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의 뿌리
이사야 벌린 지음, 석기용 옮김 / 필로소픽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낭만주의의 뿌리”라는 제목에 맞게 낭만주의의 기원부터 그 영향까지 자세히 살핀다. 이렇게 낭만주의를 깊게 살필수록 낭만주의에 대한 비판이 점점 늘어나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르세폴리스
마르얀 사트라피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국이라 편한 마음으로 읽지는 못했다. 원래는 얼마 전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한 “아주 짧은 합스부르크사”를 다시 빌리러 갔으나 대출중이었고, 다른 책들도 여럿 대출중이라 “페르세폴리스”까지 순번이 넘어왔다.


책은 350쪽이라는 실제 쪽수에 비해 심히 두껍고 무겁다. Gombrich의 “서양미술사”가 1kg 남짓인데, “페르세폴리스”는 1.4kg를 훌쩍 넘겼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리 된 원인은 두꺼운 내지 덕분이었다. 이렇게 두껍고 빳빳한 종이를 쓰니 쪽수에 넘치는 무게와 두께를 가지게 된 것이다.


책의 외형에 대해서는 마무리하고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비극 그 자체였다. 이란 이슬람 혁명은 그 시작부터 정상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없었다. 이슬람과 사회주의는 공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란 혁명 역시 기존의 거대 혁명의 뒤를 똑같이 밟았다는 점에서 Pitzpatrick의 말을 다시 빌려올 수밖에 없다.


“…혁명 내부에는 혁명이 끝날 때 자기 자녀를 잡아먹게 만드는 취약한 내적 논리가 분명히 존재하는 듯하다. 러시아혁명과 그 이후의 집단화 과정에서 보듯이 공포가 더 많은 공포를 낳는다는 논리도 존재한다.”

(Pitzpatrick, 아주 짧은 소련사, pp.122-123)


그렇게 이란 혁명은 자신의 자녀라 할 수 있는 여성들, 사회주의자, 공화주의자, 세속주의자들을 끝없이 잡아먹었다. “페르세폴리스”에서는 이러한 비극을 자세히 보여준다.



마르지의 삶은 이란에서도, 오스트리아에서도, 다시 돌아온 이란에서도 비극이었다. 말만 공화국이지 사실상은 신정 독재국가인 이란에서는 당연히 삶이 비극일 수밖에 없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유학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어린 나이의 자녀를 해외에 홀로 유학보냈을 때 일어나는 모든 최악의 상황들을 마르지는 모두 경험한다. 한 블로거가 이 책을 ‘육아서’로 읽었다는 데에 공감했다. 마르지가 비이슬람권 출신이었다면, 혹은 가족이 같이 떠났더라면 경험하지 않았을 사고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나마 그의 삶을 지탱해준 것은 가족들이었다. 특히 결혼을 결심했을 때 마르자의 아버지가 레자에게 했던 세 가지 말(이혼권 허용, 유럽 유학, 행복할 때까지만 같이 살 것)은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이런 아버지가 있었기에 마르지가 이 비극의 망망대해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작년 “한국고전문학사 강의1-3(박희병, 2023)”부터 느낀 것은 근본주의(자)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근본주의(자)들이 항상 불행과 비극의 시작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 도쿠가와 가문은 어떻게 원예로 한 시대를 지배했는가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조홍민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식물을 중심에 놓고 에도의 역사를 읽어내는 책이지만 저자가 역사학 전공자가 아닌 고로, 정사와 야사가 섞여버렸고, 거기에 약간의 일뽕까지 가미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기말 빈 현대의 고전 5
칼 쇼르스케 지음, 김병화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의 알라딘 서평에서 이 책을 극찬한 것을 읽었다. 목차를 보니 국립중앙박물관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와도 상당 부분 겹쳐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집 근처 도서관에 있어서 다른 책 반납하러 갔다가 빌려왔다.


이번 독서는 이런저런 일들로 쉽지 않았다. 먼저, 책이 두꺼운 것이야 알고 있었지만 실물을 보니 과연 2주 안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가 걱정되는 수준이었다. “세기말 빈” 말고도 빌리려던 다른 신간이 있었지만, 이 책의 두께를 보고 다시 서가에 넣어두고 한 권만 빌려왔다. 그리고 그 판단은 틀리진 않았다. 반납을 이틀 앞둔 새벽 세 시를 넘겨서야 책을 겨우 덮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내가 제1차 세계대전 전의 유럽, 특히 오스트리아의 상황에 대해 잘 몰랐다는 것도 문제였다. 

여기에 더해서 책의 핵심이기도 한 ‘자유주의’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책의 전반부를 읽으면서 글항아리에서 나온 “자유주의”를 먼저 읽고 와야 하는 게 아닌가 몇 번이나 고민했다. 거기다 이번엔 몸도 도와주지 않았다. 안구 건조와 알러지까지 생긴 바람에 눈도 불편했다. 문득 노안이 오기 전에 책을 더 읽어둬야 하나 싶기도 했다. 이런저런 좋지 못한 조건들이 겹쳐 책 후반부는 전반부만큼 꼼꼼하게 읽어내지 못한 것 같다.


책은 7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쇼르스케는 “각 장을 독립된 글로 읽어도 된다(p.42)”라 했지만, 읽다보니 독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텍스트들이 어느 정도의 응집성coherence과 응결성cohesion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기말 빈의 상황과 그 변화를 보여주는 여러 측면의 이야기이므로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1장에서는 슈니츨러와 호프만슈탈을 통해 해체되기 시작한 오스트리아의 자유주의를 보여준다. 둘 다 국내에 번역되어 있지 않아 배경 파악이 쉽지 않았다. 2장에서는 빈의 링슈트라세 형성의 역사를 다룬다. 도시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사회적, 정치적 변화가 반영되었다. 3장에서는 세 명의 문제적 인물(게오르크 폰 쇠네러, 카를 뤼거, 테오도어 헤르츨)을 다룬다. 개판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을 만들어내며 본인들의 목적을 달성한 세 사람의 모습에서 누군가를 보았다. 4장에서는 방향을 틀어 프로이트 이야기를 한다. 5장에서는 클림트를, 6장에서는 코코슈카와 쇤베르크 이야기를 통해 책을 마무리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유주의자와 급진주의자들이 정치적 기대의 붕괴라는 혁명에 맞춰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수정했다는 것이다(p.31).


쇼르스케가 지적한 위와 같은 현상은 사실상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
와다 하루키 지음, 남기정 옮김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년 전부터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읽었다. 단편적으로 알고는 있던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펼쳐졌다. 문득 책을 읽다가 어쩌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현재 북한 주민들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인터넷 농담인 '선동과 날조'가 원래 그곳의 트레이드 마크인 고로.. 


읽으면서 뜨악한 부분이 있었다.


헌법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는 서울이며, 평양은 임시수도일 뿐이다(p.79).


한국전쟁 과정에서 의외의 모습도 발견했다. 


한편 김일성은 이후로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자리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전쟁의 작전지도에서는 완전히 배제되었다(p.94).

김일성보다는 중국의 입김이 세게 작용한 것이다.


그리고 전쟁의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었다. 


전쟁은 김일성에게 군사적으로는 실패를 가져다주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승리를 안겨주었다(p.105).


그렇게 한국전쟁 과정을 통해 김일성은 완전한 권력을 얻었고, 북한은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저자인 와다 하루키의 본진(?)은 러시아 사였다는 것. 러시아를 연구하다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끼인 북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북한 연구의 시작이 되었다. 여러모로 대단하신 분이었다. 

(25.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