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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8
도쿠나가 케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상당히 길어요. 책을 다 읽었지만 아직 제목을 외우지 못했네요. 책 검색할땐 "이중생활 소녀와..."까지만.ㅋ 표지가 상당히 깔끔하고 만화틱하면서 핑크핑크 하는것이 아주 상콤한 내용일듯한 책입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소재도 참 독특해요. 택배회사 콜센터 여직원이면서 만화가를 꿈꾸는 이십대 청춘 아야카의 이야기입니다. 작가자신이 택배회사 콜센터에서 근무해본 경험과 또 자신이 한때 만화가를 꿈꾸던 소녀시절의 이야기가 믹스된, 그러니까 자신의 이야기가 잘 버물어져 탄생한 소설인듯 합니다. 정말 만화로 나와도 꽤 재미있을듯한 내용입니다.
아야카는 썩 만족하진 않지만 나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서는 만화를 그리며 출판사에 끊임없이 작품을 투고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급히 원고발송을 위해 가던중 한 남자와 부딪혀 원고를 그 남자에게 보이고맙니다. 그리고 출근한 회사에 나타난 바로 그 남자. 바로 그 남자는 아야카의 직장에 새로 부임한 센터장이었습니다. 신임 센터장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버린 아야카는 부끄러운 마음에 이제 센터장을 미행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다 싹터버린 터무니 없는 감정이라니! 센터장은 자신을 스스로 스파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알수없는 센터장과 좌충우돌 아야카의 이야기. 만화같이 깨알같은 재미가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문체도 상큼발랄하고 길지않아 지루하지 않게 후딱 읽을수 있어요. 어찌보면 참 단순하고 그저그런 만화같은 이야기일듯도 싶지만 또 어찌보면 작가자신의 이야기를 십분 반영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라 독자들에게 한발 더 가깝게 다가오는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일과 사랑의 어느 중간즈음에 서 있는 청춘들의 성장드라마 이기도 하여 그들에게 재미와 더불어 조그만 위로가 될듯도합니다.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한편, 포기 비슷한 감정이 내 안에 번졌다. 왜냐면 나는 지나칠 정도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순정만화의 순리라는 것을...아아, 앞으로 갈 것인가, 물러설 것인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몇 년 만에 등장한 사랑의 예감을 앞에 두고, 나는 무심코 넋을 놓고 서 있었다. (107쪽)
물론 편집자도 다양한 사람이 있고, 반드시 좋아서 만화잡지를 편집하는 것만도 아닐 터이다. 그래도 만화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온몸을 던져 일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어떤 스위치를 자극했다. 이것은 멋진 일이라든가 조속한 일이라든가...'일'이라는 똑같은 행위를 두고 그런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152쪽)
이야기의 말미에 아야카가 센터장에게서 느낀 감정을 모티브로 쓰여진듯한 단편 '내가 사랑한 스파이'는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저는 어쩌면 이 단편이 더 흥미진진하게 읽혔다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짧은 단편속에는 진한 로맨스와 약간의 미스터리와 짠한 가족의 이야기가 믹스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도 역시나 만화같은 내용이긴 하지만 재미있게 읽으실 겁니다. 도쿠나가 케이의 책이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앞으로의 작품활동도 기대가 되는 작가입니다. 자신의 꿈처럼 진짜 만화를 한번 써보셔도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