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蘭製里 1 - 꽃을 만드는 마을
서윤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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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퓨전 사극이 유행하고 있는 요즘.
퓨전 사극 순정만화 전반에서 한복을 최대한
‘몸매의 굴곡이 드러나 보이게’ 변형하여 나타내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현대 여자 독자들의 미적 감각에 맞는 차림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체적으로 한복을 서양 복식의 미(美)에 맞추어 변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란제리》는 ‘서양의 내의를 한복 안에 입는다’는 명확한 설정으로, 
퓨전 사극 만화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이 만화에서 개량된 한복은 몸의 굴곡이 다 드러나는 타이트한 디자인으로, 
그것을 착용한 여성들의 이미지를 더욱 독립적이며 당당하게 보이게 만들어 준다. 
즉, 독립적인 여성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한복의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신선함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만화는 또한 미래에 한국인들이 입을 한복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 여성들의 미의 기준이 몸의 라인을 드러내는 옷에 맞춰져 있다면, 
또 여성의 높아진 사회적 지위가 움직이기 편한 디자인의 옷을 원한다면, 
이 만화에 그려져 있는 한복들은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옷들이다.
현재 순정만화에서 퓨전 사극 붐이 일고 있는 것과 같이, 
시간이 갈수록 한국 여성들은 서양의 미에 진부함을 느끼고
한국의 미에서 신선함을 찾게 될 것이다. 
한편 남성 한복도 화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성 한복에서도 메트로섹슈얼한 미(美)를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란제리》가 알려주고 있다. 
이 만화에서 나타나는 여성 한복에선 기성 한복에서 느껴졌던 
고풍스러움과 넉넉함이 사라진 대신, 현대 여성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위상이 바뀌면서 한복의 디자인도 바뀌어가는 것이다. 

한복의 진정한 미는 속옷에 있을지도 모른다. 
속옷만 입어도 예쁘고, 속옷이 비쳐보여도 예쁜 옷은 흔히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전통의상으로서의 한복은 큰 의미를 가진다. 
《란제리》는 속옷과 같이 숨겨져 있는 한복의 매력을
아직도 더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해 주는 만화이다.
한복을 과거의 것으로만 남겨둘 수는 없다. 한복은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것이어야 한다. 
한복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우리 사회상에 맞게 한복을 변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남성이 여성스런 일을 하게 된
사회적 변화를 한복 디자인에 반영시킨 이 만화,
《란제리》가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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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연의 완전판 1
후지사키 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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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봉신연의를 처음 읽은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그때는 그저 선인, 보패, 영수 같은 동양적이면서도 판타스틱한 세계관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지금 다시 봐도, 봉신연의의 세계관은

현재 나오는 만화에 뒤지지 않게 독특하다고 여긴다. 
다만 어렸을 때는 겉모습에 감탄했다면, 어느정도 지식을 쌓고 난 후 읽은 <봉신연의>는 
중국 신화와 역사, 사상과 철학, 심지어는 과학까지... 
각종 지식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서 그 깊은 내용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객관적인 듯, 너무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독자의 마음을 지잉~ 울리는 
만화가 후지사키 류의 적절한 연출 방식이 돋보인다. 

점프계 소년만화이지만, 주인공인 태공망의 싸움은
'최고'나 '최강'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태공망은 여느 소년만화 주인공들에 비해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왠만하면 '싸움을 피한다'. 
어떤 만화를 보면 단지 '멋'을 위해 싸우는 것 같이 보이는 인물들이 있다. 
그러나 그의 싸움은 남을 해치거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태공망의 그런 점이 나는 맘에 들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속이 깊은 만화, 그것이 <봉신연의>이다. 
이미 어릴 적에 읽은 봉신연의이지만, 완전판이 발매되어 
시간이 흐른 후에도 이렇게 다시 만화를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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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의 아이 1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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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부모님이나 선생님하고 얘기할 때...  머릿속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한데,
빙글빙글 맴돌기만 하고... 그걸 말로 표현하려고 생각하면 할수록...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거 있지. 
왜냐면 말을 하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건 세상에 없는 게 되는 셈이잖아?
그런 거 싫어. 그러느니 말하지 않는 게 나아. (2권, 194-195 page)
 
   

이가라시 다이스케라는 만화가를 알게 된 계기는 <리틀 포레스트>라는 만화였다.
오래 전부터 만화에서 ’흙냄새’라든가 ’풀냄새’같은 것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왔다.
만화가 발전할수록 그림은 깔끔해지고 캐릭터는 세련되어지고 스토리는 강렬해지지만,
그럴수록 만화에선 ’인간 사는 냄새’가 점점 사라져만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나의 갈증을 속시원히 풀어준 만화가 바로 <리틀 포레스트>였다.
흔히 다루지 않는 전원생활에 대한 이야기. 
분명 잘 그리는 만화가인데도 일부러 생략하여 ’낙서’처럼 보이도록 단순하게 만든 그림체.
너무 세밀하게 그린 그림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그림은 참 적절하다.
여느 소년만화처럼 강렬한 펜선을 쓴 것도 아니고, 여느 순정만화처럼 장식이 요란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그림에서는 ’생명’이 느껴진다.
그가 그리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식물조차도
살아있다, 는 느낌이 든다.

<해수의 아이> 역시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반짝거리는 고급 종이로 만들어진 표지,
그래서인지 만만치 않은 책 가격에 일단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표지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더욱 대단한 세계가
표지 너머에 들어 있다는 사실만 말해 두겠다.
어떤 영화도, 소설도, 심지어는 이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해도-
이 ’만화책’ 만큼 바다를 생생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감상을 말하자면 ’내가 바다 속에 걸어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장르는 과학 미스테리인 듯하지만,
주인공은 10대 소녀와 두 명의 소년이라서 쉽게 이야기에 녹아들 수 있다.
대자연에 대한 동경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더 정확히는 책 한권으로 앉아서 대자연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
과학적인 지식이나 이국적인 설화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가라시 다이스케라는 만화가를 알게 된 계기는 <리틀 포레스트>라는 만화였다.

오래 전부터 만화에서 ’흙냄새’라든가 ’풀냄새’같은 것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왔다.
만화가 발전할수록 그림은 깔끔해지고 캐릭터는 세련되어지고 스토리는 강렬해지지만,
그럴수록 만화에선 ’인간 사는 냄새’가 점점 사라져만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나의 갈증을 속시원히 풀어준 만화가 바로 <리틀 포레스트>였다.
흔히 다루지 않는 전원생활에 대한 이야기. 
분명 잘 그리는 만화가인데도 일부러 생략하여 ’낙서’처럼 보이도록 단순하게 만든 그림체.
너무 세밀하게 그린 그림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그림은 참 적절하다.
여느 소년만화처럼 강렬한 펜선을 쓴 것도 아니고, 여느 순정만화처럼 장식이 요란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그림에서는 ’생명’이 느껴진다. 그가 그리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식물조차도 살아있다, 는 느낌이 든다.

<해수의 아이> 역시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반짝거리는 고급 종이로 만들어진 표지, 그래서인지 만만치 않은 책 가격에 일단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표지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더욱 대단한 세계가 표지 너머에 들어 있다는 사실만 말해 두겠다.
어떤 영화도, 소설도, 심지어는 이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해도-
이 ’만화책’ 만큼 바다를 생생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감상을 말하자면 ’내가 바다 속에 걸어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장르는 과학 미스테리인 듯하지만, 주인공은 10대 소녀와 두 명의 소년이라서 쉽게 이야기에 녹아들 수 있다.
대자연에 대한 동경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더 정확히는 책 한권으로 앉아서 대자연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
과학적인 지식이나 이국적인 설화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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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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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나이프와 포크를 양 손에 들고 환히 웃고 있는 여인이 바로  
초췌한 만화가 화려한 미식가의 두 얼굴을 지닌 주인공 Y나가 F미.
음식 칼럼 일을 맡게 된 그녀는 자신이 평소 다니던 맛집 중에서도
15군데를 엄선하여 소개하게 되는데... 그 내용이 바로 이 만화책에 담겨 있다.
  

이 만화에서 소개된 15군데의 음식점은 그 국적도 다양하거니와,
저렴하게는 빵에서부터 비싸게는 20만원을 호가하는 성찬까지 가격대 또한 천차만별이다.
위치와 가격 때문에 비록 소개된 음식을 다 먹어볼 순 없다 할지라도, 
이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먹어본 기분이 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만화를 음식점 가이드북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이 만화는 음식에 얽힌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만화 속에서 Y나가는 음식을 혼자 즐기는 법이 없다. 
언제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
Y나가도 화끈하고 코믹한 캐릭터이지만, 
함께 식사하는 측근들도 만만찮게 특이하고 웃기는 캐릭터들이다.
다양한 음식 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는 언제나 ’사람 구경’이 정말로 재미있다.
Y나가는 자신이 맛있다고 느낀 음식을 다른 이들에게도 먹이면서 행복감을 전달한다.
이 만화에 소개된 음식점에 가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주위에 있는 내 사람들과 얼마나 행복한 식사를 하고 있는가?
혹은 행복한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이 만화를 보면 맛있는 음식에 감동하는 것이, 
그리고 주위에 그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인생을 얼마나 즐겁게 만드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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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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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는 웃었다. "새니까 노래하게 놔둬. 새니까 뭐라고 하게 내버려둬."
그는 유명한 발라드 한 구절을 인용했다.
페이지 : 71page
 
   

자신의 영혼을 거룩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세속적 욕망을 부정하며 살아온 '나'는
여행길에서 조르바라는 이름의 자유로운 노인을 만나게 된다.
'나'와는 달리 계집도 수백명 품어보고, 살인도 여러 번 해보고,
아무튼 안 해본 것이 없는 이 늙은이는
'나'가 그토록 추구하는 거룩한 영혼을 부정한다.
조르바는 말한다.
"이 세상에 얼마나 즐길 게 많아?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냥 즐겨!"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페이지 : 356page
 
   

조르바는 일할 땐 확실하게 일하고, 놀 땐 확실히 놀고,
사랑할 땐 진실로 사랑하는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한편 '나'는 세상만사를 경험해본 드라마틱한 조르바의 인생을 동경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자신의 영혼이 더럽혀진다고 생각하여
좀처럼 욕망에 솔직해질 수 없는 책벌레이다.

   
  "여자란 무엇인가요? 왜 이렇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요? 말해 보시오.
나는 저 여자란 것의 의미가 뭔지 묻고 있는 거요."
그는 남자나 꽃 핀 나무, 냉수 한 컵을 보고도 똑같이 놀라며 자신에게 묻는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페이지 : 81page 
 
   

조르바를 보고 있자면, 소극적인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놈의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맘껏 못 하고,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
생각해보면 생은 짧은데, 또 남들의 말에 일일이 신경쓰고 행동하기엔,  
남들이란 단지 내 인생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인데.
왜 난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걸까.

   
  "<아니, 할아버지 편도나무를 심고 계시잖아요?>
그랬더니 허리가 꼬부라진 이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리며,
<오냐, 나는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란다.>
내가 대꾸했죠. <저는 제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살고 있군요.>
자, 누가 맞을까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페이지 : 55page
 
   

내일이 없을 것처럼 도전하고, 내일이 있을 것처럼 노력하라.
앞으로 삶에 소극적인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조르바를 떠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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