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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국가들 - 누가 세계의 지도와 국경을 결정하는가
조슈아 키팅 지음, 오수원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예전에 국가의 3요소가 국민, 영토, 주권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물리적 영토가 없는 국가, 또는 세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 국가들이 나온다. 2016년 6월 압하지야에서 열린 코니파 월드 풋볼 컵(CONIFA) 에 출전한 12팀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참가하는 국가들과는 성질이 다르다. 이 축구 협회 연맹에는 분단국가, 독립국, 속국, 속령, 미승인 국가, 소수민족, 지방, 망명정부 등 FIFA의 비회원국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다. 즉, UN 본부에 국기가 게양된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 이 국가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아예 국가라고 인식 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이 행사의 주최국 압하지야는 조지아로부터 독립한 독립국이다. 하지만 독립을 러시아, 베네수엘라, 시리아에서는 인정받았지만 조지아, UN, 세계 다수의 정부들에게서는 인정받지 못했고, 따라서 아직 미승인국가로 남아있다. 또한 쿠르드족을 대표하는 쿠르디스탄 대표팀도 참가했는데 쿠르드족은 국경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이라크에는 쿠르드 자치구가, 시리아에는 로자바라는 국가가 설립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아직 미승인 국가로 남아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독립을 했으나 인정받지 못한 나라 중 5개국, 압하지야, 아크웨사스네, 소말릴란드, 쿠르디스탄, 키리바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쿠르드족. 내가 방송에서 봤던 쿠르드족에 관한 기사는 영토에 대한 분쟁으로 난민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들은 엄연한 그들만의 자치구를 설립했고, 독립국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오늘날 중동지역의 쿠르드족은 2,500~4,000만명이고 터키 남동부, 시리아 북동부, 이라크 북부, 이란의 북서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은 1차 대전후 오스만제국이 몰락하고 중동이 분할되는 과정에서 독립국이 될 수 있었다. 이는 1920년 쿠르드땅을 포함한 오스만 제국을 유럽이 분할해 나누어 갖은 세브르 조약의 문서에도 나와 있는데, 여기에는 '쿠르드족의 자치 계획을 수립할 것', '터키로부터 독립을 원한다는 것이 확실해질 경우 1년 이내 온전히 독립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터키의 민족주의자들은 터키를 둘로 나누는 것에 반대했고, 1923년 서구는 다시 쿠르드족의 독립을 배신하는 로잔 조약에 승인한다. 로잔 조약을 근거로 터키는 수십년동안 쿠르드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반대로 쿠르드족은 그 이전의 세브르 조약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며 자신들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쟁에 의해 많은 나라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합쳐졌다 분할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일어나는 분쟁은 대부분 국가간의 분쟁보다 정부와 무장 세력간의 내전이다. 따라서 지도상의 정체 상태인 평화(?)가 오래 유지되고 있는데, 그런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각국 정부는 영토분쟁이라는 이슈가 나오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의 분할을 지지하지 않고, 아프리카 연합이 소말릴랜드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으며, EU가 스코틀랜드와 카탈루냐 독립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그런 이유들이다.
1957년 미국의 국무장관 존 포스터 덜레스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공산주의 정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태도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정받을 권리가 있는 정부는 없습니다.
인정은 우리(미국)가 부여하는 특권입니다.
우리는 인정이라는 특권이
미국의 이익에 합치된다고 생각할 때만
그것을 부여합니다.
합치되지 않을 경우에는
인정이라는 특권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1991년 8월 1일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몇 달 전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이렇게 말한다.
"자유는 독립과 같은 것이 아니며,
미국은 과거의 독재를
현재의 독재로 대신하기 위해
독립을 바라는 자들을
지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대체로 신생국가를 인정하는 일을 미국 국익에 합치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많은 다른 국가들의 인식과 일치하는 듯하다. 세계지도내에서 신규 회원이 되는 국가는 극히 드물다. 기존의 회원들은 자신들만의 내규를 세우고 이는 UN과 초강대국 미국에 의해 상당부분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 지도의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각국은 많은 정치, 군사 자본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독립하기를 원하지만 독립하지 못하는 많은 민족들의 사례를 보며 국가의 3요소가 단지 국민, 영토, 주권만이 아닌 세계 다른 나라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와 같이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을 개척해 깃발을 꽂고 국가를 세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오늘날의 국가의 정의는 그렇게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