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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를 구한 개 - 버림받은 그레이하운드가 나를 구하다
스티븐 D. 울프.리넷 파드와 지음, 이혁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그레이 하운드. 소형견을 주로 키우는 우리에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대형견종입니다. 한때 우리집이 아파트가 아니고 그냥 주택이었다면 대형견과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워낙에 대형견에 대해 두려움 같은것이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동네에 있는, 가끔 이용하는 애견카페에 가면 달마시안이나 시베리안허스키 같은 대형견은 일단 가까이 가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같이 살면 길에서 큰개를 만나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한번 쓰다듬을수 있는 담력(?)이 생길것 같으니까요. 이 책을 읽으며 대형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때의 로망이 이제는 "꼭, 기필코"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네요.
제목에서 늑대는 이 책을 쓴 저자이자 표지의 그레이하운드인 '카밋'을 멋진 보조견으로 키우신 분입니다. 변호사였던 울프는 허리통증으로 인해 일하던곳에서 해고를 당하고 기온의 영향을 받는 병이므로 가족과도 떨어져 지냅니다. 혼자 외로이 병마와 싸우던중 우연히 경주견으로 길러지다 버림받은 "카밋"이라는 그레이하운드를 만나게 됩니다. 오로지 달리기만을 위해 길러진 카밋은 계단조차 오르지 못하는 견종이었죠. 처음 울프가 카밋을 보조견으로 훈련시킨다고 했을때 모든 사람들은 그를 비웃거나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울프의 눈물나는 노력과 영특한 카밋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그레이하운드 카밋은 멋진 보조견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카밋으로 인해 울프 또한 다시 태어났습니다.
카밋은 경주견 출신 그레이하운드에게서 예측할 수 있는 대부분의 특성을 갖고 있다. 반면에 의외의 모습 또한 엿볼 수 있다. 어쩔 땐 '다 이해해요'라고 속삭이는 듯이 한없이 넓은 이해심을 베풀었다. 소변 보느라 멈춰 섰을 때도 거북할 정도로 한참 동안 날 쳐바보는데 결코 나한테 미안해서가 아니다. 카밋은 정말로 내가 처한 상황을 알고 있었던 거다. 우린 서로 다른 종의 생명체지만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구조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마음속 깊이 서로를 존중하게 됐다. (184-185쪽)
이 책을 읽으며 그레이하운드에 대해, 그리고 경주견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많이 알게 되었지만 정말 가슴아픈 내용도 많았습니다. 보기에만 번듯한 경주견. 이 아이들은 키워지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사육'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소나 돼지처럼. 수많은 개체중에 월등한 아이들은 언제나 단 몇마리 뿐이죠. 그리고 나머지 열등한 아이들은 월등한 아이들의 경주에 들러리로 나가거나, 아니면 크레이트에 갇혀서 사육을 당하거나 버려지거나...참 사람은 정말 잔인한 동물인거 같아요. 얼마전 '혹성탈출'이란 영화에서 인간이 만든 참혹한 우리의 미래를 보았는데 그것이 그냥 소설이나 영화로만 생각되지 않음을 오늘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많은 경견장이 없어지고 경견장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남편은 퇴근후 집으로 오면 자주 말합니다. "우리집에서 나를 반기는건 우리 초코뿐이구나~~~"라구요. 맞긴 맞아요. 다 큰 딸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머리만 내밀고 "다녀오셨어요?" 하고는 쏙 들어가 버리고, 저 역시 침 흘리며 신랑을 반기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초코는 방방방방 거리며 아주 그냥 남편의 혼을 쏙 빼놓습니다. 그러니 어찌 이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하하. 카밋은 울프에게 너무나 헌신적이었습니다. 모두가 부정적이었던 보조견이 된 그레이하운드. 물론 카밋이 다른 그레이하운드 보다 조금 더 특별한 아이일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아...카밋 같은 그레이하운드 한번 키워보고 싶어요. 진짜. 그냥 사랑에 빠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