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지금, 너에게 간다
박성진 / 북닻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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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에게 간다>를 읽고 소방관 선생님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돌이켜본다. 자신의 개인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사이렌이 울리면 즉시 출동을 해야 하고,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가족들 역시 늘 걱정 어린 마음으로 그들을 살핀다. 책 안에서도 소방관 <수일>의 삶을 보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늘 일이 우선이고 곤경에 처한 이들이 우선이고, 자신의 목숨보다는 다른 이의 생명이 우선인 사람. 읽는 내내 눈물이 나서 혼났다. 


그래서 이 책이 해피엔딩인 것에 감사하다. 책에서 나마 해피 엔딩이 아니었다면 너무 슬플뻔했다. 

이 책을 빌어 작은 소망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숭고한 목숨을 다른 이들을 위해 내어놓고 위험의 노출에서 자유롭지 못한 소방관 선생님들의 대우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소방관의 삶이 우선시 되기를. 


이 글을 빌어 소방관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도 전하고 싶다. 

당신들이 있어서 너무 든든하다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삶이지만, 그래도 견뎌 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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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것도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신혜연 지음 / 샘터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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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일 뿐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삶을 더 아는 것도, 덜 아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관이 있다. 따라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개개인이 판단할 몫이고, 그 과정에 <나이>라는 숫자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오늘 읽은 책, 샘터사의 <나이 드는 것도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를 읽고 깨달은 것은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마인드로 살아온 나,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만큼은 작가의 배경이나 나이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읽었던 것 같다. 작가가 50대 여성이라고 해서 나의 시간을 앞서간 인생선배로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를 나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았고, 그가 그의 인생에서 배운 귀한 깨우침을 나눔 받는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그로 인해 얻은 인사이트는 당연히 배가 되었다.



1. <일기, 나를 보여주는 거울>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써보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적어가는 것, 그게 일기다. P.145


<황예슬>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Top Three에 들어가는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의 일기 쓰기 리츄얼은 내가 글을 읽고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시작한 것 같다. 잦은 이사 탓에 80%의 일기장은 분실되어있지만, 남아있는 20%만 봐도 나는 어릴 적부터 일기 쓰는 것을 참 사랑했다. 어렸을 때는 숙제로 써야 해서 억지로 쓴 것도 있었지만, 커서는 어릴 적의 습관 때문에 자발적으로 자연스레 하루 끝에 일기 쓰기를 뒀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일기 쓰기를 유독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일기는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라는 사람을, 나라는 하루를 기록하지 않으면 누가 대신 기록해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해야 한다. 내가 나를 기록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다. 미래의 내가 어제의 나를 궁금해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기억력이 좋지 못한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무 슬픈 일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난 나의 하루를 펜의 잉크를 통해서 종이에 옮겨 적는 그 숭고한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2. <안목 훈련을 쌓으려면 박물관에 자주 다녀라> 


미술평론가이자 수집가인 박영택 선생님의 이야기도 도움이 되었다. "많이 봐야 되고, 많이 보면서 눈 밝은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서 보는 방법을 깨우치는 게 필요해요. 좋은 걸 느끼는 힘은 타고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좋은 걸 보고 골라내는 안목, 작품 자체를 읽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목 훈련을 쌓는데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박물관 같은 데를 자주 다니는 거예요. 그렇게 다니다 보면 여러 개 중에서 겹치는 것이 있고, 그게 각인되면서 뭔가가 보이죠." P.162


내가 박물관, 미술관, 전시회를 자주 다니는 이유는 바로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을 통해서 평소에 잠들어 있던 나의 생각 주머니들을 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곳에서 그림이나 설명, 혹은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의도부터 시작해서 이건 왜 이렇게 생겼는지, 어쩌다 내 앞에 와있는지 등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고 그로부터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의 영감이 된다. 그래서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전시에 대해서 알아보고 찾아 가는 게 하나의 기쁨이었는데, 코로나가 터진 후에 통 못 가봤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영감을 위한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집에서 영화를 보고, 책을 통해서 미술관에 간다. 온라인으로 뉴욕의 미술관을 가고 도슨트가 설명해주는 해설을 듣는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직접 내 눈으로 봤을 때만큼의 전율은 없지만, 그래도 <Zero>인 것보단 낫다. 



3. <하나를 사들이면 두 개를 처분해야 정리가 된다>


이 말은 프린트를 해서 내 방 곳곳에 붙여놓을 생각이다. 미니멀리스트를 해보고 싶지만 절대 할 수 없는 나를 위해서 말이다. <미니멀리즘>의 좋은 점에 대한 글을 많이 본 덕분인지 소비 패턴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누가 뭐래도 난 <맥시멀 리스트>다. 


<맥시멀 리스트>로서 내 삶에 저 말을 응용하기엔 매우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좋으니까 붙여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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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고민해보고 실천해보면 좋은 것들을 나눠주는 고마운 책이다. 내가 <30대 여성>이어서 깨닫지 못한 것들을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나였기에>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데일리 루틴, 취향, 매일 새로운 일 하나씩 하기, 경제적 독립,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까지 평소에 내가 관심 있었던 키워드도 있고 새롭게 생각하게 된 키워드도 있다. 내가 방금 나열한 단어들을 읽고 심장이 뛰었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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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
로리 서덜랜드 지음, 이지연 옮김 / 김영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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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마케팅 관련 책을 많이 읽기도 하고, 뉴스레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마케팅에 대한 글을 많이 읽는데, 김영사의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 책 처럼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들과 <연금술>에 대해 잘 가르쳐주는 책은 처음 마주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내가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평소에 심리학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시절에 교양과목으로 심리학 관련된 수업들을 많이 들었을 정도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배우는 것에 큰 재미를 느낀다. 그래서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 책을 읽으면서 왜 <불규칙>하고 <불확실>한것이 사람들에게 더 어필이 되는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대박이 터지는지에 대해 갖고 있었던 궁금증이 싹 풀렸다. 


우선 이 책은 벽돌책이다. 500페이지정도 되는 두께이기 때문에 책의 마지막에는 친절한 <찾아보기> 파트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인덱스를 붙히고 밑줄을 긋고 기억에 남는 문장들은 독서노트에 따로 옮겨적어 두었지만, <찾아보기> 부분 덕분에 내가 놓칠 수도 있었던 부분들을 다시 찾아 볼 수 있어서 편했다. 


책이 두꺼운만큼 내용도 많다. 프롤로그와 비슷한 <들어가기> 부분이 70페이지가 넘고, 본격적으로 책이 시작되는 <1부: 이성의 사용과 남용 - 우리는 생각만큼 합리적이지 않다> 부분이 P.88 부터 시작 할 정도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마케팅 책을 읽을 때 유심히 보는 부분이 이 책이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것인데, 이유는 수많은 마케팅 도서들에 뒷통수를 맞은 것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1부>가 재밌어서 사서 읽어보면 <1부>에서 나온 메세지가 책의 처음이자 끝이였다던지, <제목>이 끌려서 샀는데 제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던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들을 내 돈주고 직접 구입했으니, 마케팅에는 성공한건가? -- 하는 불상사를 여러번 겪은 이후로 마케팅 도서들을 고를 때 제일 먼저 확인 하는 부분이 <많은 케이스 스터디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왜냐? 나는 케이스 스터디들에 대해 읽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개인의 취향일 뿐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다양한 케이스들을 접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를 배우는 것 같기도 하다. 역사속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보고 접한다는 것이 내게 매력적이게 다가오기 때문일지도. 그래서 나는 작가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 할 때 정확한 예시가 주어지는게 좋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테이스트를 가진 분들께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를 강력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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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한 구절이다.


회사가 정말로 고객에 초점을 맞추려면 사람들이 하는 말은 무시해야 한다. 
대신에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 P.81


내가 마케터는 아니지만,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대할 때 집중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감정이다. 

나와 함께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거나, 유학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이라서 더 마음이 가고 애틋하다. 그들의 마음을 100% 어루만져 줄 순 없겠지만, 나는 계속해서 학생들이 힘들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나무같은 존재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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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다 죽는다
애덤 실베라 지음, 이신 옮김 / 문학수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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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두 사람 다 죽는다>의 줄거리를 읽었을 때, <죽음을 앞둔 두 소년의 이야기>라는 말만 읽고도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는 누군가가 죽기 24시간 전에 친절하게 전화를 해주는 <데스 캐스트>라는 것이 있고, 24시간의 삶이 남은 이들을 연결해주는 앱 <라스트 프렌드>를 통해 마지막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 그나마 외롭지 않은 죽음을 맞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고등학생인 <두 소년>이라는 설정 탓인지 청소년을 위한 성장 소설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읽는 내내 눈물로 베갯잇을 살짝 적신 나 자신을 본 후 (가시고기 이후로 처음 눈물 흘려봄)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알리고자 했던 메시지가 내게 와 닿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인지라 스포가 될까 염려되어 소설의 내용은 여기까지 하겠다. 대신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것과 생각의 원천이 된 부분을 소개하겠다. 



1.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 

이 책은 내레이터가 한 명이 아니다. 짤막 짤막하게 수많은 내레이터들이 나와 상황에 대한 본인의 주관적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겪고 있지만, 그들의 생각과 그에 대한 반응은 하나같이 다르다. 그 모습이 마치 축소된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깨달은 생각은,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나와 결이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이 틀렸다고 결단 내리지 아니하고, 그들의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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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극히 평범한 그들의 마지막 24시간 

솔직히 말해서 <두 사람 다 죽는다>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어차피 죽을 아이들이기 때문에 두 소년의 스릴 넘치는 어드벤처쯤을 기대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겨우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가지고 45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작가는 우리 주위에 흔히 일어날 법한 일들로 소설 속 가상의 시간, 24시간을 단어들의 향연으로 꽉꽉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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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의 24시간은?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바로, <내게 마지막 24시간이 주어진다면, 난 어떻게 보낼까?>라는 물음표였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지만 지금도 딱히 내 맘에 드는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언할 수 있을 것 같다. 

막상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한다면 나도 그들처럼 평범한 하루를 보내겠노라고. 

평범한 하루들이 모이고 모여 내 삶을 이뤄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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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밤, 어제의 달 - 언젠가의 그 밤을 만나는 24개의 이야기
가쿠타 미쓰요 지음, 김현화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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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따라 흥미롭게 생각되는 글들은 <하나의 토픽> 혹은 <작은 물건>에 대한 책들이다. 어떻게 하면 하나의 작은 것을 가지고 백 페이지가 거뜬히 넘는 책을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내 머릿속에서 헤엄친다. 질문이 질문을 낳는 와중에 영감이 떠오르면, 적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생겨나 내 <영감 노트>에 내 생각을 끄적이다가 다시 독서하다가를 반복하는 재밌는 루틴이 생겼다. 


더 재밌는 건, 대체적으로 그런 글을 쓰는 작가님들은 하나같이 끝내주는 관찰력을 가지고 있고, 이 곳 저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이 아니면 절대 쓸 수 없는 글이 탄생하고, 그런 글들은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오늘 읽은 책, <천 개의 밤, 어제의 달> 역시 작가가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면서 마주한 24개의 밤에 대한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네팔의 밤, 일본의 밤, 이집트의 밤, 이런 식으로 각 나라에서 마주한 다른 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 당시의 상황, 누구와 있었고 어떤 향기가 났는지까지 서술하는 장면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에게도 <밤>에 대한 에피소드는 차고 넘친다. 그리고 작가 역시 어렸을 적에 <밤>을 무서워했다는 점이 나와 닮았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감정선이 돋보이는 부분들에 유독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가는 나보다 더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고, 덕분에 나는 가보지 못한 곳의 밤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저자가 이 책에 실은 24개의 밤 중, 내가 경험해보고 싶으면서도 두려움이 앞서는, 두 개의 감정이 실랑이를 벌이게끔 만든 <밤>을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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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밤의 민낯을 만난 밤 


밤은 검정이 아니라 잿빛이었다. 잿빛 속에 허허벌판만이 펼쳐져 있었다.
등 뒤에는 게르가 있지만,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고 인기척도 없다.
지구에 나 홀로 남겨진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외롭지는 않았다. 굉장한 기분이 들었다. 밤이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물처럼 느껴졌다. 그 생물과 마주한 채 나는 홀로 서 있었다.
P.29


-몽골에서 보낸 밤을 작가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리고 나는 그 밤이 사뭇 궁금해졌다. 어떤 느낌이었길래 밤이 <살아 숨 쉬는 생물>처럼 느껴졌을까. 지구에 홀로 남겨진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예전에 찜질방에 갔을 때 캡슐 안에 들어가 마사지를 받는 체험을 했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느낌일까? 다낭 호텔 수영장에서 탔던 긴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올 때 느꼈던 찰나의 고독함 같은 느낌일까? 

이상하다. 지구에 홀로 남겨진 느낌을 받은 소감이 <이상하게도 외롭지 않았다>니.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검은색 이름이 <밴타블랙>이라고 기사에서 읽었던 것 같다. 

내 눈앞에 밴타블랙이 펼쳐진 느낌이었을까? 정말 단 한줄기의 빛도 보이지 않았을까? 

심지어 그것이 야외라니. 나 같으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울 것 같은데, 그 감정, 나도 느껴보고 싶다. 


(이 구절을 보고 작가의 필력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2.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밤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한없이 한가로웠던 나의 그 여행도 앞으로 절대 반복할 수 없으며, 두 번 다시 똑같은 곳에 갈 수도 없다는 것을.
P.148


-내가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너무 똑같아서 밑줄을 긋지 않을 수 없었던 구절. 

여행이라는 건 늘 여행 준비를 할 때, 짐을 쌀 때, 그리고 공항으로 갈 때가 가장 설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내가 여행에 갈 때마다 늘 거치는 루틴이기 때문에 설레는 것 같다. 여행을 하는 내내 시간이 가는 게 아깝고, 내가 왔던 곳에 다시는 오지 못할 거라 생각하니 -- 그 장소는 거기 그대로 있겠지만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그때의 내가 아닐 거라 생각하니 -- 아쉬움이 먼저 드는 건 왜일까. 


그래서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아쉬움이 공존하게 되는 것 같다. 

두 번 다시 똑같은 곳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로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뭐, 그렇게 생각하면 내 삶에서의 모든 시간이 아쉬움일 수도 있겠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이니.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간마저도 과거가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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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밤>이라는 시간이 <낮>이라는 시간보다 더 좋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보낸 24개의 밤을 훔쳐보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을 테니. 


<낮>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각오하고 읽으시길. 이 책을 읽은 후로는 <밤>이 더 좋아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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