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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 한국인의 비밀 무기
유니 홍 지음, 김지혜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11월
평점 : 
우리는 종종 눈치를 보는 것이 자신다움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부끄럽게도 나역시 그렇게 믿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응?’, ‘어랏?!’ 싶은 대목이 많아서 자꾸만 멈추게 만들었던 책이다.
저자는 오히려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면 눈치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때의 ‘눈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벗어난 범위에 있거나, 아니면 저자가 더 많은 통찰을 전하고 싶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어느 쪽이든 확실히 계속해서 호기심이 생기게 만드는 건 사실이었다.
눈치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의 근대사부터 접근하는 방식조차 흥미롭다고 느꼈는데, 계속해서 읽다 보니 저자의 관찰력 덕분에 우리 문화에 찰떡궁합인 ‘눈치의 기술’과 본인의 레벨을 간단히 파악할 수 있는 테스트 항목, 그리고 유형별로 세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얻을 게 많은 책이다.
더욱 재미있는 건,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고 진중한데, 또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지 않게 저자의 의도를 잘 풀어내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 책 자체가 ‘눈치 백단’이었던 것. 난이도 조절이 기가 막힐 정도다!
저자가 잘 소화한 이야기만 풀어 쓴 글이라 가독성이 좋다. 특히 “다른 사람과의 언어적 의사소통이 확실하지 않다거나 헷갈린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의 비언어적 단서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신호다.”와 같은 이런 통찰은 대단하다.
우리가 살면서 다들 한 번쯤은 느꼈을 그 무언의 신호를, 명확하게 언어로 기술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가 이렇게 확실한 문장으로 표현해 준 덕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
끝으로 이 얘기는 빠뜨릴 수가 없는데 바로 표지와 제목에 관한 얘기다. 제목이 막 거창하고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수수해서 오히려 강렬하다. 또 눈치를 영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잠깐 생각을 하며 “The Power Of Nunchi”를 읽는데 순간 풉ㅎㅎ하고 웃음이 터졌다.
“Nunchi”라고 발음 그대로 옮긴 것이, 그 어떤 번역보다 훌륭하다고 뇌보다 먼저 몸이 공감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 영문자 부분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스프링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는데, 이게 자꾸 신기해서 만져보게 된다.
특별한 촉감은 없다는 게 또 재미있다. 그런데도 자꾸 만지작거리게 되는 건 왜일까. 아마 어쩌면 이미 이 책에 마음이 빼앗기게 된 게 분명하다.
왜 스프링으로 표현했는지 너무 와닿아서 소름이 끼친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시야 확장을 통한 성장’에 포인트가 있지 않나 하고 마음 가는 대로 해석해본다.
눈치를 키우고 싶으면 이 책을 권한다는 뻔만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 식상한 권유는 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저 이 책과 리뷰를 보고 설레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좋아하는 지인이면 선물해주고 싶다.
분명 기대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해 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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