 가졌던 사람덕분일 것이다. 이 인물이 보여준 삶의 행적은, 자신이 태어난 장소를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는 뱀장어의 본능과 숱한 실수와 방황을 겪으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교차되어 내게 다가왔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뱀장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모른 채 태어나 나이가 먹고, 자손을 낳으며 소멸에 이른다. 하지만 저자는 슈미트의 삶을 보고 목표를 가진 사람만이 마침내 의미를 찾을 수 있다”(96)라고 평가한다. 내게는 저자의 언급이 파우스트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조물주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라고 말하는 유명한 대목이다. 불완전한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좌충우돌하고 방황하는 존재이지만, 뜻하는 바가 있는 한,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게다가 슈미트는 오랜 방랑 끝에 인류에게 뱀장어에 관한 많은 중요한 사실을 유산으로 남겼다.


이 책에서 뱀장어는 아마도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서 살아오면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저자와 아버지를 단단히 붙들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뱀장어에 대해 탐구해왔던 사람들을 염두에 두면서 저자는 무언가의 근원을 찾는 사람은 또한 자신의 근원을 찾는다”(92)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단지 뱀장어의 기원만을 염두에 둔 언급이 아닐 것이다. 회고적인 성격의 글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근원 또한 탐색한다. 특히 아버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여정은 악성 종양 때문에 소멸(죽음)로 나아간 아버지의 삶을 되짚어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은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의 산란지로 되돌아가는 뱀장어들의 여정과도 닮아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대부분의 뱀장어는 자신이 부화한 곳에 이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다. 좌절된 열망이 어쩌면 방황하는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뱀장어와 인간 모두는 자신의 근원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본능을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뱀장어의 신비로운 생태에 더하여 이들 앞에 큰 시련이 놓여 있음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 위기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로 다양한 요인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인간의 영향으로 뱀장어가 바이러스와 기생충에 감염되고, 확산되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만든 산업용 독성 물질을 비롯하여 발전소의 수문과 둑 같은 물리적 장애물이 개체 감소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지적한다. 아울러 오랫동안 문제가 되고 있는 과도한 뱀장어 포획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가 뱀장어의 멸종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모든 요인들이 뱀장어의 생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뱀장어의 멸종 위기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뱀장어는 그 생태적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멸종 위기종의 판정처럼 번식개체수로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뱀장어가 정확히 얼마만큼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뱀장어 낚시를 하며, 생물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배워온 저자는 독자에게 뱀장어의 소멸에 대한 경각심을 마지막으로 일깨워 준다.


정리해본다. 이 책은 뱀장어에 대해 알고자 했던 사람들의 탐색 과정을 따라가면서도 저자의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저자는 뱀장어가 매력의 원천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아마도 이 대상이 지식과 믿음 사이의 교차점이기 때문’(37)이라고 언급한다. 이건 존재를 이해하는 일에 틈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 질문은 어쩌면 끝나지 않을 탐색 과정으로 남게 되는 일인지 모른다. 유럽 뱀장어에게 사르가소해는 세상의 끝이지만 한편으로 세상의 시작이기도 하다. 물론 개체 대부분은 이 근원에 도달하지 못하고 소멸된다. 인간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저자는 뱀장어가 모두 같은 목적지를 지향하지만 저마다 다른 능력을 지니고, 이 근원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정확히 같지도 않다고 전한다. 뱀장어의 모습을 보면, 인간이 밟아가는 삶의 여정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그 근원인 죽음으로 반드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모든 인간은 이와 같이 동일한 목적지를 향하지만, 여기에 이르는 여정은 각자가 다르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여정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자문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 담긴 뱀장어의 이야기는 놀라운 지식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은유다. 그리고 나는 저자의 통찰을 믿기로 한다. 저자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뱀장어와 아버지와 얽힌 이야기들은 내게 줄곧 이런 삶의 물음으로 되돌아가게 해주었다. 이 책은 지금 내 삶의 여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런 세상에 대한 이해는 뿌리가 끊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삶을 언급하며 - P27

"나는 왜 뱀장어가 매혹의 원천으로 여겨지는지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지식과 믿음 사이의 교차점이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의 성격, 본질을 언급하며 - P37

"뱀장어가 물고기와 다른 모든 동물을 예외로 만드는 점은 유생단계에서 하는 엄청난 규모의 장거리 이동이다." - P90

"무언가의 근원을 찾는 사람은 또한 자신의 근원을 찾는다." - P92

"사르가소해는 세상의 끝이지만, 세상의 시작이기도 하다." - P94

"세상은 모순과 혼란으로 가득한 부조리한 곳이다. 목표를 가진 사람만이 마침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P96

"모든 문이 당신에게 열려 있지는 않으며, 시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부족하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라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 P102

"너는 뱀장어이니 뱀장어로 돌아갈 것이다."
- 창세기에 나오는 표현 - P142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 어쨌든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존중이 필요한 책임이었다. 동물에 대한 존중, 생명에 대한 존중은 물론이고 우리 책임에 대한 존중이." - P158

"뱀장어는 좀처럼 으스대지 않는다. (...) 뱀장어는 환경이 제공하는 것을 먹는다. 뱀장어는 멀찍이서 방관하며, 어떤 관심과 인정도 바라지 않는다. (...) 뱀장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유난을 떨지 않는다." - P165

"최초의 생명체가 바다에서 생을 시작했듯이, 우리 하나하나가 바다의 축소판인 어머니의 자궁속에서 동일한 삶을 시작한다." - P171

"출생지로 돌아가는 긴 여정은 여전히 대부분의 뱀장어에게 좌절된 열망이었다." - P217

"간단히 말해 어쩌면 뱀장어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목표 달성에 대해 저마다 다른 의미와 방법을 가진 개체일 수 있다." - P219

"인간이 뱀장어에 가까워질수록, 뱀장어가 우리 생활에 노출될수록, 뱀장어는 빠르게 죽어간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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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과학 한 움큼
장수길 지음 / 전파과학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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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과학 움큼

장수길 지음 | [전파과학사]





오늘은 블루문 데이, 보름달을 보라!

- 그리고 보름달은 완전히 둥글지 않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양력으로 이번 1일이 우리의 명절인 한가위였다. 이번 명절 때는 구름이 많이 편이었고, 게으름을 피워 보름달을 보진 못했다. 기상센터에서 제공한 정보에 의하면, 이번 한가위 보름달은 사실 명절 당일 다음 날인 10 2일에 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의 모양은 태양, 지구, 사이의 운동에 따라 만들어내는 우주의 과학인데, 우리가 달을 보는 저녁 시간대에 천체가 정확히 직선 상에 있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니까 보름달이 언제나 완벽한 원형일 것이라는 믿음은 사실이 아니었다. 대개 1-2%정도는 부족한 셈이다. 우리가 보는 보름달은 완전히 둥근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달의 모양에 따른 주기(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까지) 30( 29.5)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 같은 달에 보름달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시 말해, 매달 1 혹은 2일에 보름달이 경우, 같은 말에 번째 보름달을 있다는 의미다. 보름달을 블루문 blue moon이라고 한다. 이렇게 같은 달에 번의 보름달이 뜨는 경우는 쉽게 짐작할 있듯이 매우 드물다. 영미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 중에 once in a blue moon이란 표현이 매우 드문 빈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경험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다. 인간이 발견한 사실이 인간의 문화와 언어 속에 스며들어 활용된 사례라고 있겠다.



     앞서 언급한 보름달과 블루문에 관한 이야기는 달에 관한 과학책 달빛 아래 과학 움큼으로부터 알게 사실이다.   책의 저자는 30여년 고등학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쳐온 과학교사다.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 학교라는 현장에서, 그리고 교실 안에서 학생들과 만나며 과학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전달할 있을지 고민해왔을 것이다. 때로는 건조해 보이는 과학지식,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과학시간에 저자는 종종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주지 않았을까 싶다. 문화 속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어온 once in a blue moon이란 표현이 과학적인 기준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빈도를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면, 베테랑 교사가 이어가는 흥미로운 설명을 따라가보면 쉽게 있다. 권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한 과학과 문화에 관한 상식이 간결한 설명과 함께 곁들여 있다. 달이 이렇게 풍부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는지 알게 되어 나에게는 새롭고 놀라운 발견이었다. 책을 읽고서 달의 탄생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이나, 지구와 달이 모두 움직이고 있으면서도 지구에서 달의 뒷면을 없다는 사실이 다시금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다소 엉뚱한 생각이긴 하지만 블루문 blue moon 있으니 곧바로 레드문 red moon 없을까 상상해본다. 그런데 레드문이란 표현은 없어도 달이 붉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도 책에서 발견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바로 개기월식 달이 붉게 보인다고 한다. 월식이라고 하면 지구가 태양과 사이의 직선 상에 위치하여 태양의 빛을 가리게 되고, 지구의 그림자 속에 달이 숨게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개기 월식이라면 그림자에 달이 완전히 가리는데, 달이 붉게 보인다는 말은 무슨 까닭일까? 궁금증이 커졌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것은 지구의 대기를 지나는 중에서 파장이 붉은 계열의 빛이 대기에서 일부만 굴절되어 달이 숨어버린 지구의 그림자 내부까지 상당 부분 도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파장이 짧은 푸른 계열의 빛은 대기에서 붉은 색의 빛보다 산란이 심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면 산란된 푸른 빛은 지구의 그림자에 이르기 전에 사방으로 많이 흩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개기월식 , 붉은 계열의 빛이 지구의 그림자가 생기는 표면에 많이 도달하기 때문에 달이 붉게 보이는 것이다. 다음 월식이 있을 , 정말 표면이 붉게 보일지 확인해보고 싶다. 이렇게 서양에서는 붉은 색을 띠는 달을 재미없게 레드문이라고 하지 않고 블러드문 blood moon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달과 관련한 신비로움, 달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이 가미된 같아 달이 보다 감각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사적으로 혹은 우리의 속에서 발견되는 달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긴 부분이었다. 우리가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아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권에서 달에 얽힌 전설이나 전래동화가 많다는 것을 있다. 시를 포함한 문학의 형식에서도 혹은 불교나 유교 등의 동양적인 종교와 문화에서도 달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대상이다. 책의 마지막 장은 이렇게 동서양의 문화 속에 남아 있는 달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영화 <첨밀밀>에서 등려군이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 연인에게 달을 보라고, 이렇게 소름 돋는(?) 대사가 나왔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젠가 한번 영화를 보고 확인해보겠다. 저자가 알려주듯이 달은 이태백의 시나 윤선도의 시에서도 시인들의 벗이자 술친구이기도 했다. 인류문화사에서 달이 갖는 위상과 역할을 문학 속에서도 찾아볼 있는데, 특히 베른의 과학소설 달나라 탐험 지구에서 달까지 담긴 과학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에 주목해본다. 이러한 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작가들의 상상력이 오늘날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현실로 이루어 졌는지 알게 되면, 과학소설이 단순히 허구가 아님을 인정하게 것이다. 인류의 발전에 달에 관한 작가의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 요인이었는지 있다. 달에 가고자 하는 꿈과 열망이 결국은 현실로 이어진 것이다.    



     책은 어깨에 힘을 넣고 장황하고 어렵게 달의 과학을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오랫동안 익숙했던 달에 관한 일상의 과학을 이야기한다. 때론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지점에서 걸음 나아가 가지를 덤으로 얻을 있다. 학생들과 함께 오랫동안 소통해온 교사의 경험에서 그만큼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접근성이 좋은 같다. 다만 달이라는 가지 주제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 가지 제약일 수는 있겠다. 한편 이를 달리 보면, 하나의 대상에 대해 이렇게 풍부한 이야기를 있고, 달이 이렇게 우리의 삶에 깊이 관련을 맺어 왔음을 새롭게 확인하고 배울 있었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익숙하다고 해서 우리가 대상을 알고 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은 매우 드문블루문 데이다. 한가위 보름달은 놓쳤지만, 오늘 밤에는 블루문을 보러 창밖을 봐야겠다. 오늘 놓치면 다음 블루문은 언제 있을지는 책에서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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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 Editorial Science : 모두를 위한 과학 3
남궁석 지음 / 에디토리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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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

남궁석 지음



[독후기록

세포라는 작은 우주를 탐사하다

- 세포라는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최근에 읽게 생물학 교양서 세포 대한 독후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생물학책을 손에 이유는 마지막으로 생물학 교과서를 읽은 대략 사반세기가 지난데다, 그동안 생물학 분야에서도 엄청난 발견과 지식의 축적이 이루어져 일반 독자로서 점점 따라가기 힘들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비전문가로서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생물학 연구 결과를 보면 이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첨단 과학 지식을 대중에게 알리는 전문가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일반 독자로서, 비전문가로서 노력해야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배출되었을 것이지만, 외국의 지식을 번역하여 전달하는 것이 우리 학계의 오랜 관행인 시기가 있었다. 분명히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다만 학문의 최전선에 있는 국내 학자들이 대중을 위해 새로 발견된 사실과 지식을 소화하고 이를 우리의 언어로 생산해 교양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을 포함하여 많은 연구자들이 대중 과학서를 써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저변의 확대와 논의가 축적되고 무르익어야 보다 풍부하게 우리만의 새로운 것을 다시 세상에 내놓을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독후기록을 남기려고 했는데 서두가 이렇게 길어진 이유는 국내 학자가 생물학 교양서 세포 읽으며 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1장과 2장에 대한 독후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우선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 책은 내게 익숙하지 않은 생물학 용어와 개념들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나의 무지로 인한 것이지만, 책에는 생물학의 역사가 촘촘하게 등장한다. 게다가 생물학 분야에서 나에게 생소한 90년대 중반 이후의 발전과 최신의 지식들이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날실과 씨실처럼 조직되어 있다. 과거 생물학 교과성의 관점과 달리 책은 저자의 개성적인 시각을 느낄 있었다.  


      1장에서는 화학에서 원소의 주기율표가 원소를 구분하는 절대적인 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것처럼, 생물학에서는 세포를 화학의 원소들처럼 분류하려 한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세포의 분류기준이 RNA 조성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라고 한다. 프로젝트는 단일 세포 내의 RNA 염기서열을 파악하여 모든 인체 구성 세포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목적인 방대한 작업이다. 작업의 보다 구체적인 목적은 여러 종류의 각각 다른 세포가 어떤 RNA 만드는지를 알고 이를 기준으로 세포를 분류하는 일이다.  


     잠깐, 여기서 우리에게 익숙한 DNA 아니라 RNA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이해한 바로는 RNA 유전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DNA 정보에 따라 단백질을 합성하고 나아가 세포를, 다양한 특징을 갖는 세포들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구성요소다. 2010년대에 연구를 통해 추산된 인체의 세포수가 30조에서 37 개라고 한다. 프로젝트는 인체의 모든 세포를 분류하는 방대하고 야심 계획이긴 하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한다.


     2장은 책의 대주제인 세포를 있게 해준도구의 역사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현미경과 렌즈에 대한 이야기가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전개된다. 인간의 기본 감각을 확장해주는 도구, 연장과 과학의 발전과의 관계를 살펴볼 있었다.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현재까지 알려진(발견된) 인류 최초의 렌즈가 기원전 700 무렵 아시리아의 왕궁터에서 발견되었다는 정보였다.


     시기는 기원전 8세기에 활동했다고 알려진 인류 최초의 서사시 일리아드 오디세이 작가 호메로스의 시대에 해당한다. 그는 지금의 터키지역인 에게해 연안의 이오니아 지방에서 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메로스는 공교롭게도 맹인으로 알려져 있어서 당시 렌즈가 사용되었다고 해도 이를 이해할 있을지는 못했을 같다. 하지만 자연철학이 먼저 발달한 이오니아 지방과 아시리아 지방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어서 역사적인 정보는 제한된 것이나마 자체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아울러 호메로스의 시대에서 세기가 지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를 떠올리게 된다. 호메로스의 시대에서 세기가 지나 이오니아 지방과 멀지않은 북쪽의 해안과 섬에서 생물과 광물 등에 관한 집요한 자연관찰을 이어간 아리스토텔레스도 대상을 자세히 관찰할 배율이 있는 유리, 렌즈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궁금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는 그의 제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원정 시대와도 겹친다. 해양 생물에 대한 자세하고 꼼꼼한 관찰기록을 남긴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 모습 역시 새롭게 상상해볼 있었다.


     현미경에 대한 이해와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죽은 세포에서 살아 있는 세포를 발견했다. 식물의 세포와 동물의 세포를 각각 발견해간 역사도 흥미진진하다. 책은 대중에게 아직은 낯선 최신의 생물학 지식도 저자 스스로 소화하여 자신의 독특한 관점에 따라 새롭게 재배열되는 생물학 교양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넘겨보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이론이 등장하지만,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는 일이, 우려했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한 같다. 때로는 집중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저자는 이러한 독자의 우려를 의식하고 세심하게 살핀 것으로 보인다

 

     책은 끝까지 완주할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작은 상당히 흥미진진 한다. 그토록 작은 세포라는 존재 속에 이처럼 광대한 우주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은 새롭고 놀랍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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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 개정판
데이비드 콰먼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원제 Spillover: Animal Infections and the Next Human Pandemic)

데이비드 콰먼 (David Qaummen) 지음 |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생태계의 트로이 목마를 찾아서

 

바이러스들이 20세기 아프리카에 살던 인구집단 내에서 전파되고 있던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음을 시사한다.”(524)

 

대목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하던 연구팀에서 발표한 연구논문의 주요 결론 하나다.

 

    도도의 노래, 신중한 다윈씨 등으로 이미 국내에도 알려진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콰먼이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전염병에 관한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취재를 하고 연구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발로 뛰어녔던 기록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인용된 내용이다.

 

      책에는 콰먼이 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진 에이즈 바이러스의 지리적·역사적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정리한 부분(8 참고) 나온다. 연구자들은 진화에 대한 오래된 상식과 생태학적인 폭넓은 시각,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DNA구조 발견 이후 진전을 이룬 유전생물학등에 힘입어 에이즈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최근에일어난 사건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책에서 바이러스에게 최근이라는 의미는 바이러스에게 새로운 숙주로 기능하게 되어 영향력이 빠르고 심각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구체적으로 연구자들은 에이즈 바이러스가 대략 ‘1908 즈음, 카메룬 남동부에서 마리의 침팬지로부터 명의 인간이 감염되어 시작되었다는 질병의 기원을 알아낸 것이다. 이번 독서에서 과학의 발달과 과학자의 지혜가 모여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은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후의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다. 1981 6 5, 에이즈 증상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은 이후 에이즈로 2,900만명 이상 사망했고, 저자 콰먼이 책을 펴낸 2013 이전까지 이미 3,300 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상황이었다.

 

     나아가 1918년에서 1920 사이 전세계에 유행하며 5 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과학저술가로서 데이비드 콰먼에게는 도대체 전염병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인간을 이토록 괴롭힐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지적인 도전의식을 느꼈을 같다.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에서 소개하는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는 여섯 가지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바이러스 외에 세균, 곰팡이, 원생생물, 프리온, 그리고 기생충이 있다. 책에 소개된 목차를 보면 아홉 개의 장이 있는데, 일곱 개의 장에서 전염병원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로 바이러스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일까? 저자 역시 바이러스가 가장 문제라고 하면서 책의 대부분을 바이러스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유는 에이즈의 사례에서도 있듯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영향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여기에서 나아가 동물과 인간이 함께 감염될 있는 인수공통 감염병(zoonosis)’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이 아닌 생물체만 혹은 인간만 감염되는 감염병이라면 대상을 이해하고 제어하기 보다 용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인간과 기타 동물이 함께 감염될 있는 병이라면 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지금까지 알려진 감염병의 60% 이러한 인수공통 감염병이라고 한다. 보다 문제는 병원체의 존재를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다는데 있다. 특히 인수공통 감염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의 경우, 발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발병 빈도가 높고, 바이러스의 변이 또한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질 있다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소 모호하게 정리한 내용을 코로나 19바이러스와 더불어 이해해 보면 좋을 같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책의 4장에 소개된 것처럼 2003년에 우리가 겪었던 사스바이러스(정식 명칭은 사스-코로나 바이러스, SARS-CoV) 가까운 친척쯤 된다고 있겠다. ‘사스바이러스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바이러스는 돌연변이율이 매우 높은 RNA바이러스에 속한다. DNA바이러스는 유전 정보인 염기배열이 이중나선 구조를 갖기에 유전암호의 복제 과정이 보다 안정적이다. 암호 해독에 실수 있더라도 DNA중합효소라는 존재가 실수를 인식하고 수정하기 때문이다. 수두와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떠올리면 된다. 바이러스는 어렸을 수두를 일으키고 숙주인 사람의 특정 세포(주로 신경세포) 오래 머무른다. 면역계로부터 자신의 몸을 숨기며 오랜 시간을 버티다가 숙주인간의 면역이 약해지면 숙주를 공격하여 대상포진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반면, RNA바이러스는 무척 거친 녀석들인 셈이다. 단일 가닥의 유전암호 복제 과정에서 실수가 있더라도 이미 오류가 이상 부분은 수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19 비롯하여 모든 감기 바이러스와 모든 독감 바이러스, 그리고 최근에 중국에서 다시 보고된 한타 바이러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에이즈 바이러스도 RNA바이러스에 속한다. 유전 암호 부분에 변이가 비교적 빠르기 때문에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상용화가 즈음에는 이미 백신이 듣지 않는 새로운 바이러스 녀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우리를 공격할 있다는 말이다.

 

     이번 코로나 19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 우한 과거에 형주로도 불리던 지역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에서 유비와 조조가 맞붙었던 적벽대전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중국 대륙의 가운데를 동서(서부의 충칭과 동부의 상해를 잇는) 지나는 양자강의 중간 지점, 북쪽의 북경과 남쪽의 광둥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십자 영역의 교차점에 바로 우한이 존재한다. 우한시에 여러 자동차 회사 공장들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의 제조 공장들이 모여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륙의 허리를 지나는 강과 함께 위치해 있으면서 사방으로 물류의 이동에 유리한 지리적 요충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으로 우한의 식육시장이 언급되었다. 일단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병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되면,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정체 뿐만 아니라  트로이의 목마’, 보유숙주의 정체와 근원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번 코로나19 경우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보유숙주로 박쥐와 천산갑이 지목된 바가 있다. 중에서도 특히 박쥐는 책에서 소개된 헨드라(Hendra) 바이러스(1), 광견병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니파 바이러스(7) 등등 수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주요 보유숙주로 언급되고 있다. 하필 박쥐일까?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저자도 점이 궁금해서 참지 못했던 모양이다. 저자는 궁금증이 생기면 곧바로 자료를 찾아보고, 최고의 전문가를 찾아가는 일을 귀찮게 생각하지 않는 인물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박쥐는 손이 날개가 익수목으로서 설취류와 함께 주로 야행성 포유동물이다. 특징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는데, 이유는 피터 브래넌의 대멸종 연대기 같이 지구상에서 존재했던 생물들의 대멸종 다룬 책에 흔히 소개되는 내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대멸종이었던 다섯 번째 멸종( 6,600만년 ) 이후 살아남아 크게 번성하기 시작했던 동물로 크기가 작고 야행성인 포유동물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지구의 자연사에서 가장 최근에 있었던 백악기 말의 대멸종은 운석의 충돌과 대규모 화산 폭발로 지구의 환경이 공룡들에게 생존을 위협하며 이루어진 사건이다. 바로 멸종한 공룡의 자리를 대신하며 번성한 존재가 바로 야행성 박쥐를 포함한 익수목과 설취류였다. 콰먼은 박쥐가 매우 오랫동안 지구에 존재해왔던 동물로 5 만년 전에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익수목은 현재 1,116종으로 종수로만 따졌을 포유동물의 25% 차지하고 있다. 이런 단서가 바이러스를 이야기할 매우 중요한 지점이 된다. 왜냐하면 사실은 바이러스와 박쥐가 오랜 세월동안 폭넓게 공존해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박쥐의 종수와 오랜 생존의 역사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세균, 원생생물의 주요 숙주가 있었던 단서를 던져준다. 이들 병원체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숙주인 것이다. 박쥐는 지구의 매우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개체수가 많고, 먹이를 찾느라 하루 밤에 무려 수십 킬로미터를 날아갈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서식지를 이리저리 옮겨다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단서는 저자가 물었던 그토록 많은 신종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발견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있다.

 

     저자는 책에서 주로 바이러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러스는 매우 특이한 존재다. 우리가 정의하는 생명체 범주에 완전히 속하지 않으면서, 일부는 생명체로서의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콰먼은 바이러스가 숙주 몸에서 3 만년동안 공진화해온 존재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저자가 바이러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바이러스 연구자가 아닌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중요한 통찰을 전해준다. 바로 바이러스를 비롯한 작은 병원체가 내부로부터 우릴 공격하는 맹수들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맹수들은 우리 눈에 보이며 생명체의 외부로부터 공격하고 섭식하는 존재들이다. 반면 작은 병원체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며 생명체의 내부로부터 공격하고 먹어치우는 맹수들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은 5장에서 소개되는 호주 과학자 프랭크 맥팔레인 버넷의 관점과 연결이 된다. 버넷은 감염병 연구분야의 선구자로 바로 책의 중심 주제인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창한 인물이다. 1960년에는 면역과 관련한 메커니즘을 밝혀 노벨상의 수상한 인물이기도 하다. 버넷은 기본적으로 미생물이라는 존재 자체와 이들의 특성과 행동이 생물계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어떻게 통합되는지’(294)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콰먼은 이를 다르게 풀어 표현해준다. 단세포 생물까지 포함한 생명체는 각기 고유한 생활사를 지니고 자연환경에 고도로 적응한 존재라고 정리한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중심적인 시각을 벗어나 미생물과 인간 기타 동물이 서로 경쟁하는 존재로서 생태학적 맥락 필요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각은 특히 미생물 병원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대상을 이해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과 접근법으로 다가갈 있다.  

 

 


침입종으로서의 인간

 

책의 읽어가면서 인수공통 병원체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놀라운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충격을 받았다. 바로 생태학적인 맥락에서 바라보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가장 심각한 대발생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종의 대발생이다.”(619)

 

     앨런 베리먼이라는 곤충학자가 언급한 말은 내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여기에서 대발생(outbreak) 단일 동물종의 개체수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 의미한다. 성경에 나오는 엄청난 수의 메뚜기때가 마을을 덮쳐서 곡식을 약탈하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상황을 연상하면 된다. 아니면 본문에서처럼 숲천막모충나방의 애벌레 수가 급증하여 마을을 덮친 사례를 떠올려 있다. 지구라는 환경에서 보았을 , 우리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은 마을을 덮친 메뚜기떼나 나방의 애벌레떼와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위협하며 스스로까지도 위협하고 있는 존재가 호모 사피엔스다. 다윈이 인류를 지구상의 다른 동물과 나란히 바라볼 있는 단초를 제공해주었다면, 곤충학자의 시각은 지구상에서 인류가 안으로는 미생물과 경쟁하거나 싸우고, 밖으로는 눈에 보이는 맹수들을 비롯한 생물종들과 경쟁하는 자연계의 구성원으로 바라볼 기회를 주었다. 호모 사피엔스들은 빠른 속도로 숲을 파헤치고 도시를 건설하며, 이동 수단을 발달시켜 전세계의 연결성을 확보했다. 이를 생태학적 맥락에서 말하면 수많은 동식물과 미생물이 점유하고 있는 영역을 인간이 침범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것도 너무 광범위하고 빈번하게 말이다. 지구 생태계에서 지나치게 갑질하고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서의 인간인 것이다. 전염병 연구자들과 콰먼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지점이다.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 병원체가 앞으로 더욱 빈번히 그리고 절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타나게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인간은 과도한 대발생 상태로 지구 생태를 점유하게된 침입종 다름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숙주 몸에서 3 만년 전에 공진화한 존재다. 반면 인류의 조상은 길게 잡아도 500-700만년 전이다.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우리 인간은 새롭고 매력적인 숙주가 되고 있다.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런데 과학자의 관점에서 이런 생태학적 시각은 모호한 진술이다. 과학적인 의미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관점은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동물종이 다른 동물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떻게 변화나 교란이 일어나고, 결과는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 ’(324)이라는 점이다. 5장에서 진드기가 매개하는 라임병 연구학자 오스트펠트의 언급이다. 이러한 포괄적이고 보다 구체적인 관점에서 생태계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인간의 과도한 활동은 생태계를 교란하고 파괴하기까지 한다. 이런 활동이 인간 자체에게 위협이 되는 이유는 생태계 내에서 균형을 맞추며 형성된 자체 제어 기작이 생물종의 멸종 혹은 감소를 통해 기능을 잃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는 현재 13 마다 10 정도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끊임없이 성장만을 추구하며, 인구를 증가시키고 다른 생물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이 우리 인간은 마을을 덮친 숲천막모충나방의 애벌레처럼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녹아버려거의 전멸하다시피 있지 않을까? 콰먼이 애벌레를 덮친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시카고 대학의 연구자 그렉 드와이어에게 다소 조급하게 물었던 질문은 바로 이러한 애벌레의 대발생과 인간의 대발생이라는 유사성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최근에 많이 언급하는 인류세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인간이 유발하는 이런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있는 방법 하나는 라임병 연구자 제시 브루너가 과먼에게 말한 단서다. 바로 생물 다양성이 이라는 . 말은 인간에 의해 다른 생물종의 멸종되는 사건이 우리 인간에게 그토록 절박하고 위험한 문제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바로 생태학적 공동체로서 생태계가 생물종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맡을 있는 길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책의 3장에서 저자는 말라리아 대해 소개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 1950년대 중반에 반면교사로 삼을 있다. 당시에 WHO 말라리아의 완전 박멸을 위해 강력한 살충제인 DDT 사용했던 것이다. DDT 성분이 오래 남아 초기 모기 박멸에 영향을 주었지만, 모기 집단은 살충제에 내성을 갖도록 진화했고, DDT 대지에 남아 여전히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인간중심으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있다고 믿은 결과다. 우린 말라리아 연구자 제닛 콕스-싱의 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토록 많은 서식지를 빼앗고 있으니 모기들은 숲이 줄어드는 환경에 적응하지 않겠어요?”(203) 견해 역시 우리 인간이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원충의 매력적인 숙주가 되고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언제나 새로운 숙주와 복제(번식) 기회를 찾는 병원체들에게 인간은 너무나 자주 초대장을 보내고 있다.

 

     책을 덮고 우리가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바라볼 있을지 상상해보았다. 저자인 콰먼은 책의 서두에서 바이러스가 가장 문제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어쩌면 세계에서 진짜 문제 인간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바이러스가 문제라는 관점 자체가 문제 있다는 말이다. 바이러스를 비롯한 미생물 병원체는 인간을 전멸시키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다. 저자도 수차례 언급하고 있지만, 진화는 어떤 목적도 갖고 있지 않다. 미생물과의 관계를 고려할 , ‘자연과 인간이라는 시스템 속에서는 수많은 요인이 완전히 무작위적으로 변한다’(639) 점을 더불어 기억해야 한다. 콰먼과 감염병 연구 과학자 버넷의 표현대로 병원체들은 아프리카의 맹수들처럼 생태계에서 각자의 생활사를 가지고 생존을 위해 인간과 경쟁하는 맹수들 뿐이다. 병원체들은 단지 인간과 주변 생태계 사이를 매개해주는 존재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일깨워줄 있다. 인간을 제외한 이들 구성원들은 불필요한문제를 굳이 야기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는 구성원은 오직 인간뿐이기 때문이다. 5 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도, 2900 이상을 사망하게 만든 에이즈 역시 이런 상황이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행한 반영할 뿐이다. 저자는 생태학적인 관점과 더불어 개개인들의 인식과 노력도 함께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염병의 전파를 줄일 있는 개개인들의 분별있는 행동들이 모여 파국적인 상황을 회피할 있다고 말이다. 인수공통 병원체로서 이들 미생물은 사실상 인간이 멸절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과 가능한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저자 데이비드 콰먼의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읽고 얻은 하나의 깨달음이다. 끝없는 성장만을 추구하며 이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감염되다가 애벌레처럼 녹아버릴 것인지아니면 일부의 감염은 불가피하지만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살아갈 것인지, 해결의 열쇠는 결국 우리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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