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청춘의 열정을 그리다 서해클래식 8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송소민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자주 어떤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것처럼 볼 때가 많아. 그러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까지 아예 다 주어 버리고 만다. 게다가 어떤 이상적인 쾌락까지 덧붙여서 말이야. 그러면 완전하게 행복한 사람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 만든 창조물이야. -99page    
   


이 책이 다른 번역본보다 좋은 점은
컬러로 된 자료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고,
소설과 동시에 괴테가 실제 겪은 이야기를 게재해 놓아
더욱 작품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수 있게 해놓은 점이다.

지극히 감정적인 인간 베르테르가 사회의 규범과 이성에 부딪혀
간절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절망, 자살하는 이야기.
베르테르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자신만이 느끼는 '이 감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감정이 바로 예술의 원천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괴테가 결혼한 여인을 사랑했었다는데,
괴테는 죽지 않았지만 베르테르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은 걸 보니
역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받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건
소설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사랑 때문에 죽고 죽이는 잔혹한 이야기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예술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흔한 감정이 아닌
때론 감정과잉의 중2병처럼 보일 정도로 '특이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있을 수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아,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음만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야. -117pag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모모>는 어릴 적에 읽었지만 다시 한 번 읽었다. 다시 봐도 재밌군...
자신이 보내고 있는 시간이 허송세월처럼 느껴지고,
인생에 여유가 없을 때 꼭 보아야 할 책이다. 

   
 

자신의 일을 기쁜 마음을 갖고 또는 애정을 갖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것은 방해가 되었다.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하지만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96-98page)

 
   

거창한 꿈을 이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하루하루를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
가슴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순간순간이 모여 멋진 인생을 이룬다.
남들에게 자신의 인생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중요치 않다.
기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꿈을 잃으면 끝이다.

언제나 초심을 지키기. 여유롭게 살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목적을 확실히 알기.
이것들만 지켜도 사람들의 마음은 상냥해질 것이다.
친구들과 만나면 실질적으로 얻는 것은 없지만 마음이 즐거워진다.
인생에 그런 쓸데없는 행복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선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50pag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만과 편견 1 블루에이지 세계문학 2
제인 오스틴 지음, 임유란 옮김 / 블루에이지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으로도 자주 지적받는다는
'폐쇄공간'과 '억압된 역할을 강요받는 남녀들'이 처음엔 적응이 안 되었다.
'이 사람들은 연회랑 식사랑 사냥, 게임 이외엔 할 것이 없나?' 혹은,
'결국 이 시대의 여자들은 돈 많고 신분 높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 이외의 목표를 가질 수 없단 얘기잖아?'
라면서... 세대차이 나는 소설이라며, 제목 그대로 '편견'을 가지고
이 소설을 지루하게만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읽는 속도는 빨라졌다. 너무 재밌어서!!
특히 다르시가 엘리자베스에게 고백한 순간부터는 책장이 아주 홱홱 넘어갔다.
(주인공이 쥐구멍에 숨고 싶어지는 상황이 되는 것만큼 독자에게 재밌는 게 또 있을까? 흐흐.)

이 소설의 교훈은 엘리자베스와 다르시라는 인물 그 자체에 있다.
엘리자베스는 어떤 상황에도 쫄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용기가 있다.
다르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좋은 일을 하고도 그것을 비밀로 하는 겸손함이 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에게 지적받은 자신의 오만함을 고치려 노력하고,
웬수 같은 위컴이나 격 떨어지는 엘리자베스의 가족들에게도 너그러운 맘으로 대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정말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잡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비록 이중생활을 깊이 영위하고 있었지만 위선자는 아니었다. 나의 양면은 모두 똑같이 정직했다. 자제심을 벗어던지고 수치스러운 일에 빠져들 때도, 밝은 햇빛 아래 학문을 연구할 때나 슬픔에 빠진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최선을 다했다.  
   

이중성격, 내가 참 좋아하는 모티브이다. 
평소에 착한 사람은 어쩌다 나쁜 감정을 분출할 때 더 크고 짙은 것이 터져 나오지 않는가.
보통 사람들은 지킬이 곧 하이드라는 걸 아는 상태로 이 작품을 읽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재밌었다. 
지킬과 하이드가 외양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그렇게 모습이 바뀔 수 있는지 궁금해서
흥미진진한 맘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과학의 힘으로 외모를 바꾸었다 말았다를 반복할 수 있다는 건 좀 납득이 안 되었지만...)

   
  마침내 남들에게 관심도 없는 게으르고 잔인한 이들에 비하면 나는 열심히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자 저절로 웃음이 났다.  
   

지킬이 골때리는 인물인 건, 착한 일도 제대로 진심으로 또 남들보다 배로 열심히 하는 반면
나쁜 일도 그만큼 제대로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보통사람보다 배로 착한 동시에 배로 나쁘다. 이게 정말 미치는 경우다.
 
작가의 문체 자체가 기괴하지만 그의 실제 인생도 지킬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고 하니...
이 작품에 떠도는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음습한 분위기가 설명이 된다.
칼뱅 교리를 따르는 엄격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유흥가의 방탕아이기도 했다고...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미스테리,
그리고 문제 의식을 캐릭터 하나로 명확하게 상징해 놓은 통찰력.
나도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사람들은 충분히 매력적인 외모인데도, 성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유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 모습’을 사랑하려 노력하기를 금방 포기해 버리는 것 같다. 
맘에 안 들면 고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결핍된 것은 ’내면의 미’이다. ‘내면의 미’란 한마디로 성품이다. 
예쁜 것만 좋아하기보다, 미운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포함한 올바른 성품. 
그런 성품을 가진 이들은 왕자의 유리구두 없이도 자연히 행복해질 수 있다. 

<흑설공주 이야기>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동화들을 묶은 책이다. 
작가는 ’왕자가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 대다수인 기존 동화를 비판한다. 
그 유명한 백설공주도, 신데렐라도 인간미보다 미모로 왕자에게 어필한다. 
작가는 그런 내용들이 아이들에게 ‘외모’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심어준다고 주장한다.
’맘에 안 들면 무조건 성형’이라는 생각이 판치는 현대 사회에서,
작가의 이러한 의식은 큰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작가가 쓴 책에는 
당연히 외모보다 ‘내면의 미’가 돋보이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웬걸, <흑설공주 이야기>에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는 여인들이 적잖이 등장하여 떫은 뒷맛을 남겼다. 
책의 존재 의의를 완전히 부정해 버리는,
딸들이 보고 따라했다간 큰일 날 여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있거나 배려심이 부족한,
또는 그릇된 도덕적 판단을 하는 주인공이 행복을 얻는 이야기에서 
딸들이 배울 만한 것이 과연 있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제시된 여성상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못난이와 야수>의 못난이는 작가의 주제의식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야수의 소굴로 들어가는 고운 마음씨는
‘내면의 미’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벌거벗은 여왕님>의 여왕 또한 현명한 처신을 보여준다. 
자신이 알몸으로 행진한 망신스러운 상황을,
모두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좋은 계기로 여겼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망신을 준 재단사들을 처벌하지 않고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너그러움을 보여주었다.
<늑대 여인>의 루파는 다친 늑대를 보고 늑대라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기보다, 
치료해줘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착한 아가씨이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또 그렇게 행동함에 따라 어떤 행복을 얻는지를 얘기하는 
이러한 작품들을 많이 담고 있어야
책의 부제대로 ’세상의 모든 딸들을 위한’ 책이 되는 게 아닐까? 

아쉬운 여인들도 많이 등장했지만, 몇몇 좋은 여인들의 동화들이 실려 있으니
여전히 이 책에 페미니즘 동화의 희망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