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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자신의 몸을 대여한다? 정말 상상이상의 상상이 아닐 수 없지만 책을 읽다보니 영화로 참 재미있게 보았던 아바타가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를 볼 당시만 해도, 불과 5, 6년전이긴 하지만 정말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 책 <엔더스>를 읽다보니 아바타보다 한차원 더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어쩌면 근 미래엔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건 왜인지? 내가 너무 앞서가는건가. 참으로 위험하고 삭막한 일들이지만 왠지 남의 일 같지 않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이 책 속의 이야기 역시 아바타와 비슷한 내용입니다. 아바타는 머나먼 행성의 토착민들에게 우리의 의식을 프로그램에 의해 주입하는 반면, 엔더스에서는 우리와 같이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몸속에 칩을 주입시켜 노인들이 그 의식속으로 들어가는 형식입니다.
이 책의 전편인 <스타터스>를 읽지 않고 <엔더스>를 시작했는데 이해가 좀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다 말고 <스타터스>를 검색해보고 대충이라도 내용을 파악하고서 다시 읽기 시작했네요. <스타터스>에서는 알 수 없는 포자전쟁으로 인해 이른바 부모세대, 즉 여기서는 "미들"이라고 부르는 세대가 모두 죽어버리고 10대들을 뜻하는 "스타터스"와 노인들을 뜻하는 "엔더스"만 살아 남았습니다. 미성년자들인 스타터스들은 일자리를 구할수가 없어 힘들게 살아가죠. '바디뱅크'라는 곳은 이런 10대들에게 불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알선해줍니다. 바로 돈많고 부유한 엔더스들에게 젊은 그들의 몸을 대여해 주는 일입니다. 주인공인 캘리 역시 부모님을 다 잃고 아픈 동생과 힘들게 살던중 이런 소식을 접하고 그녀의 몸에 칩을 심게 되는데요.
<엔더스>에서는 캘리 자신을 원격조종이 되도록 만드는 몸속의 칩을 제거하고 싶어하는데요. 그 칩을 심은 사람은 칩이 심어져 있는 다른 사람을 폭파 시킴으로서 캘리에게 위협을 가합니다. 정말 살아남기 위해 심은 칩이 이제는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데 경악한 캘리. 와...이 이야기는 정말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확실히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나의 의식속에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나를 조종한다. 내가 그걸 의식하지 못한다면 또 모를 일이나 나는 그걸 또렷이 의식하고 있지만 거부할 수가 없다. 이때 나를 조종하는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려 한다. 이 얼마나 참담한 일일지...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보다 이런일이 왠지 조만간 가까운 미래에는 충분히 가능할거라는 생각에 더욱 씁쓸해집니다.
난 내 머릿속에 있는 이 물건이 너무 너무 끔찍해. 인생 최악의 결정이었지. 사람들이 나를 추적하고, 추격하고, 끝까지 잡으러 오길 바라지 않아. 너도 알잖아, 너도 전부 당해봐서 알잖아, 이건 우리 인생의 남은 시간도 그렇게 만들 거야. 우린 항상 칩 그 자체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때문에 사냥을 당할 거야. 지금 이걸 제거해 버리고 원래 우리 인생으로 돌아가는 거야. 나는 우리 할머니에게 돌아가고 싶어. 학교를 마치고 싶고. 다시 파티에 나가고 싶어. 전쟁은 끝났는데, 나는 아직도 전쟁 속에, 매일을 살아가고 있어.(본문중)
이런 판타지류의 이야기는 너무 비 현실적이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이 책은 뭔가 대단히도 몰입하여 읽은것 같아요. 긴박한 모험과 캘리와 하이든의 깨알같은 로맨스도 재미있지만 인간의 욕망은 과연 어디까지 인지, 그들의 진화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이런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룬 대표적인 이야기가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던 "헝거게임"인데요. 이 책 읽고 내가 판타지도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꼈었지요. <스타터스>와 <엔더스> 이 이야기도 영화로 제작이 될까요?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