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소굴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강두식 옮김 / 빛소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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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K는 어떤 성으로부터 토지측량사로 초청을 받아 긴 여정 끝에 성 밑에 있는 마을에 도착한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마을 사람들은 냉대하고, 그의 말을 믿지도 않고, 갑자기 성에서는 토지측량사가 필요가 없다고 하고, 위에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도 없고, 성엔 들어갈 수도 없고..?ㅋㅋㅋ

'아 제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에라도 좀 들어가든지 고위 관리직이라도 빨리 만나서 해결을 좀 봐라!!!‘하면서 읽었다...
성에 닿으려고 온갖 애를 쓰지만 번번히 벽에 막히는 K… 그의 모습이 안타깝고 짠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도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알게 모르게 무력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P.150
성은 그 윤곽이 벌써 어둠 속에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조용하기만 했다. K는 아직 한 번도 이 성 안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어떤 징조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먼 데서 무엇을 알아본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K의 눈은 기어이 무언가를 알아보려고 했으며, 이 조용한 성의 모습을 그대로 참고 견디려고 하질 않았다. 성을 쳐다보고 있으면, K에게는 가끔 어떤 사람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태연하게 버티고 앉아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는데, 그렇다고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 아니라 일체의 사물에서 동떨어져 완전히 자기 혼자 서 있고 아무도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는 듯 자 유롭고도 무심한 태도를 간직한 인간 같았다. K가 그를 쳐다보고 있으니 자연히 상대방도 K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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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시그널 네오픽션 ON시리즈 33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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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에 걸쳐 대물림되는 무의식을 통제하는 특별한 능력“

엄마 수우와 딸 송하의 독특한 능력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 타인의 몸속에 들어가 그 사람인 척 행동할 수 있고, 몸의 주인은 그 행동을 꿈속에서 벌어진 일이라 여기는 설정이 독특했음.

이 능력을 이들에게 주는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 있는 존재가 화자인 ’나‘로, 수우를 ’너‘로 지칭하며 ’나‘의 시선에서 전개돼서 내가 조종당하는 느낌도 들고, 몰입하기가 더 좋았다.

이 능력으로 인해 벌어졌던 수우의 이야기는 무섭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으며, 수우는 이 능력을 늘 경계하며 송하에게도 경고를 했지만 송하에게서 이 능력이 진화되는 모습을 보고 ’나한테 이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쓸까?‘ 고민하며 읽었다 (안쓸 생각 안함..ㅋㅋ)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루한 부분이 없어서 정말 재밌었고, 수우와 송하의 뒷 얘기가 너무 궁금했다. 2권도 꼭 나왔으면 좋겠는데..!!!!


🌸P.21-22
"우리가 가진 능력은 물건에 붙은 현상을 읽는 것처럼 깔끔하지 않아. 대상이 물건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지. 그 사람과 너의 인생이 얽히고 엮여버린다고. 세상에 사람만큼 복잡한 대상은 없어. 잘못하면 빠져나올 수 없게 돼."

🌸P.282
사실 아무도 널 이해할 수 없다. 네가 아닌데 어떻게 널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그러고 싶다거나 그런 척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을 어떤 인간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끊임 없이 이해받고 싶어 한다. 어쩌면 그게 인간으로서의 존재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끌어안고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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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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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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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대학생 딸 호은, 그리고 아빠가 재혼 후 얻은 중학생 딸 승지. 이 셋의 짧은 기막힌 동거 속에 알게 되는 각자의 삶과 현실. 그리고 각자에게 처해진 문제들. 그것들을 이해하고 인정해 나가는 모습이 참 좋았다. 18년 만의 개정판이라 하는데, 오히려 요즘 시대에 더 잘 맞는 책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음. 시대를 앞서 나가는 이야기와 문장들이 많이 공감되었다.

🌸P.40
"그대의 존재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대의 삶을 덜 표출할수록, 그만큼 그대는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그만큼 그대의 소외된 삶은 더 커진다." 나는 카를 마르크스의 어수선한 어록을 반복해서 읽었다. 진정한 자기 욕망을 무시하고 세속적인 안락을 추구하면 몸은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삶으로 부터 존재적 자기소외는 더 커진다, 라는 뜻 같았다.

🌸P.115
낮과 밤은 서로 잘려진 단면이 얼마나 아플까? 해 뜰 때나 달이 뜰 무렵이면 무한히 긴 절단면이 아파하는 경련을 나는 느낀다. 삶을 위해 나누어진, 누구의 아픔도 아닌 이 세상의 본질적인 아픔이 내 마음에도 사무쳐 해와 달 사이에서 눈이 아프다.

🌸P.144
"실제로 사람이 만나는 건, 드라마와 달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냐. 질서 있는 인과관계도 없고. 착각과 도취, 혹은 무지한 고집과 자기합리화와 이상한 자포자기 같은 것이 운명을 만들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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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네오픽션 ON시리즈 3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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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업체에 다니는 가난한 대학생 이경, 여느 날과 똑같이 청소를 하러 원룸에 갔는데 그 집은 죽은 부잣집 대학생 다운의 원룸이었고 욕실에는 핏자국이 난무했다. 방은 고급진 물건들과 수십 개의 스노볼이 있었다. 이경은 자꾸만 눈에 띄는 스노볼 하나를 챙겨서 가져오게 되는데,,,

꿈에서만 서로의 인생을 경험하게 되고, 서로의 육체를 지배하는 설정이 참 독특했다. 예상했던 인물이 역시나 나쁜 놈이었고 무엇보다 이 나쁜놈보다 다운의 부모가 생각 이상으로 쓰레기여서 울화통이..(🤬) 뒷얘기가 궁금해서 시간 날 때마다 호로록 읽었다. 강지영 작가님 책은 처음이었는데 흡인력이 엄청나네. 다른 책도 읽어봐야지.🖤

🌸P.16
불행은 물과 같아서 언제나 낮은 곳에 고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불치병 환자는 죽는 게 당연했다. 드물게 가난뱅이가 부자가 되거나 불치병 환자가 완쾌하는 일도 있지만, 아무도 그걸 순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로토처럼 희박한 확률의 행운은 행운이라 하지 않고 기적이라 불렀다. 내게 지금보다 더 나쁜 일이란 없었다. 아빠가 죽는 것이나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 그리하여 결혼이나 적금, 내 집 마련 따위가 요원해지는 건 어찌 보면 돌연한 불행이 아니라 당연한 순리일지 몰랐다. 사지가 갈가리 찢긴 귀가 매일 밤 찾아와 서랍을 덜거덕거린다 해도 겁날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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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 공격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3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빛소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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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기대이상으로 모든 단편들이 다 재밌었다. 일단 난해하지 않고, 스토리 확실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이 됨ㅋㅋ 그래서 한번 시작하는 단편은 끝까지 읽을 정도였음!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남자와 아빠 사이에서 고뇌하는 여자, 시골 마을에서 아버지의 학대 속에서 살고 있는 여자, 죽은 줄 알고 생매장당한 남자, 어린 아내를 만족시키고 싶은 중년의 남자,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은 있지만 그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남자까지.

인물들의 비극과 희극이 뚜렷해서 좋았고, 중년남자의 찌질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결말까지도 웃겼던 <샤브르씨의 조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P.127~128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아! 그때 나는 얼마나 죽음을 갈망했던가! 평생토록 나는 죽음의 무를 두려워하며 몸을 떨었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원했고, 그것을 간청했다. 결코 그다지 어둡지 않을 거야. 이 꿈 없는 잠, 이 영원한 침묵과 암흑을 두려워하다니 얼마나 유치한 일인가! 죽음이란 정말 좋은 것이었다. 존재의 고통을 대번에, 영원히 없애 주니까 말이다. 오! 돌처럼 잠자고,흙으로 돌아가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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