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깨물기
이노우에 아레노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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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달달한 연애소설을 읽었습니다. 연애소설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달달함인데 그와 더불어 초콜렛이 함께 등장하는 이야기라니요. 기대감 가득안고 읽은 책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이 책속의 이야기들이 오로지 달달하지만은 않았다 라는 결론입니다. 달달함과 함께 남겨진 쌉싸름한 뒷맛은 정말 이 책의 내용과 제목이 참 적절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속에는 일본에서 연애소설로 가장 인기있는 여류작가 6명의 단편이 6편 실려있습니다.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그녀인 에쿠니가오리를 빼고는 5명의 작가를 저는 처음 접해보는지라 사실 제가 애정하는 에쿠니가오리만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봤을땐 이 책에 실린 6편 모두 저에게는 흡족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이노우에 아레노"의 <전화벨이 울리면>과, "노나카 히라기"의 <블루문>이었습니다. <전화벨이 울리면>에서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우연이 마주친 유부녀 교코와 불륜관계에 빠진 대학생. 그는 또래의 다른 여자와 연인관계에 있으면서도 전화벨만 울리면 ​마성에 끌린듯 벨소리에 끌려 교코에게로 달려나갑니다. 자신이 왜 그래야하는지, 그래선 안되는줄 알면서도 끌리게 되는 자신의 본능과의 갈등을 잘 묘사한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서 교코는 그와 차를 탈때면 항상 초콜릿을 먹습니다. 그리고 <블루문>은 어느 바에서 마주친 남자 아다치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유코의 내면을 잘 나타낸 이야기입니다. 둘은 정해지지 않은 날 각자 들른 바에서 우연히 만나 가까워진 후, 다정하게 칵테일을 마시며 여행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언제나 그 끝은 "같이 가자. 나중에"입니다. 하지만 그 "나중"이 언제인지 아무도 묻지않습니다. 그리고 다음 만남이 언제인지 기약도 없습니다. 그들의 남인듯 연인인듯한 관계가 저에게는 참으로 참신했습니다. 여기서 그들은 항상 쇼콜라를 곁들인 칵테일을 함께 마십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양한 약속을 해왔지만, 아직 이런 대화를 나눈 일이 없는 것이다.
"또 만나."
"좋아, 언제?"
사랑의 달콤함 속에는 실은 지독히 복잡하고 번거로운 배합의 향신료가 뒤섞여 있다. 그 하나하나를 맛보는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초콜릿은 알코올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적당히 얼근한 취기가 미각을 예민하게 돋워주고, 그와 동시에 카카오나 향신료의 여운은 혀끝에 적절한 정도로 남겨준다. 그와 함께 별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위스키를 마시고, 쇼콜라를 먹고, 잠시 한때를 보내는 것은 내게는 큰 사치다. (블루문 中)
초콜릿은 정말 사랑과 잘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그 맛은 오로지 사랑만이 비교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야기마다 적절하게 녹여낸 사랑과 초콜릿의 맛은 때론 달콤하고 때론 쓰기도 하지만 그렇게 사랑은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것이겠지요. 누구나 사랑을 하는 방식,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어떻게 보면 사랑만큼 천편일률적인 것도 없지않나 싶을 만큼 사랑은 늘 거기서 거기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흔하고 비슷한 사랑이지만 내가 하면 또 특별한것일지도 모르지요. 여섯작가의 개성이 묻어있는, 같은듯 하지만 제각각인 사랑의 방식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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