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으로 배우는 오늘의 세계 뉴스 -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세계시사상식 주니어김영사 청소년교양 5
질케 템펠 지음, 알요샤 블라우 그림, 배수아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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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알뜰살뜰한 내용이 담긴 청소년 책을 보면 청소년은 차치하고, 내가 얻는 게 많아서 참 기꺼운 경우가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처음 펼쳐들 때는 고만고만하게 읽히더니 점점 더 매력적이 되어, 시사 문제에 취약한 내게 너무나 쉽고 편안하게 세계를 읽는 느낌을 주었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이 책이 논술을 준비하는 청소년에게 매우 유용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소구하지 않고, <교양으로 배우는 오늘의 세계 뉴스라>는 다소 우회적인 제목을 달았다는 점이다. 교양이라는 말, 마치 고리타분한 무엇인 것처럼 도외시되기 십상인 사회 분위기가 마뜩찮던 내게는 간만에 예쁘게 보이는 책이 되었다.

경제, 정치와 사회, 문화와 종교, 환경, 과학 그리고 기술이라는 큰 테마 아래 각각 다서여섯 개 정도의 글이 실려 있는데, 글 중간중간 실제 뉴스를 삽입하여 고도의 nie가 되게끔 안배해 놓았다. 그리고 간 테마의 끝부분에는 관련 키워드들을 따로 설명해 놓았는데, 성의없는 용어 사전 식이 아니라 본문을 능가하는 양과 깊이의 키워드라서 필요할 때 찾아보기가 딱 좋다. 그야말로 신문의 각 면을 망라하는 기본 키워드들. 민영화, 인적자본, 관타나모 수용소, 인종청소, 대량살상무기, 이슬람, 교황, 나노기술, 유전공학.....

예를 들자면, 도대체 걸프의 전쟁은 언제 왜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고, 어떻게 이어져 왔고, 지금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는지 총정리해볼 양이면, 더구나 청소년이면 이 책 정도가 가장 알맞은 정보의 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간 대비) 다 읽고 나면 뭔가 모호하지만 흐름 같은 것이 잡혀오는 느낌이다. 객관적 사실의 나열에만 그치지도 않고, 뭔가 강한 주장을 하지도 않지만 모종의 시각이 느껴지는 저자의 글이 그걸 가능하게 한다.

교양을 내세우는 책에 괜한 짓같기는 하지만, 청소년을 딸로 둔 엄마로써 뭔가 논술에 도움되는 책을 찾고 있다면 추천해줄 책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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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추송웅 - 말과 몸짓으로 이야기하다 예술가 이야기 1
안치운 지음 / 나무숲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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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판 제1판 인쇄는 2004년이었다. 그리고 2008년 12월에 제2판이 나왔다. 추송웅이라는 배우는 내가 젊었던 시절 연극을 통해, TV를 통해 자주 접하던 사람이니 나와 그리 연대가 멀지 않은데, 책으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빠알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연극 제목을 보면서, '그래, 이분이 이 연극을 오래 오래 했었다!'는 추억도 떠올랐다. 마침 얼마 전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며 같은 책 속에 실려 있는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서'를 읽은 터라, 이 작품이 그 연극의 원작이라는 사실에 새삼 묘한 느낌을 가지기도 했다.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서'는 인간을 따라하는 일 끝에 지치고 소외된 어느 원숭이의 수다로 이루어진 단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우리가 사는 일이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도 생각했는데, 연극 자체는 참 아스라하다. 그때, 젊었을 때 나는 어떤 느낌으로 연극을 보았던가! 말하자면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예술에 몸을 던지고, 불꽃처럼 스스로를 태운 한 인물을 소개하는 책인데, 나같은 연배의 사람에게는 추억과도 같은 느낌이라는 것. 

그의 딸 추상미 씨를 드라마 등으로 볼 때마다 떠올랐던 사람. 마흔 다섯에 죽음의 길로 떠났고, 그 때문에 더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 어린 시절 사시로 인해 놀림감이 되었을 줄은 몰랐다. 그렇게까지 어려운 살림을 꾸려갔는지도 몰랐다. 한 달 최저생활비를 아내에게서 적어받아 출연 의뢰에 그걸 내보였다는 대목에서 콧등이 시큰해졌다. 27,750원이 적힌 쪽지를 내민 그의 마음 속이 헤아려져서다. 하지만 솔직히 가난이 그를 더 불타오르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다른 많은 예술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읽힐까.. 참 재미있게 생긴 아저씨가 연극을 매우 열심히 하다가 이르게 생을 마쳤구나, 그 정도일까? 솔직히 초등학생인 딸은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만 감회에 잠겨 만지작거렸다. 책으로 씌어지는 인물은 더 큰 업적을 가시적으로 남겨야 하는 걸지, 혹은 판타지처럼 드라마틱하고 신기한 일을 겪어야 하는 걸지. 예술가 이야기 시리즈 중에 이응노 화백 이야기도 있었는데, 아는 분이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독특하고 의미로운 시리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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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슬람의 모든 것 -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임영제 글, 마정원 그림, 이희수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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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는 오래 됐지만, 관심의 깊이만큼 이슬람을 이해할 기회는 사실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단편적인 정보들만 입에 오르내리고, 부풀려지거나 한쪽 면만을 보는 일이 비일비재이다. 내 경우에도 9.11 사건이나 김선일 씨 사건으로 이들에 대해 급격히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제대로 알기도 전에 알게 모르게 부정적인 시각을 깔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문화 상대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이 우리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을 텐데 왜 우리가 그래야 하나, 그들이 오른손을 깨끗하게 여기든 말든, 혹은 돼지고기를 먹든 말든, 왜 우리 문화가 그렇지 않은데 거기에 신경을 써서 조심해야 하나.' 심지어 '왜 외국인들은 우리 문화를 배워서 조심하려고 하지 않나.'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그래서 더 이 책이 요긴하게 여겨진다. 함께 살아가는 지구, 누구의 일도 남의 일이 아니며, 상대를 아는 일은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며, 그게 서로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초라는 것. 더구나 일정한 시각으로 걸러지기 십상인 매스미디어의 산성비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똑바로 알고 이해하기'라는 점을 되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편견이 있다면 그걸 깨고, 모르는 건 알게 하면서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어린이책이 사실 필요했다. 

이 책은 그런 필요에 잘 부응하고 있고, 이슬람에 대해 그야말로 모든 것을 망라한 정보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만화라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슬람 문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종교가 되었고, 어떻게 퍼졌고, 무슬림들이 어떤 신조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중동의 분쟁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전개되어 가고 있는지. 이런 큰 줄기는 물론 결혼 풍습이나 의식주 전반에 관한 폭넓은 정보가 만화를 따라가며 재미있게 전개된다. 생각보다 방대하고 깊은 정보 덕분에 만화라고 쉽게 생각하여 빨리 읽으려고 하면 살짝 낭패를 볼 정도다. 말이 초등학생이지, 이슬람에 대해 문외한인 성인들에게도 좋은 정보책이 될 수 있다.

만화 하단에 따라다니는 정보 메뉴와 중간 중간 전체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하는 메뉴를 찬찬히 보는 일은 뒤로 미루고, 만화만 죽 읽고 다시 돌아와 설명글만 따로 읽어도 좋겠다. 다만, 이슬람교에 대해 오해를 푼다는 것이 너무 좋다, 좋다 하는 듯한 저자의 어투는 종교에 대해 관심 없는 독자에게는 조금 낯설다. 이슬람교가 유대교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새삼스럽게 도대체 유대교에서 시작된 저 종교의 갈래는 어디까지일까 싶기도 하고. 한 나무에서 나고서도 저렇듯 다른 형식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종교가 다른 한 결코 화합할 수 없는 사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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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 미래의 고전 4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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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른 살 엄마의 열두 살난 딸 미진이는 사람들의 관심이 싫다. 남의 눈을 피해 이사 다니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데 위축되는 것도 싫다. 그건 엄마가 열여덟살 고등학생 때 미진이를 낳은 것 때문이다. 너무 젊은 엄마와 흔적도 없는 아빠. 나날이 퉁명스러워지는 미진이를 대하는 엄마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미진이의 아빠는 아버지가 될 생각이 전혀 없는 학생이었고, 그런 이유로 미진이에게 아버지는 원래 없었다.
  2. 미진이가 전학 간 학교에서 짝이 된 권나경은 아버지가 술로 나날을 보내며 폭력을 일삼았다. 나경이의 언니는 고등학생으로 임신을 해 집을 나갔다. 아버지의 폭력은 더욱 거세어졌다.
  3. 이들이 사는 곳은 영구임대아파트이다. 

어둡자면 한없이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 책 전체를 통해 마치 작가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어느 쪽이 나을까? 아버지가 없는 것과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는 것. 또 이런 질문도 던진다. 열여덟살에 임신을 하면 아이를 낳는 게 나을까, 아닐까? 내 딸에게 만일 그런 일이 생기면 아이를 낳으라고 할까, 말라고 할까? 열여덦살에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길러야 할까, 알맞은 집에 보내야 할까? 참 고통스러운 질문이고, 대답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흔하게 일어난다. 미진이 엄마나 나경이의 언니같은 어린 엄마들을 찾아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미진이의 엄마는 고등학생일 때 쉼터에 몸을 의탁해 미진이를 낳고, 그곳에서 배운 뜨개질을 생활의 방편으로 삼아 힘들지만 엄마 노릇을 해나간다. 미진이가 상처받고 힘들어할 때마다 미진 엄마도 고통스럽고, 가끔은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물론 금세 도리질을 치며, 미진이라는 귀한 생명을 얻었음에 대해, 엄마라는 고귀한 역할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얼른 돌아가기는 하지만. 그러나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하고, 미진이의 친구나 그 엄마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견디는 일은 매번 쉽지 않다. 가장 힘든 일은 자식의 원망 어린 표정을 견디는 일이다. 

책에서는, 미진 엄마가 매우 강단 있고, 마음이 깊고 곧아서 자신의 삶을 바로세우는 한편 자기 같은 처지의 어린 엄마들을 돕기까지 하지만, 현실에서 그러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힘든 일상에서 자식을 온전히 보듬기란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술에 절어 살며 폭력을 일삼는 나경이 아버지의 모습이 훨씬 흔하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사람이 보통 지니는 감정과 인내력을 뛰어넘어야 하는 일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진이 엄마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건 그런 이유다. 진정한 의미의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므로. 

책은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경쾌하게 진행된다. 어린이책답게 문제를 건드리면서도 농도와 명암을 잘 조절해서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 없을 정도다. 특히 천우라는 긍정적이고 중심 잡힌 아이의 존재가 책 전체에 밝은 기운을 던진다. 그리하여 천우와 경찰관인 그 아버지의 존재, 시련을 견뎌내고 더 나은 삶을 향하는 굳은 의지와 인간에 대한 신뢰, 이웃간의 온정이 보태어져 등장인물들 모두는 화해와 포옹의 해피엔딩으로 나아간다. 

이 책, 딸 둘을 둔 엄마로서, 만일의 경우에 내 자식을 온전히 감싸안는 엄마가 되리라 다짐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책처럼 쉽게 화해되지 않는 게 세상이라서, 이 책을 가볍게 읽을 수 없고, 작가의 메시지에 선뜻 박수가 보내지지 않고, 머릿속으로 오랫동안 생각만 굴렸다. 명쾌하게 뭐라 하기에는 참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앞으로도 미진과 그 엄마에게 닥칠 온갖 시련에 대해 미리 격려를 보내는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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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딸
재키 프렌치 지음, 공경희 옮김, 기타미 요코 그림 / 북뱅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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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에게 딸이 있었다면? 그 딸이 얼굴에 붉은 반점이 있고, 다리를 전다면? 히틀러는 그 딸을 어떻게 했을까? 그 딸에게 히틀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딸은 아버지를 얼마 만큼 알고 있었을까? 딸은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이런 상상과 질문들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질문은 필연적으로 이렇게 끝날 것이다. 만약 히틀러가 내 아버지라면? 

어릴 적 내 아버지가 남모르는 왕국의 왕이고, 내가 잠깐 양부모 밑에서 키워지고 있었다가 어느 날 긴 행렬이 나를 모시러 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본 기억이 있다. 내가 공주라는 가정을 해보는 것이다. 혹은 반대로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어른들의 농을 들으면서는 혹여 내가 다리 밑 움막 거지의 자식인 건 아닐까 상상하며 흠칫 놀라기도 했다. 상상은 늘 거지에서 끝이었다. 그러니,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을 우리들 대부분에게 히틀러의 자식이라는 상상은 차라리 경악이다. 희대의 살인마의 자식이라는 가정이라니! 

이 책에서는 안나가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친구들에게 히틀러의 딸 하이디에 대해 이야기를 꾸며내어 들려주는 '하이디 이야기' 한 줄기와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에 잠기는 '마크 이야기' 한 줄기가 나란히 흐른다. 그리고 마지막은 안나와 하이디의 관계에 관한 암시로 마무리된다. 마치 추리소설 같기도 해서 흥미진진하지만, 결국 책의 메시지는 전술한 것과 같은 질문이다. 

주로 마크에 의해 제기되는 질문들. 마크는 속절없이 비를 맞고 선 소들을 바라보면서 뭔가 슬픈 느낌을 가진다. 그건 어쩌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떠밀리는 독재치하의 힘없는 사람들, 진실이 뭔지 모르고 휩쓸리는 대다수 우중들에 대한 느낌과도 같았던 모양이다. 마크의 눈에 소들이 자주도 눈에 띄는 것을 보면. 마크는 자꾸 엄마, 아빠, 선생님, 이웃 아주머니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히틀러가 유대인이나 장애인에게 그렇게 심하게 군 이유가 뭐였을까?"
"자기 아버지가 히틀러 같은 짓을 한다면, 자식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와 자식은 어떤 끔찍한 짓을 저질러도 사랑해야 하는 것일까?"
"어떤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할 수 있을까?"
"자식은 부모의 성격을 닮는 걸까?"
"히틀러나 폴 포트는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고 있었을까?"
"옳은 일이란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라 전체가 그른 일을 할 수도 있을까?"
"누군가 군대를 만들어 내게 사람을 죽이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지금은 우리 사는 세상에서 대량학살이 사라진 걸까?"
"우리 부모님(우리 민족 또는 국가)은 다른 사람을 괴롭힌 적이 없을까?"
"나의 삶에는 죄가 깃들어 있지 않은 걸까?"
"독일 사람들은 모두 히틀러에게 진심으로 동조했을까?"
"왜 사람들은 힘을 합쳐서 히틀러에게 대항하지 않았을까?"
"히틀러의 딸을 만나면 우리는 어떤 눈으로 보아야 할까?" 

책에 나오는 어른들 모두 마크가 하는 질문을 난처해했듯이 사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은 아니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생각해보자고, 오래 생각 좀 해보자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저런 질문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사실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책의 배경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백인들 역시 원주민의 삶의 터전을 앗아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선조들도 숱한 살육전을 벌이며 영토를 확장해갔던 이들이다. 비단 이들 뿐만 아니라 히틀러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모든 폭력, 살육, 독재는 암암리에 어느 곳에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느 곳에나. 예외 없이. 

도로시가 오즈의 나라에서 에머랄드 안경 덕분에 세상이 모두 에머랄드 빛으로 된 줄 알았듯이 거짓으로 가득 찬 사회에서 진실을 꿰뚫어보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 또 진실을 알았다고 해도 양심껏 살기는 더 어렵다. 게다가 혈육간의 문제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거나 행동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더욱이 하이디 같은 갇혀 지낸 어린아이라면 더욱. 

도대체 하이디는,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다른 이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여 우량 민족을 만들겠다는 미친 독재자인 아버지가 남몰래 키우던 아이, 하이디는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하이디같은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져야 했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히틀러가 하이디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히틀러에게는 아버지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이라면 그 아이를 치부를 감추듯 숨겨 놓지 않았을 것이고, 자기 자식과 똑 닮은 다른 아이들을 살육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파리 목숨 여기듯 하면서 '내 자식의 안녕' 운운하는 것은 결코,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 결코. 아버지라는 이름은 그런 사람에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참 기분이 이상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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