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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백사혜 지음 / 허블 / 202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여섯 편의 단편들이 연결된 SF 연작 소설.
사람은 계급에 따라 다르게 태어나고, 기억은 지워지며, 감정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 복제, 유전자 설계, 기억 삭제 기술까지 등장하는 이곳에서, 주인공들은 대부분 무력하다. 거대한 질서에 대항하는 영웅이기보다는, 그 질서의 틈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아주 평범하고 연약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작고 연약한 이들이 끝끝내 지키고자 한 ‘무엇’에 있는 것 같다. 서로를 사랑하고,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는 마음 등등 이 감정들은 화려한 설정보다 더 깊게 와닿았다.
여섯 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잔인함과 광기가 엿보였던 <황금 천국의 증언>.
🌸P.110 <황금 천국의 증언>
안타깝게도, 그들은 처지에 배부른 연민만큼 치명적인 게 없단 사실을 알지 못했어요. 고통에 대한 공감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닿지 않는 메아리처럼 떠돌고 또 떠돌지만, 그 ‘미덕’이야말로 사치재에 불과해요. 그건 아지랑이보다 못한 허상이죠. 연민을 돈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자들이 창조한 무형의 보석이에요. 보석으로 장식할 관도 없으면서 남을 불쌍히 여긴다는 건 주제 파악 안 된 허세에 불과해요. 저는 이제 막 정수리에 나뭇가지로 짠 관을 얹은 참이었고, 제 관은 미덕의 보석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 주제에 맞는 보석이란 굴종이었죠. 제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하급자들을 통해 얻는, 얄팍하기 짝이 없는 만족감.
🌸P.380 <피가 시가 되지 않도록>
“충족되지 않는 호기심은 의혹이 되고, 의혹은 쉽게 영혼을 장악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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