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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꽃을 찾은 너에게 ㅣ 나무자람새 그림책 7
크렌 빙 지음, 앤드루 조이너 그림, 이현아 옮김 / 나무말미 / 2022년 3월
평점 :
[빨간 꽃을 찾은 너에게]
빨간 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처음에는 그저 빨간 꽃으로만 생각되어졌는데, 아이들에게 읽어 주면서 아이들의 말에서 여러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빨간 꽃이 하고 싶은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어떤 아이는 빨간 꽃은 개성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혼자 읽을 때보다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를 하니 빨간 꽃을 찾은 아기 양의 표정도 더 잘 보이게 되더라구요.
책표지부터 같이 봐 봘까요? 선명한 초록 빛 들판에 반을 가득채운듯 보이는 양떼, 거기에 몸집이 조금 작은 양이 빨간 꽃을 들고 있습니다. 두발로 서서 있는 양들. 첫째줄에 서 있는 양 한 마리는 노란 꽃을 씹어먹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면지를 보면 몽실몽실 푹신한 느낌의 구름모양으로 가득합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구름으로 보인다고 하였는데 다른 한 명이 양떼로 보인다고 해서 아이들이 놀라워하기도 했습니다. 다르게 봐 주는 누군가의 한 마디가 그림을 다르게 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아이들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속표지에서부터 조금은 다른 양이 보입니다. 다른 양들은 네 발로 서서 풀과 꽃을 먹고 있는데, 한 마리만(표지에 제일 앞에 있던 어린 양)이 꽃을 모으고 있습니다. 꽃을 모으던 양에게 몰려든 다른 양들이 환영해 주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함꼐 하면 편하고 따뜻하고 안전한지요.모여 살고,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노래하고 춤을 추는데 뮤지컬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안에 함께 하기를 바라는 모습은 유쾌해 보이는데요. 정작 꽃을 모으던 아기양의 표정은 편안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환영과 설명으로 보이던 것이 점점 강요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부담을 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을 것이고 자신들이 너무나도 행복한 것을 나눠주려는 모습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꽃을 모으던 양의 선택이지요. 빨간 꽃을 발견한 양은 함께 있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갑니다.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습니다. 양떼는 꽃을 모으던 양을 사랑했지만, 그 양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 양을 걱정하고 그리워합니다. 아이들과 꽃을 모으던 양이 어떻게 되었을지 예상하기를 해 보았는데 다양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눈은 그 양이 무엇을 원할지를 확신하고 있더라구요. 사랑하고 아끼고 걱정이 되어 하는 행동들과 말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꽃을 모으던 양이 느꼈던 것처럼. 일방적이지는 않았었는지 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억지로 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알아갈 때 까지 기다려 주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구요. 조급해하고 울타리 안으로 안전하게 몰아가는 양 떼가 되지 않기를 저에게 조용히 말을 건내 봅니다.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는 묵직하지만 이야기는 유쾌하고 밝습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양떼들의 군무, 그리고 노래가 들리는 듯한 표정은 웃음꽃을 피게 합니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는 양 떼 중 한 마리인지, 아니면 빨간 꽃을 찾은 양인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생각하면 할 수록 둘 다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대할 때는 빨간 꽃을 찾은 양이고, 가족을 대할 때는 양 떼가 되기를 원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보면 볼수록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지는 그림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