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 일주 열린책들 세계문학 147
쥘 베른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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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들은 그보다 하찮은 것을 위해서도 세계일주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이다. 과연 명작!! 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기막힌 한 줄이다.
시간과 원칙을 무엇보다도 칼같이 지키는 괴짜 사내 필리어스 포그.
그는 단순한 내기로 2만 파운드의 거금을 걸고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감행한다.
프랑스인이며 속정이 깊고 의리 넘치는 하인 파스파르투가 그에 동행한다.

파스파르투의 시선에서 바라본 필리어스 포그는 무척 기계적이며 무뚝뚝하다.
그러나 예정보다 남게 된 시간을 사티 풍습으로 희생당할 뻔한 여인을 구출하는 데 사용하고,
파스파르투를 구하기 위해 험난한 눈밭도 거침없이 나아가는 포그의 인간미를 보고
파스파르투는 포그를 주인으로서 마음 깊이 섬기게 된다.

파스파르투는 온갖 잡일을 한 경험이 있어서, 어딜 가도 잘 살아남는 강철의 생명력을 지녔다.
탐정 픽스의 농간으로 포그랑 헤어지게 되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서커스단에서 활약하며 주인님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또 사람을 잘 믿고 따르는 순수한 면과,  
말보다 행동이 앞서서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이에 반해 필리어스 포그는 일견 무뚝뚝하고 쿨해 보이지만
화를 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인정을 베풀 줄 아는 사내이다.
포그를 도둑으로 의심했던 형사 픽스도 점점 포그의 인정과 용기를 보고 '이게 아닌데' 하게 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픽스가 주인공들의 여행을 방해하는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런 픽스조차도 주인공들에게서 인정을 느끼는가 하면 협력하기도 하니,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다.
포그, 파스파르투, 픽스. 이 3명의 성격이 각각 다르면서도 잘 조화를 이룬다.

80일간의 세계일주. 많은 돈을 걸었고, 많은 돈을 썼다.
하지만 포그의 여행은 기적처럼 보였던 일을 현실로 바꾸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모험을 하지 않았다면, 파스파르투의 충성심도,
자신이 구해낸 여인의 사랑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론은, 여행에는 많은 돈을 쓸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여행 중 많은 돈을 쓰거나 혹은 잃게 되더라도,
결국엔 자기가 투자한 노력이나 돈 만큼의 무언가를 얻게 된다.

"사실 사람들은 그보다 하찮은 것을 위해서도 세계일주를 하지 않을까?"
필리어스 포그는 내기 때문에 세계여행을 하게 되었다.
여행의 처음 목적이 아무리 터무니없고 하찮은 것이라도,
여행하는 노력과 고생 끝에 얻어지는 것은 절대 하찮을 수 없다.
그러니 나도 언젠가,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
하찮은 목적 하나를 가슴 속에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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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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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462page)
 
   

제목으로 봐선 도무지 무슨 내용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막상 읽어 보니 전체적인 내용은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였다.
하지만 네 남녀와 사랑에 대해 다룬 것은 독자에게 읽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고,
그 알맹이는 전쟁과 사회적 모순에 얽힌 인간의 고뇌를 다루고 있다.

심오한 제목에 처음엔 겁을 먹었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이처럼 심오하고 우울한 내용을 다룬 책이 이처럼 술술 읽힐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그 순간, 그는 불현듯 자신이 불행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 사비나라는 육체의 존재가 그가 믿었던 것보다는 훨씬 덜 중요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의 삶에 각인해 놓았던 황금빛 흔적, 마술의 흔적이었다.  

(중략) 그는 그가 사랑하지 않는 모든 것을 그의 삶으로부터 쓸어내 버렸다. 그의 자유와 새로운 삶이 부여한 이 예기치 못한 행복, 이 편안함, 이 희열, 이것은 그녀가 그에게 남겨 준 선물이었다. (189page)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프란츠는 이미 결혼을 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사비나라는 여자와 바람을 핀다.
그리고 참다 참다 못해 자신이 바람을 피우므로 이혼을 하자고 부인에게 말한다.
그렇게 시원(?)하게 말해버리고 난 다음날, 사비나는 영영 모습을 감추고 만다.
프란츠는 사랑했던 사비나가 떠났어도 그렇게 슬프지 않은 자신에게 놀란다.
결국 프란츠는 자신이 사비나의 육체를 사랑했던 게 아니라,
사비나가 상징하는 '자유'를 사랑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현실들이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없애버리면 된다는 것을 사비나는 가르쳐줬다.
당당하게 '싫다'라고 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상쾌함...
질질 끄는 불륜 드라마보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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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닉 혼비.조너선 샤프란 포어.닐 게이먼.레모니 스니켓 외 지음, 이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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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딱 봤을 때 표지 일러스트가 너무 맘에 들었다. 
표지에 그려진 놀란 듯한 남자의 표정은,
이 책을 열면 놀랄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 있을 거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이건 왠지 나를 위한 책일 것 같아!’라는 묘한 기대감이 들어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것은 미술 전공에 뭐든지 재밌고 튀는 것을 좋아하는 B형인 내게 꼭 맞는 책이었다!
일러스트의 재기발랄함은 물론이요, 얘기들은 한 개도 빠짐없이 기상천외하고 재미있다.
작가들의 글 쓴 방식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오로지 독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대강 쓰여진 소설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농담처럼 픽픽 웃으며 볼 수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 내용은 
농담처럼 웃어넘길 수 없는 사회와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고발하고 있다.
뭐든지 먹어보려고 하는 사람들, 자신과 가족을 지나치게 보호하려고 하는 사람,
아들에겐 메모만 남겨놓고 저희들끼리 바쁜 부모,
비디오게임 때문에 어울려노는 시간이 줄어든 아이들...
'헉, 황당해!!'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재기발랄한 이야기들 속에서
웃기도 하고, 창의력을 발달시키기도 하는 중에 
이와 같은 씁쓸한 현실의 이야기들을 깨닫게 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10명(11명?)의 작가들이 쓴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
다른 책보다 10배는 더 쉽게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다른 책보다 10배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자신이 너무 모범생 같아서 걱정이다! 아님, 내 창의력이 너무 굳은 것 같아서 걱정이다!
그런 고민을 하시는 여러분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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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어 보이
닉 혼비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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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기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장애를 가진 두 남자가 있다.
아니지, 이 경우엔 두 남자라기보다 '두 소년'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겉보기엔 소년이지만, 이혼한 엄마를 보살피느라 애어른이 되어버린 괴짜소년 마커스,
그리고 30대를 훌쩍 넘겼으나 마음만은 언제나 소년인, 막가는 인생을 사는 날백수 윌.
이 정도면, 어른과 애가 주인공인 이 책 제목이 하필
<어바웃 어 '보이'>인 이유가 설명이 될 것이다.


미혼모들과 책임감 느낄 필요 없는 연애를 하기 위해
자식도 없으면서 홀아비&홀어미 클럽에 가입한 윌.
그 클럽에서 만나게 된 소년 마커스는, 윌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며 친해지고 싶어하는데... 
촌스러워 왕따를 당하는 소년 마커스는 그 나이 또래의 소년처럼 되고 싶어한다. 
너바나를 좋아하는 등 신세대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윌의 도움을 꼭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마커스의 철없는 어머니도 문제다.
생때같은 자식을 두고 자살시도를 하는 어머니 때문에 마커스는 불안해 죽을 지경이다.
마커스는 처음엔 윌을 자신의 아버지로 만들기 위해 그에게 접근하지만,
윌과 친구가 되면서 깨닫게 된다.
아빠니 아들이니, 남편과 아내니, 그런 관계가 법적으로 더 끈끈한 관계로 보이지만
사실은 남남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사랑하는 레이첼과 결혼하려 하는 윌. 하지만 마커스는 그에게 충고한다.
두 사람을 특정한 이름, 즉 '부부' '가족' 등으로 부를 수 있는 관계가 생긴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영원할 거라는 생각은 버리라고. 
오히려 관계가 생기고 나면 끝나기가 더 쉽다고 말이다.
모든 관계가 '친구' 정도에서 그친다면 의외로 그 관계는 영원할지도 모르겠지만...


마커스는 홀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를 대비해 친구를 많이 만들어 두자, 는 결론을 내리며
성공적(?)으로 성장을 마친 듯 보인다.
윌은 마커스 덕분에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특히 마커스라는 요상한 꼬마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아무런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백수인생도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쿨한 인간관계보다도, 서로의 고통을 보며 공감하는 진정한 인간관계의 존재를 알게 된다.  


현대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대중문화(음악 등)와 접목시켜서 재미있게 풀어내었다.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시시하지 않은 점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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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 UE (무삭제 확장판) - 아웃케이스 없음
퍼시 애들론 감독, 마리안느 제게 브레히트 외 출연 / 에이나인미디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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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영화다.
그래서 처음엔 현대의 자극적인 영화들과 너무 달라 적응이 안 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며 차츰 주제를 깨달아갔고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노래, 배경, 인물, 이야기 4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영화다.
개그 요소를 넣어서 웃기려고 노력한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무언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인물들이 화면 속에서 생활하고 있을 뿐인데 
웃기기도 하고, 온정도 느껴지고, 재미가 있었다. 


바그다드 카페는 사막 위에 홀로 서 있는 생기없고 건조한 건물이다. 
하지만 야스민 부인이 이 곳에 온 후, 카페 사람들은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야스민은 많은 업무에 지쳐 무뚝뚝해진 여주인에게 자신이 먼저 호의를 보인다.
처음에는 수상한 이방인이라고 의심하던 여주인도 결국 야스민에게 마음을 연다.
여주인의 딸과는 친구가 되고, 여주인의 아들이 치는 피아노에도 귀기울여주는 야스민.
뿐만 아니라 그녀는 마술을 공부하여 바그다드 카페를 부흥시킨다.


이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사막처럼, 사람들의 일상은 무미건조하게 반복된다.
그리고 바그다드 까페는 카페로서 당연히 있어야 할 커피조차도 없는 '뭔가 부족한' 공간이었다.
여주인은 아들이 치는 피아노를 소음 취급하고, 놀러만 다니는 딸을 윽박질렀다.
여주인의 남편은 그 닦달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가버렸다.
그러나 야스민의 등장으로, 카페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은 물론
'없는 게 보통이었던' 것들로 넘쳐나게 된다.
까페란 보통 조용한 공간이지만, 야스민의 마술로 인해
바그다드 카페는 마술쇼와 구경꾼으로 시끌시끌한 곳이 되었으니 말이다.


원래는 이방인인 야스민도 바그다드 카페에 '없는 게 보통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카페를 자신의 사랑과 정성으로 물들여갔고, 카페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야스민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이방인이 행복을 만들듯
사소한 것에 의해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때론 '없는 게 보통인 것'이 생겨날 때 행복도 따라 생겨난다.
이를테면, 야스민은 아이들에게 주었지만, 여주인은 주지 못했던 그것...
아들이 치는 피아노에 대한 칭찬, 딸에게 건네는 상냥한 한 마디 같은 것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사막처럼 건조하고 불친절한 곳일지라도,
그 공간을 웃는 얼굴로 가득 채우는 행복의 근원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 모두가 나를 사랑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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