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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 ㅣ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으로 접해보는 중국 스릴러! 추리, 스릴러 장르는 뭐니뭐니해도 북유럽이다!라고 생각하는 일인입니다만, 제목부터 확 끌려서 읽게된 중국스릴러입니다. 내 기억속의 중국은 뭐든 빠방하게 부풀리는데는 일인자. 네 발 달린건 책상 빼고 다 먹고, 하늘을 나는건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것.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건 뭐든 조잡하다는거. 그리고 짝퉁을 무지하게 잘 만든다는거ㅋㅋ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결코 좋은 인상은 아닙니다. 풉. 그렇지만 최근 중국에서 개발되어 나오는 휴대전화나 그 부속품들을 보면 아주 망작은 아닌듯. 그것 역시 기존 우월한 제품들을 많이 따라 만든 티가 좔좔 흐르지만 그 부분은 우리나라도 많이 그러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대륙의 스케일이라는것도 있으니 과연 책은 어떻게 썼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수많은 선입견들로 부터 조금은 벗어난,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것 같아요. 워낙에 그런 생각이 머리속에 박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엔 책을 읽을때 조금 그런부분들이 방해요소가 되었던건 사실입니다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나도 모르게 책속에 빠져서 읽었던것 같아요. 가독성이 워낙 좋다보니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도 없었구요. 역시나 대륙의 스케일답게 이야기속의 살인이 아주 잔인하면서 엽기적입니다. 윽.
이야기의 시작은 천재 탐정이라는 모삼이 잔인한 연쇄살인범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의 상황입니다. L로 지칭되는 이 살인범은 모삼을 수십차례 칼로 찔렀지만 죽이지는 않습니다. 무척이나 지능적인 살인범이죠. 그저 모삼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싶은 겁니다. 그 사건이후로 모삼은 기억을 잃게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슨일을 당한건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가운데 방문한 술집에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죠. 휘말렸다기 보단 모삼 자신이 스스로 그 사건에 뛰어든거죠. 자신이 했던 일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 사건을 계기로 서서히 기억을 되찾게 되는데요.
모삼과 무즈선은 중국의 셜록홈즈와 왓슨입니다. 무즈선은 법의학자인데요. 모삼과 단짝을 이루어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런데 이 인물은 좋은집안에 키 크고 잘생긴 외모, 늘 반듯한 옷차림. 더할 나위없이 여심을 자극하기 딱 좋은 인물입니다. 모삼과 무즈선이 나타나면 해결안되는 사건이 없다, 할 정도로 두 사람은 환상적인 콤비를 자랑하는데요, L은 이 두 사람에게 도전장을 내밉니다. 자신이 제시한 사건을 해결하면 한 사람이 살고 그렇지 못하면 죽을것이다.라는 전제하에 L이 주는 메세지를 따라 두 사람은 사건을 쫓기 시작합니다. 그 사건의 끝에는 반드시 L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한 모삼과 무즈선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천재적인 두뇌와 예리한 추리력으로 사건을 하나, 둘 해결해 나가는데요. 와...이 사람들은 과연 천재였습니다. 뭐든 척척 알아내는 모삼에게서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L은 암흑 속에서 악마의 신분으로 남몰래 발생하고 있는 살인 사건들을 모삼에게 넘겨주려 했다. 마치 '넌 사건 해결하는 걸 즐기지 않나? 그럼 해결해 봐. 하지만 네가 해결하지 못하면 지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151쪽)
이야기는 단순히 살인범을 쫓고, 잡고, 응징하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L이 주는 메세지를 따라가 마주한 범인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이 사회의 약자, 그리고 소외자들...사회에 적응 하지 못하고 늘 어두운 구석으로 숨어든 그들에게 남은건 악다구니 밖에 없었던거죠. 작가는 그들을 통해 현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자 한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L은 어떻게 되었나. 과연 모삼과 무즈선은 그를 마주할 수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이 책은 이렇게 그냥 끝나버리네요. 허무허무...과연 L은 어떤 인물일까 궁금해서 책을 놓지 못하고 달려왔는데...이 책이 내 기억에서 잊혀질때쯤 다음 이야기가 나올까요? 얼른 다음편도 보고싶습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중국 스릴러, 추리 소설이 많이 출간 된것 같지 않은데 이 책이 다음, 그 다음 중국 장르소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도화선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