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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의 법칙 -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ㅣ 서가명강 시리즈 36
이재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까지 세계는 나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던 거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역과 분업이라는 것을 근본으로 하는 상업활동을 기초로 그리고 미국이라고 하는 하나의 거대 강국의 힘 아래서 질서를 유지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세상은 같은 건 존재할 리 없다는 듯이 곳곳에서 내전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미국의 비호 아래 강대국으로 자라난 중국은 이제 미국을 뛰어넘는 강대국이 되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고 발톱을 드러냈다.
코로나19는 무서운 전염병 앞에서 세계화니 글로벌 사회이니 하는 가치가 얼마나 힘없는 단어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고, 각국 정부는 자국만의 이익을 최선으로 지켜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명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대처를 괘 잘 했고 마스크 한 장이 없어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해 굶주리는 사람들에 비해 잘 지나온 거 같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원이라고는 없이 무역과 기술력으로 먹고사는 그것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약소국의 한계 또한 여실히 드러냈다.
지배의 법칙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지배하는 강대국과는 상관이 없이 지배의 법칙을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 대한민국 같은 약소국에게 더욱 절실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그저 러시아가 나빠서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각국의 대통령들이 국제재판소를 들락거리며 자신들의 입장을 웅호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명분이 있어야 다른 나라들에게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다양한 방면에서 국제적인 제재를 받게 되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으니 열심히 자신들을 변호해야 한다.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무턱대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억지를 부릴 수만은 없으니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제들을 하나씩 탄생시키고 그것들을 명분으로 자신들보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약한 나라들을 더욱 억압한다.
강한 나라가 더욱 강해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세계 버전인 셈이다.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만든 국제법이지만 그 법률 아래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또한 약소국의 운명이고 생존 방법이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일본과 중국, 미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것도 모자라 북한이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가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 지리적으로도 불안정과 불리함을 이렇게 다 안고 있는 데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노동력도 세계 평균을 휠씬 넘어버린 고령화, 저출산화로 마이너스로 바뀐지 오래다.
이렇게 가진 것이 없는 약소국이기에 더욱 국제법을 잘 알고 작은 이익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 규칙들을 더욱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전쟁터는 주인이 없던 극지방과 우주로까지 뻗어나갔다.
남극과 북국에서 연구라는 이름아래 자원과 영토 전쟁이 진행중이며 우주는 이제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의 상업 활동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국가가 관여하면 나라 간의 분쟁이 일어나지만 '뉴스페이스'라는 이름 하에 민간 주도로 기업을 앞세워 기술 개발이라는 명분과 상업적 이익 아래 국가 이익까지 얻어낼 수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대륙인 남극과 바다인 북극해는 그 이용 가치도 받는 제제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북극해 연구를 위한 다산과학기지가 있고, 남극 대륙에는 세종 기지가 있다.
세종 기지는 남극대륙에 존재하기에 경기도 지역 번호인 032로 시작되는 우리 전화선이 연결되어 있지만 북극의 다산기지는 노르웨이 국제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가치를 모르거나 과학기술이 부족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때는 상관없던 극지방과 우주가 이제 자원이 있는 '돈이 되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당연히 분쟁의 소지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범죄도 그렇고 우주나 극지방에서의 분쟁도 이제는 경계선이 확실치 않은 전쟁터에서 싸우지 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도태되는 최후만이 남겨질 것이다
이념이 아닌 이익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국제 규율을 잘 활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느냐가 또 다른 국력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