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 메모리즈 - 뽀짜툰 연대기, 8장의 빅 스티커북, 표지 일러스트 3장, 작가 사인과 후기(인쇄)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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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마다 고양이가 넘친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섬에는 고양이 천지라 생선을 말릴 때에도 대를 세워 꼭대기위로 올려야 하고 음식쓰레기를 하도 뒤져서 간수를 잘해야한다. 어찌된게 고양이수는 날로 증가해서 사방이 고양이 울음소리인데 특히 발정이 시작되면 잠을 못잘 정도로 동네가 시끄러워진다. 해결방법이 없는걸까.


동물에 대해 심적인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집안에서 동물을 기른다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다.

7년 전 슬그머니 우리집에 들어온 강아지 한 마리가 내 인생을 싹 바꾸어놓을 줄을 그때는 몰랐었다.

스피츠종인 우리 토리는 겨우 젖을 뗀 아기였는데 어찌나 작은지 도토리같다고 해서 토리라 이름을 지어주었다. 당시에도 우리집에서 키울거란 생각은 못했고 키워줄 사람들을 수소문했었다.

지금생각하면 강아지를 무지 좋아하는 울 남편은 아예 입양보낼 생각이 없어 수소문 하는 척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 이틀 임보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 가족이 되었는데 이제는 우리집

대장, 아니 상전이 되어 우리를 지휘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 이 툰의 주인공 작가역시 시작은 나와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길에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하고 또 누군가 버려진 고양이를 봤다고 하면 달려가 품에 안아드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기는 커녕 왜 난 마음이 조마조마했을까. 뽀또와 짜구가 들어올 때만 해도 키우면 좋겠구나 했다. 그런데 이어서 쪼코와 포비, 봉구에 꽁지까지 줄줄이 집에 들어올 때 왜 내 가슴이 쿵쿵거렸는지 모르겠다. 고양이 기르는걸 싫어하던 부모님들도 결국에 가족으로 받아들여 주셨는데 말이다. 독립하여 산다면 고양이를 몇마리 키우든 선택이지만 다른 가족들이 함께 해야한다면 동의가 반드시 필요할테고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손이가고 정성이 필요한지 알기에 걱정부터 앞섰던 것이다.


그렇게 들어온 귀여운 고양이 새끼, 똥국자가 너무 이르게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부터 눈물꼭지가 열리더니 뽀또와 짜구, 쪼꼬까지 하늘나라로 떠나는 장면에서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책을 덮고 싶었다. 반려동물들의 수명이 대략 15년 내외라고 한다. 오래사는 경우 20년 정도 살기도 하지만 사람의 수명에 비해 너무 짧은 것이 정말 안타깝다. 우리토리도 7년이 되었으니 아주 오래 산다고 해도 10년 정도의 시간만 남은 것이다.

뽀또와 짜구는 수명보다 조금 일찍 엄마와 이별을 한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다. 고작 13년을 살다니. 한 5년쯤 더 살수도 있지 않았을까.


토리와 산책을 나가보면 요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공원에 반려동물들과 집사들이 바글바글하다. 사람과는 다르게 반려동물들은 나이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새끼인 경우는 구별이 가능하지만 성견이나 성묘인 경우 나이 짐작이 어려운데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 진갑 다 지난 아이들도 있고 사람처럼 심장병이나 당뇨, 암을 앓는 아이들도 있어서 가슴이

아프다. 누군가는 펫로스 증후군으로 인해 다시는 반려가족을 만들지 않는다는 분도 있고 치료비며 장례비에 수백만원이 들어갔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한다.

아이가 병에 걸리면 나는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주겠지만 짜구처럼 너무 고통스러워한다면 나도 안락사를 선택하지 않을까. 아아 상상만으로도 너무 슬퍼서 힘들다.

20년에 걸친 집사의 일상들은 아름다웠다.

나라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일상들을 잘 해낸것 같아 기특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

유리씨가 가족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냥이들은 아마 힘들게 살다가 일찍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지도 모르고 길냥이로 추위와 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을 것이다.

사람들에게도 인연이 있듯 동물에게도 인연은 있다고 믿는다. 토리가 내 아이가 된 것처럼 유리씨가 만난 귀여운 냥이들도 운명이었을 것이다.

먼저간 냥이들은 지들끼리 잘 놀고 잘 지내고 있을거라 믿는다. 마음아파하지 말고 만날 날을 기다려 보자구요. 마음 따뜻한 집사의 좌충우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일상들 넘 재미있게, 감동있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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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척해도 오십, 그래도 잘 지내보겠습니다
서미현 지음 / 그로우웨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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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기 보다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나마 딱 공평한건 바로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졌고 다만 그 시간을 12시간만큼 쓰거나 48시간만큼 쓰는 재주는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하나 바로 늙어가는 일이다.


물론 이 늙음도 누군가에게는 살짝 비켜가기도 해서 동안으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팔십먹은 노인이 이십세처럼 보이는건 아니니까 비교적 공평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인간의 수명이 40세정도인 시대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100세시대라고

말한다. 아마도 20~30년 후면 150세 시대가 올지도 모를일이고.

암튼 지금 시점으로 오십이라면 딱 절반의 삶을 산 셈인데 노년은 물론 아니고 중년이라고 표현하면 될 나이다. 나도 그 나이를 지나왔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지나갈 고개, 오십!


공평한 시간이지만 나이대별로 실감되는 속도감은 좀 다른것 같다.

20, 30대의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것 같았고 마흔쯤 다다르니 조금 여유를 느낀 것도 같았다. 오십에 이르렀을 때, 아마 이 때가 인생의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았다.

일단 신체적으로 여러가지 노화현상이 느껴지는데 가장 큰 이상이 바로 갱년기이다.

열감을 느끼거나 불면을 느끼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손붙잡고 같이 온다.

중년의 끄트머리여서 그랬을까. 숫자에 6자가 붙을 때까지 이상하게 불안한 시간들이었다.


여기 한 때는 잘나가던 카피라이터였고 지금은 환자돌보미에 주부에 열일하게 된 오십의 언니가 겪는 오십의 고개는 어떤 색인지 호기심으로 선택한 이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이 웃고 꽤 많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피라이터 출신답게 글이 간결하면서도 한 방의 유머가 있었다.

자조적인 곁들임같은 넋두리글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쿡쿡 웃음이 터져나와 쑥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녀의 오십은 처량하지도 않았고 가끔은 독박주부일에 열일하기도 하고

투석치료를 해야하는 팔순의 엄마를 돌보며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다정스럽게 다가왔다.


병든 노모는 혼자 남아 살아갈 늙어가는 딸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겠지만 살아보니 누가 곁에 있어도 외롭고 때론 성가실 때도 많다. 다만 나 역시 이러저러한 치료를 위해 병원을 드나들면서 보호자역할을 하는 자식이 있음을 감사한 순간이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면 나는 결혼은 안해, 물론 자식도 안낳을거고...그러다가 오십, 육십, 칠십에 혼자 병원을 들락거리는 내모습을 상상하면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마흔 언저리에 다다른 딸내미는 강아지만 우쭈쭈 끼고 살면서 연애도 안하고 결혼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데 나는 결혼하라고 닥달하지 않는다. 다만 연애는 좀 해보지 그래.

저출산문제가 심각한데 그 전에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부터가 문제다.

물론 혼자, 제대로 잘 살 자신이 있다면 독신으로 사는 것도 찬성이지만 경제적, 정신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 잘 할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짱짱하던 몸도, 마음도 나이들어 느슨해지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지거나 의지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오십이면 결혼에 대한 생각은 아예 접었을 것이고 슬픈일이겠지만 언젠가

노모도 떠나고 나면 진정한 '싱글'이 되는데 그 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아마 본인이 제일 많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절대, 네버, 오지랖 넓은 꼰대가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오십의 고개를 넘어서면 무릎이 시려오는 육십이 있고 마음이 시려오는 칠십이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잘 기억했다가 씩씩하게 잘 넘어오시길...

인생에 대해, 나의 오십에 대해 추억해보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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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고려사 : 고려거란전쟁 편 - 알고 봐도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
박종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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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KBS 역사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보면서 역사는 전쟁에 의해 진화, 혹은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빛났던 인물은 당연히 강감찬역을 맡은 최수종 이었지만 새로운 인물 '양규'의 등장은 정말 영웅의 발견이라고 할 정도였다.


조선의 역사는 '조선왕조실록'에 의해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역대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다룬 시기인지라 왕들의 이름까지 외울정도로 익숙하지만 '고려'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그닥 많이 알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고려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왕건이 건국한 나라 '고려'가 '고구려'의 정신을 이어받았고 건국당시부터 왕권이 불안하여 왕건은 세력이 막강했던 호족들의 딸들과 결혼을 하면서 왕권을 지키려 했다는 사실외에도 문신의 막강한 권력이 결국은 무신의 반란으로 이어져 멸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더불어 인기리에 막을 내린 '고려거란전쟁'의 세세한 스토리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대화체로 되어있어 글자를 보는것이 아니라 유튜브를 시청하는 느낌이랄까.


서희장군이 외교 담판은 고려사를 모르는 사람도 알만큼 유명하지만 그 속사정에는 거란의 속셈과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설명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아하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서희가 속좁은 장군이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업적이긴 하다.

고려는 거란의 침략으로 인해 역사서가 소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인지 고려사에 대한 기록이 부실하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드문드문 여기 저기 등장하는 고려, 거란

전쟁에 대한 기록도 명확한 것이 아니어서 저자처럼 역사를 많이 공부한 사람들의 견해가 큰 도움이 되었다.


양규의 화살이 몸에 꽂혀 고슴도치처럼 되었다는 마지막 모습에는 코끝이 시큰해진다.

역사에 많이 등장하지 못한 인물이지만 거란을 무찌르고 무엇보다 고려의 백성들을 구했다는 멋진 장군을 이제서야 발견했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양규외에도 고려거란전쟁에 기여한 인물들을 이 책에서 살려낸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나라를 구한 인물들을 후세에서 기억해준다면 저승에서도 감사하지 않겠는가. 그게 우리 후손이 해야할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거란의 몇 차례의 걸친 침략으로 고려는 많은 백성이 죽고 역사서가 소실되는 큰 참사를 일으켰지만 결국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나라를 구하고만다.

더불어 등극초반에 우왕좌왕 도망치던 현종이 성군이 되어 백성을 잘 돌보고 왕권을 강화해 나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귀주대첩 승리의 주인공인 강감찬이 전쟁 당시 거의 노인이었음에도

노익장을 과시했다는 점과 현종이 마흔도 되기전 승하했다는 것 역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다.

저자도 책 초반에 말했지만 역사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고 들여다보면 정말 재미있는 소설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독자들에게 역사의 참재미를 선사하는 재주가 있는

멋진 역사가이다. 역사를 알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책으로 우리 민족의 지나간 시간을 세세하게 알게되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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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파이썬! 생성형 AI 활용 앱 만들어 줘 - 예제 코드 깃허브·저자 무료 강의 영상 유튜브
김한호.최태온.윤택한 지음 / 성안당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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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파이썬이란 단어부터가 낯설었다.

1991년 네덜란드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귀도 반 로섬이 발표한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로 인터프리터를 사용하는 객체 지향 언어이자 플랫폼에 독립적인, 동적 타이핑 언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일단 검색해서 얻은 뜻을 열거하면서 머리속에 집어넣으려 애써본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영어를 배운다, 일어를 배운다 하는 시절은 이미 지나고 이렇게 플랫폼 언어를 익혀야 하는 시절이 온 것이다. 인간이 무모한 탐욕으로 세웠던 바벨탑이 무너지면서 언어가 흩어졌다고 하더니 결국 인간은 다시 새로운 언어로 세상을 통일하는 발전을 이루어 낸 것 같다.

어쨌든 이 파이썬으로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AI 활용앱을 만드는 방법이 아주 상세히 나와있다.


파이썬을 사용하는 방법은 PC에 직접 파이썬을 설치해 사용하는 방법과 클라우드에 파이썬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구글 코랩등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여기 소개된 방법만 따라가면 쉽게 설치가 가능하고 이후 원하는 활용 앱들을 만들 수 있다.


챗봇GPT는 먼 나라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날 나의 생활속에 스며들었다.

실제 웹 브라우저를 통해 챗GPT 서비스 방법은 별다른 비용도 들지 않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럴때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나같은 초보들도 이 책이 안내하는 방법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활용 앱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여러가지 활용앱을 생성해서 예술, 엔터테이먼트, 광고, 게임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고 소설을 쓰거나 책을 만들 수도 있다니 정말 놀라운 시절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말하자면 챗GPT를 잘 활용하면 일정 관리봇등 AI 비서 챗봇처럼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의 또 다른 어느 날 인류가 어떤 발명을 하게될지 정말 궁금해진다.

인류에게 편리한 AI가 되면 좋겠지만 영화처럼 인류를 멸망의 길로 이끄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워드정도나 사용할 줄 아는 나같은 세대에서도 이 책을 교과서로 삼아 잘 따라가다 보면 요즘 시류에 잘 올라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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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양정훈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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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넘길 때마다 마음이 아파왔다. 아마도 난 이 책의 끝에서 슬픔과 마주할 것이라는 예감때문에 점점 속도가 더뎌졌다. 결국은 그렇게 될거야.


전쟁이후 너무 가난했던 시절에 시골 어딘가 빈곤한 집에서 태어나 먹을거리를 걱정하던 소녀.

대전 시내로 나아가 자유를 맛보고 싶었던 순진했던 처녀는 부모가 정해준 짝을 만나 결혼하고 다시 가난한 아내의 삶을 살게 된다. 좀 더 행복한 시절에 태어나지. 조금은 부잣집에 태어나지.

공부도 많이하고 멋진 직업도 가져보고 그렇게 살다가도 후회가 많은게 인생이던데..


현생의 고통은 전생에 업을 닦는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싶네.

이름도 생소한 악질암을 만나서 이렇게 고생을 하고 가야만 하다니. 엄마도 힘들고 지켜보는 아들도 힘들고. 처음에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름이 남자같기도 한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한참을 읽다가 저자가 남자임을 알게되었다. 엄마가 아들앞에서 옷을 벗는게 부끄러웠다고 하는 부분에 와서야. 왜 딸일거라고 생각했을까. 이렇게 감성적이고 애틋한 보살핌을 할 수 있는건 아들보다는 딸일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하필 그것도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니 얼마나 더 고단했을까.

지금 한창 벌어지는 의료분쟁중 하나의 문제가 바로 진료시간때문이다.

2~3시간 기다려 겨우 5분정도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현실. 그것도 감사하다고 여겨야 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간절함을 차가운 몇 마디로 내뱉는 몰인정한 의료진들.

피곤해서 그렇겠지. 그러니까 안 피곤하게 하루에 보는 환자수를 줄여보자구.

화가 났다. 고통에서 허우적 거리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런 불친절과 무배려라니...


2년이 넘는 엄마와의 동행이 너무 아프고 감사했다. 엄마는 열 자식을 키우지만 어떤 자식이 이렇게 애틋하게 엄마를 보살필 수 있을까. 고통에 몸부림 치는 엄마를 보면서 가슴은 또 얼마나 무너져

내렸을까. 차라리 항암을 받지 말고 좀더 일찍 호스피스 병원으로 향했다면 좀더 고통스럽지 않고 떠나지 않았을까. 아마 나도 저자처럼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와 미련이 남았을 것이다.

어떤 선택도 엄마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아프지 말고 일어서기를.

아직 죽음을 얘기하기엔 이른 내 나이 또래 친구중 재작년 먼저 떠난 친구가 그랬었다.

'밥먹고 오줌누고 방구끼는 아주 사소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제야 알았어'.

말기암으로 오줌을 누는일도 힘들어지는 상황이 되면서 평소 아무렇지도 않았던 사소한 모든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읽는 내내 엄마의 죽음이 다가오는 걸 느끼면서 마지막장으로 향하는 길이 두려웠었다.

누구나 죽음은 오지만 이렇게 고통스럽게. 너무나 모진 세월을 견디고 착하게 살아본 분에게 이런 마지막은 아니지 싶어서.

그걸 곁에서 지켜보고 견뎌야했던 아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응원의 마음을 함께 담아 보낸다.

그만하면 최선을 다한거라고. 아파하지 말라고. 그리고 멋진 글 기대한다고. 특히 시들이 참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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