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드는 나만의 그림책 - 기획부터 출판까지 5일 완성
민진홍.국난아 지음 / 성안당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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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만의 그림책을 꿈꿉니다. 내 아이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소망, 머릿속에만 맴도는 상상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펼쳐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은 교실 속 아이들에게 꼭 맞는 교육 자료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필요. 하지만 이 모든 열망은 내가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을까? 잘 그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앞에서 좌절되었었습니다. 사실 어릴 때도 그런 생각을 많이하다가 좌절하게 되었었네요. 그런데 이 책을 보자마자 솔직히 좀 혹했습니다. 바로 이 좌절의 지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동아줄을 내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막연한 위로나 동기부여를 건네는 대신, "기획부터 출판까지 5일 완성"이라는, 믿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 줍니다. 책의 표지에서부터 선언하는 '5일 완성 워크플로'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이 책의 목차 그 자체이자 독자가 밟아가야 할 목표입니다.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하면 그림책 제작이라는 막연한 과정을 'Day 1'부터 'Day 5'까지 5일간의 명확한 '프로젝트 실무'로 구성해두었다는 점입니다. 창작의 고통을 홀로 감내하는 예술가로서 활동 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가이드를 따르는 프로젝트 관리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정말 힘든 것인데, 그런 가이드를 제공해준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입니다.




모든 창작의 시작은 '무엇을'입니다. 이 책은 그림부터 그리는 대신, 챗GPT를 활용해 이야기의 뼈대를 세우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림책이라고 했지만 결국 스토리가 책의 근본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먼저 알아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챗GPT로 그림책의 콘셉트, 개요, 본문 작성하기에 대해 알려주면서 이 책의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챗GPT를 활용해 기본 콘셉트를 설정하고, 상세한 스토리를 개발하며, 심지어 페이지별 세부 구성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위한 프롬프트까지 최적화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는 '영감'이라는 불확실한 영역을 '체계적인 시나리오 구성'이라는 확실한 공학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과정입니다. 문학에서 AI의 힘을 빌려서 진행이 가능합니다. 



챗GPT와 함께 이야기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그림'이라는 장벽을 넘을 차례입니다. 이 책은 '미드저니, 달리 3로 그림책 일러스트 생성하기'라는 직설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AI 아트의 세계로 이끕니다. 제공된 사진 속 본문은 "그림책 작가를 꿈꾸며 혹시 '그림을 못 그려서' 고민을 포기해야 하나?"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AI 이미지 생성 도구"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저도 언제나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해 그냥 생각으로만 끝났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그런 부분을 해결하는 2일차 입니다. 

이 파트의 핵심은 단순히 아름다운 이미지를 한두 장 생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책의 핵심 난제인 '일관된 캐릭터 생성 방법'을 다룬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수백 개의 검증된 프롬프트 활용법부터, 챗GPT와 이미지 생성 AI를 연동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까지, 독자가 상상한 스토리에 정확히 부합하는 시각적 결과물을 '꾸준히' 얻어내는 노하우를 전수합니다. 그림을 생성하다보면 맘에 드는 그림이 참 안나오는데요, 그걸 가능하게 만듭니다. 물론 유료 버전을 사용하면 효과는 배가 되겠지요.



캔바는 여러번 발표 자료 제작을 위해 사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으로까지는 생각이 미친 적은 없었습니다. 그림을 몇 장 생성해보고 와 잘그린다 정도로 끝이 났었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그림을 수십 장 생성했다 해도, 그것은 아직 '그림책'이 아닙니다. 'Part 4: 캔바로 그림책의 본문 및 레이아웃 구성하기'는 흩어진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전문적인 디자인 툴인 포O샵이나 일OOOOO터가 아닌, 직관적이고 접근성 높은 '캔바(Canva)'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책의 대전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캔바는 정말 직관적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초보인 저에게 들 정도였습니다. 캔바를 통해 책의 판형을 설정하고, 생성된 이미지를 끼워 넣고, 텍스트를 조화롭게 배치하는 '편집 디자인'의 영역을 맛 볼 수 있게 됩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라 그림책 제본 방식이나 적합한 서체 등, 실제 출판물 제작에 필요한 실무 지식까지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사실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반이라면 출판이 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 것이, 실천이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이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대부분의 책이 '콘텐츠 생성'에서 멈춘다면, 이 책은 '출판'이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갑니다. KDP의 3단계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제목과 부제 설정, 챗GPT를 활용한 매력적인 내용 소개 작성법, 경쟁력 있는 가격 책정 전략까지 다룹니다. 즉, 내 책을 그저 '출판'하는 것을 넘어 '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저자 소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수많은 AI 및 마케팅 관련 서적을 집필한 민진홍 저자의 전문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입니다. 실무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확실히 이론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잘 긁어주시는 것 같아요. 또한 간호사 출신의 민에이아이아트 수석강사인 국난아 저자의 이력은, 이 책이 단순한 기술의 나열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와 '그림'을 만들고자 하는 따뜻한 감성을 담보하게 합니다.


<AI로 만드는 나만의 그림책>은 AI 시대의 새로운 창작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지침서입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그림책 만들기는 더 이상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실행의 영역이 됩니다. 내 아이를 위한 단 한 권의 책을 꿈꾸는 부모님에게, 학생들과 함께 세상에 없는 교재를 만들고픈 선생님에게, 그리고 머릿속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 싶었던 모든 분에게, 이 책은 "이번 주말, 당장 시작하십시오"라고 이끌어주는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시작하면 5일,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이 서평은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서적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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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좀 만들어 줄래요? 미래그림책 198
카타지나 보구츠카 지음, 용희진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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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카페블룸으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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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돌아와 어두컴컴, 아무도 없는 집을 확인하면서 전자레인지에 인스턴트 만두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카페블룸 에서 받은 책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만두 좀 만들어 줄래요?"

피에로기, 폴란드의 만두와 같은 존재입니다. 본 제목은 분명히 피에로기와 관련이 있었겠지요.

제목 한 줄에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만두 좀 만들어 줄래요?라는 부탁은 가볍게 들리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관계를 시험하는 질문처럼 울립니다. 표지의 인물은 갓을 쓴 요리사 같기도 하고, 무대에 오른 연기자 같기도 한데, 노랑과 회색의 대비가 주방의 밝음과 저녁의 피곤함을 동시에 잡아당깁니다. 제 퇴근길 기분과 딱 맞아서, 첫 장부터 마음이 묶였습니다.



첫 장면은 마리나의 집입니다. 굽은 지붕의 저택, 울타리, 노란 나무. 현실보다 한 톤 낮춘 색들이 동화적인 거리두기를 만들어 주는데, 그래서인지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감정보다 상황의 리듬이 먼저 들어옵니다. “하루는 매슈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라는 문장은 별일 없던 저녁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중말처럼 들립니다. 평소엔 귀찮은 부탁도 이날만큼은 이벤트가 됩니다.

이 책의 재미는 반복되는 핑계와 미션 수행 사이의 리듬입니다. 마리나는 매번 이유를 대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고, 매슈는 그때마다 밖으로 뛰어나가 부족한 것을 찾아옵니다. 밀가루가 없어, 물이 없어, 달걀이 없어. 이 나열은 투정이 아니라 목록이고, 목록은 곧 행동의 순서가 됩니다. 회사에서 “자료는 있는데 표가 없고, 표는 있는데 결론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와 닮았습니다. 해야 할 단계가 보이면 몸이 먼저 움직입니다. 그림 속에서 매슈가 숲으로 달려가 장작을 패는 장면을 보며, 저도 내일의 해야 할 일을 떠올렸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하나씩 해결하면 저녁이 조금 덜 피곤해진다는 사실을요. 내일의 나에게 맡기며 미루게 되면 미래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읽다 보면 음식=사랑이라는 단순 공식 대신, 감정 노동과 경계 세우기의 미묘함이 보입니다. 부탁을 받는 사람의 컨디션과 의사가 존중받아야 하고, 부탁하는 사람도 혼자 먹기 싫다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해야 하죠. 둘이 주고받는 대사는 연애의 달달함보다 협상의 예의를 가르칩니다. 기분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법, “그럼 내가 이건 준비할게”라고 손 내미는 법,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는 법. 그림은 과감한 평면 색으로 그 에티켓의 온도를 조절합니다. 노랑은 기대와 설렘, 회색은 지침과 현실, 흰색은 숨 돌릴 여지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덧붙이는 이야기에서 폴란드 만두 피에로기의 배경을 소개하는데,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반달 모양의 피에로기, 감자와 버섯, 치즈, 고기까지 다양한 속, 지역마다 다른 레시피, 여름 축제의 풍경. 만두가 국경을 건널수록 이름과 속이 달라지지만, 함께 빚고 나눠 먹는 장면만은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사실이 마음을 편하게 했습니다. 예전에 폴란드에 간 적이 있고 그 때의 행복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행복한 사람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는데 마리나와 같은 존재였었습니다.




책의 뒷표지는 이 이야기의 구조를 한 줄 요약처럼 보여줍니다. “밀가루가 없어요. 물도 없고요! 달걀도 없는걸요.”라는 말 뒤에 매슈가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장면이 이어지고, 끝내 만두는 한 개도 빚지 못한다는 선언이 기다립니다. 저는 이 대목이 반전이라기보다 솔직한 결말이라고 느꼈습니다. 오늘은 실패할 수 있고, 실패한 저녁도 다음 날 이야기가 됩니다. 중요한 건 같이 뛴 시간, 서로를 바라보던 표정,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는 태도입니다.



레시피를 다시금 읽어 보며, 책이 단지 기분 좋은 동화로 끝나지 않게 배려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밀가루 300g, 뜨거운 물 125ml, 버터 20g, 반죽을 쉬게 하고 2~3mm로 민 뒤 동그랗게 떠서 속을 올리고, 물이 다시 끓으면 중불로 줄여 떠오를 때까지. 가시적인 성취가 쌓이는 단계들이 적혀 있는데, 저는 이 목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마감이 늘 미뤄지고 성과가 모호할 때가 많지만, 요리는 손이 움직인 만큼 결과가 나오니까요.

결국 이 책은 퇴근 후 20분짜리 휴식이면서, 함께 있음의 연습입니다. 부탁을 곧바로 들어주지 못하는 날도 있고, 모든 재료를 다 모았는데도 결국 못 만드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둘을 보고 있으면, 만두라는 작은 단위가 일상의 온도를 바꾼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혼자 있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책을 보며 다시 느꼈습니다. 오해로 인해 떠나보낸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요.







레시피를 완벽히 따르지 못해도 좋고, 몇 개가 찢어져도 괜찮습니다. 오늘의 피로를 잠깐 내려놓고 서로의 속도를 맞춰 보는 일, 그게 이 책이 제게 건넨 가장 따뜻한 초대였습니다. 다시 보고 싶은 어떤 사람이 생각나는 하루였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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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
가와이 도시오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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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중에 읽은 하루키 팬(?)의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하루키 소설을 “만남”이라는 한 가지 키워드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만남은 그냥 우연히 스치는 일이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에 음악, 책, 기억, 같은 질문처럼 함께 나눌 수 있는 매개가 생길 때 비로소 진짜 만남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하루키 소설 속 외로움과 상실도 끝이 아니라, 다시 만나기 위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상실의 시대부터 이미 고유한 하루키의 특징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키는 이렇게 분석해주는 학자까지 있다는 게 대단한 작가임을 느끼게 합니다. 융 심리학과 관련지어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해석하는 책이 나올 정도니까요. 저도 팬이긴 하지만 팬 중의 팬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석해서 논문이 나올 정도의 문학적 성취를 이룬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경외심이 더 강해졌습니다.





책의 전개 방식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연, 공유, 수수께끼, 첫사랑, 가면, 부끄러움 같은 분명한 단어를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묶습니다. 덕분에 작품 하나하나의 줄거리를 외우지 않아도, “하루키식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고 흔들리고 회복되는지”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으로는 관계는 정답을 빨리 찾는 경쟁이 아니라, 풀리지 않는 질문을 함께 붙들고 있는 시간에서 자란다. 여깁니다. 우리는 흔히 “문제를 풀면 가까워진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풀리지 않더라도 같이 고민하면 가까워진다”고 말합니다. 공부로 바꾸면, 성적표만 보여주는 팀플보다, 같은 난제를 붙들고 토론한 팀플이 더 깊은 신뢰를 만든다는 뜻이죠. 여기서 깊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가면’과 ‘부끄러움’에 대한 해석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가면을 씁니다. 말수가 적거나 거리를 두는 태도도 무조건 회피가 아니라, 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일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그런 가면이 더욱 두꺼워졌고, 나이를 먹어가며 더 크고, 두꺼워지지요... 학교 생활로 옮겨 보면, 말이 적은 친구를 서둘러 “비협조적”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다는 시선을 갖게 됩니다. 또 책은 ‘우연’을 마법처럼 보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리듬과 습관이 우연을 불러오기 쉽다고 말하죠. 같은 시간에 같은 카페를 다니면,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날 확률이 올라갑니다. 리듬이 우연을 만든다는 관찰은 일상에도 바로 적용됩니다.


저는 하루키 책을 거의 다 읽어봤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이 책만을 읽으신 분들에게는 아쉬울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분석이 촘촘해서 좋은데, 하루키 작품을 거의 안 읽어 본 사람은 진입 장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각 작품의 핵심 장면을 조금 더 친절하게 요약해 주거나, 장 끝마다 작품-개념 연결표가 있었다면 초심자에게 더 쉬웠을 겁니다. 또 심리학 용어가 깔끔하지만, 현실을 볼 때 모든 행동을 상징으로만 읽는 과해석은 조심해야 합니다. 해석만 깔끔하게 해준다고 해도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결국 읽히지 못하고 버려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몇 가지 있네요. 하루키 소설을 감상문으로 소비하지 않고 관계의 구조로 보여 주는 것이 '분석'으로 접근하기에 참 좋습니다. 그리고 “공유의 매개”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왜 어떤 사람과는 빨리 가까워지고 어떤 사람과는 오래 엇갈리는지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하루키의 소설을 기반으로 이런 내용까지 뽑아 낸다는 것이 참 멋집니다. 읽고 나면 당장 실천해 볼만한 실험이 생각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한 곡을 같이 듣고 느낌 한 문장 적기, 같은 책의 한 단락을 소리 내어 읽고 인상 단어 나누기, 정답 없는 질문을 정해 5분만 같이 붙들기 같은 것들입니다. 성과를 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공유의 순간을 늘리는 습관이고, 이렇게 하면서 더욱 가까워지며 감정이 섞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루키 팬에게는 해석의 지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관계 읽기의 입문서가 될 수 있습니다. 만남을 사건이 아니라 공유의 구조로 보게 만들고, 단절을 실패가 아니라 다시 엮을 기회로 보게 합니다.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법을 하루키의 소설을 통해 가르친다는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하루키의 팬이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이 서평은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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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
가와이 도시오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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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하루키 분석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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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리커버 에디션) - 세계 최고 멘토들의 인생 수업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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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번개 아이콘과 함께 박힌 문장,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가 이 책의 방향을 명확히 말해 줍니다. 이 책은 거대한 이론이나 감성적인 내용을 전개하지 않고, 짧은 질문과 실천 규칙으로 독자를 앞으로 밀어주는 형식입니다. 각 장이 독립되어 있어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기 좋고 독서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읽는다 → 곧바로 해 본다로 이어지도록 편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다 읽는 것보다는, 고민이 생길 때 필요한 부분을 꺼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1~52장의 구성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끊어서 읽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수전 케인의 장은 달력과 할 일 관리에 익숙한 독자에게 날카로운 수정안을 제시합니다. 시간은 줄 세워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성과를 내기 위해 역할과 환경을 지정해 ‘고용’해야 하는 동료라는 관점입니다. 특히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라는 제안은 주목할 만합니다. 빈칸 없는 일정표가 창의성과 판단력을 오히려 질식시킬 수 있음을 상기시키며, 달력의 공백을 죄책감이 아니라 전략적 여백(현금성 자산)으로 보게 만듭니다. 그동안은 언제나 시간 관리에 허덕여왔는데, 이렇게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있는 시간이지만 활용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니까요.



스콧 벨스키의 장은 생산성을 말하면서도 ‘지금 시작하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행동을 막는 것은 실력 부족이 아니라 착수 비용일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시스템은 ‘시작하는 순간’에 보상이 돌아가게 설계하는 편이 실전적입니다. 수업·프로젝트에서도 최종 발표보다 첫 10분의 토의 개시, 첫 메모 한 장에 즉시 피드백을 주면 추진력이 붙습니다. 미루기의 관성을 끊는 데 특히 유효합니다. 수작을 부리지 말고 그냥 하라. 라는 말이 저를 후벼파네요. 반성하게 됩니다. 오늘은 시간이 많으니 여유롭게 해야지. 이런 것보다는 빠르게 하고, 만약에라도 남은 시간이 있다면 그것을 즐기면 될 일입니다. 반성합니다. 정말로.







줄리아 갈레프의 장은 메타인지를 독려합니다. “최악의 실패는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에 돌을 던지는 것이다.”라는 문구는, 확신에 취한 자기 인식을 잠깐 멈추게 만듭니다. 갈레프가 강조하는 ‘스카우트 마인드셋’(사실을 정찰하듯 탐사하는 태도)이 응축되어 있으며, 작은 의심이야말로 빠른 결정의 시대에 가성비 높은 리스크 관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크리스틴 울머의 장은 두려움을 적으로 규정하는 통념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상처의 원인은 두려움 그 자체가 아니라, 두려움을 피하려고 무리하게 움직이는 행위라는 통찰을 제시합니다. 목표는 ‘두려움을 제거’가 아니라 ‘두려운 채로 움직이는 기술’입니다. 두려움 자체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발판으로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도전이라는 것이 두려움을 억누르는 게임이 아닌 기술을 학습하는 게임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실행 친화성입니다. 각 장이 독립되어 있어 ‘오늘의 한 장’을 바로 실험하기 쉽고,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공통분모—수면, 기록, 운동, 관계라는 기본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분명합니다. 첫째로는 중복 내용이 많습니다. 공통 분모라는 좋은 말로 이야기를 했지만 유사한 메시지가 다른 표현으로 반복되어 속도가 빠른 독서에서는 피로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둘째는 선택 편향이라는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이 일상과 간극을 보일 수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이런 내용을 따라할 수 있을지? 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맹신하는 것 보다는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읽는 편이 건강한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짧은 호흡 덕분에 부담없이 조금씩 술술 읽을 수 있지만, 개별 조언의 근거와 반례를 알고 싶으시다면 직접 찾아보는 수고로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본문 곳곳에 키워드가 존재하고 있어 확장적으로 독서도 가능할 것입니다.

작게, 바로, 오늘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을 최고의 삶으로 만드는 52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진짜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작게 시작하고, 바로 착수하고, 오늘 실험하는 태도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실천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달력에 전략적 빈칸을 남기기(〈시간을 고용하라〉).

- 완료보다 착수에 보상하기(〈할 일을 하라〉).

- 두려움과 동행하는 문장 만들기(〈두려움은 현자다〉).

결국 이 책의 가치는 거창한 비전을 약속하기보다 매일의 미세 조정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언젠가” 대신 “지금, 바로 오늘”. 어느 페이지를 펼치시든 그 자리에서 바로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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