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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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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9년 8월의 어느 일요일 영국 웨일즈 지방의 드넓은 해안공원 안에 있는 외진 주차장에서 스완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던 바네사가 흔적도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동행했던 남편 매튜와 애견 맥스는 잠시 산책중이었고 자동차 안에는 바네사의 소지품이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범인은 어린시절 우연히 발견한 자신만의 동굴로 그녀를 납치한 후 숨구멍만 뚫어놓은 상자에 일주일치의 식량과 물만

넣고 그녀를 가둔채 떠나고 만다.

범인인 라이언은 불성실한 생활로 여러직업을 전전하면서 지독한 사채업자인 데몬으로 부터 빚을 얻었지만 제대로 상환을

하지 못해 거의 2만파운드에 달하는 빚에 쫓기다가 결국 납치극을 벌이게된 것이었다.

라이언은 몇 번의 절도와 상해전과가 있긴 했지만 사람을 죽일만큼 악랄한 사내는 아니었다.

빚을 갚기 위해 계획한 납치극도 사실 돈만 받으면 풀어줄 예정이었다. 하지만 라이언은 미처 몸값협상을 벌이기도 전에

예전에 술집에서 저질렀던 폭행죄로 구속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여자를 납치해 동굴에 가두어 놓았다는 고백을 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중처벌이 두려워 그 일을

비밀에 붙인 채 수감되고 만다. 그로 부터 2년 반의 시간이 흐른 뒤, 라이언이 출소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감생활동안 지독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라이언은 제소자와 결연을 맺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라의 보살핌을 받게된다.

노라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고립감에 빠진 물리치료사로 라이언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려 한다.

심지어 그가 출소하자 갈곳없는 라이언을 자신의 집에서 살도록 하면서 영원히 자신의 곁에 라이언을 묶어둘 수 있다고

행복해한다. 하지만 라이언은 수감전에 사귀던 데비를 잊지 못한다.

청소용역회사를 다니던 데비는 오랫동안 라이언을 사귀었지만 그의 불성실한 생활과 범죄를 용서하지 못했고 결국 헤어지기로

했지만 자신의 집에서 그대로 살게 해줄만큼 마음이 넓은 여자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라이언이 출소한 어느 날 거리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심한 절망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오랜기간 연락이 끊겼던 라이언의 엄마 코린 역시 출근길에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의부인 브래들리에게 연락을 받은 라이언은 데비와 엄마의 사건을 사채업자인 데몬이 벌였다고 생각한다.

 

한편 헬스케어잡지사에서 근무하는 지나는 친구이며 편집장인 알렉시아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알렉시아는 네 명의 아이를 둔 엄마이지만 가장의 역할을 하고 그녀의 남편 켄은 선박제조회사의 엔지니어였지만 아내의

사회생활을 돕기위해 가사를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불황으로 잡지사의 사정이 좋지 않았고 잡지사의 회장은 알렉시아를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

지나는 아이를 낳고 결혼생활에 충실한 알렉시아부부를 부러워했지만 몇 년 동안 계속된 스트레스와 빠듯한 살림살이에 지친

알렉시아를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은 오래전 신경질적이고 잔소리꾼이라고 생각했던 엄마의 곁을 떠나 얼른 독립하는게 꿈이었지만 막상 살아온 과정을

보면 수많은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헤픈여자였다는 것이 자신을 더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8년이나 사귀었던 가렛은 재간이 뛰어난 이벤트기획자였지만 허세가 심했고 지나가 쉽게 몸과 마음을 주는 여자라고 떠벌이는 등

큰 상처를 주곤 했었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고 지나는 혼자 남겨져 깊은 외로움에 빠지곤 했다.

알렉시아는 실종된 바네사와 오랜 친구로 홀로 남겨진 매튜를 지나에게 소개해주었지만 3년 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은 아내의

실종으로 삶의 활력을 잃은 매튜의 마음속에 지나가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멋진 외모와 따뜻한 배려심을 지닌 지나의 진면목을 알게된 매튜는 오랫동안 요양원 생활을 하던 장모의 장례식에 지나와

동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바닷가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지나는 주말에 알렉시아의 부탁으로 헬스케어의 부진을 타파할 에세이집을 만들기 위한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었다.

예상치 않게 매튜와 이틀을 보내게 된 지나는 알렉시아에게 양해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그 날 밤 알렉시아의 남편인 켄에게

전화를 받게 된다. 혹시 지나가 자신을 부탁을 들어주기 어려울까봐 초조해진 알렉시아가 사진을 찍기위해 국립공원으로 향한 후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었다. 급히 알렉시아의 집으로 돌아온 매튜와 지나는 켄과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갔다는 말을 듣고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위로했지만 결국 국립공원내에 주차장에서 알렉시아의 차가 발견되었고 그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는다.

3년전 사라져버린 친구 바네사와 똑같이 주차장에서 사라져버린 알렉시아.

경찰은 알렉시아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바네사의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데몬의 채무독촉에 겁에 질려있던 라이언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3년 전 사건을 노라에게 털어놓기로 한다.

 

이미 바네사를 납치한 범인은 라이언임이 밝혀져 있지만 혹시 탈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감.

그리고 알렉시아는 왜 사라졌을까 하는 또다른 사건의 한축이 맞물리면서 도저히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독일작가임에도 영국과 영국인을 작품의 배경과 인물로 설정한 샤를로테 링크는 영국의 음울한 분위기가 소설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씩 상처를 받고 어둔 기억에 묻혀 지내는 사람들의 내면과 심리를 잘 표현하면서도 스릴러의 매력을

기가막히게 뿜어내는 작품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깊은 상처는 잘 보지 못한다.

 

 

알렉시아와 켄의 위태스런 모습은 결국 비극을 불렀고 오랜 세월 위기를 견디던 이성이 탁 하고 끊어지는 순간 인간은 짐승으로

얼마든지 변한다는 이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까지 가기전에 누군가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면..그리고 그 손을 상대방이

잡았다면 억울한 죽음들은 없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나역시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자 오래전 자신이 등을 돌렸던 엄마를 떠올리고 혹시 자신이 엄마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죽음 직전에 가장 후회스러웠던 일들을 떠올린다던가.

영화를 보는 듯 드라마틱하면서도 긴박한 스릴러의 매력이 담뿍 담긴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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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은 내 베스트 프렌드 - 프레너미들의 우정과 경쟁 이야기 샘터 솔방울 인물 16
김학민 지음, 조은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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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의 정의를 보면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라고 되어 있다.

어찌보면 상당히 껄끄러운 상대가 바로 라이벌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나오는 라이벌은 각 시대와 나라를 대표하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의 라이벌 이야기이다.

 

애플 컴퓨터를 세운 스티브 잡스의 라이벌로는 동갑내기로 인터넷 기업 구글을 세운 에릭 슈미트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의 라이벌로는 빌 케이츠를 떠올렸는데 에릭 슈미트라니 좀 의외이긴 하다.

컴퓨터를 만드는 업체와 검색업체가 라이벌 관계가 된 것은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서로 공생관계였지만 슈미트는 구글의 미래를 위해 안드로이드를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경쟁자가 되고 만다.

최신의 IT를 제공받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회사의 경쟁구도가 좀 더 빠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2011년 스티브 잡스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IT의 혁신을 이끄는 라이벌이었다.

 

 

 

1990년 로마 월드컵 전야제 무대에 선 호세 카레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 그리고 나중에 세상을 떠난 파바로티의 공연은

세계인의 가슴을 뛰게 만든 멋진 공연이었다.

특히 호세 카레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는 같은 스페인 사람으로서 누가 더 우위인지 점치기 힘든 라이벌이었다.

같은 무대에 서기도 여러번이었고 정상을 향해 서로를 이끌어주는 견인차 역활을 해주기도 한 사이였지만 진정한 라이벌의

모습을 보여준 감동적인 사건이 있었다.

호세 카레야스가 백혈병에 걸린데다 치료비가 없어 위기에 빠지자 도밍고는 백혈병재단을 설립하여 몰래 카레야스를 도와준다.

덕분에 백혈병을 치료하고 완치된 카레야스는 그의 뜻을 기리는 후원자가 된다. 경쟁자였지만 한 시대를 이끄는 예술가로서

진정한 동지애를 보여준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다섯 살의 나이차에도 서로의 예술을 이해하고 배우려했던 고갱과 고흐의 관계가 없었다면 두 사람의 멋진 작품은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광기를 지닌 예술인들이 그러하듯 존경과 질투가 오가는 미묘한 라이벌 의식은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세종과 문종의 고명을 목숨처럼 지켰던 성삼문과 신숙주의 관계역시 같은 길을 걷다가 서로 다른 길을 택함으로써

운명마저 달리한 경우다. 쉽게 변한다 하여 신숙주의 이름을 붙인 숙주나물이 나올 만큼 후세에 욕을 먹은 신숙주역시

한 살 차이인 성삼문과는 베스트프랜드였지만 수양대군의 왕위찬탈로 인해 정치노선을 달리하게 된다.

끝끝내 충성을 지킨 성삼문이 거열형으로 죽음에 이르는 순간 신숙주는 가슴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소신은 두 사람이 같지 않았을까.

 

얼마전 읽은 책속에 등장했던 다윈과 윌리스는 라이벌이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싶다.

다윈이 진화에 대한 학문적 소신이 확립되었을 무렵 윌리스도 같은 성과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다윈은 윌리스보다 먼저 논문을 발표했고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된다. 다윈은 윌리스의 이름을 공저에 올림으로써

그의 업적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윌리스는 늦게서야 사실을 알았지만 다윈의 연구에 경의를 표했고 평생 다윈을 선배학자로

존경했다고 한다. 전화를 먼저 발명한 벨의 업적을 에디슨이 가로챘다는 평가에 비하면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이상적으로 보인다.

 

나에게도 라이벌이 있었던가 떠올려본다. 성적이 고만고만했던 같은 반 친구가 잠시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을 뿐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만약 내 인생에 선동열과 최동원처럼, 혹은 코코 샤넬과 엘사 스키아파렐리같은 맞수가 있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 않았을까.

진정한 의미의 라이벌은 서로를 끌어올려주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질투와 모함이 없는 진정한 대결을 펼치는 라이벌이라면

분명 자신의 인생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벌없이 고군분투한 내 삶은 조금 싱겁게도 느껴진다.

제목처럼 라이벌은 진정한 베스트 프렌드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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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하우스 - 나무 위의 집
코바야시 타카시 지음, 구승민 옮김 / 살림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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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에 집을 짓고 살아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끔은 물위에 집을 짓고 사는 상상도 해본다.

갇힌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나 소꼽놀이같은 삶을 꿈꿔보면서 지루함을 달래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실제로 나무위에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가 있다.

방송학을 전공한 그가 트리하우스 건축가가 된 이유는 나처럼 달콤한 상상을 즐기는 몽상가적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주로 밀림이 우거진 동남아쪽에서 트리하우스가 발전했던 모양인데 지금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시도되는 건축이라고 한다.

일본은 추운 겨울이 길고 환경적인 조건이 맞지 않아 트리하우스가 발전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소개된 트리하우스는 주거용이라기

보다 힐링을 하는 다실이나 놀이공원정도의 개념인 듯하다.

하긴 아주 어마어마한 나무가 아니면 견고한 주거용 트리하우스를 짓기가 힘들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소개된 우리나라의 트리하우스를 보니 건축이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았다.

주거용 트리하우스로 복층구조였는데 세 평 정도나 될까? 아래층은 부엌과 간단한 거실의 형태였고 이층은 둘이 누우면 꽉 찰

정도의 침대가 놓일 정도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아래층에는 화장실도 있었고 배관은 집밖으로 빼내어 나무 아래로 묻혀있었다.

하지만 수납 공간이 워낙 협소하여 산 아래 창고에 살림살이를 두고 필요할 때만 공수해오는 시스템이었다.

트리하우스의 집주인은 신혼부부였는데 침대위 지붕에 창을 달아 별을 즐기는 모습은 참으로 부럽게 다가왔다.

다만 물품 조달을 위해 집과 산아래를 오르내리는 신랑의 모습이 안쓰럽긴 했지만.

이제 우리의 집문화도 다양한 시각을 반영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상을 떠난 딸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지은 트리하우스는 주거용 주택 바로 옆이라 훨씬 효용이 높아 보인다.

분위기 좋은 저녁 사랑하는 사람과 차를 마시거나 술을 한잔 하는 공간으로...가끔은 손자들의 놀이터로..

아주 색다른 느낌의 트리하우스를 보노라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집 주변을 둘러봐도 트리하우스를 얹을 만큼 큰 나무도 없지만 물에 떠내려온 유목을 이용한 누에고치를 닮은 자그만

트리하우스정도라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마치 엄마의 자궁을 향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 집이 바로 트리하우스가 아닐까?

시원한 바람이 지나는 나무위에 정갈한 차를 한 잔 들고 올라가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이왕이면 사계절 내내 지낼 수 있는 멋진 트리하우스를 갖고 싶은데...코바야시 타카시씨 가능할까요?

우리나라에서 트리하우스를 지으려면 어떤 법적인 절차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책 뒷면에 간단하게 트리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비법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시도해 보시길...그리고 초대를 기다려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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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름으로 2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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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는 영원히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사랑으로 앨마는 행복한 결혼을 꿈꾼다. 괴팍한 핸리마저 앰브로즈의

선함을 인정하고 결혼을 허락한다. 하지만 화이트에이커의 재산은 절대 탐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미 폐경을 지난 마흔 여덟이라는 나이로 결혼을 하게된 앨마였지만 그동안 자신이 꿈꾸었던 남녀의 결합에 대한

설레임으로 첫날밤을 맞게 된다. 하지만 앰브로즈는 그녀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한 후 잠이 들고 만다.

신혼 초야의 기대가 무너진 앨마는 혹시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 절망에 빠지지만 무심한 앰브로즈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만 충만할 뿐 절대 결합할 생각이 없다.

몇 달 후 저녁 식사 전 목욕을 하겠다는 앰브로즈를 따라 목욕탕으로 향한 앨마는 알몸으로 앰브로즈에게 향한다.

혹시 그의 성기가 문제가 있나? 하지만 그는 정상적인 모습이었고 다만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라 그녀를 밀어내게

된다. 모욕을 느낀 앨마는 당장 별채의 손님방으로 그를 쫓아내고 자신의 결혼이 시작도 하기전에 막을 내렸음을 깨닫는다.

 

앰브로즈는 육의 결합이 아닌 정신적인 결합에 더 의미를 두는 순수한 남자였다.

결혼 전 앨마를 잘 이해시켰다고 믿었던 앰브로즈는 앨마의 절망으로 상처받고 그녀의 지시대로 바닐라농장이 있는 타히티로

떠나게 된다. 앰브로즈를 만나 온통 세상이 장미빛이었던 때에 그녀의 에너지는 넘쳤고 학문은 빛을 발했었다.

하지만 사랑이 사라지고 그가 떠난 후 화이트에이커의 마굿간에 꾸며진 자신의 서재에 갇힌 앨마는 죽음과도 같은 어둠에 휩싸인다.

1851년 5월 타히티 마타바이만에서 37년 째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프랜시스 웰스 목사로 부터 앰브로즈가 감염으로 숨을 거두었다는

편지를 받는다. 앨마는 깊은 충격에 빠졌고 아버지의 병은 점점 깊어만 갔다.

그로 부터 다섯 달 뒤 앨마는 아버지의 충실한 부하인 딕 얀시로부터 앰브로즈의 작고 낡은 가죽가방을 전달받게 된다.

그 가방속에는 앰브로즈가 남긴 그림들이 남아있었는데..뒷면에 내일 아침이라고 씌여진 나체 남자의 그림을 보고 경악한다.

앨마는 앰브로즈가 남색이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그 해 가을 제왕이었고 폭군이었던 핸리가 세상을 떠났다. 오래전 결혼으로 떠나간 양딸 프루던스와 한네커에게는 한 푼도

유산도 남기지 않은 채 모든 재산은 앨마에게 남겨졌다.

장례식이 끝난 후 오랜세월 화이트에이커를 진두지휘해왔던 한네커는 오랜 비밀을 앨마에게 전하게 된다.

프루던스가 왜 아무 연애감정도 없던 가정교사인 아서 딕슨과 결혼했는지...조지가 갑작스럽게 레타와 결혼했는지도.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줄 몰랐던 프루던스는 음탕한 생모의 아름다움을 물려받는 자신의 외모가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어느 날 앨마가 조지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 하던 날 표정없이 듣고 있었던 프루던스는 사실 조지를 사랑하고 있었다.

조지 역시 프루던스를 사랑하고 청혼했지만 프루던스는 앨마를 생각해서 거절하고 만 것이었다.

 

자신의 판단을 믿어왔었고 모두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사실은 자신을 배려했던 일을 알게된 앨마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자신이 당연하게 누려왔던 부가 온전히 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화이트에이커를 노예해방을

위해 헌신하던 프루던스에게 상속하고 앰브로즈의 유일한 유품인 가방속에 있던 그림의 비밀을 찾아 타히티로 떠난다.

 

왜 앨마는 자신의 아버지인 핸리가 평생 쌓아두었던 부를 버린 채 자신을 배신하고 쫓겨난 앰브로즈의 그림에 집착했던 것일까.

아름다운 소년의 나체에서 남색의 기미를 찾아낸 앨마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믿었던 앰브로즈에게 무엇을 증명받고

싶었던 것일까. 태어나서 한 번도 화이트에이커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던 앨마가 원시의 타히티라니..

 

생각대로 타히티는 문명과는 정반대인 세상이었다. 모기와 도마뱀과 질병과 소통의 부재인 땅에서 앨마는 소년의 흔적을

찾기위해 애쓴다. 앰브로즈의 사망소식을 알렸던 웰스 목사는 기독교신앙의 고루함에서 벗어나 타히티만의 기독교로 많은 사람들을

개종시켰고 그의 선교로 또다른 목사가 된 양아들중에 그림속의 남자가 있음을 알게된다.

타히티 전사의 전투를 이끌었던 웅변가의 아들이었던 '내일 아침'-본명의 어감이 tomorrow morning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

을 통해 앰브로즈의 죽음의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세상에세 유일하게 자신을 여자로 사랑했던 앰브로즈의 사랑은 한 마디로 아카페적인 사랑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에로스를 배제한 교감을 이해하지 못했던 앨마는 깊은 상처로부터 회복되고..

어머니의 고향인 네덜란드로 향한다.

 

어머니가 태어나고 자랐던 호르투스 식물원에는 외삼촌이 책임자로 있었다.

앨마는 처음 만난 데이스 삼촌에게 그동안의 논문을 건네며 식물원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끼를 연구하는 선태학자로서 앨마는 획기적인 논문을 완성하게 된다. 논문에 감동한 삼촌은 그녀를 받아들이고 그녀의 논문을

출판하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앨마는 자신의 논문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판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녀가 미완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같은 생물종이면서 진화와 도태를 반복한 인류가 왜 이기적인 생물들처럼 살아가지 않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었다. 프루던스와 앰브로즈가 그랬던 것처럼...자신의 삶은 포기한 채 이타적인 삶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아름답거나 뛰어나거나 독창적이거나 우아한 사람이 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니었다. 살아남는 이는 때로 가장 가차

없거나 운이 좋거나 고집스러운 사람이었다. 변화를 감당하는 비법은 가능한 한 오래도록 삶의 시험을 견디는 것이었다.'-331p

 

'종의 기원에 관하여'를 쓴 다윈과 그와 같은 이론을 정립한 윌리스는 앨마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었다.

다만 다윈은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논문을 발표하여 영웅이 되었고 다윈을 존경했던 윌리스는 그를 위해 논문을 포기했을 뿐이다.

앨마 역시 그 두사람이 영광을 차지하도록 자신의 논문을 영원히 묻게된다.

여성에게 학문이 금기시되던 시대..세상을 놀라게했던 대학자와 같은 반열에 서있었다는 것으로 그녀는 행복을 느꼈다.

 

이 소설은 아직 여성의 영역이 좁았던 시대 막대한 부와 부모의 정성으로 자신을 길을 찾았던 한 여성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꽃처럼 아름다워야만 주목받았던 시대에 못생긴 외모였지만 좀 더 아름다운 학문으로 자신을 드러냈던 앨마의 생을 통해 삶의 시험을

견디고 살아남은 진정한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보다 아름다웠던 프루던스와 레타는 결코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했었다.

이기적인 삶으로 살아남은 수많은 생물종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타적인 삶으로 생존경쟁에서 스러진 인간들을 대비하면서

펼쳐지는 스토리가 아주 이색적인 느낌이다. 자칫 지루할지도 모를 과학에 관한 저자의 안목에 탄복하게 된다.

앨마가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의 반바퀴를 도는 여정 또한 상당한 지식없이는 구현되기 어려운 대목들이다.

앰브로즈의 신비로운 난초화에 못지않은 삽화가 곁들여진 이 소설을 이틀만에 읽었을 만큼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소심하지만 순수했던 사랑과 도덕이 강조된 시대에 꿈틀거리며 솟구치던 성적인 욕망들..

200여년 전의 세계정세를 꿰뚫어 풀어낸 여정또한 놀랍다. 저자는 상당한 과학적 지식을 탐구했을 것이다.

타히티 해변에서 포효했던 앨마처럼 저자는 '모든 것의 이름으로'라는 책으로 자신을 입증했다.

성년을 맞은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던 민음사의 의도가 얼마나 적절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 감명깊은 소설이다.

세상을 향해 한 발을 내 딛는 여린 여성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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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름으로 1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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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핸리 휘태커는 1760년 영국 런던 템스 강 유역의 리치먼드 마을에 있는 큐 가든 공원의 과수원지기의 여섯 아들중 막내로

태어났다. 도덕적이고 무력한 아버지와 거친 형들과는 다르게 영민하고 부에 대한 욕심이 과했던 핸리는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귀족인 조지프 뱅크스경의 가든에서 도둑질을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왕립 식물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조지프 뱅크스는 세계각지를 돌며 희귀한 수목을을 모았고

세계각지의 식물학자나 부유한 사람들은 그 수목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죽어가는 사과나무를 살려낼 정도로 유능한 아버지를 둔 핸리는 수목원의 귀한 수목들이 돈이 될 것을 알았고 몰래 훔쳐내어

팔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잠든 줄 알았던 아버지가 깨어나 현장을 보고 조지프경에게 고백하는 바람에 핸리는 조지프경에게

끌려가게 된다. 당시 도둑질을 큰 사회적 범죄로 교수형에 당할 정도로 엄한 처벌이 뒤따랐다.

핸리는 타고난 배짱으로 조지프경에게 도둑임을 당당히 밝히고 자신이 얼마나 재능이 많은 사람인지를 피력하게 된다.

확실히 무식한 고용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간파한 조지프경은 자신이 살려낸 아이가 과연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핸리를 쿡선장의 배에 태워 3년이란 기간동안 세상을 돌아보게 한다.

조지프경을 능가하는 신사가 되고 부자가 되기위해 핸리는 힘든 항해와 거친 선원들의 장난을 이기고 아직 원시를 간직한 세상을

돌며 귀한 식물과 수목들을 채취하고 기록하게 된다.

3년 뒤 조지프경에게 당당하게 돌아온 핸리는 다시 페루로 떠나게 된다. 당시 세계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로 유일하게 인정받던

기나나무의 가치를 알아본 핸리는 좀 더 많은 채취를 위해 환경조건이 비슷한 인도에서 키워보기로 결심한다.

영국으로 돌아온 핸리는 조지프경이 자신의 업적을 알아주고 왕립학회 회원으로 추천해주길 부탁하지만 조지프는 단번에

거절한다. 화가난 핸리는 그동안 도둑질했던 돈과 임금을 모아 네덜란드로 떠나게 된다.

 

6년 뒤 핸리는 부자가 되었고 자바에 있는 기나나무농장은 번창하고 있었다.

서른 한 살이 된 핸리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하기로 하고 영리하면서도 정숙한 네덜란드인 아내 베아트릭스 반

데벤데르를 맞이하게 된다. 처가의 극심한 반대에 두 사람은 반 데벤데르가와 인연을 끊기로 하고 미국으로 향한다.

1793년 초에 필라델피아에 도착한 핸리부부는 화이트에이커라고 명명한 성을 짓고 거대한 부를 쌓아나간다.

1800년 1월 5일 자식운이 없었던 핸리부부는 몇 번의 실패끝에 유일한 핏줄인 딸 앨마를 얻는다.

앨마는 화이트에이커의 유일한 공주였고 세상은 온통 그녀의 것인 양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사실 앨마는 붉은 피부를 가진 못생긴 아이였다. 하지만 영리한 머리를 가진 앨마는 엄마인 베아트릭스의 엄격한 교육으로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라틴어까지 능통한 아이로 자라게 된다.

 

핸리가 꾸며놓은 아름다운 온실과 정원에 둘러쌓인 앨마는 식물학공부에 재능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핸리 부부는 화이트에이커의 수석 정원사가 음탕했던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하자 그녀의 딸인 폴리를 입양하여

프루던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동갑인 앨마와 자매처럼 키우게 된다.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프루던스는 외로 컴플렉스가 있던 앨마에게 열등감을 불러일으키고 프루던스 역시 뛰어난 머리를

지닌 앨마에게 주눅이 든다.

 

거대한 화이트에이커의 성에 유일한 또래인 앨마와 프루던스는 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그러던 중 이웃에 엉뚱 발랄한 아가씨 레타가 그녀들의 친구로 등장하게 된다. 예쁜 외모를 지녔지만 조금 모자란 듯한 레타는

경직된 화이트에이커에 웃음을 선사하는 선물이 된다.

 

앨마는 출판업자인 조지와 책을 출판하면서 교류를 해오고 있었다. 그의 뛰어난 지성에 매력을 느낀 앨마는 그를 사랑하지만

소심한 성격에 내색을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의견을 결코 말하지 않던 프루던스는 자신들의 가정교사였던

딕슨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동안 둘 사이에 연애가 있었다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터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앨마가 사랑했던 조지 역시 그녀들의 앵무새 친구 레타와 결혼한다고 선언한다.

앨마는 프루던스와 레타의 결혼에 절망하고 만다.

자신이 사랑했던 조지가 사랑하는 친구 레타와 결혼한다는 충격과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으로 상처받지만 엄마의 충직한

하녀이며 자신의 유모인 한네커의 조언으로 다시 힘을 낸다.

 

사실 앨마는 핸리의 욕심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끌어모은 도서를 정리하는 중에 발결한 '쿰 그라노 살리스'라는 책으로

인해 성의 신비를 알게 되었고 자위를 통해 엄청난 쾌락을 즐기고 있었다.

어두운 제본실에서 몰래 자위행위를 하면서 그녀는 늘 죄책감을 느꼈고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맹세했지만 유혹은 너무 강렬했다.

하지만 못생긴 자신에게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떳떳한 성을 누릴 수 있을리라는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앨마는 깊은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새로운 식물학에 몰입하게 되는데 바로 이끼였다.

조용하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이끼에 매력을 느낀 앨마는 화이트에이커의 온실과 저택뒤의 울창한 숲에서 이끼를 채취하고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학문을 키워나간다.

그런 그녀에게 조지는 난초 석판화를 보여준다. 그 그림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실물과 똑 같았다.

그 석판화를 그린 사람은 바로 앰브로즈 파이크로 16년간 밀림을 떠돌면서 식물을 연구하고 그림을 그리다가 최근에 메사추세츠로

돌아온 남자였다.

그의 그림에 깊은 감동을 느낀 앨마는 그의 그림출판을 돕기로 하고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에 이른다.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린 앰브로즈는 선한 영혼과 배려를 지닌 따뜻한 사람이었고 앨마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하버드를 다니다가 정신병자로 몰려 밀림으로 들어간 앰브로즈는 신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간 남자였고 그를 통해 정신적인 교감을

느낀 앨마는 그와 결혼을 결심한다.

 

지금부터 200여년 전 막 과학이 세상에 증명되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여전히 질병은 수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시기에 부에 눈을 떠

엄청난 부를 축적한 아버지를 둔 앨마가 감옥과도 같은 화이트에이커에서 학문에 눈을 뜨는 과정이 펼쳐져 있다.

모든 걸 가졌지만 소심하고 영민했던 앨마가 세상과의 소통보다는 성안의 식물들과 교감하는 편이 훨씬 더 자유로왔을 것이다.

엄격한 어머니의 교육으로 지적인 능력과 자제심을 익힌 앨마에게 유일한 핸디캡은 큰 키에 우람한 체구, 그리고 못생긴 외모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첫사랑이었던 조지가 친구인 레타와 결혼하자 깊은 절망에 빠졌던 앨마는 새로운 이끼공부로 자신을 추스리게 되고

맑은 영혼과 깊은 신앙심을 지닌 앰브로즈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녀의 인생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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