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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이것은 픽션인가, 논픽션인가. 소설책이니 작가가 꾸며낸 이야기가 맞겠지.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왠지 이것은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인것 같았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쓴 소설 중 가장 독하다고 했습니다. 네, 독했고, 또 무서웠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시들해지긴 했지만 한때는 일을 하며 틈틈이 이곳 저곳 카페를 다니며 댓글놀이 하던 때가 있었지요. 늘 컴퓨터를 끼고 일을 하다보니 그건 그냥 일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내 기억속엔 엄청난 사건으로 남아있는 일도 있었고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카페라는곳이 정말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대화도 잘 통하기도 하고 얼굴 한 번 못본 사람들이지만 유난히 똘똘 뭉치는 그런 경향도 있었죠. 이런 곳에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그대로 수장되는건 일도 아닙니다. 일명 마녀사냥이라고 하죠. 내 기억속에 그 사건도 그 사람이 무얼 잘못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수십 카페회원들의 질타에 그대로 수장이 되어버린 경우였습니다. 신상이 털리고 과거가 털리고 그 동안의 행적이 털리고...(정말 뭐 하나 찾아내는데는 일등인 사람들) 이래서는 더 이상 활동을 할 수가 없는거죠. 그만큼 온라인이라는곳이 무서운 곳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때의 그 사건이 달리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그 사람이 피해자는 아닐까 싶은. 아니겠지?
세 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상품평과 후기등을 지어내어 카페나 블로그에 올려 쏠쏠하게 용돈을 벌던 청년들. 그들에게 한 업체로 부터 연락이 옵니다. 어느 회사의 노동실태를 고발한 영화가 개봉이 되었는데 여론을 조작하여 안좋은 입소문을 내라는 의뢰였죠. 그 의뢰를 받아 여론을 조작한 결과 그 영화는 보란듯이 흥행에 실패를 하고 자신들의 미약한 힘이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걸 알게된 이들은 정식으로 "팀-알렙"이라는 조직을 결성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큰 마수의 손길이 뻗쳐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로부터 진보성향의 한 커뮤니티를 박살내 달라는 의뢰를 받은거죠. 와...이 과정이 정말, 소설인줄 알고 읽으면서도 "이건 충분히 가능하겠구나" 싶었습니다. 한 두사람의 분탕질로인해 어마어마한 결속력으로 똘똘뭉친 한 단체가 정말 허무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보며 사람의 말 한마디가 정말 무섭구나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걸 건드려야 해. 두려움과 죄의식.
백만 명, 이백만 명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이야기는 두 가지 관점에서 흘러가는데요. 팀-알렙의 멤버 중 한명이 진보성향 일간지 기자에게 자신들이 한 일을 폭로하는 인터뷰형식과 실제로 그 일을 해나가는 과정이 교차되면서 전개가 됩니다. 마지막에 이 인터뷰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는데 정말 장강명 작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대단한것 같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으니까요. 물론, 생각지도 못했다는건 [나]라서 그런걸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 책은 저에게 있어 정말 충격적이었고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2012년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이 모티프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당시 국정원소속 여직원이 3개월동안 상대진영 후보의 비방댓글을 필두로 여론조작을 했었다는 보도가 있었죠. 사실인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이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화끈하게 다루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터넷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권위를 타파해서 민주화를 이끌 거라고도 믿었어. 거대 언론이 외면하는 문제를 작은 인터넷신문들이 취재하고, 인터넷신문조차 미처 못 보고 넘어간 어두운 틈새를 전문 지식과 양식을 갖춘 블로거들이 파고들어갈 줄 알았어. 독재 국가에서는 지금도 인터넷이 그런 고발자, 감시자 역할을 해. 그런데 한국어서도 그런가?..(중략)..거대 언론이 점잖게 기업에 겁을 주며 광고를 따냈다면 인터넷신문들은 대놓고 삥을 뜯지. 블로거들은 동네 식당을 상대로 협찬을 요구하고. 이것도 민주화라면 민주화지.(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