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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이은소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호란 중 포로로 끌려갔다가 청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화냥년이라는 비난의 몰매. 그로 인해 가족에게 버림받고 온전한 정신을 잃어버린 인심 할망
병약한 남자와 혼인하자마자 남자가 죽고, 서방잡아먹은 년이라며 시어머니에게 사약까지 받으며 우울증에 걸린 은우
계부에게 주기적인 성폭행을 당하며 결벽증을 앓게 된 서란
나라를 위해 전쟁에서 싸우다 한 쪽 눈을 잃고 광대가 되었지만 사람들에게 인간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알코올 중독이 되어 버린 광대
12년 간 있는 재산 다 털어 공부하였지만 계속된 과거시험 낙제로 불감증이 생긴 선비
어미의 죽음, 아비와 계모의 배신, 형제와 그 친구들의 괴롭힘에 못이겨 오줌싸개가 되어버린 여섯 살 석철이
집안에서 짝지어준 사람과 혼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살해당한 히스테리 비구니
착한 성품을 이용해버린 동료 덕에 외팔이가 되고, 매품팔이로 살다 귀신이 들려버린 멍게
이 모든 이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어루만져 줄 사람이었다
현대 사회에는 의학의 발달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만,
과거 조선시대에 정신병은 그저 귀신 들린 병신 취급을 하며 이유없이 죽임을 당하거나 짐승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기 일쑤였다
그러한 환자들 앞에 심의 유세풍이 나타났다
사람들의 말보다 연희의 병을 고치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신병이 아니라 심병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도 처음부터 심의는 아니었다
내의원으로 잘나가던 유세엽은 두 번의 침 시술 후 병자가 세상을 떠나자 더 이상 침을 잡지 못했다
더구나 한 명의 병자는 선대왕이었기 때문에 유세엽의 아버지 내의원 수의 유후명은 유배형에 처해졌고, 유세엽은 아버지와 함께 의술을 배웠던 계지한의 계수의원으로 보내진다
그 곳에서 유세엽은 계지한을 만난다
“내의원으로 가서 어의가 되면 네가 달라지냐? 넌 여기서도 유세엽, 거기서도 유세엽이야. 병자를 돌보고, 하루 두 끼 밥 먹고, 똥 싸고 잠 자고 하는 건 똑같아. 굳이 그렇게 뭐가 되려고 하냐? 그냥 물 처럼, 바람 처럼 흘러가는 거지. 너는 의원이야. 의원에게 병자를 고치겠다는 목적 말고 다른 목적이 필요하냐?”
그의 말을 듣고 유세엽은 심의가 된다
트라우마로 인해 침은 여전히 놓지 못하지만,
신분에 상관 없이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고
함께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심의
“병자의 웃는 얼굴, 이것이 바로 의원의 보람이지”
의료인으로써 많은 환자를 만나왔지만,
사실 현대 사회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가득하다고 생각된다
그로인해 환자들은 더더욱 마음의 문을 닫게 되고,
악순환의 반복이 되어가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계지한과 유세풍, 은우님과 같이 환자의 가까이에서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는 것은 우리나라 병원 구조 상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의료인들 모두가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 한 권을 읽으며 많은 반성과 다짐을 하게 했다
또한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정말이지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기구한 상황과 운명임에도 따뜻한 관심과 치료로 치유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행복의 본질도 찾을 수 있었다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소설 속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