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 - ‘아마존’의 도시에서 동네 서점이 사는 법
이현주 지음 / 유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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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설"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이 생기거나, 하고 싶은 일, 혹은 꾸고 있는 꿈 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편이다. 


내가 인생에서 크게 이루고 싶은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서점을 갖는 것, 그리고 둘째는 제주도에 내 별장을 지어 그곳은 No Wifi Zone으로 만들어 놓고 오직 영화와 책,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간략한 계획은 (간략하다고 쓰고 원대하다고 읽는다) 우선 서점을 하나 꾸리고, 그다음 은퇴 후에 별장을 갖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서점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서점 관련된 책들을 하나둘씩 사서 읽고 있는 중인데, 이번에 정말 감사하게도 '유유당 1기'에 뽑혀 내게 꼭 알맞은 책을 하나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 아마존의 도시에서 동네 서점이 사는 법' 이란 책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끼는 인덱스들을 마구 붙여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우선 이 책이 나의 감성과 굉장히 잘 맞았던 이유는, 미국에 있는 동네서점들 -- 인생 반 이상을 미국에서 살아온 내게, 한국의 서점들 보다 미국의 서점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 에 대한 이야기라, 내가 LA에 살 때 동네서점들을 다녔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여러 가지 부분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도 이 서점 저 서점 다니며
각 서점이 가지고 있는 색깔들 -- 판매하는 책부터, 책들을 진열하는 방식, 사장님들의 추천, 직원들의 추천 등 -- 을 맘껏 누릴 수 있었고 서점들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알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 오면서 일이 바쁘고 삶에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동네서점보다는 대형 서점을 선호해왔던 근 몇 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아, 이제는 한국의 동네서점을 많이 다녀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았는지, 운 좋게도 서울 와우북페스티벌 16기의 멤버로서 활동을 무사히 마쳤고, 또 서울 국제도서전도 열리면서 한국에 온 지 8년 만에 동네서점의 아름다움과 사장님들과 소소하게 나누는 담소에 푹 빠지려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나서인지, 어쩌면 몇 년 후의 내가 작은 동네서점의 사장님이 되는 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동안 해봤다. 




https://www.qabookco.com/


저자는 이 책에서 시애틀에 있는 독립서점 9곳, 그리고 시애틀에서 아주 유명하지만, 차마 넣을 수 없었던 3곳을 소개한다. 그 속에서 각 서점이 가진 강한 색깔과 서점 주인들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는데, 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퀸 앤 북컴 퍼니 (Queen Anne Book Company)였다. 이 서점이 유일하게 지역 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행사 참여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책과 서점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또 지역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책을 좀 더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배려를 해 주었다. 지역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역시, 아마존이 아닌, 책을 이 서점에서 주로 구매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사람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려면, 어렸을 적부터 책과 서점에 대한 기억이 좋아야 된다고 굳게 믿는다. 책을 읽는 습관 역시 어렸을 때부터 빌드업이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책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유한한 만큼, 어렸을 적부터 책과 친하게 지내서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책과 서점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서점이 바로 그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예를 들면, 핼러윈에는 1200명의 아이들이 이 서점에 와서 사탕을 받아가는 trick-or-treating에 참여했다고 한다. 또한, 서점에서 수업을 진행하기 원하는 선생님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생일 파티를 하고 싶다는 한 아이의 소원을 들어준 것도, "서점에서의 좋은 기억"을 위해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실 '파티'와 '서점'은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서점, 하면 조용히 책을 읽는 곳이라고 생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서점에 대해 좋은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파티를 허락해줬다는 것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퀸 앤 북컴 퍼니의 미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러워지거나 손상된 책들은 지역 도서관에 기증한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끊임없이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Shop Local!'이라는 주제로 지역 소상인과 적극 연대하면서, 책뿐만 아니라, 책과 함께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같이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이 서점 생태계를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이 있는 '시애틀'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퀸 앤 북컴 퍼니는 본인들의 가치관에 맞게, 뚝심 있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서점을 운영해 나아간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고, 언젠가 나도 서점을 하나 갖게 된다면, 꼭 지역 사회와 상생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책방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너무나도 멋진 책방 주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서점을 운영하면서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일을 향한 자부심, 그리고 다양한 색깔들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배울 수 있어서 책방 주인이 되기를 꿈꾸고 있는 나에게는 정말 적격인 책이었다. 설상가상 내가 책방 주인이 되고자 하는 꿈이 없었다고 해도, 애서가라면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시애틀에 있는 멋진 책방들을 대신 투어 해주고, 그 책방들이 가지고 있는 마법 같은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주는 책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책을 덮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 갖고 싶다, 서점" 이였다. 


각 책방 소개 때 나온 사장님들이 가진 멋진 세계관과 거물 아마존 앞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그 호기로움이 너무 부러웠다고나 할까. 나도 저들처럼 책방을 하나 운영한다면 끝내주게 잘할 자신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기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서점 운영을 위한 안목을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늘도 나는 이렇게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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