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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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영화 <미저리>를 연상케 하는 공포 스릴러 같은 소설

손에 딱 잡히는 작은 책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만드는 몰입력이 장난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장면처럼
주인공이 교통사고 이후 깨어난 시점부터 시작된다.
전신마비 환자의 신체적인 상태와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는 진부한 표현밖에는 못하겠다.
독자를 그 구덩이로 기어이 끌고 가게 만든다.
독자가 예상하는 바로 그 결말이어도
인물이 몇 없는데도
주인공과 남아 있는 단 하나의 가족, 그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독자가 기어코 구덩이를 마주하게 만든다...
더 홀을 '구멍'이라고 표현하기엔 어감과 뜻이 잘 안 어울린다.

주인공의 장모를 왜 일본인으로 설정해 놓았을까?
주인공 이름 '오기'는 무슨 뜻일까?
영화 <곡성>에서 외지인이 일본인이어서 더 낯설고 경계했던 것처럼
일본인이기 때문에 우리와 다른 뭔가 이질적이고 한민족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를 표현했으려나?
아니면 오기가 처음에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설정해놓아
그 뜻을 딱 알아버렸을 때 역설적인 의미를 더하도록 장치를 미리 해놓은 걸까?
난 후자인 것 같았다.

'다스케테쿠다사이'
나는 저 단어가 '죽게 해주세요.' 라고 하는 기도인 줄 알았더니
'살려주세요.' 라는 뜻이라니...
이 소설 속에서는 소름 돋게 무서운 말이다.

오기와 부인과의 관계, 장모와 장인어른과의 관계
묘하게 중첩되어, 부모의 부부관계를 자녀가 자신의 부부관계에서 재현하는 것
두려움이라는 것은 상상할수록 그 모습이 커지고 분명해져서
종국에는 실제 모습으로 바뀌고 만다.
의심하면 할수록 자기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취하게 되어
결국 상대방이 의심하는 바로 그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것

두려워한다는 걸 인식하면
그림자가 빛에 비춰지면 없어지듯
금새 사라지는 것을...

오기는 너무 늦게 알아차려버렸다.

작가님 사진엔 예쁘고 전형적인 교수와 같은 분위기의 여인이 있는데
소설의 내용은 무서워서...
다소 매치는 안 된다.
편 작가님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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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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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찾았었다.

그런데 이제야 만나다니..
대단한 연구자다.
남들이 마다하는 외롭고 힘든 길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다니..

진정한 지성인
가치, 신념, 행동이 일치
사회적인 책임을 앞장서 실천
이국종 교수님처럼 자신이 심하게 다쳤고 아픈데도 불구하고 희생해서 어떻게든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려 하고,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 쌤처럼 글로 어떻게든 상처 받은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회가 주목하게끔 한다.
이런 분들이 일하시는 의료현장, 응급실을 스케치해서 극한 직업군(인턴, 레지던트, 소방대원, 교도관 등) 정신건강이 위협당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현대자동차 해고노동자와 만나고 성소수자 집회 현장에 간다.
다시는 그러한 슬픈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작가는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하시는데 이 나라는, 사회는 뭘 하긴 하는 걸까?

하고 있는데 내가 잘 모르는 거겠지.
우리나라의 변화는 참 더디게 간다.
보통 중산층 사람들의 폰은 2년에 한번씩 바꾸고 얼리어댑터 세계인들도 울고 갈만한 얼리어댑터들이 모여 있다.
최근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세계 최초로 19년 3월 5G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kt에서는 발빠르게 이국종 교수님 실제 출동 장면을 담아 광고까지 만들었다니 과연 lte급이다.
이 나라가 빠른 속도에는 미치는데 방향성은 별로 없는 듯.
제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길 바란다.
대구 지하철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천안함 침몰 사건, 그 밖의 굵직한 사건 등이 뉴스 외에는 사건사고 기록이 별로 없단다.

오로지 기록, 연구, 대안과 방법을 제시해서 또 그런 일이 일어나면 누구보다 빠르게 대처하기를 바란다.

미국 시카고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천 명 가까이 되자 국가 재난으로 보고 왜 사망자가 많았는지 연구했다.
몇 년 뒤 비슷한 시기의 7월에 폭염이 있었을 때 사망자가 훨씬 줄어들었다.
내가 미국을 싫어하지만 이런 면에서는 선진국일 수밖에 없구나 싶다.

이런 정의로운 분들이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
최근 뉴스엔 김승섭 교수님의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가 뜬다.
김교수님 포함 공저인 <오롯한 당신>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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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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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화가 정수진 '방향도 목적도' 유화가 내용과 어울려 왠지 그 속에 소설 속 인물들이 있는 듯하다.

한국과 호주 안의 계급에 따른 신분차
외국인이 보기에 한국인과 호주인들이 평가하는 급수
주인공 계나는 한국 안에서는 자신이 행복해질 수 없는 구조라는 걸 일찍감치 깨닫고 호주로 떠난다.
독자가 예상한대로 호주도 사람 사는 곳이라 별반 다르지 않고 한국에서 있을법한 일이 호주에서도 일어난다.
한국 교민에게 사기당하고 잠깐의 실수로 손해보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한다.
계나는 한국에서처럼 호주에서도 계급이 낮아도 현재를 희생시키지 않는 행복감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현실에서 계나 같은 젊은이들이 많을 텐데 어찌 지내고 있을까..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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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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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고딕체? 제목, 르포라는 단어
표지를 딱 봐도 건조하고 딱딱한 내용일 거라는 짐작

르포의 정확한 뜻이 궁금해서 찾아봄
명사
1
<언론> 방송ㆍ신문ㆍ잡지 따위에서, 현지 보고나 보고 기사를 이르는 말. ‘보고 기사’, ‘현장 보고’, ‘현장 보고서’로 순화. [비슷한 말] 르포르타주.

2
<문학> [같은 말] 기록 문학(2. 다큐멘터리 수법으로 현실의 사건과 사실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기록하는 문학 형식).

장강명 작가는 꼼꼼, 정확하다.
11년간의 기자생활을 허투로 한 게 아니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낸다
책 소개에 앞서 장강명 작가는..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학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각종 상이란 상은 하나씩 다 받았다
네이버에 나온 수상 내역

2016 제40회 오늘의작가상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2015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2015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소설부문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2011 제16회 한겨레문학상
2010 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 대상
2008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장
2006 동아일보 대특종상
2005 제22회 관훈언론상
2003 한국기자협회 제158회 이달의 기자상

소설가 지망생에게는 부러운 수상내역이다
작가에 대해 자세히 쓴 이유는
이 책을 쓰기에 얼마나 부적한 인물인지 알리기 위해서다 ㅎㅎ
이런 제도권, 출판계의 중심인물이 이런 책을 써도 되는 거야? 라는 게 이 책 제목을 보고 든 첫 번째 의심이었다.
그 의심은 맥 없이 바로 풀렸다.
자신이 수상자이며 중심부에서 핵심정보를 파헤치고 공모전과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하기에 적합하다고 말이다.
맞는 말씀이다.
어떤 작가 지망생이 속으로만 생각하던 공모전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대놓고 쓰겠는가?
아니면 등단했지만 공모전에서 수상하지 못한 작가가 불공정, 불평등,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어떻게 조사하고 다닐 수 있겠는가?

작가는 자신의 위치를 십분 활용하여
자신이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잘 쓰는지
장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하면 극대화되는지를 참 잘 안다는 느낌이다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발달했다는 말로밖에는 표현이 안되어서 답답하다
이런 진부한 문장은 쓰고 싶지 않은데 딱히 뭐라고 써야 할지?

책 내용은 부제가 딱 들어맞는다
말 그대로 문학(이 책에서는 주로 소설에 해당) 공모전와 공채가 어떻게 탄생,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계륵, 동전의 양면, 양날의 검으로 표현할 만큼 허와 실, 장단점이 있는지 샅샅이 파헤친다

공모전 역사를 알고 인터뷰, 각종 기사와 연구자료 찾고 정리까지!
이 방대한 자료조사를 어떻게 혼자 몇 년간 했는지 그 열정 대단하다

사실 장작가님은 지금까지 문학상 거의 최다 수상자다 (수상 횟수 7번 이상인 작가가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소설 공모전의 최대 수혜자다
그런 그가 이런 책을 내다니!
그도 이 책을 내게끔 밀어준 민음사도 베짱 있다
그를 합격시켜 준 출판사들 입장에서 이 책은 그리 달갑지 않고 장작가가 좀 괘씸하진 않을까?

이 책은 한 마디로 인문서다
장작가님의 해박한 지식과 그 블랙유머
진지함과 시니컬함이 적절히 녹아들었다

그래서 읽다 보면 공모전 하나만 논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전체와 사회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처럼 종합적인 시각으로 본다
소위 간판이라고 하는 것(대학, 스펙 등)이 어떻게 계급을 공고화시키는지 나온다
한국 소설 시장과 노동시장이 깜깜이 시장으로, 독자와 출판사간, 구직자와 채용 기업 사이에 정보 비대칭성이 너무 크다. 정보가 적은 쪽은 손실을 피하는 안전한 선택을 하려 한다. 여기서 간판은 그 상품이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 알려 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리고 그 간판으로 인해 신분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부조리한데, 그 부조리를 더 키우는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어지간해서는 그 간판을 떼거나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간판의 영향력이 아주 오래간다. 이로 인해 시장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313-314 축약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안전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메뉴 선택할 때도 그렇다
내가 직접 먹어본 음식이면, 이 식당은 이 메뉴가 맛있대, 잘 팔린대 하면 별 고민 없이, 따지지 않고 고르게 된다

채용과정 효율성 그 이후 배치 등 편의성 때문에 공채가 발전했다
하지만 간판 달린 그 군집이 하향평준화되는 것과 실제 그 간판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심지어 문제가 있다면?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교사, 의사, 변호사, 판사 등 사자 들어간 직업군에서 성범죄를 포함한 각종 범죄를 저질러도 자격이 박탈되는 건 그 자격을 취득한 것보다 백배, 천배 어렵다.
그러니 누구를 위한 공채? 무엇을 위한 고시인가?
편의성, 효율성을 위한 시험제도이지만
과거에는 과거(시험)로 통했지,
현재는 벌써 몇백년이 지났다.
중국에서 들여온 과거시험, 유학 등이 선인, 선배 등 나이 많은 사람들의 말씀을 따르고 눈치 보고 따라 하는 폐해
유럽에서는 토의, 토론이 발전한 반면 우리는 답습과 모방을 하다 보니 시대가 달라지면서 정답이라 생각했던 것에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길을 잃었다.
삼성만 해도 열심히 선진 기업을 모방해 따라 잡기 바빴는데 이제 우리나라 안에서는 선두라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앞으로 5년, 10년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워졌다.
사람들의 욕구와 취향은 제각각, 유행과 흥행도 예측 불가다.
앞으로 어떤 사람, 인재상이 필요할지 사실 답은 다 나와 있다.
옛날 방식대로 일하면 가장 먼저 잘리게 된다.
로봇이 언제 와서 내 자리를 꿰찰지 모른다.

결론은 장작가님은 공채, 공모전을 싹 없애자는 혁명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는 제도대로 두되 어떤 대안을 만들 수 없는지를 생각해보자고 한다.
또한 그 제도로 걸러내는 사람들은 지극히 상식적 평균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일 테니
천재, 재능 있는 또라이들은 그 제도에서 잘 빗겨간다.
그들을 뽑을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하자는 얘기다.
선인세도 좋지만 다양한 보상과 수상 작가 실제로 지속적인 책 출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

이 모든 논의는 영화인들에 비하면
배가 불러 투정하다 못해 트림하는 소리다.
장작가님 책에서 언급했듯
영화 관련 지망생이나 직업인 인터뷰하거나 책으로 접할 때,
우리 작가들은 영화 종사자들보다 출품, 입봉과정에서 대우, 환경이 훨씬 낫다고 한다.
그만큼 영화인들의 근로 조건이 열악하다.
르포이긴 르포인데 다른 분야와 주제까지 아우르니 이거 참.. 이 책을 뭐라고 해야 할지.. ㅋㅋ
현대판 인문서에 가깝다.

작가나 소설가 지망생이 두 눈 크게 뜨고 찾을 내용
마지막 부록: 공모전을 준비하는 분들께
1. 지레 좌절하지 말자.
2. 여러 곳에 다 내자. 대신 한 편으로 몇 년씩 응모하지 말자.
3. 본질에 집중하자.
4. 스타일을 바꾸지 말자. 장점으로 승부하자.
5. 그 외에.. 제목, 맞춤법, 합평회, 가명으로 보내자.
장작가님의 정말 수고로운 작업으로
편하게 읽어서 송구할 정도입니다.
애써 쓰고 정성드려 만든 책
잘 읽었습니다.
쓰면서도 괜찮을까 생각이 많았을 책인 것 같은데.. 진심 고맙습니다!!!

ps. 누운 배 읽었는데 추천사를 작가님이 써주셨군요.. 잊고 있었습니다.
읽다 보니.. 작가님 글에 있는대로
이작가님과 장작가님 스타일이 비슷하단 인상을 받았어요 ..
디테일의 힘! 끝까지 읽게 하는 힘!!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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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로 살아온 한 여성의 길 - 善齋 김동순 선생 회고록
한국정신치료학회 엮음 / 학지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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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정신과 의사이자 여성으로서의 여정

혹독한 시대적 환경 속에서도 기죽지 않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정신과 의사

한국 도정신치료학회 김동순 선생 회고록
(이동식 선생님 부인이자 제자)


1. 불안하고 가난했지만 기죽지 않았던 어린시절
2. 재주 많은 문학소녀
3.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시절
4.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정신과 의사
5. 정신치료자로서 걸어온 길
6. 결혼의 심리학
7. 오월이 되면
부록 정신치료자라는 외길로 온 나의 발자취(이동식)

1-5장까지는 선생의 자서전
6장은 '결혼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모았다

7장은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된 에세이를 모았다.

5장까지는 우리의 역사에 따라 한 여성의 굽이 굽이진 일생을 따라간다
김선생님은 기억력이 참 좋으시다
어쩜 그렇게 정확하게 기억하시는지 김선생님께서 다른 분들을 브라이트라고 표현하시는 건 선생님에 비해 약과이지 않을까?

우애령 선생님의 소설 <깊은 강>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깊은 강 포스트

https://blog.naver.com/readream3?Redirect=Log&logNo=220662587960&from=postView

깊은 강
[도서]깊은 강 우애령 저 하늘재 | 2014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고백과 서사(narration), 동일시를 통한 치...
blog.naver.com

한국의 대서사시다
영화 <국제시장> 처럼 4대에 걸친 이야기다

아버지의 독립운동으로 인한 빈 자리
가난하고 창씨개명을 하지않아 받은 구박과 피해
처참한 전쟁과 분단의 시절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어떻게 대학교육까지 마치고 의사가 되셨는지 이런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인간 승리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학회에 소속된 분들은 거의 알만한 내용이 나왔을 거라고 추측된다.
나는 그 학회와 관련 없는 사람이다.
이동식 선생님의 책 <도정신치료 입문>에 중복된 내용이 있다.

김동순 선생님의 자서전이기 때문에 정신치료 이론과 실제에 대한 내용은 개괄적으로 일부밖에 나오지 않는다.
김선생님께서 정신치료를 선택하신 계기가 되는 몇 사례는 나온다.

김선생님을 뵌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 만나니 대략 알 수 있었다
유년기에는 일본 순사들이 수시로 긴 칼을 차고 들이닥쳐 다소 불안하셨지만, 부모님의 든든하고 한결같은 사랑으로 지금 이 자리에 계신듯하다.

문학소녀에 강단 있고 연극 무대에서 남장 연기를 할 정도로 열정적이신 분
어르신임에도 맵시있게 차려 입고 런어웨이를 걷는 분
요리면 요리, 바느질이면 바느질 진정 맏며느리감
정신치료학회의 안주인이자 한국여자의사회와 한국여성정신의학회의 초대회장을 지내신 리더

이 모든 모습이 왜소한 선생님의 몸에서 나온다니 존경스럽다
개인적으로는 시댁과의 생활이 거의 10년, 친정어머니를 모신 세월도 10년
장남인 이동식 선생님의 동생들을 돌보고 시어머니와 잘 지내며 다섯 남매를 키우는 생각만해도 무거워지는 이 역할들을 다 하면서 수요모임으로 공부하고 환자들도 돌봤다니 그 시절의 수퍼우먼 아닌가!
1991년에 신사임당상 수상하실만하다.
심신이 정말 건강하셨기 때문에 그 어지러운 시절에 복잡다단한 일들을 헤쳐나가실 수 있지않았나 싶다

또 선생님께서 솔직하게 고백하셨듯
어린 시절엔 감성이 풍부하고 다소 이상적인 면이 있으셨는데
맏며느리로 시집 가셔서 다양한 관계를 맺다보니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아이 키우고 진료했던 그 때 현실감각을 얻었다고 하셨다.

가슴 아팠던 내용은 <가슴에 묻은 나의 아들>에 나온다.
박완서 선생님 가정과 비슷하다
여러 명의 딸에 하나뿐인 아들이 교통사고로 떠나간 것
김선생님의 아들은 첫째고 박선생님 아들은 막내로 알고 있다
박완서 선생님은 소설가이시라 그 글에서 아픔이 아주 절절하여 내가 아들 없는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다
반면 김선생님의 글은 담백하고 절제해서 쓰신 것 같았다.
그 감정의 폭은 깊지 않아도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
아들을 대구로 보내기로 한 결정을 또 얼마나 후회하셨을까..

정신치료자이셨기 때문에 담담히 받아들이고 갑작스런 사별을 잘 극복하신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다보면 그것이 네 문제다! 하시는 이동식 선생님의 단호한 말투가 그려진다.
이 문장을 알만한 사람들은 ㅋㅋㅋ 가 나온다.
문홍세 선생님 얘기는 어디쯤 나오나 읽으며 찾았는데 아쉽게 성함밖에 나오지 않는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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