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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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내 인생과 딱히 연관 짓는 게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상상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읽어서 뭐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소설이 ‘스노볼’처럼, 읽고 나서 진한 여운을 남기고, 상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얻게 되는 깨우침과 깨달음이 내 인생에도 응용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소설을 읽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까지 스노볼에 열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에 대한 설명을 3가지로 나눠봤다.


(1) 스노볼과 나의 집합점 

처음 책을 받아서 끝내기 까지, 한 자리에 앉아 단숨에 먹어치워 버렸다. 한번 빠져드니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영하 41도의 세상이지만 스노볼에서 만큼은 따듯하게 살 수 있다는 설정은 왠지 모르게 영화 ‘설국열차’가 생각이 났다. 선택받은 자와 선택받지 못한 자들, 그리고 추위와 따듯함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점에서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스노볼이라는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동물농장’의 스노볼이라는 캐릭터다. 그 캐릭터랑은 딱히 연관이 없었지만, “절대 빅브라더가 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동물농장’을 쓴 죠지 오웰의 ‘1984’가 떠오르면서 묘하게 겹쳤다. 작가가 그것을 의도하고 썼다면 (설상가상 아니어도) 여기 팬 한 명 추가요. 


(2) 스노볼이 가진 그만의 유니크한 세계관 

소설을 즐겨 읽기 않지만 읽게 된다면, 그 소설이 가진 “세계관”이 뚜렷하고 특이하면 특이할수록 좋아한다. 상상력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뜻일 테니. 그런데 스노볼이 가진 세계관은 정말 ‘스노볼’만이 구현해 낼 수 있는 세상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땐, 그 세상이 가진 세계관을 이해하고 외우느라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그마저도 즐거웠다. 


그리고 스노볼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들이 다 내 스타일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이름들. 가끔 읽다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름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만큼 이름이 특이해서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가 없어서, 등장인물들의 관계도를 아주 쉽게 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스노볼의 세계와 나의 세계

이 책 속엔 반전이 크게 3번 정도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나올 때마다 소름과 동시에, “내가 나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이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내가 누구고, 어떤 비전을 가진 사람인지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은 세상이 원하는 모습대로, 다른 사람이 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내 인생에 대해 후회를 할 테고, 후회를 할 때쯤은 너무 늦은 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두가 한시라도 빨리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그걸 깨닫게 해 주기 때문에,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컬러를 자신 있게 내세워가며 자신의 발이 가는 대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스노볼의 주인공인 ‘초밤’양이 책 마지막에 했던 말이 내 마음을 울린다. 덤덤하게 자신의 탄생 목적이 사라졌다고 말함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하고, 내일이 기다려진다는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내일의 다음 날도, 그다음 날의 또 다음날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뛰게 했다.” 


이 부분을 읽고선 환히 웃을 수 있었다. 


이처럼 사람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는 스노볼. 

읽는 내내 앉았다 일어났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스릴이 넘치는 부분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도 하고, 안타까운 상황에서는 한숨을 픽-쉬게도 만들었던 소설. 책을 쥐고 내려놓을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잠시나마 이 세계관에 푹-빠져, ‘고해리’로 살았다가, ‘전초 밤’으로 살았다가, 하는 나를 보았다. 아마 앞으로 며칠 동안은 계속 스노볼 세계에서 푹 빠져 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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