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 - 〈빅이슈〉를 팔며 거리에서 보낸 52통의 편지
임상철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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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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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가혹한 운명은 그를 거리로 내몰았지만 당당히 거리 위에 우뚝 서다.
책 속 표현대로 민달팽이의 생활

얼마 전 온라인 서점에서 신간 홍보를 보다가 표지에 빨간 모자 하나만 떡 하니 그려져 있는 걸 봤어요.

이 책은 뭘까? 하는 호기심에 작가를 봤더니 홍대 앞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 중에 한 분이었습니다. 빅이슈는 노숙인으로 증명된 사람만 판매할 수 있는 잡지예요.

노숙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고 잡지 판매 수익금으로 노숙인의 자립과 안정적인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을 돕습니다.
사회구조적으로 빈곤한 분들에게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잡지이며 유명인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지며 현재 11개국에서 15개 종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빅이슈 홈페이지 참고).

2018년 5월 45명의 빅이슈 판매원이 임대주택 거주, 25명이 재취업에 성공하셨다고 합니다.

빅이슈 판매원 임상철 작가님은 이번 책을 계기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미술가, 조각가를 꿈꾸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임상철 작가님이 많은 판매원 중에 눈에 띄여 이렇게 책까지 낼 수 있었던 계기는 자신만의 창조성 때문입니다.
다른 판매원들은 잡지 안에 사탕이나 좋은 문구를 넣는데 작가님은 자신이 그린 그림과 짧은 글을 엽서처럼 끼워 판매했습니다.
그 내용은 자신이 살아온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한 장면에 그의 삶의 단면을 훔쳐보았을 때 독자들은 어떤 마음이 되었을까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무거워졌습니다.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저녁 때만 되면 젊은이들로 붐비는 홍대 입구역에서 어스름 저녁이 될 무렵이면 잡지들을 챙겨 그곳에서 말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서있을 그를 떠올리면..

동정심은 아닙니다.
하지만.. 뭐랄까 같은 사람으로 느끼는 애잔함, 동병상련이랄까요.

여름의 더운 저녁, 겨울의 추운 밤까지 거리에서 날씨와 사투하는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을 겁니다.

어느 블로거가 이 책의 리뷰에 써놓았듯, 저도 처음엔 빅이슈 판매가 좋은 사업이며 홈리스에게 적절한 일자리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근시안에 단편적인 사고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유복한 가정에서 많은 물질적인 것들을 누리고 자라는데요. 작가님은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무력하게 견디면서도 드문드문 노란 불빛처럼 느껴지는 좋은 추억이 잠시 비추다 8살 때 어머니는 지병으로 돌아가시자 노란 불빛마저 사라집니다.

삼남매가 며칠을 여관 방에 있는 동안 친척들, 모르는 사람들이 다녀가고 그렇게 형제는 보육원에 막내 여동생은 친척 집으로 갈 거라는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만 듣습니다.

이후의 19살까지의 보육원에서의 삶은 녹록치 않죠. 눈칫밥에 형들의 폭력, 가끔 다가오는 봉사하는 손길이 있더라도 그리 길고 따뜻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노곤하고 지친 심신이 되어 살아온 그에게 빅이슈라는 잡지를 팔게 되었으니 좋은 일자리라 여기고 열심히 하세요. 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에게 거리는 생존하기 위해 마땅히 있어야 할 잠자리이자, 먹기 위해 잠깐이라도 자리를 찾아야 하는 그야말로 정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에게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나는 노숙인입니다! 라는 피켓과도 같은 빨간 조끼와 빨간 모자를 착용하고 잡지를 팔라.... 고 하기엔 가혹해 보이기도 합니다.

일생을 길 위에서 버티며 살아오며 어쩌면 길에서 벗어나려 그렇게도 애썼건만, 다시 길 위에서 생계를 구해야 한다면..

그렇게도 탈출하고 싶었던 길이 일터이자, 생존을 위해 꼭 있어야 할 장소라면.. 나라면 어떨까? 울며 겨자 먹기로 서있지 않을까 싶은데 작가님은 달랐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어려웠지만 담담히 자신의 일을 받아들이고 지금도 물론 사람들 시선이 낯설지만 그저 서있을 뿐입니다.

아니,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삶,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은 나만의 스토리이므로..

어릴 때 보육원 생활, 이곳 저곳을 거친 떠돌이 생활, 노숙인이 먹고 자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

어떤 땐 턱 하는 아픔으로
어떤 땐 안쓰러움으로
어떤 땐 안도감으로
그가 보내준 52통의 편지가 조그만 파문을 입니다.

예상했던 노숙인들의 삶보다 더 어렵네요.
노숙인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술에 취했고 몸에서 냄새가 나고 눈동자의 초점이 흐린 고정관념들
제가 영등포역에서 공중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데 노숙인 아저씨 한 분이 뒤에서 두드리며 동전 몇 개 달라고 하셨을 때 저도 모르게 놀라 소리를 크게 질렀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은 가버리시더라고요.
왜 그렇게 놀랐을까, 소리를 안 질렀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이미 그 분은 사람에 대한 기대가 또 한풀 꺾였을 겁니다.
제가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서 봤던 노숙인들은 알코올 중독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작가님처럼 알코올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빈곤, 가정과 학교 지지체계가 무너지고 저학력과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직업훈련의 부족으로 떠돌아다니는 분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노숙인 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들을 지우고 그저 한 사람으로 봐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책에 나온 것처럼 그분들은 일용직 노동으로 번 돈으로 수입이 불규칙하고 매일 수중에 있는 액수가 다르기에 어느 날은 PC방, 어느 날은 사우나에서 주무신답니다. 식사는 되는대로 하고 일에 따라 거주지와 만나는 사람이 그때그때 다릅니다. 만날 때는 쉽게 친해지기도 하지만 헤어질 땐 말없이 각자 길을 간다고 합니다.

작가님에게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믿기 어려운, 믿음을 줬지만 그것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관계들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심신이 고달프고 체력은 달리다 보니 관계라는 것을 만들만한 심리적 여유가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꿈인 작가가 되기 위한 노력, 한 발자국씩 원하는 것을 이루어가는 모습이 큰 감동입니다.
작가님이 다른 사람들에게 별 기대나 미련없이 짐을 꾸리고 떠나는 장면에서.. 자주 안타까웠습니다.

그냥... 거기에... 계시면 안 되는 거였는지... 누군가... 붙잡지 않았기에... 다시 떠다시는 거지만,,, 그저 머무르기엔 사람에 대한 희망이 없으셨는지..
기대했다 또 실망하면 이후에 어떤 사람에게도 말을 걸 수 없어 떠나셨겠지 싶습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
맨 처음 엽서를 보고 첫 반응을 보여준 호주 건축가, 그리고 그 사람의 말을 통역해준 사람, 작가님 팬이라면서 수줍게 말을 건네고 간 여성, 신간이 나올 때맞춰 구입하며 자서전에 들어갈 표지 그림을 사가신 어르신
모두 고마운 분들이네요.

빅이슈는 서울, 부산만 판매
전국적으로 판매지가 늘어나면 좋겠고요.
온라인으로 구독신청하면 배달옵니다.

빅이슈 홈페이지
http://bigissue.kr

인터뷰 작가 임상철님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681

조소과

나는 슬그머니 전공이 무엇인데요? 하고 물었다.
조소과에 입학했네.
내가 볼 때 **이는 미술하고는 가까워 보이질 않던데요.
임 군, 내 딸이 꼭 미술에 재능이 있어서 간 건 아니고 나중에 결혼할 때를 생각해서도 있네.

나는 말없이 알코올만 들이켰다. 한 잔, 두 잔, 또 한 잔.... 취기에 시간은 흐르고 어느 순간 주위의 떠드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혼자만 존재하는 듯했다.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처음엔 조용한 눈물이었는데 곧 모두가 알아버리게 울고 있었다. 창피한 일이지만 그쳐지지 않았다.

임 군아, 갑자기 왜 우니? 애가 취해서 센티멘탈해지나 보네.
사모님 목소리가 꿈에선 듯 들려오고 있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75p.

고급 아파트

아파트를 나와 길가에서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찢어버리면서 지금의 내 삶은 현재 진행형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너희 아버지, 나한테 이틀 밤은 맞아야 돼. 하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 저의 재능을 아까워한 듯합니다.
151p.

형편없는 삶

형! 오랜만이네. 어떻게 살고 있어? 하는 말이 들려왔다. 나는 자랑스런 말이 없어 과거와 현재를 되는대로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에는 홈리스 삶을 살다 쉼터에 있다는 이야기까지 하게 됐다. 그러자 실망했는데 형, 인생을 왜 그렇게 형편없이 살아?라며 경멸스럽게 바라보는 얼굴이 그려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어버린 나는 그 통화 이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눌러쓴 자가 되어서 지인들 보기에 괴로운 공허한 나날을 보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쉼터를 나왔고, 그 이후로 <빅이슈>를 판매하게 됐습니다.
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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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내 삶의 터닝 포인트 -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후
변화경영연구소 지음 / 유심(USIM)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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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스승을 그리는 애절한 사부곡

내가 언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저자 서문 다음에 첫 장 불타는 갑판을 읽는데 전율했다. 소름이 돋는 듯했다. 불타는 갑판 위 장면이 생생해서 얼른 차가운 바닷 속으로 뛰어내려야 할 것 같았다.

변화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변화,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구본형 선생님 하면 1인 기업, 필살기, 자기경영, 변혁, 혁신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말한대로 생각한대로 살아가신 분이며, 주위 사람들에게 모범이 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책에 나와 있는 자기 사명선언서를 미니홈피에 써놓았었다. 겨울 새벽처럼 생생하게 깨어 있으리라고 다짐은 봄의 아지랑이들처럼 희미하고 나태해졌다.

그 땐 20대 패기로 내가 그렇게 하루 하루 이벤트가 있는 날처럼 파릇파릇 살 줄 알았다. 어느새 결혼하고 아이 낳고 파트타이머로 경단녀를 반복하다 나의 사명서를 잊고 있었다.

구본형 선생님 12제자들이 공저로 책을 냈다는 소식에 얼른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러면서 옛 기억이 새록새록, 중간 중간에 읽었던 구본형 선생님의 책 내용도 떠오른다.

변화경영연구소 출신 정신과 의사 문요한 선생님, <구본형 선생님께 배운 진짜 공부> 저자 수희향 선생님 각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제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나는 구선생님을 뵌 적이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던 때에 구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변화경영연구소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아이가 조그만 더 크면 연구원으로 지원해 보리라 속으로 다짐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네 살 때쯤 친정집 티비에서 구본형 선생님 별세 소식이 자막으로 뜨는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소름이 돋으며 막막해졌다.

구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싶었던 나는 하루 아침에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마냥 힘이 빠졌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그 분이 남기신 많은 책들과 변화경영연구소의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제자들이다.

스승을 뛰어넘어라, 청출어람을 강조하셨던 선생님이셨기에 제자들도 한 분 한 분 뛰어나다. 어떤 성취와 직위를 가졌다는 점보다도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기답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점에서 그렇다.

인간은 고독하고 생은 유한하다.

한계를 가진 삶에서 자기가 이루고 싶은 자기 모습,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에 온 소명을 다하길 바라셨던 거다.

선생님의 삶 자체가 그렇게 보인다.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모범적으로 실천하신 부분이 더욱 그렇다.

선생님께서 4시 반쯤 일어나 하루 4-5시간 수면으로 생활하셨던 점,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아시고 딸들에게 보내신 택배 상자 하나 분량의 편지를 써서 주신 것, 제자들 하나하나 사랑 받았고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도록 하셨던 점들은 참 신기하다.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리고 그의 가족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지...

솔직히 나는 구선생님을 지금도 잘 모르지만... 어릴 때 선입견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다는 지위가 높은 남성은 부인의 내조와 자녀에 대한 무관심이 일조했다는 생각이었다.

구선생님은 달랐다.

이 책의 첫 장은 둘째 딸 해언양이 썼고 얼마 전에 책 한 권을 따로 냈다.

아빠 구본형과 함께 일상에서 빛나는 나다움 발견하기 -저자 구해언

이 책을 보면 아빠가 딸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실천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가까워지기 위해 질문하고 산책하고 같이 점심 먹고 데이트하는 시간들...

나도 우리 아버지가 다정하시지만, 그래도 참 부러웠다.

<구본형, 내 삶의 터닝포인트> 에서 박미옥 선생님 글 <마흔세 살에 다시 사랑하다 63p.>가 와닿았다. 같은 엄마로서 워킹맘의 비애가 전해져와 코끝이 시큰했다.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없는데도 울컥했던 건 왜일까... 절박한 상황에서 삶의 동아줄을 놓으려고 했을 때 짠 하고 나타난 기회

그 기회를 놓치 않고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건 구선생님과 연구원 동기들 때문이었다.

그 글에서 절실하게 느껴졌던 건 가정이 성소, 자녀야 말로 내가 살아가는 의미이자 존재의 이유라는 것

나도 내 아이와 하루에 얼마만큼 눈을 마주치는지, 몇 분간 대화하는지, 밥 먹을 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지 신경쓰게 되었다.

남편의 관심사가 뭔지, 아픈 데나 필요한 건 없는지, 남편의 이야기에 집중 못할 때는 언제인지 살피게 되었다.

글을 읽으며 엄마 동지로서 뿌듯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정예서 선생님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우선 이름부터 예뻤다.

유쾌한 가족 레시피 -저자 정예서

이 책을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과정 동안 2년의 공부와 준비 끝에 내셨다고 한다.

사람의 일생 동안 발달과업에 따라 상담했던 분들의 편지글을 쓰신 책이다. 사실과 픽션이 섞여 들어간 것 같았다. 내가 저 책을 읽는 중 힘들었을 때가 얼마나 눈물을 자주 흘리며 읽었는지 모른다.

책 곳곳에 접어놓고 다시 펼쳐놓고, 어떻게 심리상담하시는 분이 글까지 잘 쓰시는지 감탄하며 읽었다.

마지막에 정예서 선생님의 글 <한 사람의 스승을 만나는 거, 그리고 그를 기억한다는 건 / 293p.>은 절절했다.

스승을 잃은 슬픔이 느껴졌다.
얼마나 사랑이 많고 제자를 아껴주셨는지 그 고마움이 곳곳에 쓰여있다.

나도 그 분을 스승으로 모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질투가 생겼지만 이내 그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분의 책을 더 열심히 있고 제자들과 교류할 수 있으면 되지!
그리고 제자들이 연구원 과정을 쭉 이어서 하신다고 하니 언젠가 나도 그 과정을 들으면 되지! 하고 가볍게 지나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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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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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평점 4점

한줄평 : 일독일행

교주, 심판ㅋㅋ 언령
이런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운동하는 곳까지 걸어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차로 십여분이면 씽씽 달리던 그 길을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하며 걷다
반 이상 되는 지점에서는 저 멀리 내가 운동하는 건물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끝까지 가지더라..
지방으로 내려와 차로 다니는 게 익숙해져서 어제 찰나에 엄습한 불안..
내 다리로 다녀야 하는 것을 그동안 바퀴로 다니고 있었구나.
우리 아이도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멀다, 힘들다 소리를 반복하며
학원 하원하는 것도 차로 데리러 가고 이제 더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
이 책을 읽었다.

눈 쌓인 길에 빨간 산수유 열매
모르던 길 옆에 쌩쌩 달리는 차들
출근하는 사람들 바쁜 움직임
새로 짓는 타운하우스
자연 풍경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6km 만보 이상 걸었으면 오늘 목표는 달성했는데 문제는 내일이다.
이러다가 몸살나서 운동 못 가지 싶다. ㅎㅎㅎㅎ

걸으면서 고민하던 게 풀렸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했던 질문이 스르르 답으로 바뀌었다. 이런 게 걷는 묘미구나.

알고 봤더니 하배우는 걷기를 찬양 전파하는 교주였구나.
걷기 멤버들과 우리나라도 모자라 하와이에서도 계속 걷는다 한다.. ㅋㅋㅋㅋ
아줌마로서 살짝 하와이 티켓값이 아까웠지만.. ㅎㅎ
거길 가면 할만한 액티비티가 얼마나 많은데 싶어서리.. 물론 한국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없어서 가는 거고 웬만한 하와이 즐길거리는 다 해보셨을 것 같다.

팬심은 그 층이 다양하다.
나는 팬이라고 하기엔 좀... 약하다.
종종 열리는 전시회 한 번 가본 적 없고 하배우가 나온 영화를 다 본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는 <멋진 하루> 전도연과 함께 주연한 영화 속 하배우
<비스티 보이즈> 속 연기를 보고 딱 싫어지면서 질색함
그런데 그 두 영화 속 모습이 가장 하배우 실제와 비슷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서울의 일상이 시대 장소 배경이니깐.
책 속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 약간 비슷하다고...
멋진 하루와 비스티 보이즈에서 그렇게 허세부리지 않아도 괜찮아.
안쓰러움을 느꼈다.
실제 하배우가 안쓰럽다는 건 아니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자기 삶을 가꾸기 위해 애쓰고, 걷는지...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 자체가 자기 생활을 얼마나 놓치지 않고
루틴과 패턴을 만드는지...
자연스럽고 동물적인 연기와 미술 감각은 괜히 나오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제작,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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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언어 - 어린이 마음을 읽는 놀이치료 언어의 이해
정혜자 지음 / 교양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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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인류의 문화유산 놀이
인간문화재로 선정해야할 놀이치료사 정혜자 선생님 ㅎ

몇 년 전 정혜자 선생님의 <어린이 마음치료> 서문을 읽고 울컥했었다.
선생님도 친정아버지처럼 전쟁을 겪으셨기 때문에 어린 시절이 마냥 행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선생님이 계시지 않나 싶다.
<어린이 마음치료>는 내 아이가 어렸었는데 읽었는데 결혼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진심 아쉬웠다.
첫 책 이후 십년만에 나온 책이라 더 반갑다.

지금 앞부분 읽고 있는데 매번 느끼지만 사람의 무의식은 참 신비롭다.
어떻게 태아가 신생아가 자신의 경험을 몸에 새기듯 알고 태어나며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몸으로 말하고 놀이로 표현하는지...
특히 유아들은 말을 할 수 있으면서도 7살 이후의 구체적 현실적 사고 전단계인 추상적이고 직관적인 생각과 표현이 많으므로 걸러지지 않고 더 잘 드러날 것이다.

생애 초기에 가까운 상처일수록 빨리 치료 받는 것이 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흔적이 평생을 거쳐 남아 죽을 때까지 영향을 준다.
죽기 전에 깨달을지도 모르지만 상처에 나도 모르게 끄달려가는 인생이 가장 허무하지 않을까.
그 치료목표라는 것이 구도자처럼 의식을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를 알고 관계를 유지하며 감정을 어느 정도 조절하고 내가 필요한 것들을 취할 수 있는 자조 능력
자기관리, 감정조절, 관계 맺기
최소한 이런 부분은 원활하게 되어야 홀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어린 시절 상처가 깊을수록 그런 기본적인 목표가 달성되기 쉽지 않다.
자기나 누군가를 온전히 믿기도, 의지해 보기도 어렵고, 몸은 자라도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건지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희미하고 혼란스럽다.

그러니 어릴 때일수록 힘든 게 있다면 놀이나 놀이치료로 아픔을 함께 경험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면 좋겠다.

놀이는 엄청나게 깊은 의미와 치유하는 힘이 있다.
그걸 알게 되면 아이가 놀지 않아 걱정이지, 놀아서 탈이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거다.

정선생님은 놀이를 '아이들만의 언어'로 보셨다.
놀이가 얼마나 신통한지
엄마들, 놀이치료사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으면 좋겠다.

내가 아기 키울때 주위 엄마들이 거의 갖고있다던 베이비 위스퍼 책보다 백배 천배 낫다.
아기 키우는 가정마다 한 권씩 비치해두고 틈나는대로, 아이가 보이는 놀이의 의미를 알고 싶을 때나 발달과정을 예상하고 싶을 때 언제든 들춰보면 좋겠다.
<어린이 마음치료>나 <놀이의 언어> 둘 중 하나라도.
상비책처럼.
정선생님께서 쉽게 쓰시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이런 내용을 접하면 뭔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 아닐까 싶을 수도 있다.
워낙 상징적인 이야기라 소설처럼 지어낸 건 아닐까?
애들이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고 이렇게 세상 다 아는 것처럼 표현한단 말이야 하고 믿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면 엄마 뱃속에서 있었을 때의 엄마 개인의 경험을 안다.
부모 처녀 총각 시절의 개인사 도박중독, 알콜중독, 낙태 출산 경험까지..

태내와 출산시 트라우마도 다 알고 놀이로 말한다. 엄마는 그게 재현인지 모르고 지나가게 되지만 치료사는 반복되는 놀이 재현을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우리가 예부터 조상들이 태교가 출산 뒤 양육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전적으로 옳다.
오늘 운동하는데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직 결혼 전인 20대 운동쌤한테 지금부터 태교 십년하라는 말에 운동쌤 놀라던데.. ㅎ
요즘 태교는 커녕 부모준비도 안되어 있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아이를 다시 뱃속에 넣고 싶을 수도 있다.
아이가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태교와 놀이에 적용한다면 보물 같은 지혜를 얻은 셈이다.
나도 <어린이 마음치료> 읽을 때 진심 내 아이를 다시 키우고 싶었다.
정혜자 선생님 책들은 아기 낳기 전 태교 책으로 많이 읽히면 좋겠다.

특히 놀이 언어로 살펴보는 단계별 성장 과정에 대한 내용이 압권이다.
한 단계씩 유아들이 어쩜 그렇게 자기를 발달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지 감탄하게 된다.
그대로 놀이치료 과정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 놀이치료가 왜 예술이며 전문영역인지 알게 된다.
놀이치료 받게하는 엄마들의 얘기
그냥 놀아주는 거 아닌가요?
근데 왜이렇게 놀이치료 비용이 비싸요?
엄마랑 노는 거랑 뭐가 달라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놀이 언어로 살펴보는 단계별 성장 과정
- 우주적 존재에서 성 정체감 형성까지

1. 우주적 존재일 때를 암시하는 놀이
2. 개별적인 자기로 분화하는 것을 암시하는 놀이
3. 엄마의 자궁에 들어갈 것을 예고하는 놀이
4. 음양의 결합을 암시하는 놀이
5. 잉태되었음을 알리는 놀이
6. 배아의 시기를 암시하는 놀이
7. 착상 과정을 표현하는 놀이
8. 태아의 성장을 암시하는 놀이
9. 출산을 암시하는 시기의 놀이
10. 엄마와 심리적 애착을 이루는 시기의 놀이
11. 이기심의 출현을 암시하는 시기의 놀이
12. 성 정체감이 형성되는 시기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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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ing Without Wings: Personal Reflections on Loss, Disability and Healing (Paperback)
Arnold R. Beisser / Bantam Dell Pub Group / 199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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