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성기 옮김 / 이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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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지난날은 나만이 경험한 것으로서 나 외에는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거짓없이 써서 남겨두는 것은 나라는 인간을 알아두는 데 있어서 당신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좋은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 청년인 '나'는
아버지의 중태와 그로 인해 밀어닥친 취업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고민한다.
취업을 하려는 의욕도 없고 용기도 없는 '나'는 그저 도피하고만 싶다.
그러던 와중 알고 지내던 '선생'의 자살 소식을 편지로 접하게 되는데...

부족한 것 없이 살면서도 항상 인생살이 허망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선생'.
'나'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선생'에게 '나'는 강한 궁금증을 느낀다.
자살 소식을 알려 온 선생의 편지에는
선생을 허무주의자로 만든 지난날 사연이 적혀 있었는데...
 
양친을 잃고, 은인이라 믿었던 숙부 가족에게 배신당하여
완전히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젊은 날의 그(선생)는 인간 불신에 걸리지만,
하숙집의 아주머니와 그 딸에 의해 점점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되찿게 된다.
그러나 친구 K가 자신이 하숙집 딸을 연모한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조바심을 느낀 선생은 선수를 쳐서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딸과 결혼할 약속을 받아낸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K는 머지않아 자살한다.

가족을 잃고 나서는 세상살이 믿을 놈 하나 없다고 여겼던 선생.
그런 자신에게서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지만,
K의 죽음으로 인해 결국 세상에서 사람을 완전히 믿고 사랑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이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하게 된 선생은
세상일에 무능한 자신을 경멸하다 못해 자살하게 된다.

한 인간의 죄의식과, 그가 죄를 짓게 만든 이유를 계속 파헤쳐 가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옛날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와 일치하는 점이 많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무엇보다도 공감이 갔던 이유는 내가 이 소설에서
대학 졸업을 앞둔 '나'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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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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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리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고 하지 않았소. 이 마음은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거요. 물에 사람이 빠졌을 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가 되겠소? 어떻게 해서든지 물 속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빠져죽는 것 아니오.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멀쩡한 가정을 버린 남자 스트릭랜드.
우연한 계기로 스트릭랜드를 알게 된 '나'는 
작가로서 그의 그런 성격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스트릭랜드의 생을 좇을수록 그에 대한 혐오감만 짙어져 간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자신을 속박하려 한다는 이유로 버려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냉혹함을 가지고 있었다.
스트릭랜드의 기행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동물적 매력이 촉발하는 강한 호기심을 억제할 수 없는 '나'.
우연히 타히티에 가서 그의 말년 인생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데... 

타히티에서 마음 속에 그리던 고향을 찾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스트릭랜드를 보면서
인생이란 거, 그렇게 치열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보았다.
싫으면 NO라고 말하고, 권태로운 삶에서 뛰쳐나오고-
좋은 곳이 있다면 거기서 눌러 살면 되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 상황을 자처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것일까.
최고의사가 되어 돈과 명예를 거머쥐게 될 기회를 포기하고,
시골에서 평온하게 사는 인생을 택한 의사의 이야기는
치열하게 사는 우리들 인생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작가란 창작의 즐거움과 가슴 속에 쌓여있는 생각을 쓰는 일을 그 보람으로 여겨야 할 뿐, 그 밖의 일에는 무관심하여야 되며, 호평이든 혹평이든,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일체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스트릭랜드라는 인간이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우리들이 차마 못하는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자신이 따분하다고 여기는 인생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으며,
결국 자신들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살았던 그...
남의 시선을 아랑곳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행복할 수 있는데...
왜 우리는 사랑받고 싶고 욕 먹기 싫다는 이유로,
솔직해지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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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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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화를 기다리고 있을 때 마침 나와준, 딱 내 스타일의 만화.
나를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팬으로 만든 만화.

요즘은 만화를 컴퓨터로 그리는 작가가 많아졌다.
그리고 컴퓨터 게임의 인기에 편승한 것인지
만화의 내용도 뭔가 사이버틱 & 판타스틱한 만화들이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하다.

그런 만화도 물론 좋지만,
가끔씩은 손으로 그린 투박한 그림이 그리워진다.
1mm의 이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컴퓨터로 만들어낸 펜선이
어떤 때에는 깔끔함을 넘어 답답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게임 캐릭터를 흉내내어 그린 듯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그런 인물들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사람냄새가 나는 투박하고도 진실된 만화를 보고 싶어졌다.
그런 갈증이 점점 심해졌을 때, 만나게 된 만화가
바로 <리틀 포레스트>이다.

코모리(영어로 Little Forest)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살며
각종 채소, 과일 등을 재배하고 그것으로 직접 요리를 해 먹었던
작가의 실제 전원 생활이 반영된 만화, <리틀 포레스트>.
각 에피소드마다 직접 재배한 채소, 과일로 만든 음식의 레시피를 소개하며
그 음식에 관련된 소소한 추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표지를 넘기면 투박하면서 아기자기하고, 심플하면서 섬세한
이가라시 다이스케 특유의 화풍에 매료된다.
조금씩 들어간 수채화 페이지도 어찌나 색이 예쁜지...
작가의 자연물에 대한 애정과 세심한 관찰력에 놀라게 된다.

요즘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어 먹는 일이 많아져서
사먹는 즐거움보다 더 큰, 직접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요리를 하게 되면 남들의 레시피를 구경하는 것이 큰 재미이다.
직접 만들어 먹는 보람과,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
그런 재미를 잘 알고 있는, 전원에서의 슬로 라이프를 동경하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사이버나 판타지보다도 흙냄새, 풀냄새, 사람 냄새 나는
투박한 화풍을 선호하는 분들께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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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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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반판으로 4권, 애장판으로 2권.
만화책으로서는 결코 긴 분량이라고는 할 수 없다. 
흔히 명작이라고 불리는 만화책들을 살펴보면
10권은 기본이요 어쩔 땐 30권, 50권까지 넘어가기도 한다. 
(꽃보다남자, 드래곤볼, 원피스 등....)
길게 지속되는 만화에는 이유가 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재미가 있지만
만화책을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가격과 공간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가격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소장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명작, 과연 있을까?
나는 <서양골동양과자점>이 바로 그런 만화라고 말하고 싶다.
애장판 2권 안에 충실하게 짜여진 드라마가 꽉꽉 담길 수 있었던 것은 
요시나가 후미의 담백하고도 적절한 연출력 덕분이다.
요시나가 후미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점은,
정적인 화면을 그려내는데도, 캐릭터가 굉장히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캐릭터들의 수다가 어찌나 재밌는지  
정신없이 빠져들어 웃고 있다가 책을 덮고 나면, 어쩐지 정적마저 느껴진다.
짧은 분량에 비해 긴 내용을 본 것 같은 충족감
그래, 마치 케이크와 같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안티크에서 파는 것은 아주 조그만 케이크이지만,
그 이면에는 파티쉐 오노와 견습생 에이지의 세심한 노력이 숨겨져 있다.
손님들이 아주 조그만 케이크로도 행복을 느끼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작은 사치, 라고 표현하면 역설이려나.
그래도 이토록 짧은 분량으로 이렇게나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작품성 높은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을 표현하기에는
'작은 사치'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듯하다.
안티크의 꽃미남들이 선사하는 케이크처럼
작은 사치를 누려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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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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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괜히 제목이 심야식당이 아니다.

심야에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주인공이라는 뜻.

조직폭력배, 스트립 댄서, 때로는 도둑까지...

밤에 일하는 사람들은, 이 심야식당에 와서 위장과 영혼의 허기짐을 달랜다.

에피소드마다 여러 사람들의 우습고도 슬픈 사연을

음식과 연관지어 담담하고 쿨하게 그려낸 만화, <심야식당>.

슬픔을 나타내는 데에 있어 질척대고 지지부진하지 않으면서도

인간미와 온정을 느끼게 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심야식당>의 작가는 그것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점에서 작가의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이 주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 '인생이 그런 거지'라며 어느 정도 체념하게 되지만,

그 체념에서 지난 상처를 씻어낸 듯한 상쾌함이 태어나는 건 어찌된 일일까.

그리고 다시 '인생이란 그런 거니까'라며,

또 어떤 슬픔이 와도 어떻게든 이겨낼 거라며

새로운 희망을 품고 살아가게 되는 건 어떻게 된 일일까.

치유하려 하는 이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치유받는 책이다.

이것이 심야 식당 주인 아저씨의 힘일까?

 

이 만화 특유의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동명의 일본 드라마도 전부 보았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버터와 날계란에 밥을 비벼먹는 일이 많아졌다. ㅎㅎ

사는 게 외롭고 힘들어서 치유받고 싶을 때,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나만의 메뉴를 반드시 만들어주는 곳, <심야식당>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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