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 바디북 - 톱모델이 줄 수 있는 모든 팁
한혜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http://010777000.tistory.com/74

 

모델 한혜진에 대해서는 가끔 tv에서 본 것 같았는데, 그녀의 존재를 주목하게 된 건 <마녀사냥> 이후다. 지금은 아쉽게도 볼 수 없지만. 약간 시니컬한, 그치만 매력있고, 일적으로 멋있는 여자. 그녀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다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종종 그녀를 더 보게 됐는데, 모델이라는 직업을 지속하기 위해서 건강한 식단에, 운동까지 하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라는 걸 알고는 더 좋아지게 됐다. 그러던 중 온라인 서점에서 신간 구경을 하다가 책을 냈다는 걸 알고 바로 질렀다. 뷰티 혹은 운동 분야의 실용서를 내돈을 주고 구입할 줄은 정말 몰랐는데, 그녀의 얘기를 책으로 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망설임없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진짜 좋은데?'라고 계속 생각했다. 그녀의 화보 사진들도 같이 볼 수 있었고, 뉴욕에서 모델 생활을 할 때의 에피소드, 뷰티 팁, 운동 팁, 건강 식단, 그 밖에 자신이 하고 있던 생각들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얘기들이 가득하다. 이런 꿀팁을 제외하고도 자신의 신체부위 중에서 10점을 주고 싶은 곳은 어디냐는 질문에 '10점이 너무 많아서'라고 대답할 수 있는 자신감을 지닌 그녀의 매력은 이 책에서 한없이 드러난다. 

 

사실 모델이라 하면 가녀린 몸매 관리만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보여지는 그 자체의 모든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어리석게도 지금 알게 되었다. 머릿결, 몸의 근육, 피부 등등. 그리고 그걸 위해서 힘들고 어려운 것들에 계속 도전하고 이겨나가는 게 같은 여자가 봐도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더 좋았다. 자신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건강잡지도 꾸준히 구독하고, 헬스기구나 큰 거울 같은 것도 준비하며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하고. 탑모델은 정말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그녀의 인생 버킷리스트 중에 '책쓰기'도 있었다는데 이 책을 통해 이뤘단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작가로 한혜진을 섭외하고 책을 진행시킨 편집자가 부러워졌다. 책작업을 같이 하면서 얼마나 좋았을까. 게다가 유명인사의 경우 책을 내도 대필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대필을 할까요라는 제의에 자신의 생각은 자신이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거절하고, 꽤 훌륭한 글을 보내 담당 에디터를 놀라게 했다는 대목에선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혜진의 이야기를 들을까 싶어 고른 책이었는데 안에 있는 특히 내 기준에선 '뷰티 팁'이 도움이 돼 자꾸자꾸 펴볼 것 같다. (뷰티라고 쥐뿔도 모르는 내게 좀 더 쉽게 화장품의 기능을 설명해준 느낌이랄까) 글은 막힘 없이 술술 읽히고, 그런데도 마음에 남는 게 많아 하나도 아깝지 않다.

 

+책에서 오타 몇개를 발견하긴 했는데 그냥 넘어갔는데, 뒤표지 키워드에 ㅍㅌㅎ > ㅌㅍㅎ 자음 순서가 다르게 되어 있어서 이건 좀 고쳐야 하지 않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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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라 블루스
사키사카 이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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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010777000.tistory.com/68

 

간만에 읽은 순정만화. 대학교 때는 많이도 봤었는데, 어느샌가부터 읽을 기회가 줄어들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러나?

그러다 오늘따라 오랜만에 순정만화를 봐볼까 하는 생각에 둘러보다가 사키사카 이오의 <마스카라 블루스>를 발견해서 읽었다. 이 만화의 다른 만화로는 <나의 연인>, <스트롭에지>가 있는데, 그림체도 예쁘고 내용도 너무 유치하기만 하지도 않아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읽은 <마스카라 블루스>는 단편 3편을 묶은 단행본이어서 완결을 좋아하는 나에겐 더 좋았던 만화로, 순식간에 뚝딱.

 

이 책의 첫 번째 단편이었던 <마스카라 블루스>. 금사빠인 여고생 무기노는 사랑에 빠지면 물불 안 가리고 고백해버리는 스타일. 그런데 고백만 했다 하면 절정으로 치닿던 애정이 순식간에 식어버리고 만다. 그런 그녀의 곁에는 항상 연애상담을 도맡아 해주는 친한 남자친구 동급생 슈야가 있다. 절대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던 슈야에게 무기노가 반해버리게 되고, 너무 소중한 친구인데 자신의 감정이 식어버릴까 쉽게 고백하지 못하고 애써 감정을 죽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역시 너무 붙어다니는 남녀사이엔 친구가 없음을 또 한 번 느끼고, 슈야의 우연한 고백은 두근두근!  

 

두 번째 단편은 <로맨스의 윤곽>. 소심한 여고생 츠다는 입학 후 넘어져 짐을 다 떨구는데 그때 그런 그녀를 도와준 남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단서 하나만 있는 상태. 그 접점으로 같은 반 타카스가가 떠오르는데, 무뚝뚝한 스타일이라 그녀에겐 어려울 뿐. 그렇게 눈으로 쫓다가 결국 자신을 도와준 친절한 사람이 타카스가라는 걸 아는데,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자 실망을 하는 자신이 혼란스러운 츠다. 이런저런 오해 끝에 해피엔딩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남주 중에선 '타카스가' 스타일이 좋음! 츤데레 같고 말야.

 

세 번째 단편은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하여-긴밤->. 우연히 길을 가다가 미용실 직원인 마시마에게 커트모델이 되어줄 것을 부탁받는 히카루. 그의 친절한 행동들에 마음을 뺏기는데 히카루는 성동일성 장해를 겪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 두려워 다가오는 그를 쳐내지만, 결국은 해피엔딩. 약간의 반전이라면 반전을 담은 단편이었는데, 그래서 그들은 행복했습니다 라는 완벽한 해피엔딩도 아니고, 그저 묵묵히 그 길로 나아갔다는 스타일의 완결이라 다소 아쉬움이 남았음. 성동일성 장해라는 소재를 갖고 왔음에도 별로 깊이 있는 스토리는 아니어서, 고딩 단편이나 하나 더 써주지 싶은 심정이었다. 달달하지도, 그렇다고 애처롭지도 않았던 그저 그런 단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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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힘든 말
마스다 미리 지음, 이영미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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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010777000.tistory.com/62

 

원래는 일본어 공부를 하려고 원작부터 구입했지만, 그러려니 진도가 아무래도 나가질 않을 것 같아서 한국어판으로 다시 구매했다. 마스다 미리의 책은 '수짱 시리즈'를 비롯해서 여러 권 가지고 있는데, 일러스트레이터답게 그림체도 이쁘고, 에세이도 일상적인 소재 속에서 독특한 시선과 유머가 담아 내 이번에도 후회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분홍색의 여리여리한 표지를 달고 나온 <하기 힘든 말>을 얼른 읽기 시작했다. 제목이 <하기 힘든 말>이어서 감성적인 책이겠다고 예상을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알고보니 평소 흔히 접하는 말인데도 마스다 미리 입장에서 선뜻 입에 올리기 어려운 말, 시대와 상대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말은 젊은이들이 쓰는 '피어스', '개런티'를, 기성세대는 '귀걸이', '원고료'라고만 고집해서 쓴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선뜻 입에 올리기 어려운 말은 '결혼 안 하세요?', '가정 형편이 좋지 않다', '요즘 애들은..' 같은 말처럼 상대방이 듣기에 사실은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말들이다.  

 

40대의 마스다 미리의 글이라 몇몇 일화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어떤 단어들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혹은 어떻게 이런 말을 듣고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하고 놀랐다. 예를 들어 '아줌마'의 나이가 되어버린 자신이 한참 어린 지인 앞에서 '어떤 아줌마가 말이야'라면서 지칭했는데 어렸을 적이라면 이상하지 않겠지만, 아줌마인 자신이 남을 아줌마라 지칭할 때 이제는 머뭇거려진다는 것이 그랬는데 나도 나이가 들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건강이 유일한 장점입니다'라는 겸손의 표현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부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말에 선뜻할 수 없다는 얘기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즘 들어 잘못된 식습관으로 여기저기 아파보니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시점에서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100% 공감! 

 

그리고 '절친'이라는 부분도 꽤 공감이 되었는데, 어렸을 적이라면 특별한 의미부여라도 되는 것처럼 친한 친구를 가리켜 '절친'이라고 불렀으나 이제는 '친구'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하다 라는 것. 나 역시 고등학생 때엔 절친, 베프처럼 굳이 친구들 중에서도 특별히 친한 친구라는 의미로 그런 단어들을 썼는데, 이제는 그런 단어가 친구들을 단계로 나누는 것 같기도 하고, 억지로 친한 사이라고 관계를 잡아두는 느낌이라 쓰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의 <하기 힘든 말> 덕분에 내게 하기 힘든 말은 어떤 게 있나 하고 생각해 봤더니 이런 것들이 있었다. 'OO이는 요즘 뭐해?', '언제 밥 한 번 먹자'. 전자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여전히 취준생인 친구들이 많아 안부를 묻기가 미안해서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말이 쓰기 어려워졌고, 후자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는 것 같아서 하고 싶지 않으나 가끔 쓰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말 중 하나다. 하기 힘든 말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듣기 싫은 말로는 기성세대에게라면 '옛날에는 안 그랬어', 연인에게라면 '나는 원래 이래' 정도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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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힘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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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010777000.tistory.com/55

 

 

친구와 서점을 지나가다가 이 책 앞에서 멈춰졌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란 제목과 그 밑에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라는 말에 강하게 끌린 셈이었다. 저자를 살펴보니, 사이토 다카시다. 최근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책으로 화제의 인물이 된 인물이다. 이 책에 눈도장을 찍고, 언젠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위즈덤하우스'에서 신간 이벤트가 있기에 참여해서 책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종종 신간 이벤트를 통해 책을 읽어오곤 했으나 읽고 싶지 않은 책은, 읽는 것도 더디게 되고 의무감에 읽는 적이 많은 터라 꼭 읽고 싶은 책에만 참여를 했는데 이렇게 얻게 된 것이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대학교 재수를 계기로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있는 시간을 무려 10년 동안 보냈고, 그동안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순히 혼자서 음악을, 영화를 즐기는 것만이 아닌) 그렇게 암흑의 10년을 보낸 결과, 현재는 꾸준히 책을 출간하는 작가도 되었고, 메이지대 교수로 거듭나기도 했다. 교수로 지내면서도 무리로 지내는 학생들보다 혼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성과가 좋음을 알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의 중요성을 주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혼자였을 때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사실, 읽으면서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책이었다. 자기계발보단 자전적 에세이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혼자인 시간을 지내는 법, 그리고 그것을 이뤘을 때의 효과 같은 내용을 기대했는데, 고독을 사랑하는 자신의 성향과 그렇게 보낸 10년의 이야기, 그 10년 동안 고독할 때 읽은 문학작품, 작가 등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다. 사가구치 안고, 무라카미 하루키 등등. 가끔은 목차의 제목과 그 안의 내용이 묘하게 어긋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어서 편집자가 작업하면서 새로 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리지어 다니면서 혼자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한없이 가볍기만 한 젊은 세대들의 세태를 아쉬워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이해가 가지만 고독을 사랑하는 저자의 느낌이 다소 '괴짜'처럼 보였다. 대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단 뒤에서 책읽으면서 조용히 고독을 씹는 낭만파 같은. 현실감이 살짝 떨어지는 느낌.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혼자일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몇 가지 해답은 얻은 것 같다. (이미 알고 있었더라도 잘 하지 못했던 것들이라) 1.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녀라. 2. 몸을 건강히 해라. 3.독서를 하라. (다른 작가들은 고독의 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어떤 생각들을 가졌는지 배워라) 4. 기록(일기)하라. 

어쨌든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으면서 '혼자'라는 단어에 반응한 걸 보면, 제대로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음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몇 가지 해답을 기억해 두고, 혼자인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독서도 더 많이 하고, 생각도 더 많이 하면서. 

 

 

201p

혼자서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려서는 수맥을 향해 갈 수 없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고민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는 영원히 지하수맥에 도달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음악을 끄고 '나는 어떤 존재인가?' 하고 생각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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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합본판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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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010777000.tistory.com/48

 

처음 홍대 만화책방 '즐거운 작당'에 갔을 적엔, 어떤 만화를 읽어야지 하고 미리 생각을 해놓지 않아서 제대로 읽은 것도 없이 이것저것 조금씩 건드리다가 돌아왔다. 그때 그곳을 나오면서 '아, 이토 준지가 있었는데!'라고 후회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를 생각하고 잊지 않고 이번엔 <소용돌이>를 찾아 읽었다. 보니까 이번에 나온 <마의 파편>까지 있을 정도로 만화책이 업데이트가 잘 되는 것 같아 좋았다.

 

이토 준지의 다른 전집 <공포의 박물관> 시리즈는 전부 가지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토 준지 책은 기존에 있던 걸 개정하면서 내는 경우가 많아 이것도 그런 건가 싶어서 이 책을 사질 못했다. 그러다 결국 여기서 읽게 됐는데 다행히 겹치는 작품은 아니었다. 소용돌이의 저주에 휩싸인 마을을 배경으로 여러 편의 에피소드가 단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은 키리에이고, 그의 남자친구인 슈이치도 계속 등장한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같지만 다른 내용인 <은하>라는 작품도 덧붙여져 있는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다. (내가 읽은 이 책은 기존의 소용돌이 전3권을 단 한 권으로 묶은 무삭제 완역 합본판)

 

해안가의 작은 마을 크로우즈는 소용돌이의 저주 탓에 사람들이 기이한 현상에 놓이게 된다. 슈이치의 아버지는 소용돌이의 집착하다 급기야 동그란 관 속에 소용돌이 형태로 몸을 구부려 뼈가 우둑우둑 끊어지면서 죽음을 맞이한다. 남편이 그렇게 죽고, 슈이치의 어머니는 소용돌이의 모양만 보면 없애버리게 된다. 어느 날 자신의 지문도 소용돌이 모양임을 발견하고 지문을 잘라내고, 달팽이관 역시 그와 같은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가위로 자신의 귀를 찔러 버린다. 이런가 하면, 저주로 인해, 사람이 달팽이화가 된다든가, 얼굴에 소용돌이가 생긴다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 같은 소름끼치는 잔인한 내용은 그의 기괴한 그림체와 맞닿아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정말, 읽으면서 이토 준지는 공포 만화계의 천재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가 독특하다는 걸 또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론 <마의 파편>보다 수작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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