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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붉다 ㅣ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참 잔혹동화를 모티프로 한 책이 많이 출간이 되는것 같습니다. 얼마전엔 프랑스 동화인 샤를페로의 "푸른수염"을 모티프로 쓰여진 <푸른수염의 다섯번째 아내>를 읽었는데요. 사실, 푸른수염이라는 동화는 듣도보도 못한 동화여서 책을 읽기전에 먼저 동화를 찾아 읽어보았었죠. 처음엔 와....애들한테 이런동화를 보여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끔찍하고 섬뜩한 동화였는데, 모든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들, 대부분이 왠지 잔혹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테면 "헨젤과 그레텔"도 그렇잖아요. 막 마녀를 펄펄 끓는 솥에다 밀어버리지를 않나, 아이를 살 찌워서 잡아 먹으려 하지를 않나. 암튼, 오늘 읽은 이 책 <피처럼 붉다>는 백설공주를 테마로 한 장편소설입니다. 몇 년 전 백설공주를 모티프로 한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라는 영화가 생각 나는데요. 이 영화를 봐도 그렇고,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 동화도 달리 생각해 보면 참 잔혹하지 않나하는 느낌입니다.
이 책의 작가는 제가 애정하는 요 네스뵈 작가와 같은 북유럽 작가입니다. 스칸디나비아 스릴러의 역사를 새로 쓴 시리즈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피처럼 붉다], [눈처럼 희다], [흑단처럼 검다]로 이어지는 이 시리즈는 스노우화이트라는 시리즈 이름에서 보여지듯 백설공주를 테마로 한 이야기입니다. 스릴러소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10대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는데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스릴러라니! 일단은 상당히 파격이라는 느낌과 함께 이 루미키라는 겁없고 당돌하고 똑똑한 소녀의 캐릭터가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과거가 참 궁금한 소녀 루미키. 이야기 중간중간 그녀의 과거가 조금씩 나오긴 합니다만, 이 한편으로는 그녀의 과거를 다 알수가 없네요. 아무튼 루미키는 좀 독특한 소녀입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소리내지 않고 움직일 수 있으며, 있는듯 없는듯 투명인간처럼 살고 싶은 소녀입니다. 격투기 수련으로 강한 체력을 갖고 있기도 하죠. 어느날 등교 후 잠깐 생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늘 들어가던 학교 암실에서 평소와는 다른 느낌, 다른냄새를 감지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3만유로라는 어마어마한 지폐를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그 지폐들에 묻은 피. 루미키는 괜히 이상한 일에 휘말려 들고 싶지 않아 외면하려 하지만 그건 또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거대한 범죄조직에 휘말려들게된 루미키. 대담하게 적의 아지트에 침투 하여 돈의 출처를 캐려 하지만 몰래 숨어 들었던 창고의 냉동고에 갇혀버리고 맙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속도감 있게 전개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서늘한 기운을 느낄만큼 눈과 얼음판, 살을 에일듯한 차가움이 함께 합니다. 북유럽 특유의 서늘한 공포! 이 서늘한 공포는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읽으며 처음으로 느꼈었던 건데요. 살라 시무카의 <피처럼 붉다>는 요 네스뵈의 뒤를 잇는 북유럽의 스릴러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큰 화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 루미키의 과거와 그녀에 대한 궁금증은 이어지는 시리즈로 알 수 있다고 하니 다음 시리즈가 얼른 나와주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