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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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인 주인공 파커는 자신의 직업윤리와 독자들의 안전 문제를 염려하며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름과 장소는 실명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로 소설을 시작한다.

소설은 2000년대 초 미국 코네티컷에 있는 주립 정신병원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파커는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약혼녀 조슬린의 곁에 있기를 원했기에 그녀의 집 근처에 있는 이 작은 주립 정신병원에 지원했다.


그 병원에도 모든 정신병원에는 반드시 있다는 '그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란 정신병원임을 감안해도 유독 이상한 환자로, 유능하고 경험이 풍부한 의사도 포기하고 꺼리게 되는 환자를 말한다.

그런데 그 병원에 있던 환자는 그중에서도 유독 특이한 환자로 1973년 6살의 나이로 입원한 이래 아무도 그의 병을 진단하지 못했고, 병원의 전 직원에게 접근 금지가 내려진 채 철저하게 소수의 인원만이 출입이 허용된 독방에 수용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게 오로지 '조'라는 약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젊고 야심 찼던 파커는 이 수수께끼투성이의 '조'에게 매료되어 그를 치료해 보고자 하는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조에게 접근이 허용된 소수 인원 중 한 명인 간호사 네시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격한 반응을 보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조의 투약 업무가 너무 괴로운 일임을 이야기하며 절대 조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는 충고를 한다.

그러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인지 파커는 자신이 조를 진단할 수 있는 기회를 찾으려 애썼고, 우연히 네시가 투약 근무자 명단을 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 그 명단에서 조의 풀네임 '조셉 E.M'을 보게 된다.


이후 주말에 기록물 관리실에 가 남들 몰래 조의 서류를 보고 '그 환자' 조에 대한 호기심은 집착으로 변하게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조는 6살의 나이로 극심한 야경증 때문에 처음 병원을 찾았다. 그는 자기 방 벽 안에 어떤 괴물이 살고 있으며 그 괴물이 밤에 나타나 자신을 놀라게 한다는 환각 증세에 환청, 벌레 공포증이 있었는데, 조가 폭력적인 사건을 일으키자 부모가 병원에 데리고 온 것이었다.

처음 입원했을 때는 치료에 협조적이며 밤에 수면 장애를 보이지 않아 퇴원했지만, 퇴원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조의 상태는 급격하게 변해 있었다. 더 이상의 벌레 공포증이나 환각 증세는 없었지만 전에 없이 폭력적, 가학적이었으며 그 상태는 계속 악화되었다.

그로 인해 조의 룸메이트나 조를 담당한 간호사나 의사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피해를 입거나 자살을 했다.


그런 기록들을 본 뒤 어떻게 하면 병원의 협조하에 자신이 조의 치료를 담당할 수 있을지 고심한 파커는 다음날 출근길에 간호사 네시가 그 환자의 병실에서 나온 직후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데….



정신병원에 거의 평생을 수용된 '그 환자' 조.

소설을 읽기 전 나는 『그 환자』가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한니발 렉터처럼 독심술 같은 것을 이용해 상대를 파악하여 심리를 조종하는 소름 끼치는 악마 같은 천재의 이야기라고 막연하게 추측했다.

그러나 웬걸. 읽다 보면 소설은 점점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가 아닌 오컬트 호러 스릴러를 추측케하며 극도의 섬뜩하고도 불쾌한 공포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 파커의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되며 마치 실화에 바탕을 둔 것처럼 시작되기 때문에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추리와 오컬트를 좋아하는 1인으로서 첫 부분에 나오는 조의 과거 서류에 적힌 기록들을 보며 나름 유추했던 사실들이 완전히 맞아떨어지며 반전이 없어서 그것이 너무 섬뜩했다. '이거 뭐지? 이게 왜 다 들어맞지? 이거 실화였던 거 아냐?'라며 혼란스러운 가운데 소설 맨 뒤편에 작가가 쓴 <감사의 글>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픽션이라는 것을 확신하고는 안심(?)했다.


소설은 읽는 내내 다음에 어떤 내용들이 나올지 계속 추측하게 만들며 공포영화를 볼 때처럼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280페이지가 되는 소설책을 금방 읽어버렸다. 가독성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그런데 거의 모든 공포물의 결말이 그러하듯 결말이 열린 결말처럼 깔끔하지 못하게 조금 찝찝하게 끝난 것 같다. 작가가 일부러 독자들이 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라는 의도에서 열린 결말 형식으로 끝을 맺은 것 같은데 나처럼 소심하고 심약한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이런 작품은 제발 꽉 닫힌 결말로 끝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상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공포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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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시골 의사 책세상 세계문학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종대 옮김 / 책세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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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한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즐겨볼 작품인것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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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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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15초 후에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무슨 생각이 들까요? 피해자는 살 수 있는 건가요? 기발한 소재의 상황설정 미스터리 소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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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하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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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인 탓인지 전학생이 거의 없는 미쓰미네 고등학교로 어느 날 괴이한 눈에 음침한 분위기의 시라이시 가나메가 전학 온다. 시라이시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미쓰미네의 교복이 아니라 차이나칼라 교복을 입고 다녔고, 다른 아이들이 말을 걸어와도 귀찮다는 듯 별다른 반응과 대꾸를 하지 않고 홀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


그런 그가 전학 온 첫날부터 반장인 하라노 미오에게 묵직한 시선을 던졌고 미오는 그 시선을 불편해했다. 하지만 시라이시의 학교 안내를 부탁하는 담임 선생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미오는 방과 후 동아리에 늦게 간다고 전한 뒤 전학생 안내를 맡았다.

미오는 시라이시를 배려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고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시라이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학교 안내 도중 갑자기 미오에게 미오의 집에 가도 되냐고 물으며 무표정한 얼굴의 입꼬리를 올리며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입술 사이로 날카롭고 뾰족한 이가 드러나는 흉악한 미소였다.


놀란 미오는 동아리실로 도망갔고 그곳에서 평소 동경하던 선배 간바라 잇타를 만나 그의 번듯한 외모와 명랑한 말투에 위로를 받으며 오늘 겪었던 전학생 이야기를 한다. 간바라는 미오를 진정시키며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 뒤 미오를 집까지 바래다준다.

다음날 여전히 시라이시는 미오에게 시선을 던지고 미오의 옆자리에 앉는 야나이에게 자리를 바꿔달라는 부탁을 하는 등 계속해서 미오를 향한 불편한 관심을 드러냈고, 급기야는 가르쳐주지도 않은 미오의 집 뒤의 대나무 숲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책은 크게 보면 연관되어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루는 다섯 편의 단편 같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책을 펼쳐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눈을 떼지 못하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책장을 넘겼다.

이야기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 이야기였고, 그렇기에 더욱 무섭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심리적 불편함과 기분 나쁜 찝찝함과 섬뜩함을 안겨 주었다.


살아가다 보면 가끔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우리의 삶 속으로 밀고 들어와 간섭을 일삼는 타인을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이 친근함의 표현이든 혹은 이 소설에서처럼 나쁜 의도이든 간에.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는 이 책에서 타인에게 그들의 사정이나 감정, 어둠을 일방적이고 교묘하게 강요하여 불쾌감과 공포를 주는 괴롭힘을 '야미하라'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단어는 어둠을 나타내는 일본어 야미()와 괴롭힘을 나타내는 영어 harassment를 결합한 신조어이다.


소설에서 사람들은 왠지 모를 기운에 사로잡히고 지배 당한 듯 자신이 자신이 아닌 상태가 되어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친다. 귀신이나 악령은 아니라고 하지만 시라이시를 만났을 때의 그들의 반응은 마치 영화 『엑소시스트』의 구마 장면을 연상시켰다. 그들을 파훼할 때 울리는 맑은 방울소리와 그들을 막아주는 대나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체 이 모든 현상과 그들이 품게 되는 악의의 발원은 무엇일까? 단지 그 집안에 내려진 저주나 그저 존재할 뿐인 악의라고 하기엔 모호하고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소설은 『야미하라』의 어둠의 구심점이 되는 가족 이외에 같은 현상을 겪는 또 다른 가족들이 존재함을 암시하며 야미하라가 끝이 아님을 말한다. 그것을 증명하는 듯한 섬뜩한 에필로그까지.

어둠과 악의로 인한 공포의 극한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은 『야미하라』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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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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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계절에 맞지 않게 늦더위가 계속된 9월 어느 날, 한 젊은 커플이 뜨거운 태양에 그대로 노출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차 안에 다섯 살 난 딸을 방치하고 게임 센터에서 놀러 가 방치된 소녀가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녀는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언젠가 엄마와 단둘이 갔던 깊은 산속 맑고 푸른 호수를 떠올렸다. 그리고 아빠에겐 비밀로 하고 다시 오자는 엄마와의 약속을 떠올린다.

그렇게 죽어가는 소녀를 오직 호박색 눈을 가진 검은 고양이만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자신을 탓하며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10대부터 20대 초까지 탤런트로 활동하다가 30대가 된 지금은 같은 기획사에서 총괄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미사, 어린 시절 외조부모에게 자신을 맡기며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한 엄마를 기다렸지만 결국 재혼하며 자신을 버린 엄마에게 받은 상처로 자신에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며 삶의 목적도 의욕도 없이 살아가는 기요토, 도쿄 출신이지만 도쿄 도내에서 유일하게 낙후된 촌마을 출신이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평생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이용당하고 배신당한 유카코.

중학교 시절 미식축구부의 주니어판인 플래그풋볼 클럽에서 즐겁게 활동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미식축구부에 들어갔지만 감독 겸 고문인 시오노 선생의 고된 훈련과 질책으로 여름방학 합숙소에서 도망쳐 나온 겐토,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경력 사칭이 되어버려 계약 해제 통보를 받고 애인조차 위해를 가한 소노코.


각자의 마음속에 무거운 짐을 안고 방황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은 산속 검은 숲을 배경으로 서 있는 '여관'에 도달하게 된다.

그 여관에서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무섭게 아름다운 오너, 다갈색 머리의 경박하고 프로 의식 없어 보이는 호텔 보이, 묘하게 사람을 깔보는 듯하는 통통한 프런트 여직원, 2미터에 가까운 큰 키에 피부와 머리가 하얗고 오드아이인 아일랜드 출신 요리장 팡구르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학대와 방임으로 죽어간 소녀의 이야기를 말하며 무겁게 시작한다.

그리고 시종일관 무겁고 침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유지되며 손님들은 여관에서 현실과 꿈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경험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도 결코 보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마다 푸른 호수와 학대로 죽은 소녀와 오후 네 시를 알리는 괘종시계, 거기서 나오는 각기 다른 고양이 형상이 등장한다. 오너는 그 고양이 형상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해주는데 그것은 손님들 각자의 사연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정작 중요한 여관 직원들에 대한 사연은 말해 주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모두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만나러 가려고 여관에서 일하며 수련하는 것뿐이라는 사실만 말해준다. 도대체 무슨 수련을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보고 싶은 사람은 그냥 보러 가면 되는 게 아닐까?


여관은 마음속에 무거운 짐을 안고 방황하는 손님들을 끌어들인다. 이 소설은 악인을 벌주는 이야기가 아니기에 그 손님들이 결코 악인일 필요는 없다. 손님들은 단지 나약한 인간이기에 어리석고 약하고 애달픈 사연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여관이 손님들에게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손님에게서 숙박료로 받아 가는 각기 다른 형태의 대가일 뿐인 것일까?


그렇게 궁금증을 키워가는 여관 직원들의 목적은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진다.

아니 오너의 사연과 목적이 밝혀진다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겠구나. 오너의 목적이 밝혀졌을 때 그 차가운 얼굴 뒤에 감춰진 누구보다 따뜻하고 희생적인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데 나머지 세 명의 사연을 밝히지 않은 것은 후속작을 기다리라는 작가님의 빅 픽처일까?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는 오싹하고 등줄기가 서늘하고 섬뜩하지만 끝내 감동을 안겨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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