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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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빼놓지 않고 읽게 되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 늘 그녀의 글을 읽으면 마음 한구석이 짠합니다. 슬픈 내용도 아니고 울적한 내용이 아닐지라도 왠지 모르게 그녀의 글은 저에게만은 그렇습니다. 너무 담담하고 담백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읽은 <등 뒤의 기억>은 그녀가 늘 써오던 사랑과 연애에 관한 이야기와 일맥상통 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이야기들 보다 훨씬 많이 외롭고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마음 한구석이 짠하고 애잔한가 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늘 그렇습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좀 난해하지만 왠지모르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사랑을 하죠. 오늘 읽은 이야기에도 사랑은 아니지만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그렇지만 그녀의 세계에서는 가능한, 그런 부분이 나오기도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50대에 접어든 히나코. 그렇게 고령도 아닌데 그녀는 의료진이 상주하는 실버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녀 혼자서. 그녀의 옆집에는 초로의 한 부부가 살고 있는데 그집의 남편은 그녀의 집을 불쑥불쑥 찾아옵니다. 때론 점심꺼리를 들고 때론 여행 후 선물을 사 들고..사들고온 점심을 나란히 앉아서 먹기도 하죠.

그녀는 외롭게 혼자 살고 있지만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집에는 가공의 여동생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마치 가공의 여동생이 바로 옆에 있는것 처럼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오래전 집을 나가버린 여동생이 그리워 기억에 남아있는 여동생을 자신의 현실로 불러 들이고, 여동생과의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는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가공의 여동생을 통해 뱉어내는 지도 모르지요. 어떠하던 가공의 여동생은 또 하나의 등장인물입니다. 또한 이번 이야기에는 등장인물이 꽤나 많습니다. 여기서 불쑥 저기서 불쑥, 처음엔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나 하다가도 그 인물들은 오롯이 히나코에게로 연결이 됩니다. 이름도 다르고 사는곳도 너무 멀지만 그리고 이 사람은 히나코의 여동생이다. 라는 전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책을 읽다보면 캐나다에 살고 있는 그녀가 바로 히나코의 여동생이구나 하는걸 알 수 있습니다.

남자의 말은 순식간에 히나코를 산산이 부서뜨렸다. 방 안에 있는 가공의 여동생을 소멸시켰고,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마저 끊기게 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방과, 그렇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인 이 기묘한 아파트 자체, 눈앞의 남자(거의 알지도 못함에도 집 안에 들이고 홍차까지 끓여주는). 그런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굴욕적인지 순식간에 깨닫게 하고 말았다. 마치, 히나코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처럼. -본문중-

외롭고 쓸쓸한 히나코. 하지만 절대 외롭고 쓸쓸하지 않은 여자. 에쿠니 가오리는 그렇게 외로울것 같지만 외롭지 않고, 쓸쓸할것 같지만 쓸쓸하지 않은 이야기를 씁니다. 참 독특한 느낌이다 라는걸 매번 그녀의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고 그 느낌이 좋아 매번 그녀의 책을 찾는것 같습니다. 좋았던 시절의 추억으로 살고픈 히나코에게 옆집의 남자도, 전 남편도, 그녀의 아들도 모두 그녀를 현실로 끌어내려 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무도 알 지 못하는, 추억을 함께 나누며 즐거워 할 수 있는 한 사람, 가공의 여동생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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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맨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6
오리하라 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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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리하라 이치. 이 작가분 참 흥미롭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작가분의 작품중 '도착'시리즈나 '자(者)'시리즈를 이야기 하셨지만 난 오늘 이 작가분과의 첫 만남. 그런데 꽤 괜찮네요. 예전과 달라 요즘은 단편도 꽤나 많이 읽고 있지만 이 작가님 스타일의 단편이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오늘 읽은 [그랜드 맨션]도 단편이라고 하지만 연작으로 등장인물들이 각 에피소드 마다 다들 등장해 주십니다. 이곳에서 조연으로 등장했던 인물이 다음 에피소드엔 주연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주변인물이 되기도 해서 인물의 이해도가 높아지니 이야기도 재미있고 쉽게 읽힙니다.

30년이 넘은 오래된 저층 아파트. 이곳에는 천태만상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실직자, 빈곤층, 노인등. 주로 사회의 약자들이 살고있는데 그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픽션이지만 픽션스럽지 않은 이야기들입니다. ​최근 뉴스를 통해 다뤄지는 소식들을 보면 드라마나 소설속의 이야기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한 내용이 많으므로...아무튼 소설이라고 치부해 버리지도 못하는 이런 이야기를 난 재밌게 읽었다는 아이러니.

층간소음을 주제로 한 첫번째 이야기 <소리의 정체>. 나 자신도 층간소음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 그냥 그런 이야기로 끝이 나면 재미가 없겠지요. 기묘하고 기괴한 냄새를 풍기는 이야기라 초 집중해서 읽었는데 역시나 짜릿한 반전으로 보답을 해줍니다. 그리고 현재에도 활발히 활동(?)중인 보이스피싱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그리운 목소리>에서는 맨션에 살고 있는 노인들을 상대로 하여 여기저기서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내용입니다. 노인들의 사생활을 꽤뚫고 있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또한 마지막 이야기 ​<리셋>은 그리 오래지 않을 미래의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당장 얼마 지나지 않을 내일의 우리 엄마, 아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에 가슴 한켠이 짠하기도 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는데 여기서 작가 특유의 서술트릭이 빛을 봅니다. 이렇듯 각각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직접 겪어야 할지도 모르는 사회문제들을 한층 더 심각성을 띤, 일종의 경각심을 가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을듯 합니다.


여전히 대답이 없어서 돌아갈까 생각했을 때 찰칵 하는 금속음이 났다. 문을 따는 소리. 그리고 천천히 문이 열렸다. 간유리에는 어렴풋이 빛이 비쳤는데 문틈으로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보였다. 썩는 냄새 같은 것도 느껴져 사와무라는 뒷걸음질 쳤다. "누구세요?" 지옥의 바닥에서 울려오는 것 같은, 여자의 낮은 목소리였다. 상대의 얼굴을 보지 않고 그저 문틈의 어두운 공간만을 본다 - <소리의 정체> 본문중 -


무토 도메코는 집 안에서 이질적인 냄새를 맡았다. 자신의 것이 아니다. 오카야스 료타의 것도 아니다. 늘 방문하는 다가 이네코의 냄새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녀의 인생에서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였다. 남자냐 여자냐를 묻는다면 남자이고 악의가 짙게 배어 있다. 또 누군가가 집에 숨어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조금 전. 시간이 조금만 어긋났어도 그와 딱 맞딱뜨렸을 것이다. - <리셋> 본문중 -


책을 다 읽고 나면 작가 특유의 서술 트릭이 바로 이런것이구나! 하고 감탄을 하게됩니다. 이야기 중간중간 숨어있는 트릭을, 읽으면서 찾았다면 쾌감을 느낄것이고 나처럼 좀 둔한 사람이라면 다시 앞장으로 리와인드 하며 읽어도 그 재미가 쏠쏠할 것 입니다.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트릭들이지만 어느새 속아 넘어간 나를 발견하게됩니다. 하하...이 작가의 시리즈 읽어보고 싶네요.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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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딸들
랜디 수전 마이어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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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룰루와 메리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요. 난 룰루와 같은 행동을 했을까, 메리와 같은 행동을 했을까요. 자신의 성격과 생활방식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룰루와 메리처럼 너무도 판이한 미래를 살게 된다면, 어쩌면 더 나은 삶을 살 것 같은 사람의 선택을 따르는게 옳은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그 선택이 옳고 그른건 본인이 결정하고 그 결과는 본인의 몫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따지고 봤을 때 룰루와 메리중 누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겉으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룰루도 내면적으로는 무척이나 힘들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나의 주관적인 견해로는 말입니다.

 

 

이야기는 첫 장부터 끔찍한 사건을 필두로 숨 막히는 전개가 시작됩니다. 아홉 살인 룰루는 자신의 생일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참혹한 광경을 눈앞에 마주하게 됩니다. 아빠가 오면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엄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집에 들이고 만 룰루. 술에 취한 아빠는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 손에 쥔 칼로 엄마를 살해하고 어린동생 메리도 아빠의 칼에 가슴을 찔렸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를 급히 부르러 갔던 룰루는 그 위험한 순간을 모면한 것이지요. 집에 돌아온 룰루는 부엌바닥에 흥건한 검붉은 피, 조용히 그 피 위에 누워있는 엄마, 그리고 침대 위에서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동생 메리를 목격합니다. 그 후, 아빠는 교도소에 들어가고 자신들을 돌보던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이모마저 자신들을 거부하자 보육원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녀들은 그곳에서 조차 살인자의 딸들로 낙인찍혀 편안한 생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생이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메리가 공을 던지지 못한다고 놀렸다. 그건 가슴에 입은 상처 자국 때문이었다. 유치원을 다른 데로 옮겼지만 모두들 우리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빠가 엄마를 살해한 가족의 딸이라는 걸. 게다가 가엾은 메리는 아빠한테 칼에 찔린 아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어 다녔다. (42-43)

 

 

이야기는 룰루의 시점과 메리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서술되어 두 자매의 심리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아빠를 절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룰루. 아빠에게 죽임을 당할 뻔 했지만 교도소로 아빠를 찾아가 아빠를 기쁘게 해 주고 싶은 메리. 두 사람은 늘 이 문제로 부딪힙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룰루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아빠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지만 자신의 남편과 메리는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라며 아이들에게 말 해 주기를 원합니다. 서두에서 서술했듯이 내가 만일 그녀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그래도 내 아빠인데, 룰루 처럼 그렇게 냉정하게 대하지는 못했을 듯 하기도 하구요, 또한 자신을 죽이려 했던 아빠를 메리처럼 그리 쉽게 용서하지도 못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래서 사람은 양면성이 있다고들..  하지만 마지막 몇장을 남기고 아빠를 찾아간(비록 모진 말을 하기 위해서지만) 룰루가 내 뱉은 한 마디는 그동안 아빠를 한 번도 찾아 가지 않았던 그녀를 대변해주는 말이기도 하면서 뭔가 마음 한구석이 짠해져 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 문을 열던 나는 1971년부터 내 숨통을 막고 있던 말을 내뱉었다. “엄마가 죽은 게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 ‘너희 아빠가 날 죽일 거야. 티니 아주머니를 불러와!’ 난 꼼짝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어요”. 460

 

 

작가인 랜디 수전 마이어스는 어릴 때부터 가정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그러한 기관에서 10여년간 가정폭력에 연관된 일을 해 왔다고 합니다. 그런 전력을 증명하듯 그녀의 글은 간결하지만 이해하기 쉽고 그런 가정사를 가진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힘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룰루와 메리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들이 겪어야 했던 상실감, 살인자의 딸들이라는 주변의 수근거림을 고스란히 지고 가야 했던 암울한 청소년기, 각자 사는 모습은 달랐지만 그녀들만의 개성적인 삶을 느낄 수 있었던 성년기, 결혼과 아이들...이렇게 자매의 일생을 속도감 있게 서술한 부분들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끝까지 그녀들의 삶은 많이 달랐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들이 사는 모습은 다를지 모르지만 생각은 하나이지 않았을까요. 이제는 그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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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도둑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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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작가의 전작 히스토리언을 읽을 때에도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펼치면 우선 깨알 같은 폰트가 눈을 좀 힘들게 하고 꽤나 섬세하고 꼼꼼한 이야기의 흐름과 설명들이 때로는 지치게도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정말 탄탄한 스토리구나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전작 히스토리언은 표면으로는 드라큘라의 흔적을 쫓는 역사가들의 장대한 여정을 말하고 있지만 그 내면은 흡혈귀의 본고장 루마니아, 그리고 동유럽의 역사와 다양한 전설을 바탕으로 '드라큘라'라 불리웠던 15세기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 '블라드 체페슈'를 내세우며 우리에겐 생소했던 여러 가지를 일깨워 줍니다.

 

   

오늘 읽은 백조도둑 역시 예술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으로 우리에겐 그냥 보는 것으로 지나치는, 그림을 소재로 한 깊이 있는 미술의 세계와, 그를 둘러싼 인간들의 심리를 심도 있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미술작품을 소재로 한 책을 한 권 예전에도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 작가의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 중간 중간 베르메르의 그림이 삽입이 되어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백조 도둑들이라는 작품이 실존한다면 이야기와 함께 이미지로 넣었어도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어떤 그림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작품 앞에 오래 서 있을수록, 점점 더 이것은 권력과 폭력에 관한 그림처럼 보였다. 레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를 만지거나 더럽히고 싶은 생각보다 다시 여인에게 날아들기 전에 깃털로 덮인 백조의 육중한 가슴을 밀어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로버트 올리버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낼 때 느낀 것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여인을 화폭에서 해방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본문중에서-

    

 

 

이야기는 로버트 올리버라는 유명한 화가가 어느 미술관에서 한 그림을 칼로 공격하는 강렬한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그 그림은 레다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그리스신화의 제우스가 백조로 변신해 인간인 여자 레다를 탐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올리버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고 올리버를 맡게된 말로우라는 정신과의사는 올리버에게 강한 인상을 받고 올리버를 위해 병실을 작업실로 만들어 줍니다. 그곳에서 말로우는 올리버가 한 여인를 계속 그리는 것을 목격하고 그 그림속의 여인에 대해, 그리고 올리버에 대해 조사하기에 이릅니다. 올리버의 전 처인 케이트와, 사건을 일으키기 전까지 함께 살았던 메리라는 여자를 만나고, 올리버가 소중하게 지니고 있던 오래된 편지묶음들을 번역해 읽으면서 말로우는 올리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그가 왜 그 그림을 공격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하나하나 풀려 나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올리버가 그림을 공격한 단 하나의 사건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이므로 다소 지루하기도 하고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아 무척이나 오래 책을 가지고 다니다 헌책이 되어 버리긴 했지만 책을 다 읽고난 지금은 어쩐지 좀 시원섭섭한 느낌입니다. 한번 더 읽기엔 너무 무리일 듯 하고 전반부를 읽을 때 지루하다 투덜대며 읽었던게 이 책을 몇 년에 걸쳐 조사와 검증을 거치며 세세하게 집필한 작가에게 조금 미안해집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리고 인물 각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또한 올리버의 그림에 등장한 베아트리스라는 여인과 그의 백부에 얽힌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때론 아슬아슬한 사랑도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합니다. 미술석사 학위까지 가진 미술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 같은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그녀의 작품세계는 그동안 집필한 두 권의 책으로 모두 설명이 될 것 같네요. 다 읽고 나면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작품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애쓰며 포치에 홀로 앉아 있으니, 키스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주변의 공기가 바뀐다. 그 기억은 높은 창문에서, 양탄자에서, 접힌 치맛자락에서, 책갈피 사이사이에서 흘러나온다. “내가 널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걸 부디 알아다오.” 그녀는 키스의 기억을 사라지게 할 수가 없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이제는 그 기억을 잊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최대한 오랫동안 이 기억을 간직하고만 싶다.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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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
앤 브래셰어스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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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얼마간 읽다보니 딱 떠오른 영화가 있었어요. “앳지 오브 투모로우라고 얼마전 톰 크루즈 주연의 이 영화를 보고 참 신선하다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신선하지 않은가? 아무튼 저한테는 참 신선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영화와 책속에 나오는 환생은 좀 다른 의미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이 책속에는 어느 유명한 가요의 제목처럼 정말 천년의 사랑을 찾는 한남자의 절절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야기는 먼저 대니얼과 루시가 고등학생인 현재시점부터 시작됩니다. 뭔가에 끌리듯 대니얼에게 끌린 루시는 쉽게 대니얼에게 다가가지 못합니다. 대니얼은 말이 없고 친구들과도 교류가 없는 묘한 느낌의 아이였습니다. 졸업파티에서 대니얼과 루시는 우연히 마주하게 됩니다.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대니얼. 전생을 전혀 모르는 루시. 대니얼은 아주 오랜 전생에서 소피아였던 루시를 화재현장으로 내몬 장본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생에서는 포악했던 자신의 형으로부터 형의 아내였던 소피아를 구해주었고, 또 다른 생에서는 군인과 간호사로 만나 짧은 정도 나누었습니다. 그때 소피아는 대니얼을 사랑하게 되었고 다음 생에서 대니얼을 다시 만나기 위해 혼자만의 무언가를 남기기에 이릅니다.

 

 

 나는 이제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살았는걸. 나는 항상 쉽사리 패배하고 낙담하고 죽었어. 다음 생은 더 낫겠지, 또 다음 생은 더 낫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지만 지금 이 생보다 나은 생은 아무것도 없어. 내 곁에 네가 있으니까.” p482

 

 

졸업파티에서 대니얼은, 마주한 루시에게 전생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러나 너무도 항당한 이야기에 루시는 대니얼에게서 멀어지고 맙니다. 그렇게 닿을 듯 말 듯 대니얼과 루시는 안타깝기만 한 전생 찾기(?)를 합니다. 전생이나 윤회라는 단어는 주로 불교와 관련해서만 접해 와서 소설 속에서 만난 전생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이생에서 잘못 살면 다음 생에 동물로 환생한다는 말은 어릴 때 친구들끼리 자주하던 농담이었는데 인간으로 다시 환생하고 대니얼처럼 모든 전생을 다 기억한다면... ..생각만으로도 조금 끔찍하긴 합니다만, 나름 잘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대니얼이 전생이었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잔잔하게 진행되지만 대니얼의 형이었고, 소피아의 남편이었던 조아킴의 등장으로 급 긴장감의 물살을 탑니다. 루시가 전생을 기억하게 되고 극적으로 대니얼을 만난 순간 두 사람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지만 그들의 뒤를 쫓는 조아킴의 존재는 결국 천년을 기다려온 그들의 사랑이 이생에서 맺어지게 되는 결과가 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요소는 이라는 인물의 설정입니다. 대니얼보다 훨씬 많은 전생을 기억하는 벤이라는 인물은 환생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여기까지.^^

 

 

 

책을 다 읽고 이런 이야기 영화의 소재로도 정말 멋지겠다 생각했는데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네요. 그럼 그렇지. 영화 나오면 꼭 봐야지요. 이제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독서의 계절! 바람과 그늘과 커피, 그리고 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 한권이면 족하지 아니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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