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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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마스다 미리



집에 있으니 할 일도 없고, 오랜만에 도서관에나 가볼까, 하고 찾아갔다. 읽을 책은 언제나 많지만 도서관에서 책장 가득 있는 책을 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서점의 매대(광고)와 다르게 공정하게 책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내 취향을 골라올 수 있다. 이전에 궁금했던 책들이 좀 있어서 리스트업해서 갔다가 마침 내 눈높이와 맞는 책장에 마스다 미리 책이 놓여 있었다. 최근 <내 누나> 속편이 나온 걸 보고 사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이 책도 아직 안 읽었으니 이것부터 읽자, 하고 데려왔다. 


제목도 귀여운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는 160쪽밖에 안 되는 아주 얇은 만화에세이다. 책을 펼치면 시작부터 귀여운 그림이 독자를 맞는다. 수짱 캐릭터가 더 좋긴 한데, 이 그림은 <여자는 언제나 대단햬>에 나오는 초창기 캐릭터를 담은 듯하다. 역자는 유명한 권남희 님이 맡으셨고. 그림도 귀엽지만, 내 마음이 시작부터 동했던 부분은 프롤로그의 일부. 


"머릿속으로 분노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면, 화가 하늘까지 닿을 듯한 꽈배기엿처럼 길어져서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화가 꽈배기엿처럼 길어진다니. 나이도 나보다 더 많음이 분명한 그녀의 이 아이 같은 표현에 새삼 감탄했다. 사물과 감정을 바라보는 눈은 나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순수한 그녀를 어찌 안 좋아할 수 있겠는가.


프롤로그 부분을 넘기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목차페이지가 나오고, 본격적인 에세이가 등장한다. 이 책은 그녀가 32살에 쓴 초기작품으로, '여자의 분노'라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분노라기엔 사실 너무나 자잘한 이야기들인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별일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공감대를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녀를 분노 혹은 욱하게 만드는 이들은 '매번 말이 바뀌는 사람',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 '잘못한 일에 사과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선입견을 강요하는 사람', '용건을 간단히 하지 않고 쓸데 없이 말이 긴 사람', 그리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자신'이다. 가까이에서 이렇게 누구나 느낄 만한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짧게 '콕'하고 포인트를 짚어내는 그녀의 글을 만나면 언제나 즐겁다.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누군가를 분노하게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내가 당연히 안다고 해서 남에게 '이것도 몰라?'하고 강요했던 것도 같고,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니지만 나도 생각이 많아서 남이 기다릴까 대충 머리를 하고서 사진 찍은 적도 있었다(이 에피소드에서 내가 마스다 미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확실히 깨달았다. 같은 소심한 인간인 것). 


그치만 책의 말미엔 문고본에 덧붙인 그녀의 후기가 있는데, 이제는 소심함과 이별하고 당당해진 그녀다. 나도 언젠가는, 이라는 생각이 든다. 얇고, 재밌어서 금방 읽었는데, 빠르게 못 읽는 나도 이렇게 빨리 읽을 정도라니, 내용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좀 들었다. 너무 얇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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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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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김민섭



SY를 만난 날, 자연스럽게 나왔던 책이야기에 입이 닳도록 칭찬해준 책이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 <대리사회>다. 저자 김민섭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으로, 대학의 현실을 낱낱이 고백하면서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아직 읽진 못했으나, 그런 책이 나왔다더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 이름 없는 저자의 처녀작 치고는 꽤 훌륭하게 먹힌(?)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발이 현실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거나, 주변의 동료(혹은 동류)들에게 응원을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주체도 아닌 그들이 대학의 입장을 대리하면서 그는 허탈감을 느끼고 만다. 그 길로 그는 8년 동안 조교로, 시간강사로 몸담았던 대학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밤의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대리기사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글을 써나가기로 마음 먹는다. 그러니까 <대리사회>는 그가 대학을 나와 대리기사로서 타인의 운전석에 앉아 주체적으로 행동, 발화, 사유하지 못하는 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일들에 대한 생생한 르포다.


저자는 대리기사로 일하면서 그간 학문으로 이해했던 노동이라는 가치를 이제는 바깥에서 절절하게 느낀다. 대학에 있을 동안엔 숨어 있는 노동자로서 명절선물도 받지 못했고, 건강보험도 들을 수 없었으며, 대출도 받을 수 없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바친 노력들은 '학문이 다 그런 거다'라는 말로 착취당할 뿐이었다. 그뿐인가, 원하는 학문을 추구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그를 대신해 가족들이 그의 역할을 떠맡아야 하면서 그렇게 대리인간은 확장되어갔다. 


그는 정신을 차렸고, 알을 깨고 나와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떠안았다. 그렇게 대리기사로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샌님의 얼굴을 벗어나간다. "라페스타 가실 분들 같이 가요!"라고 대리들을 모아 택틀을 타거나 오늘은 쉬자라고 하다가도 돈 좀 되겠다 싶으면 재빨리 뛰어나가며, 새로 바꾼 휴대폰에 잠금장치가 되어 콜을 재빨리 누르지 못해 좌절하기도 한다. 이런 생생한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대리기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세상에 나와 그는 온갖 사람들을 마주한다. 거기엔 비참함과 허무함만 있지 않다. "대리 불렀어"가 아니라 "대리 오셨어"라고 하는 사람들, "자신의 차처럼 편하게 운전해주세요"하고 상대방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만들어주는 사람들, 고생이 많다며 빵과 음료를 사 안기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그는 고되지만 즐겁게 밤 거리를 그토록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물론 실컷 자신의 돈자랑을 해놓고 2천원이 더 나왔다며 불만신고를 하는 고객도 있고, 지갑이 없어졌다며 도둑으로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 르포를 통해 대리기사에 관해 새롭게 알게 됐다. 하루 임금은 15만원 정도로 생각보다 높고, 밤에는 택틀이라 하여 정해진 지역 내에서 영업할 수 없는 택시기사들과 저렴하게 도시를 이동한다는 것, 임금의 입금은 익일 지급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 수수료는 20%를 떼인다는 것 등이다. 저자가 새로운 세계를 알아간 만큼 독자인 나도 세상을 좀 더 알게 됐다고 하면 건방질까. 


책속에서 저자에게 어떤 사람이 도움을 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왜 이렇게 저한테 잘해주세요."하고 저자가 묻자, 그는 "그냥 나는 당신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내 마음이 그렇다. 새로운 세상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려는 그가 나도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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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고 싶은 프랑스 여자들의 서랍 - 꾸미지 않은듯 시크하고 우아한 프랑스 여자들의 내추럴 라이프스타일
티시 제트 지음, 나선숙 옮김 / 이덴슬리벨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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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고 싶은 프랑스 여자들의 서랍》 : 티시 제트



읽을 책들이 좀 있어서 도서관에 들렀다가 빌려온 <훔쳐보고 싶은 프랑스 여자들의 서랍>. 제목에서 드러나듯 시크하고, 멋스럽고, 건강한 프랑스 여자들의 뷰티, 생활, 스타일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프랑스인이 쓴 책이려니 하고 읽었는데, 알고 보니 저자는 미국인 패션 저널리스트 티시 제트. 그녀가 프랑스에서 살게 되면서 그 곁에서 지켜본 프랑스 여자들만의 독특한 습관과 전문가들을 찾아가 직접 인터뷰해서 얻은 뷰티법들을 엮어낸 것으로, 출간 후 아마존 뷰티분야 1위에 올랐다. 


각 장은 프랑스 여자들의 태도, 피부, 화장, 헤어스타일, 식단, 옷장, 액세서리, 매력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미국인 여자들에 비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프랑스 여자에 대한 찬양이 너무 많다 싶기는 하지만, 그녀가 써놓은 이야기들이 거부할 수 없는 내용이라서 끝까지 읽게 된다. 그야말로 뷰티바이블. 몇 가지 조언을 이야기하자면, 전문의들을 주변에 둘 것(미용사, 피부과전문의, 마사지사 등), 피부관리는 얼굴만이 아니라 목 아래에도 신경을 쓸 것, 나이가 아름다움에 전부는 아니라는 것, 옷장에 옷을 채울 때는 어두운 계열, 밝은 계열이나 큰 무늬는 포인트용으로만 구입할 것, 음식은 적당히, 죄책감 없이 즐겁게 먹을 것,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할 것 등이다.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는 내용들도 많았지만, 상당히 구체적으로 팁이 많아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도 많았다. 


글은 적절하게 저자의 체험담, 전문가의 인터뷰, 팁도 따로 구성되어 있어서 술술 읽히는 편이다.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무엇보다 프랑스 여자들에 대한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만나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를 테면, 최신 유행을 좇기보다는 하나의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링을 추구하고, 프랑스 잡지에는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매치하라는 조언은 찾아볼 수가 없단다(각자 다른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또 입시에 철학 문제가 나올 정도로 철학을 즐기는 이들은 월간 철학 잡지를 구독하기도 하면서 언제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센스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뷰티와 패션에 어마어마한 관심이 있지도 않고, 책에 나오는 화장품의 성분들을 이해할 만큼 지식을 갖추지도 못했고, 직접 건강식을 해먹을 정도로 요리를 잘하지도 못해서 어느 부분들은 이애하기 어렵거나 알아도 실천은 못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 번쯤 여자로서 읽어두기엔 나쁘지 않은 책이었다(신입생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이 읽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던 책은 모델 한혜진의 <한혜진 바디북>과 오래된 책이긴 한데 서은영, 장윤주의 <스타일 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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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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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 : 길리언 플린




길리언 플린의 <다크 플레이스>. <나를 찾아줘> 이후로 길리언 플린에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SY의 책장을 보다가 그녀의 책을 발견해서 덩달아 빌려왔다. 한 소녀가 얼굴을 가린 채 서 있는 으스스한 분위기의 표지는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제대로 궁금증을 유발했다(다 읽은 지금은 주인공 리비 데이와는 거리가 있는 표지 같지만). 거기다 샤를리즈 테론, 클로이 모레츠 등이 동명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고 해서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다크 플레이스>는 어렸을 적 자신이 살던 농장에서 살인사건으로 엄마와 언니 둘을 잃은 리비 데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는 사건 후에 오빠인 벤 데이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녀의 증언으로 인해 오빠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동안 끔찍한 사건으로 동정을 얻은 리비 데이는 후원금으로 생계를 해결하지만 25년이 지난 현재 생계가 막막해진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킬 클럽(아마추어 탐정클럽)'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오고, 그날의 사건의 범인은 벤 데이가 아니며, 증언은 잘못됐다고 그녀를 압박한다. 그러면서 사건의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면 돈을 주겠다고 하고, 그날의 사건을 '다크 플레이스'라는 이름으로 봉인해놓은 그녀는 '킬 클럽'의 라일과 함께 그날의 기억을 꺼내서 사건을 새롭게 좇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 가족을 살해한 진범 찾기 되시겠다. 


이야기는 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리비 데이, 여동생의 증언으로 범인으로 지목된 벤 데이, 그들의 어머니인 패티 데이의 시점으로 교차되어 진행된다. 각자의 입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1985년 1월 2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밝히면서 진실에 접근해가는 방식이다. 꽤 분량도 많고, 진실에 좀처럼 다가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대했던 것보다 초중반은 좀 지루한 편인데, 뒤로 갈수록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된다. 


진실이 무언지 알기엔 너무나도 어렸고, 어른들이 바라는 대로 말할 수밖에 없던 리비 데이, 열등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끝내 가족을 등질 수밖에 없던 나약한 소년 벤 데이, 언제나 가족을 지키려 하지만 실패하는 패티 데이는 '가난'이 초래한 비극을 낱낱이 드러낸다. 비극의 강도가 너무 세서 읽는 내내 답답해서 스트레스가 이만큼 쌓이는 느낌이었다. 안타까움도 큰지라 그날 밤 엄마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벤이 비뚤어지지 않았다면, 누군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하는 '만약'을 계속해서 가정하게 된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몇몇의 진범들이 선상에 오르는데, 사실 마지막의 반전은 범인보다는 그날의 진실과 그에 얽힌 다른 이야기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길리언 플린 특유의 신랄한 묘사들도 좋았다. 불행한 이웃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어린아이의 영악한 거짓말이랄까. <다크 플레이스>는 장르소설다운 흡인력은 있었는데, 그다지 유쾌한 결말은 아니어서 별로 권하고 싶진 않은 책이다. 마지막 결말을 향해 허겁지겁 읽은 후 한동안 너무 우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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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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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 마스다 미리

 

일을 시작하기 전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원하던 일을 찾았다. 처음 일을 배울 땐 하나하나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박봉에,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 매일 반복되는 일이 슬슬 지치기도 했다. 그런 날들을 거쳐 일하다 보니 누군가에겐 '겨우?'라는 느낌일 뿐이지만, 나는 어느덧 4년 차가 됐다. 그 사이 대리라는 직급도 생겼다.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를 읽으면서 4년간 일하면서 느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수짱 시리즈도 좋았지만, 그녀의 모든 작품들을 통틀어서도 이만큼 공감한 적은 없었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의 만화 데뷔작으로,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기 전 직장인으로 일했던 6년간의 일을 에피소드로 모은 것이다. 그녀 자신의 실제 경험담도 있지만,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대화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도 있다고 책에는 적고 있다. 사실 에세이가 아니라 만화라서 가볍겠지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들었다. 그런데 '뭐야 직장인들은 다 똑같은 마음인 거야?' 싶을 만큼 내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래서 그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가볍게 스치는 게 아니라 꽤나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그래, 맞아'라는 끄덕임과 함께.  

 

일하면서 봄이면 마음이 설레서 사무실에 있는 온종일 마음이 답답했고, 학생을 졸업하고 방학도 없이 아침잠 많은 내가 매일아침 출근하는 것도 곤욕스러웠으며, 한때는 대단한 보람이라도 있는 듯했던 일들이 '이게 다 뭐라고' 싶은 날들도, 퇴사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버릴까 싶은 마음도 수차례였는데 이런 내 마음이 책에 다 있었다. 심지어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혼자서 고민하는 거나, 앞으로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계획하고, 미루는 그 습관들마저 닮아 있다. 

이런 우울한 느낌 말고도 동료들이랑 수다 떠는 재미나, 일하다 인정받고 기분이 좋아졌던 일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느끼는 희노애락이 모두 만화로 그려졌다. 가족, 일, 미래 여러 가지 키워드의 총집합인데, 여자라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놀라운 건 이 책이 2001년에 처음 나왔고, 2006년에 개정을 한 책으로, 10년 전 글이라는 것. 10년 전 글이라니 공감은 될까 싶었는데, 어쩜 이때나 지금이나 직장인들은 별로 변하지 않았는지. 처음 보는 마스다 미리의 당나귀 그림도 귀여웠고, 초기작이라 그런지 그녀가 말하려고 하는 것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어릴 적에 쓴 글이라서 나이대가 맞아 그런지 더 괜찮다. 4년차가 되면서 언제까지 한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6년 동안 한 회사에 묵묵하게 다녔던 마스다 미리 덕분에 은근히 힘도 났다. 이번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는 기대 이상의 힐링북인 듯!

  

*이 책은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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