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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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건내가 아니라 저쪽이다.사는건 죽는것보다 낫다.용기있는 건 쟤가 아니라 나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러나 그런 생각을 끝도 없이 주워 담는 동안에도 이상하게 얼굴이 달아오른다. 살고 싶다는 저 애의 물음에 순순이 고개를 끄덕이느니 그냥 죽는게 낫지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수정은 딱히 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P.28

이 책 <단명소녀 투쟁기>는 제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이다. 박지리? 처음 듣는 이름이다. 처음에는 '박경리를 잘못 봤나?' 했다. '근데 박경리작가를 기념하는 상을 받았다면 1회는 아닐텐데? 박경리작가가 돌아간지가 꽤 돼지 않았을까?'하며 궁금해졌다.

박지리 작가는 2010년 「합체」로 사계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맨홀>, <양춘단 대학탐방기>,<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번외>,<다윈 영의 악의 기원>, <세븐틴 세븐틴>(공저) 일곱 작품을 출간했고, 2016년 31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박지리문학상은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글쓰기로 인간 본질과 우리 사회를 깊이 천착해 한국 문단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박자리 작가의 뜻을 잇고자 사계절출판사에서 2020년 시작한 문학상 공모입니다.

박지리문학상, 128쪽

책표지가 강렬합니다. 표지속에 있는 소녀의 표정이 너무 강렬해서 시선을 뗄 수가 없습니다. 그림을 보려는게 아닌데요^^. 책을 읽고 싶었는데 표지를 보고 너무 맘에 들어서 홀딱 빠지고 말았습니다. 주인공 소녀의 시선이 배경으로 있는 초록잎과 남색,검은색들과 어우려져 도대체 알 수 없는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이 책을 쓴 현호정작가의 말을 들어볼까요?

돌이켜 보면 늘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와 버린 느낌으로 살아온 것 같다. 걸리적거리지 않으려고 어디에 착하게 서 있거나, 춤추는 사람들 사이를 어색한 얼굴로 걸어 다녔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이들과 마주치면 머슥하게 인사하고, 잠시 웃음을 주고받고, 이 공간의 인테리어나 흘러나오는 음악에 대해서 같이 흉을 좀 보다가, 그나마 한적한 곳을 찾아 나란히 서 있었다.

...

살고 싶다는 마음이 안 생기면 죽기 싫다는 마음으로, 순순히 죽어 줄 수 없다는,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마음으로 지내보려고 한다. 솔지히 많이 피곤하고 옷도 불편한데, 또 곰곰 생각해 보면 그렇다. 정말로 초대받지 않았다면 우리는 애초에 여기에 어떻게 들어온 거지

수상소감. 2021년 봄, 호정

책은 단편이다. 독특한 스토리로 전개된다.

스무살된 구수정이 점을 보고 자신의 운명을 본다. 그리고 점쟁이가 말한다.

야, 넌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

수정은 한참만에 대답한다

싫다면요?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설화를 알아야 되는데,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

<단명소녀 투쟁기>는 한국 고전 서사의 유형들 중 하나인 연명담 또는 연명설화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연명담은 말 그대로 주인공이 목숨의 햇수를 늘려 오래 사는 이야기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성년 남성이 아니라 열아홉 살 여성 구수정이다. 한국에서 열아홉 살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연령이다. 우선 구수정의 이름에서 엿보이듯 민간의 통념에 따르면 어려운 고비나 액운이 한꺼번에 몰린다는 아홉수의 나이다.

...

수정은 기득권자의 이익을 보수하기 위해 미성년의 생존이 경시되는 세계에서 미셩년의 죽음이야말로 짌거에 어긋난다고 전복적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부당함에 대해 개인을 넘어 동세대 미성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 전체를 향해 고발하는 것이다.

나는 열아홉 살인데, 내년이 되기 전 죽을 운명이랬어.

스무 살은 죽을 나이가 아니야. 질서상 맞지 않아

59쪽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 참 슬픈 것이다.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기도 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기도 한다. 죽음을 생각해보면 나에 대한 연민과 후회, 알 수 없는 비참함과 회한이 큰 파도가 되어 나를 휩쓸기도 한다. '왜 죽어야 할까?' 그래서일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또 슬프고, 그리고 참아야 되는 눈물이 덩그러니 뜬 눈아래로 흘러내린다.

참아야 한다. 보이지 말아야 한다. 입술을 깨물고 보이지 말아야 한다. 없었던 것처럼 그 슬픔들을 나에게서 몰아내야 한다. 누가 나에게 이런 슬픈 감정들을 가져다 주었을까? 나는 견디고 버틸 수 있을까? 나 혼자서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누군가의 도움없이 나를 온전히 이끌고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채울 수 있을까?

주인공 구수정을 떠올리며, 삶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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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1.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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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없는 '끝'이 없듯, 누구나 첫 단추를 여미는 순간은 있기 마련 아닙니까. 그럴때면 '아무도 집을 꼭대기에서부터 아래로 지어 내려올 수는 없다'던, 4세기 이집트 사막으로 간 수도자 요한의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결국 기초입니다. 건물의 기초처럼 한 사람의, 한 나라의 운명도 출발은 바로 기초일 것입니다. 든든한 기초!

샘터7월호. <든든한 기초>, 발행인 김성구

책을 읽다보니 생기는 일들이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일들이라서 지나고 나서야 알게되어 바라보게 되죠. 필사를 하기 위해 노트를 사서 생각지도 않게 차곡차곡 필기노트가 생기기도 하고, 책을 읽기 위한 독서대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독서를 할 때 그냥 책상위에 펼쳐놓고 읽었는데 이제는 목도 불편하고 해서 서점에서 사기도 하고, 선물을 받기도 했습니다.

불편함이라고 느끼는 것은 목통증 때문이죠^^.

그런 독서대를 한 곳에 나둘 수가 없어서 집 안 곳곳에 놓았습니다. 하나는 피아노위에 하나는 장식장 한 칸에, 그리고 책상위에 부엌 식탁위에. 제것만 이렇게 4개가 있습니다.

집으로 도착한 <샘터 7월호>를 어떻게 이쁘게 찍을까 하다가 피아노위에 있는 독서대위에 올려보았습니다. 그 동안은 책을 읽기 위해 올려놓아서 펼치는데만 노력했는데, 샘터7월호를 찍기 위해 독서대에 올려놓고 보니 너무 잘 어울립니다.

한동안 서평을 위한 독서를 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 시간을 소홀하더보니 자연스레 책이 멀어졌습니다. 거리로야 집에 있는 책꽂이라서 언제든지 빼서 읽을 수 있지만, 마음은 참 쉽게 동하지 않습니다. 설령 읽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펼쳐본들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러고보면 행동을 하기 위한 동기라는 것은 '해야 한다는 의무에 의해 하는 것이 반이요,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 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든 좋습니다.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이렇게 책을 읽는 패턴을 보면서도 나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나라는 인간은 책임과 의무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서평단에 도전을 해서 책을 읽기로 마음을 먹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월간지 <샘터>물방울서평단에 도전을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두 개의 계절이 지나는 시간동안 나를 다독이며 행복한 글쓰기를 할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월간<샘터>를 보았는데요, 갈끔하고 세련되게 디자인된 책을 보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글체로 샘터라고 적혀있던 표지는 영어로 <SAMTOH>라고 써져 있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글인지 발음을 못했답니다^^.

7월의 주제는 <우리 동네에서 만나요!>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일산인데요, 올해 초에 일산으로 이사와서 채 1년이 안 되었으니, 매일이 처음 만나는 시간이고 날씨이며, 사람들입니다. 첫인상은 맑음이고, 둘째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Special Theme: 우리 동네에서 만나요!>에는 전북무주, 경남남해, 인천창영동,경기파주, 경남김해,서울상수동,경기수원,경부상주가 소개되었습니다. 소개된 동네 중 우리집에서 가까운 경기파주를 소개한 내용을 봤습니다. 마을잡지인 <디어교하>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대체 <디어교하>가 무엇이기에?

여느 동네처럼 교하에도, 없어지고 문을 닫는 공간들이 생기곤 한다. 특히 지면에 소개된 공간이 문을 닫았을 땐 안타까움이 더하다. 그럴때마다 <디어교하>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문을 닫고 사라지더라도 교하에 이런 곳이, 혹은 이런 사람이 있었단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요즘 대두되는 아카이빙도 이런 의미를 지니고 있으리라.

대체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교하의 과거를 묻고, 현재를 기록하고, 또 미래를 그려보는 마을잡지 <디어교하>는 아직 고민이 많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또 그만큼 채워나갈 부분이 많기에 더 기대되는 잡지다.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이지만 대박처럼 느껴지는 마을자랑들을 들으니까, 가까운 휴가에는 책에 소개된 곳에 꼭 가고 싶어진다^^

작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책은 줄거리가 짧지만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건축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를 이끌었다. <서울 딜큐샤>에 대한 이야기다

빽빽하게 둘러싼 다른 집들 뒤로 딜쿠샤가 그림자처럼 숨어버렸지만, 100년전엔 푸르른 녹음뿐이었다. 그중에서 집을 덮을만큼 커다란 은행나무는 집의 수호신이자 평온한 쉼터였을 것이다. 이 은행나무가 이 집을 지금까지 지켜온 건 아닐까?그리고 은행나무는 이 집의 생애를 전부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딜큐샤는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이며, 폐허가 된 인도의 유적지를 가리킨다. 메리 린리 테일러는 어린 날 딜큐샤의 사진을 보고 낯선 도시에 매혹되었다.

길모퉁이 근대건축, <먼 곳을 향한 그리움> 서울 딜쿠샤

7월호의 많은 스토리들을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폈다. 웃기면서도 공감되는 내 심정을 잘 표현한 것 같은 만화를 만났다^^

나, 사실 지금 그냥 많이 지쳐있는 것 같아.

지금은 꿈을 좇을 자신도, 나 스스로에게 확신도 없는 것 같아. 그냥 그런 것 같아.

취준일기 <피하고 싶었던 질문, 너는 하고 싶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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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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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디 넬슨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소녀는 곧 놀랍도록 사랑스러운 소설<하늘은 어디에나 있어>로 변모했다. 상실, 그리고 첫사랑, 잰디 넬슨은 전혀 다른 색채를 가진 감정들을 한꺼번에 겪게 된 소녀의 혼란과 성장을 절묘하고도 생생하게 포착해냈다. 데뷔작임에도 즉시 팬덤이 형성될 만큼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이 책은 미국 청소년도서관협회 최고의 영어덜트 소설로 선정되었고,...

소설의 시작은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레니워커는 언니인 베일리워커와 할머니, 그리고 빅 외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 언니가 4주 전에 죽어서도 아니고 우리 엄마가 16년째 연락이 없어서도 아니며 심지어 갑자기 내 머릿속에 온통 섹스 생각뿐이어서도 아니다. 바로 집에서 기르는 화초에 반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제1장, 첫 페이지 시작

상실에 대한 아픔!!

살아가는 존재로서 상실에 대한 슬픔과 아픔을 떨쳐버리거나 없앨 수는 없겠죠? 신이 아닌 이상은 말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한정된 시간을 살고 있으니까 말이죠.

누군가는 먼저 가야 되고, 또 누군가는 남아있는 게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슬픔이 더한 것은 정말 뜻밖의 시간이어서 그럴겁니다.

남아있는 사람들과 작별한 시간도 없이 가버리니까 말이죠.

잊을 수는 있겠죠. 시간의 문제지만 말입니다.

남들도 같은 슬픔을 겪을 진데, 왜 나는 더 슬픈 것일까요?

아마도 우리가 상실의 고통을 겪을 나이였으면, 준비가 될 시간이었으면, 그리고 남들도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면 이렇게까지 슬프지는 않겠죠?

전혀 뜻밖의 시간에 한 인간으로서 더 해야 할 생명의 끈이 끊어지고, 가족이라는 부모라는 자식이라는 끈이 끊어져서 그 고통이 더 할 것입니다.

손녀들은 궁금해합니다. 왜? 엄마가 자식을 버리고 떠났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대답을 해야하는 것은 남아있는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입니다. 극 감정은 어떤 것일까요? 한 사람의 여자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지만, 엄마로서자식에 대한 감정은 같을거라 생각될텐데, 할머니는 자신의 딸의 생각과 마음을 그 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요? 이제는 그 궁금증에 답을 줘야 할 때입니다.

앞에 대체 뭐가 있길래?

나는 언니의 책상에서 일어났다.

엄마는 그때 뭘 향해 달려가고 있었을까?

엄마에게 언니와 난 뭐였을까?

115페이지

정곡이었다.

"너희 엄마는 그렇게 타고난 거야. 내 자궁에서 곧장 세상으로 뛰쳐나간 거나 다름없지. 처음부터 줄곧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던 거야."

"도망치는 거야?"

"아니다. 얘야. 결코 도망이 아니야. 그건 알아두렴"

할머니가 내 손을 꽉 쥐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거지."

책의 주인공은 동생 레니워커다. 언니가 죽고 나서 그리운 마음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감정들을 묘사하고 있다. 존재만으로도 항상 큰 의지가 되었던 언니의 죽음뒤에서 힘들어하면서도 언니의 남자친구와의 키스, 자신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조 폰테인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이끌림 등등

누군가를 떠난 보낸 상실의 아픔속에서 누군가가 알게되면 부끄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감정들에 대한 주인공의 고민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 감정들에 솔직해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물론 내가 한 말의 뜻은 안다.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얼마나 교묘히 숨어있는지 미처 몰랐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그걸 누가 알고 싶어 하는가?

죽음이 한순간 방심한 찰나에 닥칠수 있다는 걸 누가 알고 싶겠는가? 내가 가장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체 누가 알고 싶어 해?

"하지만 최악의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일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지 않을까?"

18장.195페이지

저는 형제도 자매도 없지만, 레니워커와 베일리워커 자매의 우정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한 때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는 자매가 있었다.

어둔운 방은 서로의 목소리로 채워졌으니까.

별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밤에도,

함께 강에서 돌아오면서 누가 손전등을 켜지 않고 오래 버티는지 내기했다.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종종 새까만 밤 숲길 한복판에서 등을 맞대고 하늘을 보며

별들을 기다리면 별들이 돌아왔고

만지려고 팔을 뻗으면 만질 수 있었으니까

편지봉투 겉면에 쓰임, 시내의 어느 자동차 바퀴 밑에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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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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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왜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오랫동안 숲속을 헤매다가 마침내 미로의 출구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좀 더 자신을 위해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럼으로써 도피로 점철된 인생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야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 로켓엔진 전문가잖아. 설마 데이코쿠중공업의 연구자들이 겁나?" 쓰쿠다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아무도 없는 거실 한곳에 시선을 던졌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인간사 세옹지마같다. 무대는 회사다. 갑을관계의 회사가 등장하고, 회사의 자금줄을 담당하고 있는 은행이 있다. 대기업에게 중소기업은 을인 약자일 수 밖에 없고, 은행은 약자인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의 편에 있다.

힘들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기업의 양보는 없다. 오히려 중소기업의 기술을 싼 값에 사들이기 위해서 비열하지만 약샅빠른 방법으로 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여온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정과 의리로 똘똘 뭉치는 작지만 강한 회사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있다. 아무리 험난한 외압이 있더라도 회사를 믿고 동료를 믿는다면 솟아날 기회는 온다는 것.

어쩌면 이케이도준의 소설이 주는 일관성 있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 잃어버려서도 안되는 것들

약자들의 작지만 함께하는 힘.

어려울수록 단단해지는 동료들과의 믿음

기술력 하나만큼 인정받아온 변두리로켓 회사인 쓰쿠다제작소. 하지만 대형로켓엔진 기술특허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 들어 싼 값에 가로채려는 대기업인 나카시마공업의 전략을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로켓발사의 실패로 연구소에서 혼자서 모든 책임을 떠안고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쓰쿠다에게는 쉽지 않은 상대인데요.

세상은 의외로 정의롭다. 그리고 약자를 응원하는 목소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세상은 누군가에게는 살 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살 만한 세상이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뿐이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웃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야 한다.

시선과 관심이 사라진 자리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은 온데간데 없고, 돈벌이나 화풀이 대상만 남을 뿐이기 때문이다.

《도쿄경제신문》의 특집기사다.

대기업의 논리, 물불 가리지 않는 수익지상주의. 나카시마공업을 마치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소국을 유린하는 대국처럼 표현해 놓았다. 기업 이미지 훼손이 이만저만 아니다.

취재때 미타가 자신만만하게 밝힌 자신의 생각과 나카시마공업의 전략도 중소기업의 성의와 진심을 짓밟는 교만한 대기업 마인드의 예시로 인용됐다.

하지만 인생사 세옹지마라고, 쓰쿠다제작소 내부에도 작은 균열들이 발생하는데요. 가장 안 좋은 내부갈등인데요.

영업부와 기술개발부는 원래 마음이 안 맞는다. 영어부 입장과 기술개발부는 돈 잡아먹는 귀신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기술개발에 특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연구 범위를 굳이 좁히지 않고 자유로이 놔둔 건 오로지 쓰쿠다의 뜻이었다.

이케이도준의 소설은 셀러리맨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주는 최고의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거의 모든 소설의 플롯이 비슷한 듯 하지만, 읽을 때마다 인물들간의 심리는 한 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고뇌도 있다.

쓰쿠다의 가슴속에서 예상치 못한 의문이 고개를 쳐들었다. 당시 연구자로서 막다른 골목에 몰렸던 자신에게 그 선택은 그저 '도피'아니었을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과 직원들을 위해 인한다-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마음속 어딘가에 스미어 있던 좌절감을 지우려던 것 아닐까. 남을 위한다는 허울 좋은 믿음으로 진실에서 눈을 가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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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100년 전통 말하기 수업 (리커버) - 말투는 갈고 닦을수록 좋아진다! 하버드 100년 전통 수업
류리나 지음, 이에스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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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은 일찍부터 '혀'가 곧 돈이나 원자폭탄과 같은 존재로서 말의 힘이 '세계의 3대 위력'에 속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엘리트 말하기 훈련은 거기서 출발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말, 즉 상황과 상대에 따라 말의 위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말하기를 가르치며 역사의 현장에서 리더십을 드러낼 수 있도록 이끌었던 것이다.

프롤로그. 하버드 교수와 동문들이 집약한 100년 전통 말하기 비법!

말은 잘하는 사람은 누구든 부러움의 대상이죠. 대표적으로 말을 잘 해야 하는 직업은 정치인이다. 그 중에서도 대통령은 말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들을 이끌어가야 하기에 아주 말을 잘해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

여러분이 알고 있는 말 잘하는 대통령은 누구인가요? 설마 트럼프대통령은 아니겠죠

버락오바마 대통령도 그 중에 으뜸가는 한 사람인데요, 사실 지금과는 다르게 그저그런 학생이었다고 하네요^^

그럼 어떻게 말을 잘 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하버드대학교입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말하기 자기계발서입니다. 먼저 목차를 보죠

- 같은 말이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 3초 인사로 첫인상 바꾸기

- 상대가 말하고 싶게 자극하라

- 망설이지 말고 자신을 이야기하라

- 설득하면 당신을 거절할 수 없다

- 문제될 만한 화제를 피하라

- 의견이 나뉠 때는 공통점을 찾아라

- 말에 논리가 있어야 지지를 받는다

혹시 모르는 내용은 없겠죠? 다른 책에서도 한 번쯤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고개를 가우뚱할 것입니다.

위에 나와있는 목차대로 상대방과 대화를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면 당신은 말하기의 고수에 오른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죠^^

이 책의 제목이 왜 '하버드'일까?

하버드를 다녀야만 말을 잘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방법이 아니겠죠. 말을 잘하기 위한 수업들에 있는 내용들입겁니다.

책에는 56개의 소주제에 대해서 하버드대 교수들의 생각들과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버드를 다녀야만 말을 잘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방법이 아니겠죠. 말을 잘하기 위한 수업들에 있는 내용들입겁니다.

책이 말하기 능력을 키워주는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라서 눈에 띄는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핵심 단어를 낚아라

= 우리는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가?"에 더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화를 발전시키고 심화시키는 비결은 상대방의 핵심 단어를 캐치하고 한 걸음 나아가 질문을 하고 평가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하는 말에 적극 호응하라,

질문이 정확하면 대답하는 사람이 좋아한다.

1.당신이 질문이 꼭 필요한지를 확인하라

2.질문을 자세하게 하라

3.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질문만 해라

4.말하고 싶은 것을 질문하라

이 부분은 글을 쓰고 말할 때면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인데, 볼 때마다 새롭다.

노암 촘스키는 <논리의 3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1.당신이 하는 말은 공정하고 합리적인가

2.당신이 하는 말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가. 자신의 생각은 간단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상대방에게 전달 가능한가

3.당신이 하는 말은 전체적인 내용(자신이 전달하려는 주제)에 부합하는가

이 논리의 3가지 기준을 참고하여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3가지를 시도할 수 있다.

1.명확한 의견을 전달하라

2.명확한 이유를 설명하라.

3.논리적 신호를 끌어들여라

논리에 맞아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이 책으로 얼마나 나의 말하기가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말을 잘 해야 하는 직업적인 환경이라든지, 또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당장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평상시에 다른 사람들과 호감가는 대화법을 생각해보고 싶다거나, 그렇게 호감가는 대화를 잘 못하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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