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펭귄클래식 36
다니엘 디포 지음, 남명성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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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이 꽤 두꺼워서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술술 읽혔다.
번역을 매끄럽게 잘 해놓아서인지 어려운 문장이 없다.
주인공이 섬에서 혼자 집짓고, 기구만들고, 음식 만들고, 농사 짓고, 사냥하는 얘기가 태반이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는 얘기라니, 뭐 그렇게 재밌겠냐만은
(심지어 로빈슨이 표류한 섬은 맹수도 없는 아주 평화로운 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지루하지 않다.
그것은 아마 주인공이 처한 ’극단의 양면성을 가진’ 특수한 상황이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은 침몰한 배에서 홀로 살아남는다. 이는 행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후로는 홀로 20여년간 고독하게 살아야 했다는 점에서 불행이라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주인공은 그 많은 섬들 중에서도, 특히 바로 옆에 있는 식인종의 섬에 표류할 수도 있었는데도
야만인도, 맹수도 없는 아주 평화로운 섬에 표류했다는 점에서- 아주 큰 행운아라고 볼 수 있지만... 
바로 옆에 식인종의 섬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불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요컨대 주인공은 표류상황이 주는 위기 속에서도 자급자족의 평화를 누리고,
안정된 삶 속에서도 식인종에 대한- 또 자신이 홀로 늙어죽을지도 모른다는 데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이러니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주인공이 무사히 살아남을지, 살아남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살아남을지-
이것을 보는 것처럼 재밌는 게 또 없을 것이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소설,
그래서 독자에게 용기를 주는 소설이 바로 <로빈슨 크루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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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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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비현실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이 책에서 마법을 일으키는 힘은 비물질계와 물질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물질계의 소원이 너무도 강력할 때는 두 세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적과 같은 비물질적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소원을 강하게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지게 되나 보다.


성장소설이지만, 주인공은 가족 중에 그 누구도 본보기 삼을 이가 없다.
<자기 앞의 생>의 모모는 엄마에게,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은 여동생에게라도 정을 붙였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저 가족이 웬수다.
집에 가도 무관심과 눈총밖에 받을 일이 없는, 눈엣가시 신세.
가족에 의해 누명을 쓰고 집에서 내쫓긴 주인공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단기간 머물기로 하지만,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돌아간다면 어떻게 가족과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 두 가지의 의문이 독자로 하여금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한다.


두 가지의 엔딩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이 소설의 신기한 점이다.
배드 엔딩도 있고 해피 엔딩도 있다. (독자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해피 엔딩은 주인공이 자신의 현재 상황에 스스로의 힘으로 맞서 싸웠을 때에만 나오는 엔딩이다.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한 주인공은, 후에 다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자신의 힘으로 얻은 미래가 더 가치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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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책 + CD 1장) - 명작 영한 대역 완역판 삼지사 명작영한대역 7
생 텍쥐페리 지음 / 삼지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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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들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야.  
   


어른들은 장미꽃을 수천송이를 길러도 그 중에서 자신의 소중한 꽃을 찾지 못한다.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자신이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들인 것이다.
그런 것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인생이 행복해진다.
어린왕자가 정성들여 기른 꽃이 자신의 고향별에 있다는 생각만 해도
별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것처럼.


남들에게 숭배받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나?
모든 것을 소유하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나?
중요한 건 내가 길들인 것, 사랑하는 것이 이 세상에 얼만큼 있냐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하고, 뭐든지 소유하려 하고,
시간이 없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중요한 일을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부모님이 돈을 벌기 위해 밤낮 일하다가,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시간이 없어진다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돈을 버는 건데,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다니...
그처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너무 현실을 모르는 것인가?)


이 책은 이어진 서사가 아니다. 에피소드의 묶음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집중도가 높고 읽기가 쉽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간직해온 꿈이 왜 소중한지를 알았다.
아주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만화를 보며 길러온 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시간이 없다느니, 돈을 벌어야 한다느니...
그런 어른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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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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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정치범 발렌틴과 동성애자 몰리나.
같은 감방에 수감된 두 사람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눈다.
동성애자인 몰리나는 낭만주의자이다. 그는 영화를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본 감명깊은 영화들의 내용을 발렌틴에게 하나하나 이야기해 주는데,
발렌틴은 몰리나에게 달콤한 꿈을 꾸지 말고, 정치적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정치와 예술은 극과 극이라는데, 발렌틴과 몰리나의 성격이 딱 그렇다. 
가치관이 다른 두 남자의 대화가 영화 이야기와 함께 흥미롭게 전개된다.


몰리나는 발렌틴을 구슬려 게릴라들의 처소를 알아내는 임무를 맡은, 이른바 스파이다.
하지만 몰리나는 감방생활동안 그만 발렌틴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다.
발렌틴 역시 몰리나의 지극한 간호와 따스한 인간적 관심에 감동받아 그를 사랑하게 되고,
몰리나와 육체적 교감을 하기까지에 이른다.
몰리나는 좌파를 처단하는 고위층으로부터 발렌틴을 지키려다 죽임당하고, 
발렌틴은 고문을 받으며 죽어간다. 몰리나를 ’거미여인’으로 추억하며...
결국 어떤 정치적 이념 싸움도, 인간적인 관심과 사랑 앞에서는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차갑던 발렌틴이, 자신의 병을 정성스레 치료해준 몰리나에게 맘을 열게 되는 것을 본다면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작가의 서술이 하나도 없다. 인물들의 대사와 보고서, 진술 만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몰리나라는 보통사람의 진술을 통해 독자는 여섯 편 가량의 영화를 ’읽게’된다.
그의 영화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시킨다.
타 도서의 지리한 묘사와 서술보다도 더욱 간결한 방법으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만들어내다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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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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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서 알들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해요. 알들이 깨어나고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 길로 가버리죠.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려요.
가시고기는 언제나 아빠를 생각나게 만듭니다.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어린 나이의 아들, 아들의 아픔을 보며 더 아파하는 아버지.
이런 부성애를 '가시고기'의 습성에 비유하여 써낸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정보석 주연으로 언젠가 특집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었다. 
그 드라마 또한 굉장히 슬펐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들이 아픈데, 아버지에게는 고쳐줄 돈이 없고, 
이혼한 아내는 새 남편이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들을 다시 데려가려 한다.
그러나 아버지에게는 아들밖에 없으므로, 어떻게해서든 자신의 힘으로 치료비를 마련하려 한다.
아내와 새 남편이 아주 부자라서, 아버지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들을 아내 쪽에 보내는 게 장기적으로 아들에게 더 좋을 거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을 놓지 못한다. 외롭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가지고 있는 마음은 이런 이기심 하나뿐이다. 나는 그것이 무엇보다 슬펐다.
불치병보다, 가난보다도 이런 이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고독이 무엇보다 슬펐다.


고뇌와 슬픔으로 가득한 아버지의 시점, 순수하고 영리한 아들의 시점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서정시인이자 해병대이기도 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닮았는지 아들은 어린 나이에 글솜씨가 여간 아니다.
아버지 역시 시인답게 아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가르쳐주고 싶어하는, 부드러운 성격의 아버지다.
나중에 아들과 일부러 정을 떼려고 모질게 굴 때는 해병대의 딱딱한 말투로 변하는 점에서 복선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아버지가 사준 만화책 '드래곤 볼'을 잘 읽고,
게임 '대항해시대'에서 지팡구(일본)를 찾으려 하던 아들은
복선처럼 후에 일본인 누나에게 골수를 기증받게 된다.
작가의 복선을 까는 자연스러운 솜씨에 감탄했고,
최근에 읽은 현대소설, 외국소설들이 너무도 난해하여 질려 있었는데
<가시고기>는 쉬운 언어로 쓰여 있고, 그러면서도 감동을 100% 전달하고 있어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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