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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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다보면 누군가의 조언이 간절할 때가 있다.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등대불이 되는 그런 간절한 단어들.

바로 이런 순간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흘러나오는 노래가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거나 지금 강렬한 사랑을 하고 있거나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그런 마음들이 들어있는 가사가 훅 들어오는 경험이 누구든 있을 것이다.


긴 이야기도 좋지만 이렇게 짧은 잠언들은 더 마음속에 깊이 와 닿기도 한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이제 내 인생도 반 넘어 산 셈인데 살아도 연습이 안되고 막막해지는 순간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여전히 여물지 못한 것은 아닌지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이런 잠언들이 내 손을 잡아 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되곤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세상 사는 일이 조금쯤은 쉬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놀라웠다.

아직도 흔들리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이 다가올 때 마다 간절한 처방전이 그리워진다.

엊그제도 최근 일어난 사건 때문에 마음이 힘들어 정신과를 찾아야 하나 고민중이었다.

산다는 일은 스트레스의 연속. 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그럼에도 또 희망을 품어가면서 버티는 것이 아닐까.

이런 나의 일상들이,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다독여주는 짧은 글들이 있어 잠깐이나마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


딸같은 아이가 최근에 정말 힘들게 일했던 직장에서 말하자면 배신을 당한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 새벽에 출근해서 너무나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힘들게 일했지만 승진에 탈락하고

말았다. 리더의 마음에 들기위해 정말 자신을 소모하면서 일했는데 어이없이 내치는 격이 되고 보니 배신감이 밀려왔다고 한다.

잠을 이룰 수 없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고 인생마저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정말 상대방과 소통해 본다면 '배신'이 느껴지는 상황을 자주 마주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때로 정답 비슷한, 내가 정당하지 않았더라도 나를 좀 지지해주는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싶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친구같은 존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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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사 다이어리 - 서울대 의대생의 미국 볼티모어 레지던트 도전기
김하림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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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미국의사 수련기에 저자의 의지와 노력이 기특하게 여겨졌다. 이 길을 걷고자 하는이들에게는 안내기가 될 것 같다. 저자의 미래에 이 3년간의 시간이 큰 길잡이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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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사 다이어리 - 서울대 의대생의 미국 볼티모어 레지던트 도전기
김하림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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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미국에서 공부했던 시간들이 많이 떠올랐다.

저자가 그토록 지내고 싶었던 LA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내가 다니고 싶었던 학교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지 특별히 LA에 매력을 느껴서 지냈던 것은 아니었다.

저자가 머물렀던 볼티모어보다는 덜하겠지만 역시 치안은 한국에 비해 좋지 못했는데 지금은 더 나빠졌다고 하니 점점 아메리칸 드림이 시들해지겠구나 싶다.

그래도 역시 누군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고 저자처럼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동감해주고 싶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랜 시간이 흘러 느꼈던 것은 공부 그 자체보다 도전했다는 자부심이 더 많이 나를 좋은 미래로 이끌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수련을 한 병원이 2차병원으로 백인들에게는 그닥 인기가 없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과 소통했던 시간들은 더 소중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우리나라보다 시간적으로 더 여유가 있었을 수련시간이었겠지만 역시 언어적으로나 다른 체계에서의 적응때문에 수련시간들이 더 쉬웠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세계 곳곳을 여행해보는 경험을 그 병원에 모인 동료들로 부터 간접적으로 체험해본 좋은 기회였다고 단언한다.


최근 한국은 새로운 의료체계 구성에 따른 의료파업으로 국민들도 의료인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과도한 일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는데 이 문제는 정말 극복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들게 예약잡아서 의사를 만나 고작 3분 진료를 하는 체계가 온당한 것일까.

그런점에서 하루 15명을 진료한다는 미국의 진료체계가 놀랍기만 하다. 그런 진료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충분하다니 이런 체계라면 의사로서 미국행을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미국생활을 하면서 유학생으로서 보험가입이 쉽지 않아 웬만한 병은 그저 이겨내려고 했었다.

당시 치통때문에 상당히 고통스러웠음에도 병원에 가지 못했던 기억때문인지 미국의료정책에서 외국인이나 단기 방문자들에게는 혜택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의료보험가입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거의 모든 비용이 보험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보험회사마다 적용방법이 달라 충분한 정보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히 불편한 것 같다.


저자의 3년동안의 수련의 기간이 정말 꼼꼼하게 잘 그려진 북툰이었다.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이나 도전의식도 돋보였지만 웹툰작가로도 소질이 충분해보인다.

3년이란 기간의 시간동안 가장 많이 등장한 고민이 바로 미국과 한국, 어디에 정착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어서 나 역시 졸업후에 겪었던 고민과 겹쳐졌다.

저자는 대도시가 좋고 가족들과의 만남도 소중히 여기는 스타일이어서 나처럼 한국으로 돌아오는게

낫지 싶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년동안 본국에 돌아가는 것이 영주권 취득에 필요한 요소이기도 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니 그 시간동안 다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어디에 있든 이 도전을 잘 해냈으니 미래 역시 탄탄하게 전개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의학적인 공부 말고도 인생공부가 더 많았다는 것을 아마 저자도 인정했을 것이다.

이 3년의 시간이 저자에게 어떤 초석이 될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미래 저자가 해낼 다른 도전역시 기대가 된다. 돈 많이 버는 의사도 좋지만 사람을 구하고 재능을 베푸는 멋진 의사가 되길 응원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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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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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이 그 비밀의 문을 열어 세상에 존재를 알린 것은 불과 115년 전의 일이다.

그전까지 북극은 에스키모의 나라였고 북극곰의 나라였으며 일각고래와 사양소의 나라였다.

인간은 늘 열지 못한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그득했으며 덕분에 문명을 일군 역사는 무궁무진하다. 피어리가 북극점에 성조기를 꽂기 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북극의 문을 열려고 도전했을 것이다.


불모의 땅처럼 느껴지는 그 척박한 곳을 왜 인간을 굳이 열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기후위기의 지구를 대표하는 땅이 되고 말았다. 이미 북극의 빙하 상당수가 녹아내렸고 추위에 생존하게 진화했던 북극곰들이 죽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동토의 땅이 녹으면서 그 안에 숨어있던 끔찍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속속 세상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인 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가 들려주는 북극의 이야기는 닿지 못한 세상에 대한 보고서이고 신비한 세상에 대한 동화이고 모든 상상이 깃든 추상화이다.

아마도 숨져가는 북극이 그를 통해 자신의 역사와 삶에 대해 고백한 것은 아니었을까.


배리가 바라본 북극은 고요했지만 생동감 있고 추웠지만 뜨거웠다.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극한의 추위에서도 인간은 살아왔고 동물들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제 그 생명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제 다시 문을 걸어 잠근다해도 도저히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비극이다.

살이 빠진 북극곰이 먹이를 찾기위해 인간이 사는 세상으로 내려와 서성거리는 모습에서 인간의 탐욕이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 극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자연주의자가 본 북극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신비스럽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기에 충분했다.

평범한 인간은 볼 수 없는 북극만의 내밀한 모습과 은밀한 속삭임에 경탄이 절로 나온다.

긴 글로 쓴 詩라고나 할까.

아마도 이 놀라운 책은 북극과 인간이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인류의 역사서로 남을 것이다.

수줍었던 북극의 시간들이 더 오래 계속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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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내게 안아봐도 되냐고 물었다 - 찬란하고 고통스럽게 흩어진 언니의 삶 그리고 조현병
카일리 레디 지음, 이윤정 옮김 / 까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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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은 가슴에 상처가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기도 하지만 오랜시간, 살아가는 모든 순간 그 기억속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여섯살 차이가 나는 언니를 떠나보낸 카일리도 그랬다. 더구나 스스로 사라져버린 언니라니.


다소 소심하고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았던 카일리와는 다르게 언니 케이티는 고집도 세고 언제나 리더처럼 누군가를 이끌었고 외모도 매력적인데다 제발 동생을 낳아달라고 부모님을 졸라 결국 소원을 이루어낸 멋진 사람이었다. 그렇게 케이티의 동생, 카일리가 태어났고 언니는 소중한 보물처럼 카일리를 보살폈고 사랑했다.


언니의 성격이 조금씩 변하는걸 느꼈지만 단순히 사춘기의 변화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불행을 막지 못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자주 화를 내고 폭력적이 되어가는데도 부모님은 물론 카일리조차 언니가 조현병일 거란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조현병은 유전일까. 아니면 언니가 몇 번의 뇌진탕을 겪으면서 후천적으로 온것일까. 카일리는 언니가 사라진 이후 이 문제를 곱씹어 보곤 한다.


무심했던 아빠와는 달리, 엄마는 언니의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시키려 노력했었다.

언니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생기면서 카일리도 언니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이, 딸의 병을, 언니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벽이 되었다.

조현병을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심리치료도 그닥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약물치료는 외모를 급격하게 변화시킬만큼 살을 찌우게 했고 무기력을 가져왔다.

이제 언니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나. 선택하는 일을 할 수는 있을 정도로 분별력이 남아있었을까.


열 일곱 생일파티를 3일 앞둔 어느 날, 언니는 사라졌고 남겨진 카일리의 가슴에는 주홍글씨처럼 상처가 남는다. 심리치료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심령술사들을 찾아가 사라진 언니를 만나고 싶어했다.

대부분 사기꾼이었지만 가장 마지막에 만난 심령술사는 숫자 11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건 언니와 카일리만 알던 숫자였다.

'이제 언니의 실종이 자기탓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네 길을 가라'고 언니가 말했다는 말에 더 이상 심령술사를 찾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실제 언니의 영혼이 심령술사를 찾아와 정말 그렇게 메시지를 전했을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든 만나게 되는 숫자 11때문에 언니를 떠올리게 되고 떠나보내지 못했던 마음에 한 줌의 희망이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무거움을 글로 하나씩 덜어냄으로써 카일리는 점차 보통의 일상을 회복해나간다. 그렇게 이 책이 탄생되었다.

참 가슴아픈 스토리이다. 조현병의 발병원인부터 왜 하필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원망하는 마음부터 혹시 언니의 실종에 내 탓은 아니었는지 끊임없이 묻는 카일리의 모습에 가슴이 시렸다. "한번 안아봐도 돼? 카일스?"

언니와 가장 마지막으로 나눈 말과 그 날의 포옹이 늘 가슴에 고여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들이 카일리와 그녀의 부모님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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